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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명 님의 서재입니다.

형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도원명
작품등록일 :
2021.03.26 10:29
최근연재일 :
2021.05.04 09:3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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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05,085

작성
21.04.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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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보안과장과 까마귀

10여 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한 50대 초반의 남자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수감 되어 겪는 수형 생활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로 재소자들이 수형 기간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통하여 그들의 삶을 재조명 해보면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생활하는 것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통이 따르는 지를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밝히고 있으며, 이와 함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글을 집필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교정의 목적인 교화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한 내용이 주된 내용입니다.




DUMMY

휴일인 일요일 오후 2시 사동에 비상이 걸렸다. 보안과장의 순시란다.


“보안과장 순시는 점호랑 다른 거냐?”


“네. 관물대 지저분한 것 다 치우고 창문에 널려 있는 옷들과 과일도 치우고 담요 각 맞추어서 잘 정돈해놔야 해요.”


남자의 물음에 막내 이정석이 대답한다.


“예이 씨팔 휴일 날 뭐야! 일요일 날 웬 순시야 씨팔! 할 일도 없나!”


여기저기서 욕들이 터져 나온다. 과장 순시라는 소리에 누워있던 사람들도 일어나고 전부 다 관복을 챙겨 입고 깔고 있던 담요도 다 접어서 집어 놓고 방 여기저기에 놓여있던 물품들도 다 치우고 창문도 치우고 정신이 없었다.


일요일 날 그나마 교도관들의 순시가 뜸해서 눈치껏 누워서 자기도 하고 관복을 벗고 편한 복장과 자세로 하루를 보내는 날인데 느닷없이 순시라니 그것도 보안과장 순시라니 방 사람들의 불만은 당연했다.


스피커까지 거들어대며 빨리 순시 받을 준비를 하라고 재촉한다.


“과장님 오시면 점호 대열로 앉아 있다가 경례하면 ‘안녕하세요.’ 하고 구호만 복창하시면 됩니다.”


스피커에서 인사요령을 알려주고 있었다. 무엇을 위한 순시인지 검열인지는 몰라도 사동 전체가 정신이 없기는 교도관들이나 재소자나 매한가지 같았다.


잠시 후 위아래 검은색 제복에 군대의 훈련 조교 같은 형태의 검은색 모자를 쓴 다부진 몸매의 남자가 작은 눈으로 매섭게 째려보듯이 방안을 훑어보며 지나갔다.


막내 이정석이 조그만 목소리로


“까마귀다”라고 흩뿌린다.


조금 더 있자 다른 까마귀가 창문 너머로 방안을 이리저리 쳐다본다. 왼쪽 가슴에 C.R.P.T 라고 새겨져 있었다. 저 사람들은 신입 방에서 입소 다음 날 신입 생활 교육을 받으러 가서는 30분 정도 구치소 생활에 대하여 교육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복장도 위아래 검정 제복에 검정 모자와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일명 ‘까마귀’ 라고 불리는 것 같았다. C.R.P.T가 나타나는 것은 보안과장의 순시에 미리 검열 준비가 되어 있는지 둘러보는 것으로 C.R.P.T는 보안과장의 보안과 소속으로 보안과장은 구치소 내에 구치소장이나 교도소장 다음으로 실질적인 권한이 제일 높은 사람 같았다.


조금 있자 사동 출입구 앞쪽에서 보안과장의 순시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듯 차렷 경례 소리와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사 크게 합시다!” 박종찬이 미리 얘기한다.


바로 그때 자그마한 키에 안경을 쓴 5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사람이 까마귀들과 담당 주임 교도관에 둘러싸여 청문 너머로 나타나자


박종찬의


“차렷! 경렛!”


구호에


“안녕하십니까!”


를 아주 크게 부르짖듯이 다 같이 크게 복창을 했다.


“야~~ 정신이 바짝 드네요! 여러분들 너무 활기차서 좋습니다.”


방안이 울리듯 큰 경례 소리에 기분이 아주 흡족한 듯 얘기하며 방안을 한번 휙 둘러보고는


“정리 정돈도 잘 되어 있고 아주 좋습니다!”


라고 대단히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옆 6방으로 이동했다.


경례 소리와 보안과장의 목소리가 계속 들리며 18번 방까지 가서야 최종 순시가 끝나고 보안과장 일행은 사동 복도를 되돌아 나갔다. 잠시 5분쯤 지나자 담당 주임 교도관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는 5방인 남자의 방으로 와서는


“옷들 벗고 누워서 자세요!”


하며 치하를 한다. 아주 대만족이었나 보다. 보안과장으로부터 칭찬을 들은 모양이었다.




C.R.P.T 는 기동 순찰팀으로 교정시설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무술 유단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구치소나 교도소 내의 재소자들의 수용 생활에 대한 질서유지 및 규율과 보안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또한 재소자들의 물리적인 폭력행위 등에 대한 지도 감찰을 하는 것이라 한다. 복장도 위아래 검정 제복에 검정 모자와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일명 ‘까마귀’라고 불리는 것 같았다.


C.R.P.T에 대하여 인천에서 이감 온 최선팔이 부연 설명을 해준다.


예전의 교도대들이 없어지면서 새로 생긴 조직으로 보안과 소속으로 보안과는 구치소 내의 최상의 조직이라고 한다. 구치소나 교도소의 특성상 최우선시 되는 것이 질서유지 및 보안이다.


최소 1,000명 이상의 재소자가 수용된 구치소나 교도소는 평시 및 유사시에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질서와 보안일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평상시에 꾸준히 기본적인 질서를 유지해야 유사시에도 지켜나갈 수 있기 때문에 C.R.P.T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인 질서유지는 기존의 교도관들이 맡아서 하지만 이 규정과 규율의 위반 시에는 C.R.P.T가 투입돼서 상황정리를 한다. 또한, 사전에 질서유지 등을 위해서 수시로 순찰을 하며 때로는 검열이나 검방 등을 통해서 허가되지 않은 물품이나 약품, 제조물, 음식물 등 위반 물품 등을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자를 수색하여 사전 차단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식사 후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는데 방안 스피커에서 남자를 찾고 있었다.


“한동수 씨”


“네”


“검시 출정이요!”


느닷없이 검찰로부터 호출이다. 며칠 후면 재판인데 왜 또 부르는 것일까? 순간 당황하였다.


“형님 동수 형님. 얘기한 것처럼 되네요!”


남자와 검사가 똑같은 박종찬은 이풍진 검사는 기소 후에도 한두 번은 더 부를 거라고 얘기했었다. 이풍진 검사의 얼굴이 떠오르고 담당 수사관의 얼굴도 떠올랐다. 아무리 힘이 좋고 재주가 있다 해도 이풍진 검사에게 조사를 받고 기소까지 당했으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두 사람은 말은 안 해도 서로의 처지를 알고 있었다.


이풍진 검사는 연륜에 비하여 사람의 마음을 옥죄는 특유의 비법을 터득한 양 대상자들을 한 것 몰아붙이는 재주가 있었다. 조사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힘든 검사이겠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능력 있는 검사로 인정받고 있을 법했다. 이미 이것저것 다 경험한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를 염려해주고 있었다. 인지상정이니라.


출정 절차에 따라 검신대를 지나 수갑을 채우고 출정 방으로 들어가는 남자의 두 눈이 커졌다. 그곳에는 남자와 동일한 죄목으로 조사받고 있었던 사무장인 김명우와 최인수 2명이 공범으로 분류되어 따로따로 앉아 있었다. 왼쪽 가슴에 붙어 있는 수 번 앞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 구치소에서는 보지 않기를 그렇게 고대했건만 그것도 한날한시에 두 사람이나 마주 보게 될 줄이야!


김명우는 남자와 동년 지기로 늘 공부하고 열심이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친구로 서초동 바닥에서 이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친구로 사귀고 가깝게 지내는 벗이었고 또 한 사람인 최인수는 서초동 바닥에서 안다면 알아주는 사람으로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다.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여도 두각을 나타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남자는 특히 친구인 김명우가 들어 온 것에 충격을 받았다. 김명우는 이미 몇 년 전에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던 친구로 들어오기 전 조사를 받을 때도 명단에 있어서 조사를 받는 것뿐이고 그간의 업무실적이나 여러 가지 정황상 여기 들어올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 충격은 너무 컸다. 누구 하나둘씩 아니고 모조리 들어온 모양이었다.


두 손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이면서 세 사람은 말은 못 하고 두 눈만 껌벅거리며 서로의 처지를 한탄하고 염려해주고 있었다, 세 사람은 공범으로 분류되어 연승 줄에도 따로따로 묶여 차에 올랐다, 검찰청의 비둘기장에서도 따로 분리되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랬다. 밖에서는 아무리 날고 기어도 여기 한번 들어와 보면 수갑 차고 포승줄에 묶여보면 새삼 느낀다. 공권력에 비하여 우리 같은 일개 사람들의 처지는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밖에서는 아무리 위대하고 높은 자리에서 위세를 떨었어도 여기 들어와서는 제 한 몸 가누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교도관의 호출에 비둘기장 밖으로 나가자 풀어 주었던 손에 다시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 묶고 돼지 꼬리를 달고 검사실로 올라갔다. 검사실로 들어가 인사를 꾸벅하자 이번에는 검사가 아닌 수사관이 자리를 내어 준다. 내민 철제의자에 앉아 책상 앞에 머리를 조아리자


“지내실 만 하신가요. 식사는 입에 맞으세요?”


하고 연거푸 물어온다. 말투가 사뭇 다르다. 수사관의 어투가 아닌 남자를 알고 지내던 사람의 염려 목소리 같았다. 남자는 이제껏 검사실에서 수사관에게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고개를 들고 얼굴을 쳐다봤다.


거기에는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까지 보이는 약간 여윈 듯한 흰 얼굴의 선생님 같은 사람이 연민의 눈길로 남자의 눈길을 맞받아 보고는 눈길을 돌리고 있었다. 수사관의 눈빛에서 짧지만, 자괴감 같은 느낌의 눈빛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남자는 보았다.


남자는 입술을 말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문서답을 했다,


“고맙습니다.”


수사관의 모습에서 얼어붙고 닫힌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


“오늘은 몇 가지만 확인하려고 불렀습니다. 지난번에 변호사 명의 통장으로 건당 수수료를 입금하셨다고 하셨는데 그 통장은행이 무슨 은행입니까?”


어느새 수사관의 목소리는 본분에 충실한 목소리로 변해있었다.


“농협 통장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네. 그런데 변호사 명의 농협 통장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수수료로 볼 만한 내역이 없습니다.”


“그럴 리가요? 제 기억에는 농협 통장이 맞는 것 같은데요.....”


“아니면 혹시 우리은행 통장 내역도 보셨나요?”


수사관의 질문에 남자는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을 해가며 조사는 1시간가량 이어졌다.



수사관은 남자의 사건에 대한 조사보다도 다른 사람들과의 연계성을 찾는 뜻한 조사를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별 내용이 없다고 판단되었는지 끝을 맺는다.


“수고하셨습니다.”


하고는 가볍게 누가 볼세라 묵례를 살짝 한다. 아마도 그간의 조사에 대한 고맙다는 뜻인지 아니면 앞으로 잘 보내시라는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진정성은 느껴지는 인사였다.


남자는 그 짧은 순간에 일순 이 수사관도 자신의 직분에 맞는 일을 하다 보니 때로는 사람을 다그치기도 하고 몰아세우기도 하지만 그 속마음은 따듯한 인간적인 연민의 정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서 자신도 최대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예.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화답하였다. 다시 비둘기장으로 내려갔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교도관이 남자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목성구치소행 버스에 태워다. 남자의 친구와 공범인 두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아마도 수사가 길어져 오후까지 하려나 보다. 고생되겠다. 남자는 별 무리 없이 조사가 끝난 안도의 한숨과 공범들의 걱정이 담긴 한숨을 다시 한번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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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그들의 집행유예의 조건과 국선변호사의 역활 21.05.03 10 0 8쪽
19 첫 재판 21.04.30 14 0 11쪽
18 패륜범의 고난 21.04.30 11 0 4쪽
» 보안과장과 까마귀 21.04.27 24 0 11쪽
16 이감온 신입2 21.04.26 11 0 17쪽
15 이감온 신입1 21.04.23 14 0 15쪽
14 범털의 위용 21.04.20 20 0 7쪽
13 아내의 면회 21.04.20 10 0 5쪽
12 본 방 입방과 코골이 21.04.19 19 0 39쪽
11 선택의 갈림길 21.04.16 15 0 7쪽
10 검시출정2 21.04.16 9 0 9쪽
9 검시출정 21.04.13 14 0 21쪽
8 신분탈락2 21.04.12 15 0 16쪽
7 신분탈락1 21.04.09 21 0 12쪽
6 유치장3 21.04.07 16 0 1쪽
5 유치장2 21.04.07 13 0 6쪽
4 유치장 21.04.06 15 0 11쪽
3 영장 21.04.03 52 0 10쪽
2 영장 21.04.02 5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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