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원명 님의 서재입니다.

형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도원명
작품등록일 :
2021.03.26 10:29
최근연재일 :
2021.05.04 09:3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21
추천수 :
1
글자수 :
105,085

작성
21.04.19 09:37
조회
17
추천
0
글자
39쪽

본 방 입방과 코골이

10여 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한 50대 초반의 남자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수감 되어 겪는 수형 생활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로 재소자들이 수형 기간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통하여 그들의 삶을 재조명 해보면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생활하는 것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통이 따르는 지를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밝히고 있으며, 이와 함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글을 집필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교정의 목적인 교화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한 내용이 주된 내용입니다.




DUMMY

구치소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막 지났다. 남겨 놓은 밥을 먹고 박태남과 검찰 조사 내용을 얘기하는데


“한동수 씨 짐 싸세요!”


스피커에서 남자보고 짐을 싸라는 방송이 나왔다.


뜻밖이었다.


제일 늦게 들어온 남자를 본 방으로 올려보내려고 짐을 싸라고 한다.


얼떨결에 짐을 싸고 있는데 박태남도 어이없고 아쉽다는 듯이 말한다.


“한 사무장 잘 지내고 있어. 힘내!”


방안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 출입문을 나서는데 방장이 커피믹스 종이 박스를 찢어서 자기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주고는 나중에 출소하면 꼭 연락하라고 한다.




사동 출구 쪽으로 가자 사동 주임교도관이 남자를 이끌고 옆 건물의 사동으로 데리고 갔다.


옆 건물의 사동 담당 주임교도관이 남자를 보고는 봉사원 제도에 대하여 간단하게 얘기하며 봉사원으로 수용 생활을 하라고 한다.



‘봉사원 제도’란 소년 재소자들만 모아서 한방에 3~4명 정도 모아 놓고서는 나이 들고 본받을 만한 점잖은 40~50대 이상 된 사람 2명을 봉사원이라는 신분으로 소년 재소자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한방에 모아 넣는 것이다.


봉사원 생활이란 나이 어린 소년 재소자들을 잘 지도하고 물품 구매, 식품 구매 등을 봉사원이 자비로 지원하여 소년 재소자들이 문제없이 수형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러한 봉사원 기록을 기재하여 차후 기결수로 되었을 경우에 분류심사에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또한 재소자가 한 곳의 방에서 최대한 100일 이상 생활을 못 하게 하려고 100일 이전에 다른 방으로 보내는 제도가 ‘전방제도’인데 이 전방제도에는 봉사원은 예외 된다.


즉 있던 방에서 계속 생활을 할 수 있는 봉사원에게는 장점이 되는 제도이다.



남자는 자기 자신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더욱이 요즘 젊은 사람들을 지도한다는 것은 더욱더 자신이 없었다.


“죄송하지만 전 어렵겠습니다.”


“왜요?”


“정신적으로 저 혼자도 힘이 들어 안 되겠습니다.” 하자


아쉽다는 듯 계속 말을 붙여 보지만 남자는 끝내 거절을 했다.


“그러면 5방으로 들어가세요.”


남자는 사동 주임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2층에 있는 5방 출입구 문이 열리자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으며 방안을 재빠르게 흩어 보았다.


젊은 재소자 3명이 넓은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정중히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면서 본 방에 입방했다.


이제 정식으로 구치소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온몸의 세포가 긴장으로 팽창되고 혈압이 올라가고 있었다.


방안에 발을 디디면서 리빙 박스를 내려놓고 인사를 하자 방 안에 있던 젊은 재소자가 인사를 받으며 의외로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남자의 짐을 하나하나 꺼냈다.


뭐 여기서 가지고 있는 짐 이래야 다 뻔한 물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남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거침없이 꺼내 여기저기에 놓고는 정리를 해 준다.


“고맙습니다.”


남자의 인사에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곱슬머리의 선임자가 물어온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올해 쉰하나입니다.”


“아. 그러세요. 저희는 제가 마흔 살이고 그 밑으로 서른아홉 서른여덟 그리고 스물둘과 막내가 스물하나입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 앞으로 편하게 말씀하세요.”


남자는 바짝 긴장했던 몸이 일순간 힘이 빠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몇 사람이 안 보이기는 하지만 방 사람들이 좋아 보여 다행이라 생각한다.



남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조용하게 있다 출소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남자의 뜻과 다르게 방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겨 수형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큰 문제이다.


남자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자신의 성격이 결코 순하고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크지 않은 키에 마른 체형을 지니고 있었으나 좀 까탈스러운 것이 만만치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급적 타인을 이해하고 양보하려 애쓰지만, 그 기저에는 그것이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순히 도움이 되는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을 살리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한 것을 깨닫게 된 것은 하나의 계기를 통해서다.



어릴 적 학창 시절인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에 남자도 싸움해 본 적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에는 자기보다 한 학년이 아래인 중학교 2학년이 남자를 얍 잡아 보고 시비를 걸어왔다.


문제는 그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싸움꾼에 요즘 말로 학년 짱이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남자가 많이 얻어터지는 줄 알았으나 막상 싸움이 붙자 예상과는 달리 상대방인 중학교 2학년인 싸움꾼이 남자에게 한참을 두들겨 맞았었다.


싸움이 붙자 자기 자신이 예상보다 순발력과 감각이 상당하다는 것을, 싸움하는 순간에도 느낄 정도였다.


상대방도 남자의 전혀 예상 밖의 반응에 놀라워하면서 맞대응하였으나 이미 승부는 끝난 상태였다.


고등학교 때에도 싸움한 적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결과 과 정반대였다. 남자는 상대방의 공격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을 빤히 보이는 듯 감각적으로 느끼면서도 상대를 전혀 공격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싸움 도중에 상대를 공격하면 상대방의 뼈를 부러뜨리거나 죽일 것만 같은 예감과 살기가 순간순간 드는 것이었다.


찰나지 간에 멈짓멈짓 하다 보니 오히려 공격을 당하였다.


이후부터는 남자는 싸움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을 치면 죽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남자는 앞으로 만약, 싸움하게 되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절대로 안 싸울 것이라고 다짐을 하였으나 앞으로 별의별 일이 다 생길 수도 있는 구치소 생활에 극단적인 면이 있는, 좋지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단지 사람의 얼굴과 인상을 보고 전과자인지 아닌지 구분을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처럼 얼굴과 인상만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 또한 올바르지 않겠지만 방안의 세 명의 선임자들에는 안 좋은 인상의 느낌을 주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남자는 조용히 앉아서 그들의 언행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대화는 일반 또래의 젊은이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죄명이 궁금했다.


‘과연 저들은 무슨 죄를 짓고 들어왔을까?’ 자못 궁금했다.


그들도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인 나이 많은 남자가 있어서 그런지 말소리가 편하게 들리지는 않았고 남자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남자 자신이 이들의 첫인상을 살피듯이 이들도 남자를 살펴보고 있으리라.


남자는 자신이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끔 의외로 순하고 사람을 편하게 해줄 것 같다는 전혀 상반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보통 사람들은 남자의 첫인상을 편한 느낌보다는 차갑고 날카롭다는 느낌을 많이 풍기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법원 출정 갔었던 선임자들이 들어왔다.


한 사람은 큰 키에 잘생긴 외모의 남자와 또 다른 사람은 백 킬로그램은 족히 넘을 듯한 뚱뚱한 사람이 들어왔다.


큰 키의 남자는 짧은 생머리로 미남형의 얼굴과 맑은 눈동자를 가진 30대 후반은 되어 보였다.


남자는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 남자의 인사에


“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하며 흰 덧니를 내보이며 웃으면서 화답을 했다.


남자의 반백의 머리를 보고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음을 직감하고는 먼저 존칭을 써가며 나이가 어려 보이는 뚱뚱한 남자에게도 인사를 하라고 한다.


“저는 올해 서른여덟 살이고 박종찬입니다.”


“저는 스물둘이고 김진우입니다.”


큰 키의 남자가 자신의 나이와 이름을 밝히자 뚱뚱한 남자도 연이어 자기소개한다.


이에 남자도 자신의 나이와 이름을 말한다.


자신을 박종찬이라고 밝힌 30대의 남자가 계속 말을 한다.


“형님 우리 방 잘 들어오셨습니다. 젊은 사람들 방이지만 우리 사동에서 제일 좋은 방입니다. 우리 방은 식품구매는 공동으로 구매하고 나머지는 필요한 것만 각자 구매합니다.”


방 사람 중 나이는 중간 같은데 최 고참인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편하게 지내시고 힘드신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신입 방에서 들었던 본방의 얘기와 지금의 상황이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모든 방이 다 똑같을 수는 없어도 어는 정도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할 텐데 전해 들은 얘기와 실제 경험하고 있는 현실과는 차이가 크게 났다.


신입 방의 방장인 노지심이 과거 오래전에 본인이 경험한 것을 얘기한 것인데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러서 그런 차이가 나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방 구성원들의 수준이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았다.


아무튼 앞으로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100일이 지나지 않으면 여기 이 방에서 지내야 할 것이다.


남자는 새로운 본 방의 느낌이 이 정도라면 별 탈 없이 지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아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낀 것처럼 박종찬과 뚱뚱한 남자 김진우에게서도 전과자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더욱이 박종찬이라는 30대 후반의 서른여덟의 젊은 사람의 행동이 남자를 편하게 안심시켰다. 묘한 매력이 있는 사람 같았고 왠지 모르게 남자는 이 젊은 남자에게 끌리는 느낌이 들게 되었다.


담요 1장을 깔고 1장은 덮고 잠자리에 누웠다. 방안의 취침 등 이 유난히 밝았다. 신입 방과 달리 LED 전구였다. 눈이 부셔 잠들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잠시 정리해 보았다. 검시 출정을 갔다가 다음 주 화요일에 기소한다는 말과 검사의 구형이 예상했었던 것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구치소 복귀 후 본 방인 새로운 방 사람들과 만남이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방 사람들의 호의로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예감 등. 오늘 일어났던 하루 일과를 정리해보면서 기분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새로운 방에서의 잠을 청했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일찍 깨어난 것 같다.


아직도 새벽이 되려면 먼 것 같았다.


담요 속에서 눈을 감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고 있는데 심한 코 고는 소리가 났다. 눈을 떠보니 바로 옆에 돼지라 불리는 김진우의 코 고는 소리였다.


숨이 넘어갈 듯하다가 갑자기 숨을 내쉬면서 내뿜는 소리가 상상 이상이었다.


그 소리는 코 고는 소리가 아니라 탱크가 굴러가는 소리지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남자와 코골이 당사자인 진우만 빼고 나머지 4명이 전부 안대와 귀마개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원래 예민한 성격으로 집에서도 조금만 소리나 움직임에도 잠을 깨곤 하였었다.


난감했다. 이미 깬 잠이지만 혼란스러운 마음이 더해 천지를 진동하는 뜻한 소리에 머리마저 아파졌다.


다시 일어나 휴지를 말아 양쪽 귓속에 넣어보았다. 별 차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안 끼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 담아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두 손으로 귀를 감싸 안고 눈을 감았다.


조금 있으니 방 사람 누군가 돼지에게 두루마리 휴지를 던졌다.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났다.


아까 잠자리 순서를 정할 때 돼지 김진우 옆에 남자를 배정할 때 방 사람들의 묘한 웃음을 짓던 모습이 떠올랐다.


머리가 지근거렸다.


추워서 껴입을 내복보다 더 급하고 필요한 것이 있었다. 안대와 귀마개였다.




일어나 담요를 개면서 잠자리 정리를 하고 나자 박종찬이 말을 한다.


“형님 어젯밤 못 주무셨지요?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도 돼지 때문에 별의별 짓을 다 해봤는데 소용이 없네요.”


의료 사동까지 데리고 가서 진료를 받아 보았지만, 수술하는 수밖에 없고 수술도 밖에 나가서 해야 한다고 하는 얘기를 해준다.


돼지 김진우는 무호흡 증세로 건강 상태도 상당히 안 좋은 상태라고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며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살을 빼서 조금이나마 코 고는 소리를 낮출 수 있는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코를 못 골게 할 수는 없다고 한다.


“형님 빨리 귀마개를 구매하시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기상 점호를 하고 나서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 식사 때 남자는 방 사람들의 배려로 상석에 앉아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후 방 청소는 특이하게 ‘가위, 바위, 보’로 정해서 방을 쓸고 닦았다. 남자는 첫날이라서 제외되었다.


모든 진행을 박종찬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이상했다. 입실 순서는 분명 선임자가 두 명이나 있는 것 같은데 별문제 없이 자연스럽게 박종찬의 리드를 방 사람들이 거부반응 없이 잘 따르는 것 같았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아침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면서 모여 앉아 남자에게 박종찬이 물어온다


“형님은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변호사법 위반으로 들어왔습니다.”


“네? 변호사법 위반이요? 법구 되셨나요?



법원에서 재판받고 유죄로 선고되고 나서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것이냐고 물어본다.



“아니요. 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 받고 유치장을 거쳐서 들어왔어요.”


“그럼 목성 검찰에서 조사받았겠네요?”


“네 목성지검 515호실 검사실에서 조사받았습니다”


“네? 515호실이요. 그럼 이풍진 검사에게 조사를 받았겠네요?”


“네”


“형님 저도 이풍진 검사입니다. 그런데 무슨 변호사법 위반이에요?”


“사무장이 법률 상담하고 신청서 작성한 것이 위반이라고 들어왔어요.”


“그건 보통 사무장들이 많이 그러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변호사 자격 없는 사람이 법률 상담하고 금품을 받거나 신청서 작성하는 것이 위법인 것은 맞아요.”



박종찬은 남자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되었고 담당 검사 또한 자신의 검사와 같다고 하자 더욱더 반갑게 말을 하고 자신의 공소장까지 보여 주며 자신의 사건에 대하여 궁금해하는 점에 대하여 조언이라도 들을까 해서 자신의 사건을 물어온다.


어제 재판 출정 갔을 때 판사가 검사에게 다음 재판 때까지 추가 기소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면서 계속 미루면서 연기만 하면 피고가 너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하며 검사의 구형은 3년이라고 했다.


“형님 어떻습니까?”


“글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판사님이 괜찮으신 것 같은데요”


“그렇죠.”


남자는 박종찬의 얘기와 공소장을 보았지만 어떤 판결이 나올 줄 예상하기가 쉽지 않아 느낀 점만 얘기했다.


박종찬은 남자의 대답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큰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듣지 못하자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보이며 말을 맺었다.




남자는 박종찬의 대화에서 박종찬이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박종찬뿐만 아니라 여기 들어와 있는 재소자들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이 원하는 대답은 그들의 편에 서서 가급적 유리한 답변을 듣고 위안으로 삼으려고 하는 심리를 알고 있었다.


박종찬뿐만 아니라 다른 재소자들도 선임된 변호사들이 거의 있을 것이고 또한 주변 분들에게 본인 사건의 향방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얘기를 들어 알고 있을 것이기에 사건의 진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원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은 남자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얘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변호사와는 또 다른 동료들로부터 확인받고 위로받고 서로 아픔을 고통을 공유하려는 심리가 있는 것이다.


범죄자라는 전과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그들만의 공동체 의식이 분명히 존재하고 죄의 죄명이나 형량이랑 상관없이 범죄사실이 크고 작든지 간에 일종의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나름 공유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이와 성별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애쓰고 수고하는 변호사는 이들의 눈에는 또 다른 이질적인 상대이다.


본인들을 이용한 돈벌이 수단의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상당히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본인의 죄과에 대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기본적으로 자신들과는 다른 이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고 이러한 경향은 전과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다.


전과기록이 많을수록 그 차이는 클 것이고 물론 사람의 성향에 따라 분명 차이는 나겠지만 한 장소에 오랫동안 같이 동고동락하다 보면 좋은 것보다는 부정적인 면부터 전해지는 습성을 생각해 볼 때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해 갈 것이다.


오후가 되자 방 안 스피커에서 남자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한동수 씨 접견이요. 나오세요!”


“네” 스피커의 소리에 돼지 김진우가 대신 대답을 한다. 방 출입문을 나가자


“잘 다녀오세요.” 인사들을 한다.


남자도 “잘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사동 출입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여기 구치소에서는 자신이 속해 있는 방이 몇 평이 채 안 되는 공간의 방이지만 그들에게는 집이고 보금자리이다.


비록 TV 하나와 싱크대 하나와 좌변기 하나가 전부인 방이지만 그곳에서 그들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삶의 터전이자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그들만의 공간이다.


언제 어디로 전방을 갈지 언제 이감될지 계획을 세울 수는 없지만, 그곳에서 그들은 희망을 꿈꾸고 좌절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집을 나서는 마음으로 출입문을 나서고 언젠가는 영원히 떠나가기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출입문을 나서는 것이다.


사동 출입구로 나가자 못 보던 교도관이 쪽지를 들고 서 있었다. 접견 담당 교도관인 모양이다.


“한동수 씨?”


“네”


남자의 가슴에 부착된 수 번을 확인하자 쪽지의 반을 찢어 남자에게 내어준다.


남자의 성명과 수 번이 적혀 있고 접견 방문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 접견 방문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접견을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접견 방문자란에 남자의 형과 형 친구인 선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동 출입구에서 다른 접견 예정자들과 함께 모여서 접견실로 이동을 하였다.


“우측으로, 우측으로 붙어서 줄지어 갑니다.”


여기 구치소에서는 이동 시에는 우측보행으로 줄지어 이동하는 것이 이동 방법이다. 접견실로 가는 길목마다 마찬가지로 철창문을 거치고 나서 접견 대기실로 들어설 수 있었다.


대기실에 앉아 있자 방송으로 수 번과 접견실 번호를 불러주었다.


“3239번 7호실입니다.”


접견실 7호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의자 하나가 중앙에 놓여 있고 그 앞 전면에 방호 유리가 가로질러 있고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방호 유리 너머에는 의자 3개가 놓여 있었다. 예전에 구속되기 1년 전에 친구 구치소 접견을 가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접견 방문자 신분으로 친구를 보고 위로를 해주었지만, 이제는 신분이 재소자로 바뀌어 있었다.


의자에 앉자 방호 유리 너머 반대쪽 출입문이 열리고 형과 선배가 들어왔다.


형제가 서로 정면으로 차마 눈을 마주 추지 못하자 선배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어때 지낼만해?”


“네 잘 지내고 있어요.”


물어보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깊은 속마음을 숨긴 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서 할 수 있는 말만 하고 있었다.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에게 어디 극기 훈련이나 연수원에 입소한 것처럼 자신의 의지가 최소한 보장되는 곳이 아닌 구치소에서 ‘지낼 만하냐고 묻는 말’이 어폐가 있으나 그 속 깊은 뜻을 서로 이해하고 물어보고 대답하고 있었다.


“바쁠 텐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요?”


“응. 그냥 얼굴이나 보려고!”


“사업은 잘되세요. 요즘 어려울 텐데!”


“응. 근데 어떡하냐?”


“뭐. 한편으로는 잘 되었어요. 언제 가는 그만두어야 했는데 잘 되었네요. 한 1~2년 있다, 아니면 3~4년 있다 나가면 되겠죠.”


남자의 반 자조적인 대답에 선배와 옆에 있던 형의 표정이 일순 변한다.


“에이 그 정도까지야 되겠어!”


“글쎄요. 변호사법 위반이 워낙 세서요!”


“그래도 그렇지!”


“형수와 애들은 잘 지내세요?”


“응”


남자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더는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동안 법조계 주변에서 통용되어 오던 현상 들이였으나 그 정도가 심하여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남자는 느끼고 있었고 형과 선배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형과 선배의 얼굴에서 초조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남자가 구속되기 전 두 형제가 만났을 때 남자가 형에게 서초동 법조계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얘기하자 형이 남자에게 쓸데없는 기우라고 치부하고는 그렇게 되기야 하겠냐고 했던 적이 있었다.


형의 입장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것으로 당초에 동생을 법조계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기 때문이기에 더욱더 그러했다.


남자는 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주 거칠어지고 바짝 말라 있었다.


가슴이 아프고 미어졌다. 구속되기 전 형과 통화를 하면서도 부담감을 주기 싫어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걱정 끼치게 해서 미안하다고 통화를 했었다.


남자는 형을 원망하거나 미워한 적이 없었다. 이일을 처음 소개받고 일을 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알고 난 후 본인의 의지가 확고부동했으면 중도에 그만둘 수가 있는 시간적 여유는 충분히 있었다.


다만 남자가 맡아서 진행해온 사건의 연속성 때문에 중도에 그만두기가 상당히 힘이 들어 손을 떼지를 못하였던 것이지, 의지가 강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삶을 살았으면 그 기간이라도 변화 할 수 있는 시간은 분명히 있었기에 형을 원망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남자는 본인 자신도 문제지만 저렇게 표현은 안 해도, 아니 못하고 있는 형이 더 걱정되었다. 이 상황이 화도 나고 미칠 것만 같았다.


“형. 어머니는 잘 계셔?”


“응”


남자가 구속되기 몇 개월 전부터 어머니가 가끔 전화로 꿈자리가 뒤숭숭 하다느니 뭔가 좀 이상하다느니 하시며 걱정을 하시는 말씀을 하셨다.


한동안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형네 집 부근으로 이사 가셔서 따로 살고 계시는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더욱 죄송스러웠다.


남자가 구속된 것은 형이 얘기하지 않는 이상 어머니께서는 모르실 것이고 다른 이유로 찾아뵙지 못함을 둘러대고 있을 것이다.


이심전심이니라. 올해 86세의 노모가 이 일을 알게 되시면 쓰러지실 것이다.


“밖에 일은 걱정하지 말고 몸조심하고 지내고 있어. 힘들겠지만 좀 쉬어간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애타는 마음만 전하고 있었다.


형은 어제도 후배와 함께 접견을 왔는데 남자가 검시 출정이 있어 접견이 안 되어 허탕을 쳤었고 앞으로 자주 올 것이라는 말을 하며 선배와 함께 접견실을 떠났다.




접견을 마치고 대기실로 다시 들어갔다. 눈이 충혈되어 있는 사람, 구석에 앉아 아직도 눈물을 훔치고 있는 사람, 그 구석 한쪽에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의 20대 젊은이가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가만 어디서 봤을까? 아! 목성 유치장!


맞다.


남자가 이곳 구치소로 오기 바로 직전 잠시 몇 시간 머물던 곳인 목성 유치장에서 보았던 그 어깨에 문신이 있었던 젊은 이었다.


반가웠다. 참 내, 잠시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곳도 아니고 이런 구치소에서 마주치게 된 것이 반갑다는 사실에 쓴 웃음이 나왔다.


사람은 곤경에 빠질수록 어렵고 힘들수록 절망 속일수록 무언인가 조금의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의지하려는, 위안으로 삼으려고 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남자만 그런 것일까.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을 유치장에서 잠시 같이 있었던 이유로 만으로 반가움과 한편으로는 위안까지 드는 것은 무슨 심리일까!


일종의 동종의, 공동의 심리가 아닐까!


젊은이는 그곳 유치장에서의 모습과 전혀 다른 나약하고 숨기고 싶은 지금의 모습이 부끄럽고 민망스럽지만, 그도 남자가 반가운지 어색한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까닥인다.


가족 중 누군가 접견을 왔었나 보다. 남자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그런 심리가 있나 보다. 멋쩍어하는 그에게 남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런 곳에서 다시 보게 되어 안타깝지만 반갑기도 하다는 뜻이 담긴 미소를 짓고는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하였던 젊은이의 처지와 앞날에 대한 깊은 위로의 뜻을 마음속으로 담아 두 손을 꼭 쥐여 주고는 힘내라고 말을 하자 젊은이는 전혀 뜻밖이라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다시 공손히 인사를 하며 고맙다고 한다.


구치소 첫 접견을 마치고 되돌아오는 길은 접견 갈 때와는 전혀 다른 발걸음이었다. 접견하러 갈 때는 방 출입문을 나서면서 누구일까?


하는 기대감과 위로받고 싶고 하소연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눈빛이 반짝이고 혈압이 상승하고 엔도르핀이 생성되어 발걸음도 빨라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되돌아오는 길은 걱정과 허탈감이 밀려와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맥이 풀려있었다.


접견을 갔다 온 남자의 표정이 밝지가 않자 방 사람들이 말을 걸지를 않는다. 이들도 이미 남자와 같은 경험을 많이 했으리라. 저녁때가 되자 몇 마디씩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자리에 누웠다.


TV 속에서는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지상파방송과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되었던 영화를 녹화하였다가 한편을 방영해주고 있었다. 폭력물과 선정적인 영화를 제외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은 잠을 잘 수 있을까?


돼지 김진우는 방 사람들이 모두 잠이 들 때까지 기다리다 잠이 다 든 것을 확인한 후 잠을 자려고 졸린 눈을 치켜뜨고는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그나마 다른 사람이 먼저 잠이 들어야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게끔 나름 방 사람들을 위해 배려를 해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기대와 달리 오늘도 코 고는 소리에 잠이 깼다. 남자는 머리를 다리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휴지로 막고 누웠다, 잠시 지나자 그것도 별반 차이 없었다. 코 고는 주인공을 살짝 건드리자 코 고는 소리가 일순 멈추고 정적이 흐른다. 30초 정도 지나자 다시 온 방 안을 울린다.


지쳐서 잠이 올 법도 한데 자꾸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한다.


계속 두루마리 휴지가 날아다닌다.


그러다 아침이 되었다.




담요를 개면서 방 사람들의 푸념들이 시작되며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씨팔 미치겠네. 넌 양심도 없냐! 사람이 깨우면 미안해서라도, 잠깐만이라도 잠을 자지 말든가 해야지. 너 오늘부터는 그냥 안 둘 거야!”


서른아홉 살의 작은 체구의 이명호가 얘기한다.


5방의 가장 큰 문제가 다른 것이 아닌 코골이라니!




사실 어느 정도의 코골이는 방 사람들도 거의 다 골았지만, 김진우의 코골이 소리가 워낙 커서 문제가 안 되었을 뿐이지 그들도 남자도 포함하여 거의 다 코를 골았다.


그 코 고는 소리의 차이가 상상을 초월하여 귀마개를 하여도 무색하였고 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번은 취침 시간인 한밤중에 순찰 담당 교도관이 순시하다가 이명호가 자기 자리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던져 김진우를 깨우고는 말로 혼내는 광경을 목격하였지만, 과정에 대한 자초지종을 듣고는 사동 담당 주임에게 코 고는 김진우를 ‘코골이 방’으로 보내 달라는 ‘보고전’을 작성하여 제출하라고 한 적도 있었다.


다음날 ‘보고전’을 작성하여 제출하였으나 ‘코골이 방’은 기결수 방에서나 있는 것이고 그것도 사람이 많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대책이 없었다. ‘잠을 조금 덜 자면 되지!’ 하겠지만 그것은 이곳의 구치소 생리를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이곳 구치소에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밥 먹고 운동 시간에 운동하고 육체적인 별다른 일 없이 지내는 것이 뭐가 힘이 들겠냐 하겠지만, 이들은 자기 사건의 앞으로의 진행 상황에 대하여 초미의 관심과 집중을 하는 상태로 아주 민감한 상태이다.


남자도 지금 경험하고 있지만 하는 일 없이 3평 정도 되는 방에서 성인 남자 6명이 온종일 누워있지도 못하고 앉아서 서로 마주 보며 생활한다는 것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피곤한지 직접 경험 하고 있는 것이다.


별다른 일 없이 일없이 온종일 앉아 있다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 말 한마디 한 행동이 모두 다 노출되고 관심을 끌게 되고 허점 또한 노출된다.


나이도 제각각이요. 성씨도 틀리고 직업도 틀리고 고향도 틀리고 하물며 취미도 죄명도 각 각인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산다는 것은 보기보다 엄청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극도의 인내심이 필요한 하루하루다.


하루에 3평의 방에서 나갈 수 있는 시간은 운동 시간 30분과 접견이 올 때 오고 가는 시간과 접견 시간 10분을 포함하여 약 30분 정도만 허용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야 그나마 자기만의 시간과 최소한의 영역을 보장받고 잠을 자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들에게 취침 시간은 단순히 잠 만 자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치유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희망을 꿈꾸고 아픔을 견뎌 낼 힘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고 시간이다. 그러한 취침 시간과 잠을 하루도 아니고 여러 날을 지속해서 방해를 받고 시간을 빼앗긴다면 그들로서는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김진우에게 향한 화살은 좀처럼 끊이지 않았다.


“야 돼지야! 너 인마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냐! 너도 양심 좀 있어라. 형님들이 깨우면 그래도 정신 차리는 흉내라도 내야지 바로 코 골면 되냐 이놈아!”


이명호의 질책에 박종찬이 점잖게 거들자


“형. 이제 낮에도 자지 마세요. 밤에 코 골면서 다른 사람들 못 자게 하면서 낮에까지 코를 골면서 자면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에이 형만 아니었으면!”


돼지 김진우보다 한 살 어린 막내 이정석까지 반항적인 말투까지 섞어가며 김진우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오늘은 돼지 김진우에게 유독 힘든 날이 될 것 같다.



김진우의 태도에 대하여 화를 내는 이명호는 체구는 작지만 나름 남들에게 당하고 살지는 않을 것 같은 인상과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죄명은 사기죄로 지난 8월에 구속되어 3개월이 지난 현재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이며 아직 검사의 구형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4살짜리 아들을 하나 둔 가장으로 배우자는 현재는 무직이고 동거부터 하다 임신하여 결혼하였다 한다.


이명호의 뒤를 이었던 박종찬은 서른아홉 살인 이명호보다 한 살 어린 서른여덟 살로 마흔 살의 곱슬머리 나성진과 이명호보다 입실 순서도 늦고 나이도 어리지만, 이방의 실질적인 리더였다.


구치소에서는 모든 순서가 입실 위주로 정해지며 유일하게 예외로 인정되는 것은 노란 딱지 명찰인 ‘요시찰’인 경우에는 입실이 먼저인 방장도 한 수 접어주고 있지만 ‘요시찰’도 아니면서 남자와 함께 방 동료들과 다를 것이 없는 초범인 박종찬이 리더 대접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요시찰이란, ‘요주의자’로 관찰을 요 하는 자를 말하며 일반 재소자들은 거실 명찰과 수 번 명찰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요시찰은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거실 번호와 수 번이 기재되어 있는 자로서 주로 범죄단체에 가입된 일명 말하는 조폭의 구성원들이 많다.


입실한 지가 20여 일이 된 사람이 그 이전에 입실한 선임자를 뛰어넘어 리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그만큼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구속 전에 법인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이며 재력도 갖추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바로는 상당히 예의 바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으로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으나, 회사 운영은 스파르타식으로 강하게 운영하는 것 같았다.


장기도 잘 두는 것을 보면 머리 회전이 좋고 수세에 처해도 굴하지 않고 반전을 꾀하는 것을 보면 젊은 나이에 나름 입지를 굳힌 사업가 같은 기질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장중을 휘어잡으려다 보니 약간 독선적인 면을 띄우는 것이 단점으로 보였으나 장점이 워낙 강해 단점은 묻히는 것 같았다.


박종찬은 뇌물수수 공여죄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되어 들어왔으며 그 방법과 금액이 경미하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과 연관되어있는 다른 사건이 종결되어야 자신의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박종찬에 이어 자기 보다 한 살 많은 후임자 김진우를 질책하는 막내 이정석은 올해 스물한 살로 인터넷 사기로 구속되어 들어 온 지 이제 20일 정도 되었다 한다.


국적은 한국이나 중학교 때 모친이 계시는 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갔다가 작년에 입국하였다고 한다.


부친은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계시고 과거 소년원을 들어갔다가 나온 전력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 구치소에 수감되어서도 수형 생활에 문제가 발생 되어 징벌방에도 갔다 온 전력이 있고, 이곳 구치소의 생활방식과 생리에 대하여는 익히 잘 알고 있기에 나이는 막내이지만 자기 밥그릇은 잘 챙겨 먹는다.


교도관들의 지시에도 본인의 의지에 반하면 또박또박 자기 뜻을 표할 줄 아는 직설적이고 과감한 면도 보인다. 하지만 일종의 콤플렉스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우월감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도 좋은 젊은이로 아까운 사람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 고생하고 있다.



지금의 방인 5방에 들어오기 전에 다른 사동에 있으면서 재소자들과의 문제가 아닌 교도관과 문제가 발생하여 ‘징벌방’ 까지 갔다 온 전력도 있다는 것은 보통은 아니라는 얘기다.


징벌방이란 구치소 내의 정해진 규정과 규칙에 위배되거나 교도관의 합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 처하는 벌로 일반 독거실 크기의 방인 ‘조사방’에서 사실 여부 및 과정을 조사한 후에 징벌방으로 보내 일정 기간 동안 지내게 하는 형벌로 징벌방에는 많은 제약이 따를 수 있으며 조사방과 징벌방에 들어가 있으면 접견 금지를 하는 등 일반 방과 많은 차이가 난다.


그렇게 아침마다 한바탕 핀잔과 반협박을 받은 우리 돼지 김진우는 오늘 밤에도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온방을 요란하게 울리면서 잠을 잤다. 남자도 다른 사람들이 의료과에 신청하여 매일 먹는 수면유도제를 신청해야만 했다.



오늘은 구치소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휴일 일요일이다.


일요일은 사동 주임교도관도 교체가 되어 다른 교도관이 임시로 근무를 하며 운동 시간도 접견 시간도 없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없는 휴일이다.


밖에서는 휴일을 기다리고 즐기지만, 이곳에서는 휴일이 더 힘들고 시간이 안 간다. 꼼짝 달짝 없이 온종일 방 안에서 지내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 들어온 이상 누구나 시간이 빨리 가기를 고대하지만, 휴일은 시간이 더 안 가고 지루한 요일이다.


검찰로부터 기소가 빨리 되기를, 법원으로부터 재판 진행이 빨리 되어 형의 확정 여부가 빨리 결정되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한 빨리 형기를 마치고 출소를 하기를 누구나 갈망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시간이 빨리 가는, 빨리 보내는 일과 방법을 최우선으로 선택하려고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요일과 휴일은 이들에게는 평일보다 힘든 매우 안 좋은 요일이다.


이들이 선택하는 시간 보내기 방법은 별것 없이 아주 원초적인 방법이 거의 다다.




입소 후 제일 먼저 하는 방법은 잠자기다. 구치소에서는 취침 시간 외에는 수면이 금지되어 있으나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틈틈이 잠자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3평 공간에 속박된 환경이지만 꿈속에서만큼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자연인으로 무소불위의 능력을 펼쳐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선택하는 방법이 독서로 주로 소설이나 만화책을 보고 일부는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를 하기도 하나 여건상 쉽지가 않아 오랜 기간 공부하기가 힘들다.


도서 구입은 출판사와 도서명을 알고 있고 본인의 영치금이 있는 경우에 가능하며, 또한 외부에서 접견 물로 책을 넣어 주는 방법과 택배로 넣어 주는 방법이 있다.


책의 수량은 30권까지가 가능하며 이를 초과하는 경우 20권까지는 영치물로 보관할 수 있어 1인당 총 도서 수량은 50권이다.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폐기 보고전’을 작성하여 필요 없는 책을 폐기하여 수량을 늘릴 수 있다.


이는 웬만한 도서는 다 구매하거나 영치물과 택배로 받아 볼 수가 있는 것으로 수용자가 처음 입소하여 중간에 재판, 또는 다른 사유로 다른 구치소나 교도소로 이감을 가는 경우가 발생하여도 기록은 보존 공유하며 규정 또한 동일하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앉아 있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나고 잡념이 많이 들어 지내기가 상당히 힘이 들어 많은 재소자가 독서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도서의 종류는 아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아니면 웬만한 책은 거의 다 가능하다.




세 번째로 많이 하는 방법은 시간도 보내고 스트레스도 푸는 음식물 섭취로 구치소에서 지급되는 식사 외에 자비로 음식물을 구매하여 섭취하는 것으로 품목은 정해져 있으며 이 방법도 상당히 많이 애용되나 도서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영치금으로 식품을 구매하거나 접견인 이 넣어 주는 영치 식품이 있어야 가능하다.


재소자중에 영치금이나 접견 영치물이 없는 경우인 재소자를 일컬어 법무부의 자식을 줄인 말인 ‘법자’라고 표현 하나 이들도 함께 있는 방 사람들의 호의로 함께 생활하며 같이 음식물을 섭취하고 책을 본다.



이외에 종교 생활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으나 별도의 공간이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본인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며 종교집회는 구치소는 한 달에 한 번, 교도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외부에서 주로 봉사활동 등을 하는 성직자들을 초빙하여 구치소나 교도소 내에 마련되어 있는 성당, 교회, 법당 등에서 집회를 한다.


또한 취미생활로 바둑, 장기 등과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으며 처음 입소 시에는 한동안 정신적 어려움으로 멘탈이 붕괴하여 고생하다 차차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을 거친 후 본인 나름대로 구치소 생활에 대한 방법을 하나하나 터득해 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막내의 곤조 21.05.04 10 0 15쪽
20 그들의 집행유예의 조건과 국선변호사의 역활 21.05.03 9 0 8쪽
19 첫 재판 21.04.30 13 0 11쪽
18 패륜범의 고난 21.04.30 10 0 4쪽
17 보안과장과 까마귀 21.04.27 23 0 11쪽
16 이감온 신입2 21.04.26 11 0 17쪽
15 이감온 신입1 21.04.23 14 0 15쪽
14 범털의 위용 21.04.20 20 0 7쪽
13 아내의 면회 21.04.20 10 0 5쪽
» 본 방 입방과 코골이 21.04.19 18 0 39쪽
11 선택의 갈림길 21.04.16 15 0 7쪽
10 검시출정2 21.04.16 9 0 9쪽
9 검시출정 21.04.13 14 0 21쪽
8 신분탈락2 21.04.12 14 0 16쪽
7 신분탈락1 21.04.09 18 0 12쪽
6 유치장3 21.04.07 16 0 1쪽
5 유치장2 21.04.07 12 0 6쪽
4 유치장 21.04.06 14 0 11쪽
3 영장 21.04.03 52 0 10쪽
2 영장 21.04.02 50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