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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명 님의 서재입니다.

형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도원명
작품등록일 :
2021.03.26 10:29
최근연재일 :
2021.05.04 09:3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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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
글자수 :
105,085

작성
21.04.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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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영장

10여 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한 50대 초반의 남자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수감 되어 겪는 수형 생활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글로 재소자들이 수형 기간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통하여 그들의 삶을 재조명 해보면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생활하는 것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고 고통이 따르는 지를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밝히고 있으며, 이와 함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이글을 집필하였다. 또한, 더 나아가 교정의 목적인 교화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한 내용이 주된 내용입니다.




DUMMY

남자와 이인호는 중국집에서 배달해온 점심을 먹고 난 후 원래 조사받던 515호실로 불려 들어가 조사받던 수사관 책상 앞에 나란히 놓인 철제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었다.


잠시 후 담당 검사인 이풍진 검사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들어왔다.


“어이 안녕들 하신가요? 그래 점심은 잘 드셨나요?”


하면서 너스레를 떨며 웃으며 다가왔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꾸벅하였다.


이풍진 검사는 인사를 받으며


“아마 영장 신청한 것 발부될 겁니다.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니, 마음 편히 잡수시고 계세요!”


위 저고리를 벗으면서 말을 하였다.


바로 그때 남자와 함께 앉아 있던 동료 이인호가


“검사님 특별히 잘 좀 부탁드립니다. 선처해 주십시오!”


하며 머리를 조아리자


“오랜 기간은 아닐 겁니다. 여러분들은 먼저 분들 만큼은 아니고 좀 적게 나올 겁니다. 조사에 협조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같아야 하겠습니까. 얼마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먼저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대충 답은 나올 겁니다.”


하면서 구속 기간을 넌지시 암시하였다.


이미 이 사건과 동일한 변호사법 위반으로 먼저 조사를 받고 형을 선고받아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들이 몇 사람 있고 그 사람들을 조사하다 보니 남자와 동료도 함께 모두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조사를 받는 상황으로 이풍진 검사는 이미 선고까지 받은 사람들을 빗대어 말을 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여러분 주변에 여러분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없나요?”


“여러분들만 처벌받으면 억울하지 않나요?”


하며 동종업의 같은 일을 하는 사무장들을 제보하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이풍진 검사의 말을 들으면서 두 사람의 표정이 변하였다.


먼저 조사받은 사람 중에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과거같이 근무하였던 사람들과 사무실 관계자들의 명단을 주고 반대급부로 그에 상응하는 형량을 적게 받았다는 떠도는 말들을 들었던 것이 불쑥 떠올랐다.


물론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남자는 이틀 전 변호사 선임 문제로 상의를 하였던 다른 후배 사무장이 하던 말도 떠올랐다.


“형님 잘될 겁니다. 왜 그런지는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고 영장이 기각되면 바로 연락하세요. 그때 사유를 말씀드릴게요.”


지금 변호사를 선임하게 된 것이 천운이라고 자신만만에 하였던 후배 사무장의 말을 떠올리며, 만약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 이풍진 검사는 아마도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로 상당한 충격과 자존심이 상해 오히려 더 독하게 덤벼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그렇다고 영장이 발부되면 어쩌나 하는 이중적인 생각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영장이 기각된다고 하여도 순순히 물러설 이풍진 검사가 아닐 것이고 영장 재청구를 위해서 더욱더 파헤치고 허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독하게 나오리라는 것은 그간의 조사를 받아본 경험으로 볼 때 불을 보듯 뻔하였다.


그동안 조사받던 지난 일들을 생각하니 차라리 빨리 결정을 받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조사 기간 내내 상당한 심적 압박을 받아 왔다.


조사를 받으면서 물리적인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조사나 인격 모독 같은 일들을 겪지는 않았으나 조사 기간 내내 날카로운 시선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흩어 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프고 여린 곳만을 찾아 찔러대는 듯한 날 선 비수 같은 눈초리로 끝없이 파헤치던 수사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래서 왜 검찰 조사가 무서운지 왜 심적 부담 때문에 극단의 선택을 하는 피의자가 나오는지를 이해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참기 힘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수사관의 동정 어린 시선과 냉소적인 이중적인 시선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습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일을 했었어야 합니까! 이것이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라고 동정의 눈길과 소리 없는 조소를 날리는 뜻한 느낌과 시선에 자격지심이 더해 조사 과정 내내 심적 부담감이 상당했다.


자괴감을 감내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그럼 차라리 영장이 발부되면 어떨까!’


‘이풍진 검사 말대로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매도 빨리 맞는 것이 낮 다는데 하루라도 빨리 법적 절차를 밟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자는 동료인 이인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인호의 눈빛도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도 남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 싸움은 우리가 패한 싸움이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미 많은 사건과 많은 사람을 상대해본 이풍진 검사의 노련함과 입담에 두 남자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남자는 검사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사실 조사받는 동안 검사를 제대로 쳐다본 적이 없었다.


이제 30대 중후반 정도의 나이로 특수부 검사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출중하다는 방증이리라,


작지 않은 키에 미끈한 몸매와 스마트한 얼굴에 하관이 빠르고 약간 건방진 듯한 느낌을 풍기는 사람으로 전형적인 두뇌가 발달한 사람으로 보였다.


나이와 인생 경험은 두 남자가 훨씬 많았지만 이번 사건의 진행 과정은 싸움이 되지를 않았다.


이런 종류의 승부에는 상대가 되지를 않았다. 단순한 경험 차이일까, 아니면 이런 곳에 불려오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되는 것일까. 조사를 처음 받아 봐서 그런 것인가!


남자는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확고부동한 자신감의 검사를 보면서 시간이 지나갈수록 느끼고 있었다.



남자에게 있어서 이 사건은 1개월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9월 말경 오후에 남자의 핸드폰으로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히며 전화벨이 울렸다. 예감이 이상했다. 좀 전 오전에 동료 이인호에게 전화를 받았었다.


이틀 전 검찰청에서 조사할 것이 있다고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고 어제 출석하여 오후 9시까지 조사를 받고 나왔다는 전화를 아침에 받았었다.


염려했던 조사가 드디어 시작되었나 보다, 우리 사무장들은 조사에서 제외되기를 그렇게도 원했건만 검찰의 칼날을 피해 갈 수는 없었나 보다.


남자는 예감이 이상했지만,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거기 한동수 씨 핸드폰 아닙니까?”


전화 속 상대방이 30대 남자의 목소리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검찰청 515호실 김기찬 수사관입니다. 한동수 씨 맞으시지요?”


전화 속의 상대방 남자는 재차 확인 후


“박수동 씨 구속된 것 알고 계시지요?”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한동수 씨도 변호사법 위반인 것 인정하십니까?”


“아니요.”


“네? 아니요?”


남자가 본인은 변호사법 위반은 아니라고 부인하자 수사관이라고 밝힌 남자의 목소리 톤이 격앙되게 바뀌며 소리도 커졌다.


“한동수 씨 왜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불법적인 일을 한 사실이 없고 수임료도 변호사 계좌로 입금받았습니다.”


남자가 천천히 목소리를 낮추면서 부인하자 대뜸


“상담 안 하였습니까? 신청서 안 섰습니까?”


하고 더 큰 소리로 재차 반문하면서 윽박질렀다.


“변호사 자격증 있습니까? 자격증 없는 사람이 법률상담 해도 됩니까?”


하며 몰아붙였다.


남자는 할 말이 없었다.



관행상 법률사무소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들이 일반인들의 전화 상담이나 일부 방문상담도 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관행으로 행하여졌고 일부 신청서 작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으나 법률적으로 보면 위법이고 남자와 이인호도 그런 것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계속되는 수사관의 질문에 남자는 위반 혐의에 대하여 인정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담당 수사관은 3일 후에 본인과 연관된 관련 서류를 정리하여 505호 실로 조사받으러, 출석하라고 통보를 하면서 수사가 진행되었다.


이렇게 약 1개월간 진행된 조사의 끝마무리로 오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남자와 이인호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응하기로 하고 오늘 아침에 이곳 법원에서 변호사를 만나 간단하게 진행 상황에 대한 말을 듣고 두 사람만 바로 옆 건물인 검찰청 검사실로 올라가 수사관들과 함께 법원으로 이동을 하였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남자와 이인호는 구치소 동기가 될 처지에 놓인 현실이 이제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이번 사건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한 지금의 상황처럼 설마, 설마 하면서 우리네 인생사가 이렇듯 조금씩 변해가도 모르고 살고는 있지 않았을까!


현실을 망각한 체 타성에 젖어 앞가림하기 바빠서 모든 것을 모르는 채, 아니 외면한 채 살아왔던 것은 아닌가!



이제 조금 있으면 검찰청 인근에 있는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올 것이고 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되어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시간까지 유치장 신세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은 ‘피가 마르듯 하다.’라는 말을 실감했다.


바로 조금 전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내 의지대로 거리를 활보하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었지만 불과 몇 시간이 지난 지금은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허락을 받고 감시하에 볼일을 보는 처지가 된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현실은 냉정하지만, 법은 더욱더 냉정하다고 평소에 스스로 자주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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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감온 신입1 21.04.23 14 0 15쪽
14 범털의 위용 21.04.20 20 0 7쪽
13 아내의 면회 21.04.20 10 0 5쪽
12 본 방 입방과 코골이 21.04.19 17 0 39쪽
11 선택의 갈림길 21.04.16 15 0 7쪽
10 검시출정2 21.04.16 9 0 9쪽
9 검시출정 21.04.13 14 0 21쪽
8 신분탈락2 21.04.12 14 0 16쪽
7 신분탈락1 21.04.09 18 0 12쪽
6 유치장3 21.04.07 16 0 1쪽
5 유치장2 21.04.07 12 0 6쪽
4 유치장 21.04.06 13 0 11쪽
» 영장 21.04.03 52 0 10쪽
2 영장 21.04.02 5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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