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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명 님의 서재입니다.

형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도원명
작품등록일 :
2021.03.26 10:29
최근연재일 :
2021.05.04 09:3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34
추천수 :
1
글자수 :
105,085

작성
21.04.02 10:10
조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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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영장

10여 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한 50대 초반의 남자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수감 되어 겪는 수형 생활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로 재소자들이 수형 기간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통하여 그들의 삶을 재조명 해보면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생활하는 것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통이 따르는 지를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밝히고 있으며, 이와 함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글을 집필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교정의 목적인 교화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한 내용이 주된 내용입니다.




DUMMY

“피고,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해보세요!”


정면에 앉아 있는 4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다소 후덕한 인상의 판사는 점잖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존경하옵는 판사님! 제가 지은 죄에 대하여 깊은 반성과 참회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선처를 하여 주시길 바라옵니다.”


반백의 50대 초로의 마른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떨리듯 말을 맺었다.


“변호인 하실 말씀 하세요.”


판사의 이어지는 말에


“존경하옵는 재판장님! 피고 한동수는 이 사건의 검찰 수사에서도 적극 협조하여 범죄사실이 기재된 내용 중 상당한 자료를 직접 정리하여 검찰에 제출하였으며 이사건 이전에는 전과가 없는 점과 성실하게 살아왔던 점을 살펴 주셔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40대의 하얀 피부의 얼굴의 변호사가 감정 없는 메마른 목소리로 변론을 하였다.



재판정문이 열리고 걸어 나오는 50대 남자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변호사는 재판정에 남아 있고 또 다른 의뢰인인 남자의 동료인 이인호가 재판정 안으로 사라졌다. 5분 남짓 후에 변호사와 이인호가 연달아 재판정문을 열고 나오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변호사가 두 사람에게 다가와


“어제 말씀드린 것처럼 수순대로 결과가 나올 텐데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결과가 저녁이 되어야 나올 것이고 만약 잘 안 되어도 다음 절차에 따라 진행하시면 됩니다.”


하고는 별다른 말 없이 자신이 할 일은 다 했다는 듯이 빠르게 대기실 문을 빠져나갔다.


남자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잘 안 된다는 것은 구속된 이후에 재판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는 것인데 재판 절차에 대한 상담을 전혀 받지 못한 자신들은 어떻게 하지?’


변호사가 자리를 뜨자 재판정 앞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사실 수사관 4명이 두 사람을 앞뒤로 호위하듯이 빠르게 에워싸고 법원 건물을 빠져나와 바로 옆에 있는 검찰청 건물로 이동했다.


남자는 법원 건물과 검찰청 건물 사이의 20m 정도의 길을 걸으면서 자신과 동료의 모습이 왠지 생경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상당 기간은 다시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걸어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갑자기 담배가 너무 피우고 싶었다. 아니 담배를 피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미 목에서는 담배 연기가 들어오는 것처럼 기도가 크게 열리고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1층 입구를 지나 민원인들과 직원들의 눈길을 의식하면서 엘리베이터 앞에 늘어섰다. 같이 호위하듯이 따라다니던 검찰 수사관들의 표정이 별것 없다는 듯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5층 버튼을 누르고는 같이 탑승한 다른 부서의 직원들과 잡담을 나누는 모습을 남자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쳐다보았다.


계절은 늦가을인 10월 말로 잠바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는 수사관들의 모습에서 지난 몇 번의 조사받을 때의 깔끔한 정장 차림과는 다른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지금 자신의 신분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 아니 오늘 아침 검찰청 5층의 515호실로 들어서서 도착했다고 알리는 순간부터 이미 일반인의 신분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변경되었다.


혹시 오늘 잠시 후에 있을 구속영장실질심사 때문에 심경의 변화로 도주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피의자 1인에 수사관 2명씩이 주변 경계를 하면서 일정이 끝날 때까지 감시 아닌 감시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515호실을 지나 516호실의 휴게실로 들어서자 방 중앙에 놓여 있는 큰 탁자에는 이틀 전에 얼굴을 마주하고 앉자 이번 사건 때문에 함께 고민하였던 남자와 같은 직업을 가진 법무법인의 사무장이 의자에 앉아서 서류를 펼쳐 놓고 무엇인가 짜 맞추고 있었다.


남자와 동료는 탁자의 사무장과는 눈인사도 안 하고는 짐짓 모르는 사람들처럼 벽 쪽에 있는 의자에 궁둥이를 붙였다. 그런 모습을 수사관이 보면서 씩 웃고는 별말 없이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출구 쪽에는 또 다른 수사관이 들어와 탁자에 놓여 있는 서류를 보면서 무언가 한참 짜 맞추고 있는 사무장에게


“다 하셨습니까?”


하고 말을 건네자


“아직 안 되었습니다. 이 자료는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와 다른 것 같아 확인하기가 힘이 드네요. 이 자료를 주시면 제가 다시 맞추어서 이메일로 보내드리면 안 될까요?”


하자 수사관이


“또다시 오시게요. 이메일 보내셔도 다시 조사받으시고 확인받으셔야 합니다. 일단 정리하시고 점심 먹고 오시지요.”


탁자의 사무장은 서류를 대충 정리하여 서류 가방에 넣고 나가는데 맞은편 벽 쪽에 앉아 있어 뻔히 보이는 남자와 동료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휭하니 나가 버렸다.


남자는 이 상황이 참 낮 설었다.


아마 영장이 발부되면 한동안 다시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을 생각하니 왠지 눈인사도 없이 휴게실을 빠져나간 사무장이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약해진다는 말이 지금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쓴웃음이 나왔다.


‘저 사무장도 우리랑 같은 처지가 될까? 하는 생각과 혹시 우리만 구속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겹쳤다.


조만간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 판사의 결정에 따라 두 남자의 운명이 바뀌게 되어 인신이 자유스럽지도 못할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는 현실이 우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다.


‘우리 인생의 삶도, 생과 사도 우리가 모르는 중에 그 무엇인가가, 그 누군가가,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판사의 결정 여하에 따라 구속, 불구속되듯이, 그 무엇이 우리 인생의 생과 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러한 상황이 우연이 아닌 미리 잘 짜인 각본처럼 필연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남자인 한동수는 올해 51세이고 동료인 이인호는 54세이며 또 다른 사무장은 41세로 모두 동일한 사건인 변호사법 위반으로 남자와 동료 이인호 두 사람은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41세의 사무장은 아직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이들은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다가 형편에 따라 뿔뿔이 헤어진 후에도 현재까지 자주 만나는 사이로 업무와 관련된 일 외에도 자주 어울려 밥 먹고 술도 함께 마시는 사이였다.


그러던 사이가 불과 1개월 전부터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몇 번씩 이곳 검찰청을 들락거리면서부터 극도로 예민해져 서로 연락도 조심하고는 지금처럼 검찰에서 만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혹시 만나게 되더라도 서로 아는 체를 하면 수사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까 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조심스럽게 처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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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감온 신입1 21.04.23 14 0 15쪽
14 범털의 위용 21.04.20 20 0 7쪽
13 아내의 면회 21.04.20 10 0 5쪽
12 본 방 입방과 코골이 21.04.19 19 0 39쪽
11 선택의 갈림길 21.04.16 15 0 7쪽
10 검시출정2 21.04.16 9 0 9쪽
9 검시출정 21.04.13 14 0 21쪽
8 신분탈락2 21.04.12 15 0 16쪽
7 신분탈락1 21.04.09 20 0 12쪽
6 유치장3 21.04.07 16 0 1쪽
5 유치장2 21.04.07 13 0 6쪽
4 유치장 21.04.06 15 0 11쪽
3 영장 21.04.03 52 0 10쪽
» 영장 21.04.02 5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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