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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명 님의 서재입니다.

형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도원명
작품등록일 :
2021.03.26 10:29
최근연재일 :
2021.05.04 09:3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20
추천수 :
1
글자수 :
105,085

작성
21.04.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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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유치장

10여 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한 50대 초반의 남자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수감 되어 겪는 수형 생활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로 재소자들이 수형 기간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통하여 그들의 삶을 재조명 해보면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생활하는 것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통이 따르는 지를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밝히고 있으며, 이와 함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글을 집필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교정의 목적인 교화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한 내용이 주된 내용입니다.




DUMMY

잠시 후 키는 작지만 다부진 몸매의 남자가 들어오고 뒤따라서 30대 초중반의 남자 2명이 검사실로 들어오면서


“안녕하십니까?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인사를 하고 들어왔다.


드디어 왔다.


남자는 일어서려고 했다.


발이, 두 다리가 흔들렸다.


‘후달리다’ 라는 말이 꼭 맞게 힘차게 일어서려 하였으나 다리가 떨렸다.


경찰서에서 나온 사복 경찰관인 형사가 뒤 호주머니로 손이 갔다, 앞으로 나오자 수갑이 딸려 나왔다.


‘저 수갑! 저 수갑! 저 수갑을 채우는 순간 이제는 자력으로는 여기서, 경찰서 유치장에서, 구치소에서, 교도소에서는 못 나갈 것이라는 사실이 빠르게 남자의 머릿속을 지나갔다.


마음은 수갑을 뿌리치고 싶었다.


도망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순순히 두 손을 내밀었다.


죄를 지은 것은 맞지만 화가 났다.


자기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남자는 아니 우리는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다.


그렇게 길들여져 왔다.


죄를 짓고 안 짓고를 떠나 아직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도 아니지만 경찰관에게, 공권력에 대들 수 없다는 것,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교육받아 왔다.


아직 까지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이 아니니 수갑 채우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을 것 같은데 몸과 손은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내밀어졌다.


TV 속이나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수갑이 지금 내 손목에 채워지려 하고 있는데 한번 물어나 보지도 못하고 따져나 보지도 못하고 순순히 손을 앞으로 내밀어 수갑을 채울 수 있게 하고 있었다.


차갑고 기분 나쁜 느낌의 수갑이 채워졌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눈물이 났다.


꼭 처음 동정을 잃어버렸을 때처럼 눈물이 났다.


형사 한 사람씩 옆에 붙어서 팔을 끼고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출구를 통과한 후 대기하고 있던 봉고 차량인 평소 가끔 보았던 경찰서 승합차에 올라탔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형사들의 말투부터 거칠어졌다.


입구를 지나자


“우측으로, 좌측으로”


하고 혀 짧은 소리로 뒤에 따라오면서 소몰이하듯 우리를 경찰서 내부 형사과로 몰고 갔다.


남자와 동료는 아니 이 승합차에 타는 그 누구도 진실과는 상관없이 검사실에서 수갑을 차고 나오는 순간부터는 피의자가 되어 형사들의 지시에 따르게 되어있었다.


1개월 전 검찰 수사를 받을 때부터였지만 앞으로 겪게 될 일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과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일들의 두려움과 걱정으로 온몸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남자와 동료는 경찰서 내의 조사실 부근 구석진 곳에 마련되어 있는 임시 보호시설 앞에 섰다.


구석진 벽을 이용한 4~5평 정도 되는 사각형 형태의 마룻바닥이 깔린 탁 트인 공간에 벽 옆면으로 긴 나무 의자가 놓여 있고 그 의자의 팔꿈치 높이 정도에 긴 철봉이 연결된 것이 전부인 시설로 주로 야간에 음주 만취자 들과 폭력행위 등으로 조사를 받기 전 임시로 구금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곳으로 여겨지는 장소 앞에 섰다.



“신발 벗고 올라가세요.”


작은 키의 팔자걸음의 형사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남자와 동료는 고분고분 구두를 벗고서 마루로 올라갔다.


의자에 앉으니 한쪽 손목의 수갑을 풀고 서는 주인 잃은 한쪽 수갑을 의자 위의 철봉에 채워 넣고는 팔자걸음으로 내려갔다.


‘저런 걸음으로도 형사 업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남자와는 별개의 문제였으나


‘약간 비대한 몸짓에 팔자걸음이라니! 여기가 외진 곳의 경찰서라서 그런가?’


남자는 자신의 처지와 전혀 무관한 형사의 상태에 대하여 주제넘은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쓴웃음이 나왔다.


강력계 형사들은 범죄단체 등 폭력배들을 상대하다 보니 외견상 반건달 같은 행세를 하는 형사들도 있다는데 저 형사가 그런가?


별생각이 다 들었다.



잠시 후 팔자걸음이 서류를 들고 다시 왔다.


철봉에 걸려 있는 수갑을 풀어 다시 두 손목에 채우고는 남자 일행을 앞세워 몰고 나갔다.


다음에 도착한 곳은 경찰서 내에 있는 유치장이었다


‘아 말로만 듣던 유치장이 바로 이런 곳이구나’



유치장은 출입구 앞을 등지고 중앙에 꼭 찜질방 마냥 안내 데스크가 설치되어 있고 그 정면과 좌우로 총 3개의 철창 방이 만들어져 있었다.


유치장 데스크 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찜질방 매표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듯 무리 지어 서 있었다.


가족끼리 한 무리 지어 와 있는 사람들, 철창 방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 한쪽 구석에서 포승줄을 묶고 있는 사람 등 찜질방 대목인 명절날처럼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잠시 순서를 기다리니 남자와 동료 차례가 왔다.


“한동수 씨!”


데스크 안에는 잎사귀 3개가 붙어있는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가 호명했다.


“한동수 씨,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불러보세요!”


남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확인 절차를 거치고 다시 동료인 이인호의 확인 절차를 거친 후에 팔자걸음의 형사가 내미는 서류에 잎사귀 3개의 남자가 사인하자 팔자걸음은 인수인계가 끝나 홀가분하다는 듯이 특유의 팔자걸음으로 빠르게 출구로 빠져나갔다.



“한동수 씨, 주머니 속에 있는 소지품을 다 꺼내 여기 올려놓으세요. 지갑도 꺼내시고 모조리 다 꺼내서 여기다 올려놓으세요!”


모든 소지품을 데스크 위에 올려놓자 소지품 중에 현금과 카드, 신분증, 귀중품을 누런 종이봉투에 집어넣고는 금액과 카드 수량, 귀중품 등을 일일이 확인 후 봉투와 서류에 직인을 찍고는 보관한다고 수거했다.


“다 하셨으면 탈의실로 가서 옷 갈아입고 오세요!”


다른 경찰관을 따라 데스크 뒤편으로 가서 속옷과 바지와 와이셔츠만 입고 나머지는 목욕탕 탈의실 옷 보관함에 넣듯이 넣고는 데스크로 나가자 두 사람을 각기 다른 철창 방 안으로 따로따로 들여보냈다.



철창 방안은 유치장의 임시 구금시설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안쪽에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철창 방안은 정말 찜질방처럼 바닥이 뜨듯하고 담요가 여기저기 놓여 있고 이미 먼저 들어와 있던 몇 사람이 한자리 씩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서 자는 사람, 배를 바닥에 깔고서는 앞 데스크 하단에 설치된 TV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찜질방 휴게실에서 보듯 편하게 보고 있는 사람, 졸고 있는 사람 등 여기가 경찰서 유치장인지 찜질방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방에서 냄새만 나지 않았으면 착각을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 유치장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영장이 발부되면 구치소로 이송될 터이고 영장이 기각되면 용꿈 꾸었다고 생각하고 잠시 못 올 곳 못 볼 곳을 경험하고 내 의지대로 가고 싶은 곳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화장실 쪽에 놓여 있는 담요를 가져와 다른 사람들처럼 빈 곳의 바닥에 담요를 깔고 앉았다.


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먼저 들어와 있던 사람들은 많게는 3일 전부터 적게는 당일 들어온 사람까지 다양했지만 3~4명은 벌써 2~3일씩은 된 듯하다.


반바지에 반팔 티를 입고서는 이미 서로 수인사를 나눈 사이처럼 형님 아우 하면서 잡담을 하고 있다가 남자가 담요를 가져가 자리를 깔고 앉자 한 번씩 쑥 흩어 보더니만 이내 눈길을 거두었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30대 정도이고 나머지는 20대로 그들은 남자와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서인지 자신들의 관심거리 대상이 안 된다는 듯 무시했다.


그중 제일 나이 많아 보이는 30대 중반의 뚱뚱한 남자가 대장인 양 무게를 잡고 말을 하고 있었다.



“야 형은 여기저기 다 가봤어!”


“어디를요?”


“의정부도 가보고 대전도 청송도 다 가봤어!”


20대 초반의 날렵하게 생긴 젊은 사람이 어디냐고 묻자 자칭 대장 아니 방장은 자신이 복역했던 교도소 이름과 경험을 자랑인 것처럼 을 퍼 대고 있었다.


교도소도 아니고 구치소도 아닌 유치장에서부터 벌써 자신의 전과 전력과 경험담을 얘기하며 그들로부터 방장으로 인정받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들은 유치장에 들어온 것이 마치 정해진 일정에 따라 군대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처럼 구치소나 교도소의 생활에 대하여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두려움이나 죄책감 따위의 감정은 보이지 않고 30대 방장의 경험담 얘기에 푹 빠져 있었다.


여기 유치장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들어올 줄 예견하기나 한 듯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서 그런지 표정들이 어둡지만은 않았다.


들어 온 지 오래된 사람들은 한 곳에서 며칠을 갇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잠시도 쉬지 않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표현 들은 하지 않았지만, 가만히 조용히 앉아 있으면 잡생각이 나고 불안한 마음을 가눌 길 없어 무언가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 하는 모양이니라.



“예전에는 교도소에서도 담배가 돌았어.”


“담배야 어떻게 들어오거나 다른 것으로 만들어 피운다 해도 불은 어떻게 붙여요?”


“그거야 쉽지!”


“어떻게 해요?”


“전기면도기와 컵라면만 있으면 되지.”


“그게 돼요?”


“그것뿐이 아니야!”


방장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긴장의 연속이었고 날씨도 늦가을이라 쌀쌀해졌는데 찜질방 같은 분위기에 바닥도 따듯하니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바지를 입고 와이셔츠를 입은 상태에서 담요를 깔고 누웠다.


철장 방 밖 데스크 뒤편의 벽면에 붙어 있는 시계는 4시를 지나고 있었다.


저녁 6시는 되어야 구속 여부 결정을 알 수 있다고 했으니 앞으로 2시간은 여기 유치장에 있어야 한다.


남자는 졸음이 몰려왔다.


지난 주말부터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대하여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금자탑을 쌓았다 헐어 버리기를 몇십 번 몇백 번을 하였음에도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기각될지 모르는 중요한 순간에도 졸음이 온다는 것이 놀라 왔다.


내가 원래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었나!


남자는 방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자기는 그들과는 무관한 전혀 다른 부류라고 자위해 본다.


당신들은 구치소에 가든지 하더라도 자신은 조금 있으면 영장이 기각되었다고 연락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될 것이라고 자위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왠지 마음이 무겁고 답답함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왠지 불안하고 자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점점 파고든다.


눈이 감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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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감온 신입2 21.04.26 11 0 17쪽
15 이감온 신입1 21.04.23 14 0 15쪽
14 범털의 위용 21.04.20 20 0 7쪽
13 아내의 면회 21.04.20 10 0 5쪽
12 본 방 입방과 코골이 21.04.19 17 0 39쪽
11 선택의 갈림길 21.04.16 15 0 7쪽
10 검시출정2 21.04.16 9 0 9쪽
9 검시출정 21.04.13 14 0 21쪽
8 신분탈락2 21.04.12 14 0 16쪽
7 신분탈락1 21.04.09 18 0 12쪽
6 유치장3 21.04.07 16 0 1쪽
5 유치장2 21.04.07 12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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