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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명 님의 서재입니다.

형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도원명
작품등록일 :
2021.03.26 10:29
최근연재일 :
2021.05.04 09:3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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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05,085

작성
21.04.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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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신분탈락1

10여 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한 50대 초반의 남자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수감 되어 겪는 수형 생활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로 재소자들이 수형 기간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통하여 그들의 삶을 재조명 해보면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생활하는 것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통이 따르는 지를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밝히고 있으며, 이와 함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글을 집필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교정의 목적인 교화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한 내용이 주된 내용입니다.




DUMMY

승합차가 멈춘 곳은


‘목성 외국인 직업훈련원 교도소’ 간판이 걸려 있는 건물 앞이었다.


육중한 출입구를 통과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간 승합차는 남자와 이인호를 내려놓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남자와 동료는 교도소 재소자 입소 절차에 따라 인적사항 기록 카드에 성명, 나이, 키, 몸무게 등을 기재 후 오늘 입소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준다고 연락 가능한 가족이나 지인 중에 1인의 연락처를 기재하라고 한다.


아내의 성명과 연락처를 적어 놓는 남자는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옷을 다 벗은 후 신체검사를 했다. 육안으로 신체에 피부병이나 특이 사항이 있는지 확인 후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바닥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항문 속에 이물질 등 반입 금지 물품 등을 숨기고 있지 않나 검사하는 것 같다.


속옷과 양말, 신발, 관복을 지급받고 샤워장에서 따듯한 온수로 샤워를 했다.


담요와 식기와 베개 및 수건 세면도구 등을 지급받아 분식집 배달통같이 생긴 리빙 박스에 넣고는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입고 있는 관복은 국방색으로 다른 재소자가 입던 것을 세탁해 놓은 것으로 왼쪽 가슴에는 4자리 숫자의 수 번이 붙어있고 오른쪽 가슴에는 몇 층 몇 호실이라는 거실 번호가 붙어있었다,


이제 남자와 동료는 ‘한동수’와 ‘이인호’라는 실명보다 몇 번이라는 수 번이 더 불리고 익숙해지리라.




각 복도의 출입구마다 굵은 쇠창살로 되어있는 철문은 교도관이 비밀번호를 누른 후 보안 카드를 갖다 대자 ‘스르륵’ 하는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좌우로 열렸다.


“이 문은 백화점 같은 곳처럼 사람이 사이에 끼면 자동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닫히는 문이니 항상 주의하세요!”


교도관이 안전사고 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설명해준다.


아마도 탈옥 등 허가 없이 출입구를 나갈 경우를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니라.


출입구 2개를 지나자 드디어 배정받은 사동 건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사동의 출입구를 지나자 왼쪽으로 영화 속에서나 봐왔을 감방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각방의 복도를 향한 철창문 사이로 재소자들이 하나둘씩 새로운 신입을 쳐다보고들 있었다.


남자 일행은 교도관 뒤를 빠르게 쫓아갔다. 교도관이 10방 앞에 멈추어 서자 방문이 “철컥” 하고 자동으로 열렸다.


남자는 방문 맞은편에 있는 신발장에 신발을 벗어 놓고는 방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눈앞에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어? 어서 와!”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서는


“잘들 지내세요!”


하는 교도관의 소리가 동시에 들리며 교도관은 동료인 이인호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


방안으로 들어선 남자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는 사람은 남자가 현재의 직업으로 처음 근무하였던 직장의 상사로서 나이는 60세를 넘는 사람으로 남자보다 3일 전에 남자와 똑같은 과정을 겪고 먼저 구치소에 수감되어있었다.


“어서 와 인사해! 이쪽 분이 여기 방장이시고 저기 저분은 나보다 2일 선임자이셔”


남자가 방에 들어섰을 때의 시간은 이미 9시 30분이 지나 취침 시간 이어서 담요를 깔고 누워 있다가 예정에 없던 신입이 들어오자 다들 일어나 앉았다,


방안에는 인사를 시켜준 두 사람 외에 젊은 20대 초반의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다.


방장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남자와 같은 연령대로 생김이 꼭 소설 수호지에 나오는 노지심처럼 생김이 꼭 닮았다.


그 옆의 남자는 40대 후반으로 마른 체형의 점잖은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었으며 그 옆의 맨 구석의 젊은 남자는 올해 20세를 막 지난 약간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듯 보였다.


남자까지 포함하여 총 5명이 한자리에 누웠다.


입방 순서에 따라서 남자가 맨 구석의 창문 옆에 담요를 깔고 누웠다.


남자는 아직도 얼떨떨하였다.


먼저 들어와 있었던 과거 직장 상사의 도움으로 별다른 일 없이 자리를 배정받고 누웠으나 밖에서 막연하게나마 예상했던 신입 신고식이 없이 바로 누운 것이 왠지 불안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구치소인데 상식적으로 무언가 있을 법한데’


하고 생각을 하는데 먼저 들어온 전 직장 상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무장 피곤할 텐데 어서 주무시고 내일 얘기 하세!”


남자는 그 소리에 힘을 얻어 긴장이 풀렸다.


머리를 베개에 붙이고 누우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내가 가장 보고 싶기도 하였지만, 면목도 없었다.




남자인 한동수는 별명이 도덕 선생으로 불리곤 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남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를 끔찍이 싫어해서 하지 말라는 것, 위법적인 것 등을 하지 않고 살아왔었지만, 어느 사이에 그러한 삶의 자세를 잃어버리고 살아온 결과가 이렇게 이곳에 누워 있게 된 것이다.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이젠 이 현실에 빨리 적응해야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삶의 시작이련다.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생각을 하고 다짐을 해보지만 사실 자신이 없었다.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며 옆 사람에게 보일까 봐 벽 쪽으로 모로 누워 눈을 감았다.


오늘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정성껏 차려 주었던 아내가 생각났다.




남자는 오늘 그동안 검찰청에서 조사받던 사건 때문에 법원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고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아야 하며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풀려나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어젯밤에 어렵게 얘기를 했었다.


아내는 검찰 조사받았던 지난 1개월 내내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고 힘들더라도 이겨내야 한다고 하며 구속되어도 몸만 병들지 말고 건강만 챙겨서 돌아오라고 애써 남편에 대한 원망을 감추고는


“요즘에는 교도소에서도 콩밥은 비싸서 안 준다고!”


쓴 농담을 하면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 콩밥을 정성껏 차려 주었었다.


결혼 생활 하는 동안 월급 한번 생활비 한번 제대로 갔다가 준 적 없는 무책임한 남편을 오히려 돈을 갖다 쓰기만 했던 남편이 일이 먼저이고 가정은 뒷전이었던 남편이 이제는 구속까지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는데도 원망보다는 남편을 더 걱정해주는 아내를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남편이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는 아내 얼굴만 떠오른다. 보고 싶다!




당직 교도관이 방안의 형광등 1개와 화장실 불만 켜놓고 지나갔다.


천장에 붙어있는 형광등 3개 중 1개는 취침 등으로 환하게 켜놓아 복도에서 순시할 때 방안을 볼 수 있도록 해놓고 잠을 자야 했다.


방안의 불은 모두 복도에서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구타나 위법적인 일이나 자해나 자살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같아 보였다.




몸을 흔드는 소리에 잠을 깼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어느덧 아침이 되어있었다. 담요를 개서 방안 구석에 잘 접어 정리하고 관복을 입고 복도 쪽 철창문을 향해 두 줄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아침 기상 점호를 기다렸다.



6시 30분 사동의 출입구 쪽에서 큰소리의 구령이 들려왔다.


“전체 차렷! 1방! 2방! 3방!”


소리치며 차례대로 방 앞을 지나면서 교도관이 방 번호를 부르자 각방에 수용되어있는 재소자들의 인원 점검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10방 앞에 교도관 2명이 다가서서 10방을 부르자 하나! 둘! 셋! 하며 순서대로 번호를 부르고 다섯 번호 끝! 하며 인원 점검이 끝나자 교도관이 옆 11방 쪽으로 이동했다.


기상 점호를 시작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다. 조금 있으려니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다.


복도에서는 재소자 중 선고를 받고 형이 확정된 기결수 중 2명이 ‘사동 도우미’라는 녹색 조끼를 입고 사동 내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밥과 국, 반찬 등을 큰 철통에 담아서 조그만 수레에 올려놓고 끌고 다니면서 각방 마다 배식을 해주고 있었다.


철창문 아래쪽 허리 높이 부근에 가로세로 약 20cm 정도 되는 배식구가 있어 그곳으로 음식물을 받을 수 있는 플라스틱 통을 내밀어 밥과 국, 반찬을 배급받고 있었다.


배급받은 밥과 국은 큰 플라스틱 통으로 받아서 방 사람 중 배식 담당이 한 사람씩 나눠 퍼주고 반찬은 공용 반찬 그릇에 담아 배식을 받았다.


밥은 흰쌀밥이고 반찬은 3 찬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음식은 좋아 보였다.


6인용의 밥상은 있었으나 상다리 파손으로 사용할 수 없어 각자 1개씩 지급받은 리빙 박스를 붙여놓고 밥상 대용으로 사용하였다.


방장이


“맛있게 드세요”


라는 소리에 다 같이 복창을 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식사를 다 하자 숟가락과 젓가락을 휴지로 닦고 나머지 식기와 함께 싱크대에서 설거지한다.


처음 들어간 방이 신입 방이라고 처음 입소한 재소자들을 위한 방이라서 그런지 설거지용 세제인 퐁퐁 같은 물품이 없어 빨랫비누로 식기를 닦았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휴지로 닦는 것은 온수가 없이 냉수만 사용하다 보니 기름기가 닦여지지 않아 미리 기름기 등 이물질을 닦아 놓는 것이다.


식사 후 방 청소를 한 후에 방장이 커피를 타 주었다.


남자는 깜짝 놀랐다.


‘구치소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비록 커피믹스였으나 구치소라는 것과 커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일반적인 상식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남자만 그런지는 몰라도 한방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였다.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남자는 여기 구치소에 들어오기 전 구속영장실질심사 이전인 검찰 수사 기간 말미쯤에 사건과 연관된 사무장들과 얘기를 나눌 때


“구치소든 교도소든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고 단지 자유가 없이 구속되어 있고 여러 가지 제약과 규제로 생활이 불편하고 조금의 고통이 따를 뿐”


혹시 구속되어 구치소나 재판으로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에 수감된다고 하더라도 고통이 따르기는 하지만 참고 이겨낼 수 있다고 동료 사무장들에게 위안의 말을 하였지만 생각한 것보다 실제 수감된 느낌과 첫날의 이미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물론 이러한 느낌과 생각은 좀 더 지내다 보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수감 첫날의 느낌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방장이 직접 타 주는 커피와 생각지도 못한 환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남자에게 전직 상사는


“내가 예상한 대로 전부 다 구속영장이 청구될 거야. 한 사무장은 운 좋게 이방으로 잘 왔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전직 상사인 박태남은 3개월 먼저 검찰수사를 받고 고생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여기 구치소에 남자보다 3일 빠르게 들어오게 되었다.



남자는 전직 상사인 박태남에게 자신과 이인호가 함께 구속되었고,


구치소에 입소할 때 담당자가 두 사람이 동일한 죄목과 처음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였다는 검찰 기록을 보고는 공범으로 분류를 하여 각각 다른 방으로 배정을 해서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았던 과정을 박태남에게 얘기했다.


함께 근무하였던 모든 사무장을 공범으로 분류하여 같은 방 같은 장소 등에서 서로 접촉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로 인하여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까지 서로 의지하며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가 원천봉쇄 되었지만, 어찌 되었는지 전직 상사인 박태남과는 한방에 같이 있게 되었다.


12호 방으로 배정받은 이인호는 남자보다 힘든 생활을 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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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막내의 곤조 21.05.04 13 0 15쪽
20 그들의 집행유예의 조건과 국선변호사의 역활 21.05.03 10 0 8쪽
19 첫 재판 21.04.30 14 0 11쪽
18 패륜범의 고난 21.04.30 11 0 4쪽
17 보안과장과 까마귀 21.04.27 23 0 11쪽
16 이감온 신입2 21.04.26 11 0 17쪽
15 이감온 신입1 21.04.23 14 0 15쪽
14 범털의 위용 21.04.20 20 0 7쪽
13 아내의 면회 21.04.20 10 0 5쪽
12 본 방 입방과 코골이 21.04.19 19 0 39쪽
11 선택의 갈림길 21.04.16 15 0 7쪽
10 검시출정2 21.04.16 9 0 9쪽
9 검시출정 21.04.13 14 0 21쪽
8 신분탈락2 21.04.12 15 0 16쪽
» 신분탈락1 21.04.09 21 0 12쪽
6 유치장3 21.04.07 16 0 1쪽
5 유치장2 21.04.07 13 0 6쪽
4 유치장 21.04.06 15 0 11쪽
3 영장 21.04.03 52 0 10쪽
2 영장 21.04.02 5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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