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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명 님의 서재입니다.

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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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명
작품등록일 :
2021.03.26 10:29
최근연재일 :
2021.05.04 09:3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40
추천수 :
1
글자수 :
105,085

작성
21.04.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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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범털의 위용

10여 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한 50대 초반의 남자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수감 되어 겪는 수형 생활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로 재소자들이 수형 기간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통하여 그들의 삶을 재조명 해보면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생활하는 것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통이 따르는 지를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밝히고 있으며, 이와 함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글을 집필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교정의 목적인 교화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한 내용이 주된 내용입니다.




DUMMY

오후 4시가 되자 사동 도우미인 사소가 영치물이 담긴 식품 수레를 끌고 왔다. 남자의 아내와 친구가 넣어준 영치물인 식품을 배식구로 넣어주고 있다. 닭고기 훈제 5마리, 두유 10개, 초코바 10개, 사과 3봉지, 떡갈비 5개. 식탐이 대단한 막내 돼지 김진우가 제일 좋아했다. 영치물 품목이 적힌 표와 물품을 하나하나 수량 확인한 후 막내가 사인한다.


영치물은 접견을 온 방문자가 구치소에서 허용된 물품을 구매하여 재소자에게 넣어주는 것으로 식품, 의류, 생필품 등이 있으며 영치물의 금액은 하루에 5만 원 미만으로 품목별 수량도 제한이 있었다.


영치물은 주로 식품으로 구치소에서 식사 외에 지급 되는 식료품은 식수 외에는 일절 없기 때문에 영치물과 자비구매로 부족한 양과 영양분을 채우고 있었다.


한방의 재소자들의 형편에 따라 영치물이나 자비구매가 많은 ‘부자 방’과 최소한의 생필품도 부족한 ‘거지 방’도 있는 것이다.


구치소 자체에서 지급하는 생필품도 있으나 수량과 품목의 제한이 있어 대다수 재소자는 자비 또는 영치물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나이가 어린 젊은 층이 많은 방보다 성인들이 많은 방이 좀 더 나은 경제력 덕분에 물품공급이 원활하고 여우가 있고 남자가 속한 5방은 2층 전체에서 제일 부자 방에 속했다.


6명의 방원중 돼지 김진우만 일명 말하는 법무부의 자식이라 일컬어지는 ‘법자’ 이고 나머지 5명은 접견자들의 영치물과 자비구매로 물품공급이 원활하게 되는 편이었다.


박종찬은 회사 직원과 배우자가 일요일과 휴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빠짐없이 접견을 오고 방에서 필요한 영치물도 틈틈이 넣어주고 있었다.


영치물도 잘 들어오고 자비구매도 다른 사람보다 많이 구매하는 사람으로 방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환대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그렇기에 입실순서도 늦고 나이도 어리지만, 이방의 실질적인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5방의 유일한 골칫거리인 코골이 김진우에게도 비난보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개인물품까지 구매하여 주는 것을 보면 영혼이 따듯한 사람 같았다.


박종찬은 물품의 풍요보다 마음과 정신이 풍요로운 사람 같았다.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젊은 나이에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하면 교만하고 안하무인인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으로 오히려 겸손하고 타인을 배려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여기 구치소에서도 능력 있는 사람이 환대받고 존경을 받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여기가 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이런 사람을 볼 수 있다니. 한편으로는 구치소 생활이 기대되었다.




저녁은 아내와 친구가 넣어준 닭고기 훈제로 끼니를 때우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오전에 다녀간 아내의 모습이 눈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동안 보고 싶어 하던 아내의 얼굴이었는데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흔들리고 있었다.


집사람 아내를 보면 힘이 생길 것 같았는데 오히려 안정이 안 되고 불안하였다. 혼자만 숨겨왔던 비밀이 탄로 나고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떠돌이 인생처럼, 부평초 같은 사람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는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돌아오라 하였는데.


이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힘겹게 잠을 청하자 꿈속에서까지 아내가 찾아왔다.



날이 밝았다. 검찰에서 검사가 얘기한 기소 날짜였다.


기소했으면 공소장이 이곳으로 송달이 되리라.


남자의 현주소는 아내와 살고 있던 곳이 아니라 입소하면서부터 이곳 구치소가 남자의 현주소였다.


기소란 검사가 피고인에 대하여 조사한 범죄혐의를 재판을 통하여 처벌하여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하는 법률행위이고 그러한 범죄사실이 기재된 문서를 공소장이라 한다.


“형님 오늘인가요? 기소 날짜가요?”


“네”


“그럼 오늘이 화요일이니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늦어도 다음 주 초면 공소장이 오겠네요!”


이때 박종찬과 남자의 대화에 곱슬머리 나성진이 불쑥 끼어든다.


“아니 이번 주 중으로 옵니다!”


남자가 입실하기 전에는 최고령이었던 나성진은 마흔 살의 미혼으로 대학원까지 나온 학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구치소에는 지난 6월에 입소하여 6개월이 돼가고 있는 최고참이었다.


학교 졸업 후 유명 제약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본인이 직접 영업 딜러를 하며 사업을 하기도 하였으나 실패하여 많은 금전적 손실을 보고 난 후 조그만 회사에 취직하여 근무하던 중 회사의 조직적인 사기 행각에 연루되어 사기죄로 구속되어 현재 1년의 검사 구형을 받은 상태였다.


다소 유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다른 사람에게 크게 해를 입히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불쑥 끼어드는 버릇과 잘 씻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나름 대학원까지 나온 학력과 나이가 많은 점을 부각시켜 다른 재소자들과는 차별화하려는 행동이 공감을 얻지 못하여 방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심성은 선하지만 몇 가지 좋지 않은 습관과 버릇이 단체 생활에서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렇듯 보통 사회생활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작은 습관과 버릇이 24시간 함께 있는 공동생활인 구치소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공동생활의 특성으로 구성원 중 누군가 한두 사람의 외톨이와 생활에 잘 적응 못 하는 사람을 구성원들 각자 개개인들이 암묵적 합의하여 자신들과는 차별화시키면서 본인들은 상대적으로 우월감으로 정신적 위안으로 삼고, 차별화된 당사자는 보이지 않는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만드는 공동생활 단체생활의 특성으로 피해를 보고 있었다.


나성진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문제는 본인 당사자는 그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딱 잘라 말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으로 한 두 가지의 행동들이 원인이 되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어 정도가 심해지면 일명 말하는 집단 따돌림이 되는 것이다.


나성진 본인도 정신적으로는 뭔가 불만족스럽고 피로감을 느끼고는 있는 것 같았다.


안타까웠다. 남자는 나성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의 대화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성진은 이미 스스로 본인을 이들과 차별화시켜 말하고 있었다. ‘나는 너희들과는 다르다.’라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상대방은 ‘우리랑 다른 것이 무엇이냐? 잘나봐야 얼마나 잘 났냐!’라는 보이지 않는 배타적인 생각들과 반감심을 서로 느끼면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관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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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막내의 곤조 21.05.04 13 0 15쪽
20 그들의 집행유예의 조건과 국선변호사의 역활 21.05.03 10 0 8쪽
19 첫 재판 21.04.30 14 0 11쪽
18 패륜범의 고난 21.04.30 11 0 4쪽
17 보안과장과 까마귀 21.04.27 24 0 11쪽
16 이감온 신입2 21.04.26 12 0 17쪽
15 이감온 신입1 21.04.23 14 0 15쪽
» 범털의 위용 21.04.20 21 0 7쪽
13 아내의 면회 21.04.20 10 0 5쪽
12 본 방 입방과 코골이 21.04.19 19 0 39쪽
11 선택의 갈림길 21.04.16 15 0 7쪽
10 검시출정2 21.04.16 9 0 9쪽
9 검시출정 21.04.13 14 0 21쪽
8 신분탈락2 21.04.12 15 0 16쪽
7 신분탈락1 21.04.09 21 0 12쪽
6 유치장3 21.04.07 16 0 1쪽
5 유치장2 21.04.07 13 0 6쪽
4 유치장 21.04.06 15 0 11쪽
3 영장 21.04.03 52 0 10쪽
2 영장 21.04.02 5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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