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원명 님의 서재입니다.

형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도원명
작품등록일 :
2021.03.26 10:29
최근연재일 :
2021.05.04 09:3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18
추천수 :
1
글자수 :
105,085

작성
21.04.07 09:05
조회
11
추천
0
글자
6쪽

유치장2

10여 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한 50대 초반의 남자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수감 되어 겪는 수형 생활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로 재소자들이 수형 기간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통하여 그들의 삶을 재조명 해보면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생활하는 것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통이 따르는 지를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밝히고 있으며, 이와 함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글을 집필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교정의 목적인 교화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한 내용이 주된 내용입니다.




DUMMY

누군가 남자를 흔들어 깨운다.


저녁을 먹으라고 한다. 시계를 봤다.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디에서 시켜오는 건지 아니면 경찰서 내에 구내식당이 있는지 식사가 배달되어 왔다.


분식집 배달통 모양처럼 생긴 통에서 국과 밥이 나오고 몇 개의 반찬이 나왔다.


식탁 대신 배달통 2개를 맞붙여 놓고 음식을 올려놓았다.


어디서 났는지 김 두통을 어깨에 문신이 있는 젊은 남자가 배달통 위에 올려놓았다.



“이런 밥을 어떻게 먹으라고 씨발!”


하면서도 숟가락은 움직이고들 있었다.


며칠을 계속 먹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남자가 보기에는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밥을 다 먹자 사람 숫자대로 일회용 칫솔과 조그만 손수건 크기의 흰 수건이 나왔다.


종이 겁은 철창 방 밖 바닥에 사람 숫자대로 옆으로 길게 놓여 있고 그 옆에 식수가 들어 있는 주전자가 놓여 있었다.


목이 마려운 사람은 철창 방안에서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철창 방 밖으로 손을 내밀어 자신의 이름이 쓰인 종이 겁에 주전자의 물을 따라 마셔야 했다.


남자도 칫솔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안은 손으로 누르면 물이 올라오는 성인 남자 허리 높이 크기의 직사각형 형태의 구조물에 윗부분이 스테인리스로 둥그렇게 움푹 파인 세면용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고 그 옆에 좌변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화장실 출구와 화장실 안 전체를 밖에서 볼 수 있도록 허리 높이 위 이상은 투명 시설물로 설치되어 있어 데스크에서 화장실 안의 사용 여부와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 등을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세숫대야 등 용기는 아무것도 없고 손잡이 없는 둥그런 바가지 하나가 덜렁 놀고 있었다.


세면대의 꼭지를 오른손으로 힘껏 누르자 물이 조금 올라왔다.


세수도 하고 싶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물을 어디다 받아야 양치질을 할 수 있을 텐데 바가지는 때가 시꺼멓게 끼어 있어 난감하였다.


‘아, 이래서 철장 안방에서 냄새가 심했구나!’


씻기가 힘이 드니 당연할 테고 며칠씩 들어와 있는 사람도 있으니 더 할 것이다.


좌변기에 앉아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려다 보니 벽면에 오백 원 동전만 한 크기의 버튼을 누르게 되어있었다.


힘껏 눌러야 물이 내려갔다.


모든 시설물이 외부로 최대한 돌출되어 있지 않고 용기 전체와 일체 화 되어 있는 듯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 놓으면 자주 고장이 나기도 하겠지만 부품이 돌출되어 있으면 유사시 부품을 해체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또 다른 불상사가 일어날까 봐 이렇게 만들어 놓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이미 7시를 지나 8시마저 넘어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초조했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풍진 검사의 자신만만한 모습이 떠오른다.


걱정하지 말라는 후배의 모습도 보인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남자는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검사와 후배의 실루엣이 겹쳐 보이는 것이 자신과 무관한 것 같은 꼭 방관자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철창 방 안의 사람 중 젊은 사람 두 명이 싸움하기 일보 직전이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도 극도로 예민한 상태이었나 보다.


그중 한 명이 밖의 경찰관에게 자기를 다른 옆방으로 보내 달라고 한다.


경찰관은 한번 방 배정이 된 방에서 다른 방으로 옮기는 절차가 번거로운지 젊은 남자를 계속 설득시키고는 누워있는 자리 배정을 다시 하였다.


TV 속에서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열리고 있는데 싸움 때문에 방 전체가 볼 수 없는 벌칙을 받았다.


옆 철창 방의 동료인 이인호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한동수 씨 나오세요!”


호명이 있었다.


남자는 방안의 남자들에게


“좋은 결과들 보세요.”


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갔다.


데스크로 가자 경찰관이 탈의실로 가서 옷을 다 입고 오라고 하며 데리고 간다.


‘아 드디어 구속영장이 기각되었구나. 기다린 보람이 있었구나!’


탈의실로 가서 옷을 입으면서 지켜보는 경찰관에게 물었다.


“평소에도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이렇게 늦게 나오나요?”


“네, 보통 이래요.”


순간 남자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사람 많아서 늦게 야나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변호사가 말을 하더니만 경찰관 말로는 ’평소에도 이렇게 늦는다고 한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탈의실에서 데스크까지 불과 10m 안팎인데 그곳까지 가는 시간이 5초 남짓일 텐데 그 잠시 사이에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데스크로 나가자 못 보던 형사가 수갑을 손에 쥐고 있었다.


‘아, 안돼!’


소리 지르고 싶었다.


형사는 눈길도 주지 않고 수갑을 내밀었다. 옆에서 경찰관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남자는 큰 한숨을 내리 쉬고는 두 눈을 감았다.


치켜든 두 손 사이로 다시 한번 수갑이 채워진다.


이인호가 눈에 들어온다. 그도 힘없는 눈빛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수갑을 채우자 포승줄을 묶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수갑과 포승줄이 아니다.


그간 50여 년의 인생을 정리하여 단죄하는 것이며, 지난 세월 살아온 삶의 궤적이 탈선한 기차처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비단 이번 일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삶 전체를 부정하려는 포박이리라!


그래도 최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자신의 영리 영욕을 위해서만 살아오지는 않았다고,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왔노라고 자위하며 위안으로 삼으며 살아왔건만 그 끝이 구속이라니 삶이 허망했다.


갈피를 못 잡는 두 눈에 집사람의 얼굴이 서렸다. 부끄러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막내의 곤조 21.05.04 10 0 15쪽
20 그들의 집행유예의 조건과 국선변호사의 역활 21.05.03 9 0 8쪽
19 첫 재판 21.04.30 13 0 11쪽
18 패륜범의 고난 21.04.30 10 0 4쪽
17 보안과장과 까마귀 21.04.27 23 0 11쪽
16 이감온 신입2 21.04.26 11 0 17쪽
15 이감온 신입1 21.04.23 14 0 15쪽
14 범털의 위용 21.04.20 20 0 7쪽
13 아내의 면회 21.04.20 10 0 5쪽
12 본 방 입방과 코골이 21.04.19 17 0 39쪽
11 선택의 갈림길 21.04.16 15 0 7쪽
10 검시출정2 21.04.16 9 0 9쪽
9 검시출정 21.04.13 14 0 21쪽
8 신분탈락2 21.04.12 14 0 16쪽
7 신분탈락1 21.04.09 18 0 12쪽
6 유치장3 21.04.07 16 0 1쪽
» 유치장2 21.04.07 12 0 6쪽
4 유치장 21.04.06 13 0 11쪽
3 영장 21.04.03 51 0 10쪽
2 영장 21.04.02 50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