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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판타지

완결

이맛로
작품등록일 :
2016.12.08 15:57
최근연재일 :
2017.02.05 16:3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840
추천수 :
5
글자수 :
68,750

작성
17.01.24 00:59
조회
144
추천
1
글자
8쪽

1부 - 7화.

DUMMY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그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별것 아닌 것에 고민하고 있는 그를 보자마자 기현은 헛바람을 삼켰다.


얼핏 봤을 때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평균 남자 키보다 조금 더 큰 듯한 키와 보통의 체격. 외국인들이 할법한 짧은 머리.

스산한 분위기에 걸맞게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꿈에 나오는 인물치고는 꽤나 평범했다. 그런데 그가 눈을 봤을 때 말이 달라졌다. 눈동자가 두려웠다. 에메랄드빛이 났다.

그런 빛이 나는 바다는 언젠가 본 적이 있었지만 분명 그때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달랐다. 좀 더 강렬했다.

고혹적이면서 매혹적이었고, 치명적이면서 아련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어둠 안에 갇힌 듯한 공포감과 거부감을 주었다.


마치 백설 공주에게 주었던 그 어떤 사과보다도 빛나고 고운 것처럼 그의 눈은 매력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그것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할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먹음직스러운 사과에 저주가 걸려있는 것처럼.


“누구···세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한껏 긴장된 기현은 그가 했던 질문을 곱씹어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신이라고 말하면 믿겠어?”


장난기 어린 미소. 그 뒤엔 비웃음이 있는 듯했다.

무엇이 즐거운 듯 그 남자는 가벼운 콧노래까지 슬쩍슬쩍 불러댔다.


“꿈인데 뭐. 예수가 나와도 놀랄 것 없지.”


경계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그도 배짱을 부리기로 마음먹었다. 남자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뭐, 믿고 싶은 대로 믿어. 자유니까.”


“용건이 뭐야?”


남자는 과하게 동작을 크게 하며 마치 어린애를 달래듯 말했다.


“아아, 너무 공격적이네. 나는 널 그냥 도와주러 온 것뿐이야.”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존재가 호의를 베풀려 하면 항상 경계부터 하더라고.”


“그야 공짜는 없으니까.”


기현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채 경계하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하려고 애썼다.


“물론 그렇지. 그런데 난 달라. 네가 날 찾아왔잖아.”


무슨 소리냐는 듯 그는 눈썹을 위로 올렸다.


“번지수 잘못 찾은 것 같은데?”


남자는 말 대신 손가락으로 그의 오른손을 가리켰다. 손가락. 약지 손가락에는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그의 기억 속에는 반지를 끼운 적이 없었다.


“내가 끼운 게 아니야.”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야 꿈이니까.”


자신의 재치에 재밌는지 남자는 웃음을 참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라보기만 하자 남자는 고개를 절래었다.


“끼든 안 끼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네가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뭐··· 어쨌든, 그래서 선물 하나 주려고 하는데 어때, 생각 있어?”


“들어보고.”


“돈.”


남자는 그 단어 하나만 말하고는 입을 다문 채 미소를 지었다.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돈?”


“그래, 돈. 너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유일한 탈출구.”


기현은 속마음을 읽힌 것 같아 깜짝 놀랐다.


“네가 어떻게 알아.”


“어렵게 살아왔으니까 음, 그래.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드려나? 아니면···.”


“어떻게 아냐고 물어봤잖아!”


더 이상 참지 못한 그는 남자의 말을 자르고 소리쳤다.

문득 그는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궁금해?”


“······.”


그는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와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남자의 얼굴에선 미소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지.”


남자는 구둣발로 땅바닥을 탁탁 몇 번 차대였다.


“나는 제안을 한 것뿐이야. 그렇다와 아니다 둘 중 하나 골라 대답하면 되는 거야.”


권위적인 말투로 바뀐 것에 그는 남자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본능적인 두려움.


남자의 눈은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거부감이 들었고, 혹시라도 마주치면 집어 삼켜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여태껏 남자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인중에 초점을 맞춘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로 인해 내가 받는 페널티는?”


남자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엄청 재는 타입이네. 그냥 잘 돌게만 하면 해가 가는 일은 없어.”


그는 남자의 말을 곱씹어 봤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가진 돈을 묵혀 두는 게 아니라 돌고 돌 수 있게 소비해야 한다는 이야기지.”


남자는 말을 마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돈은 얼마나 들어오지?”


“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


그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뭔가 꺼림칙했다. 무언가 더 있는 듯한 느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남자는 하늘을 쳐다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에 그도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처음과 다른 건 없었다.


“받아들인 거로 치고. 헤어질 시간이네.”


남자는 뒤를 돌려다 갑자기 생각이 퍼뜩 떠올랐는지 멈칫하며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아, 그래. 네 여동생 지금 어떤지 궁금하지?”


“뭐?”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있던 그는 여동생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자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원 받아준 것에 대한 보답.”


남자의 몸 전체가 연기가 되어 사라지며 그 말을 끝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없어졌다. 그리고 그가 눈을 한번 깜빡이자 어느새 주변의 풍경은 바뀌어있었고 그는 보았다.


처음엔 무엇인지 몰랐다. 서서히 돌아오는 정신에 그는 짜증 날 정도로 울리는 소리가 휴대폰에서 나오는 알람 소리인 것을 깨달았다.


뜬 눈 양쪽 끝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온몸이 젖어있어 그는 그것이 눈물인지 땀인지 정확히 알아낼 수 없었다. 가슴이 쿡쿡 찌르듯 아파왔다.

무언가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본 것처럼.


보통 꿈은 낯을 많이 가려 찾으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 멀리 달아나버려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번 꿈은 현실인 것처럼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꿈속의 남자가 뒤를 돌며 무슨 말을 하는 부분에서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꿈속의 자신은 그 말에 되묻고 있었다. 억지로 생각하려 하니 이상하게 가슴이 미어져 왔다. 거부감이 밀려왔다.

가슴이 아파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어쩌면 양쪽 눈 끝을 타고 흐르던 게 정말 눈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의 알람을 끄고 침대 위에 휙 던졌다.

상체만 일으킨 그는 몸에 힘이 없는 듯 축 처져있었다.

끈적거리는 이마의 땀이 걸리적거려 그는 머리를 쓸어 넘기다 이상한 감촉이 느껴져 손을 눈앞에 내려놓았다. 그의 오른손 약지 손가락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이게··· 왜?”


그의 기억에선 도저히 반지를 낀 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책상 위에는 어제 산 로또 종이만이 있을 뿐이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그는 반지를 빼려 잡아당겼다.


“······?”


반지는 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손가락에 꽉 끼인 듯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조급해진 손에 힘을 최대한 줘 빼려 했으나 끼워진 손가락만 아플 뿐 반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어가는 느낌에 그는 머리를 벅벅 긁어대었다.


순간 오늘이 당첨 발표하는 날이라는 걸 그는 깨달았다.

처음에 개꿈일 거라 생각했지만 보고는 믿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자 기대는 커져갔고 그는 그것을 억지로 죽이느라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혼란스러운 마음에 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무리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석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도 그는 최대한 혹시? 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머릿속이 너무 탁한 기분이 들어 그는 샤워하러 무작정 화장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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