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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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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6.12.08 15:57
최근연재일 :
2017.02.05 16:3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455
추천수 :
25
글자수 :
68,750

작성
17.02.01 13:31
조회
199
추천
1
글자
7쪽

2부 - 7화.

DUMMY

차에 있는 라디오에선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는 여름에 대해 나오고 있었다.


"오늘은 중부지방과 더불어 곳곳에서 소나기가···."


어쩐지 탁경은 라디오 소리를 들으니 멀미가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대충 차를 주차해 놓고선 그는 기현이 말한 곳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기현이 배려를 했다 생각한 게 심란한 그 자신을 위해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약간 골목 진 곳으로 오라고 한 게 그는 고마웠다.


하루 사이에 부쩍 늘은 담배를 그는 또다시 입에 물었다.

먼저 와 있을 줄 알았던 그는 아직 오지 않은 걸 느끼고 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고 있어?"


"어. 거의 다 왔어. 어디야?"


탁경은 주변을 둘러보며 그에게 알려줬다.


"말한 데서 안쪽으로 들어와. 전에 순대국밥 먹었던데 있지? 그쪽."


순간 가슴이 쿡쿡 찌르듯이 아파왔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한숨을 내뱉으며 그는 꽁초만 남은 담배를 버리고, 새 담배를 하나 입에 물었다.

왠지 공기에서 물기 냄새가 묻어나는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네. 거기서 안쪽으로요. 거기에 골목 하나 있을 거예요. 네. 맞아요.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그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눈에 띄지 않게 조금은 간격을 두고 차를 주차해 놨다. 이제 그쪽에서 모습을 보이기만 하면 됐다.


그는 차에 달려있는 에어컨을 틀었다. 이제 진짜 여름이 오는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시원한 바람이 조금씩 자리를 차지해갈 때쯤. 거구의 사내 둘이 골목길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는 차분히 차에서 내려 조금의 간격을 두고 뒤따라 들어갔다.


"혹시 성탁경 씨?"


"······."


탁경은 뭔가 잘못된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큰 키에 그에 걸맞는 체격을 지닌 남성 두 명은 길목을 완전히 차단했다.

얼굴을 보려 했지만, 이 더운 날씨에도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수상했다. 누군가의 사적인 일로 찾아온 듯싶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입을 열어 대답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뻑, 하는 둔탁한 소리가 퍼지며 그는 뒤로 고꾸라졌다. 흡사 둔기가 때리는 소리였다.

왼쪽 코에서 코피가 흐르는 게 그는 느껴졌다.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는 서둘러 일어나야 했다. 한 명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그는 최대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누구지? 최근에 만난 사람은 없을 텐데?

사내는 씨익 웃었다.


"너 맞잖아."


그는 일단 시간을 벌어야겠다고 느꼈다. 허리춤에 숨겨놨던 작은 단검을 꺼냈다.


"확인도 안 하고 죽탱이를 갈기는 거 보니까 나를 잘 아나 봐. 누구냐?"


"······."


어차피 대답을 들으려 질문한 건 아니었다. 그는 칼을 앞으로 내민 채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


그 역시 이 바닥에서 오래 굴러먹은 자였다. 모 아니면 도겠지만, 차라리 그쪽에 확률을 거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의 간절한 예측과 반대로는 사내는 화가난 듯 달려들었다.


걸어 넘어트리는 사내에게 탁경은 순간적으로 옆구리에 칼을 박아 넣었다.

살과 근육을 파고드는 그 소름 끼치는 기분을 느낄 찰나, 그는 정신을 잃었다.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짓이겨진 얼굴임에도 사내는 화를 주체 못 하고 계속 주먹을 내리쳤다. 액체가 튀기는 소리와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망을 보던 사내는 보다 못하고 황급히 그를 말리고는 왔던 곳으로 뛰어갔다.


때아닌 맑은 날씨에 굵은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뒤처리 알아서 하쇼."


기현을 알아보고는 망을 보던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비에 온몸이 적셔져 잘 보이진 않았지만, 옆에 있는 남자는 옆구리에서 피가 나오는 것 같았다. 일이 쉽게 진행되지 않은 듯싶었다.

약간 불안한 마음이 슬쩍 그를 휘감아 나갔다.

그는 천천히 걸어 탁경이 누워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곤죽이 다 됐네."


못 볼 걸 봤다는 듯 그런 표정을 지으며 그의 옆으로 가 앉았다.

그런데 어쩐지 너무 가만히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탁경의 가슴에 손바닥을 얹어보았다.


"어···?"


뭔가 잘못된 것을 느낀 그는 황급히 그의 손목을 들어 올려 맥을 짚어봤다.


"······."


뛰지 않았다.

뛰지 않았다. 뛰지 않는다. 멈췄다.

죽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일이 틀어진 것 같았다.

잘못되고 단단히 잘못된 것 같았다.


헛바람을 들이키며 그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빗물이 눈에 들어와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아 그는 더욱 긴장했다.

그가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 할 때 그의 주머니에서 전화 소리가 퍼져 나왔다.


쏴아-


"....."


가야 해. 도망가야 해. 누가 올지도 몰라. 서둘러야 해.

그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성탁경 씨? HH병원 최태욱입니다. 본인 맞으시죠?"


"······네."


눈 밑이 떨려왔다. 그는 멍하니 탁경을 쳐다봤다.


"이한나 씨 수술시간 다 돼가는데 보호자분이 자리에 안 계셔서요."


"···금방 가겠습니다. 네."


넋이 나간 듯 그는 핸드폰을 땅에 떨어트렸다.

이럴 순 없었다. 이래서는 안 됐다.

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나는 살인자다.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황급히 그의 옷의 주머니란 주머니는 전부 뒤졌다.


"!"


있었다. 통장.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낸 뒤 통장을 열어 계좌번호를 찍은 뒤,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입금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보이자마자 그는 옆으로 핸드폰을 치우고 시트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는 울고 있었다.


사람이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 반응은 두 가지다.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담담하던가.


그는 울고 있었다. 죄책감에, 괴로움에, 미안함에,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잔인함에.

그는 벌벌 떨며 몇 번씩이나 그 자신의 집 문을 두드려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당하는 상상을

했다. 그 상상 속에서도 그는 체념할 때가 있었지만, 대부분 울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그는 타들어 가는 정신으로 기억을 더듬어봤다.

탁경의 접근을 받아들인 것? 아니야.

그 남자. 그래, 맞아. 이건 다 그놈 때문이야.

무언가 중요한 걸 깨달은 듯 그는 침대에서 뛰어오르듯 나와 주머니 어딘가에 두었던 명함을 찾아 그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사람··· 사람 죽이는 건··· 얼맙니까.”


사람이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 반응은 두 가지다.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담담하던가.

그리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은 반쯤 미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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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부 - 9화. 17.02.02 206 1 7쪽
16 2부 - 8화. 17.02.02 167 1 8쪽
» 2부 - 7화. 17.02.01 20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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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부 - 5화. +2 17.01.31 15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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