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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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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0.05.26 11:05
최근연재일 :
2022.01.06 18:53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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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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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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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14화. 신경전

DUMMY

그렇게 통과한 랑트는 뒷편에 모여있는 무리 사이,


빈 곳을 찾아 앉았다.


두런 두런 얘기들을 하기 시작해는데 귓동냥하며 들어보니


함께 통과한 동기들이었다. 대개는 서로 알고 있고 있기에


수다를 떨거나 가벼운 장난을 치곤했다. 사실 갑작스레 들


어온 편인 랑트는 당연히 아직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적적하구만.."


중얼거린 랑트는 확 트인 초원과 같이 넓디넓은 운동장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하늘이 청명해서 햇빛이 내리쬐었고,


풀빛이 선명해지다 못해 이따금 반짝였다. 아무래도 새벽에


생긴 이슬이 살짝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바람은 설렁설렁


불어서 선선했다.



"어?"


반대 방향의 오른쪽 귀퉁이에 일련의 무리가 들어서는


게 보였다.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생도..


그것도 마법사 생도들 같았다.


‘흠.. 그럼 저쪽에서 수련을 하는건가?’


“오.. 신기하다.."


수근수근. 다른 애들도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이 몇몇 있는


모양이었다.


진짜 마법을 볼 수 있는건가. 기대가 된다. 주변에서 마법을


보는 건 거의 처음에 가까웠다. 고향에서 마법사들을 보지


않았냐고? 천만의 말씀. 우리 마을의 마법사님은 대개..



'쿨쿨 졸다가 누가 오면 뭔가 끄적여서 주거나 아니면 밥 먹으러 가곤 했지.'


간혹 텔레포트를 시켜주곤 했지만 그 경우는 외부인 출입


금지! 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푯말을 문 앞에 걸어놓고는 꼭


꼭 문을 잠가놓고 누구든 일절 받아들이지 않곤 했다. 덕분


에 랑트가 꼬마인 시절도, 또 최근까지도 한번도 누가 주변


에서 마법을 시연하는 걸 구경한 적이 없는 것이다.



'뭔가 엄청난 걸 하지 않을까? 파이어월 같은 거 막 세우


나? 아, 그렇지. 초보자니까.. 그러면 파이어볼이라도? 어?


그러면 여기 타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교수님들도 있는


데 다 안전한 거겠지.'


설마, 하고 머리를 긁적이는 랑트였다.


‘와.. 근데 진짜 기대된다. 뭘 하려나?'


괜한 걱정도 슬며시 들면서 긴장이 되기 시작한 랑트였다.


그는 땀이 생기기 시작한 손을 꽉 쥐었다.



마법 교수로 보이는 어른이 뭐라 뭐라 설명하고 (너무 멀어


서 도저히 들을 수만 없었다. 입을 벙긋벙긋하는 것만 알


수 있었을 뿐이다.) 막대기같은 걸로 앞을 내밀자 조교수로


보이는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나와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응?"


나무처럼 보였지만 말뚝.. 아니 헝겊을 씌운..


아니! 허수아비잖아??


어..어째서??



마법교수가 뭐라뭐라 설명 후 막대기를 뻗고는, 여러번 애


들을 상대로 소리치고 나자 가장 앞의 열에 있던 애들이


쭈뼛쭈뼛하면서 허수아비 앞에 일제히 섰다.



그렇다. 저 멀찍이 보이는 국립 황실 기사/마법학교의 마법


생도들은 눈물을 머금으며 흰장갑을 낀 주먹으로 튼튼한


허수아비를 패고 있었다.


랑트는 긴장이 쫘악 풀리면서 허무함을 느꼈다.


"아..하하..하.. "


허허허허. 나름 기대를 쬐끔 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황실이 관여하는 국립교육시설


에서는,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해 무조건 법사들도


apprentice, 즉 아직 미숙한 단계의 생도시절에는 반드시


기초체력훈련을 받아야한다고 했다. 일례로 예전에 한 귀족


가문의 마법생도가 자신은 도저히 그런 훈련을 못 받는다


고 까불다가 PT체조만 2주내내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기초체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황실을 수호하는 법사


들이 끽하면 온갖 잔병으로 드러눕거나 죽는 경우가 생기


곤 했기 때문에, 위기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미리부터 기초


체력을 강조한다고 한다. 에드몬드의 말로는 어차피 마법


기초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마법 연산이나 실행방법등을


가르쳐봐야 큰 의미가 없다고.. 따라서 기초단계에서는 마법


수업이라고 해봐야 그저 마나를 끌어모으는 수행법을 알려


주고 기초 이론/역사/개론등을 알려주는데 그친다. 나중에


단계가 좀 올라가면 그때서는 안전망이 구비된 실내에서


마법실행 위주로 배운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구경을 하면서 딴 생각을 좀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어이!! 어이!!!'


"야야 부르시는데"


옆의 아이가 쿡쿡 찔러서 정신을 차려보니 검술교수가 앞


에 화난 얼굴로 서있고 다들 허수아비 베기를 마치고 4열


종대로 앉아있었다.


그리고 검술교수가 손가락으로 나를 지목하고 있었다.


"아..하하..네!!"


"랑트라고 했나? 지금 설마 이 네이몬 팍팍님께서 제국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딴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


"네?"


"네에~~??"


"아.. 네(아차!) 아뇨 그게 아니라.."


"호, 그럼 답변을 해보거라. 황력 125년에 엘리우스 세제르


를 칼로 찌른 자가 누구냐??"


"어.. 브.."


뭐더라. 사실 어릴 적 일만 많이 해서 잘..


촌장이 노인분들이랑 장기를 두면서 옛날 얘기를 하곤 할


때마다 어설프게 들었던 것 같은데..


"브..부러터스?"


"그래, 브리투스다!!"


옆의 애들이 킥킥하고 웃었지만 다행히 잘(?) 알아들은


듯 싶다.


"뭐, 그 정도는 흔한 상식이니까. 그렇다면 이것도 대답해


보거라. 엘리우스 세제의 피가 어디에 흩뿌려졌지?"


"어.. 그.. 길바닥?"


"이 녀석!! 역시 딴짓하고 있었구만!! 아주 떡잎부터


그른 녀석!!"


검술교관이 불같이 화를 냈다.


아니 근데 딴 생각 한번 했다고 떡잎이 글렀다니..


너무하시네. 험험.


"다들 황실 기사단이 되고 싶으면 바짝 정신 차리고 수업에


매진하길 바란다!! 나약한 정신머리로는 기사는 커녕 아무


것도 못해!!"


큭..


왁자지껄하고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다들 그만하고 한번 다른 녀석이 대답해보거라. 제대로


수업을 듣는 녀석이 아무도 없느냐?"


그러자 한 소년이 손을 들었다.


"계단입니다. 엘리우스 세제르는 계단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채로 죽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입가가 올라간게.. 웃고 있는..건가?


피식.


피식? 저자식..


"그렇지! 정답이다. 다들 정신차리도록. 저런 녀석처럼 딴


생각하다가는 수업에서 금방 뒤쳐지기 마련이다. 첫날이니


까 따라가기 쉽지, 한두번 반복하다보면 결국 그게 실력차


가 되는 것이다. 알겠느냐? 대답해라!!"


운동장에 네!!! 하는 소리가 우렁차게 퍼졌다.




크윽.. 젠장!


수업 후.


대리석 바닥길에 옆의 운동장에서 굴러들어온 돌덩이를


발로 찼다.


까앙. 뎅구르르.


하.. 첫날부터 찍혔다. 그것도 교관한테!! 검술을 가르쳐주는


교관한테!!


머리를 짚었다. 벌써부터 두통이 밀려오는 듯 했다.


진짜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신이 있다면 내가 가는데마다 훼방을 놓고 일을 망치는


이유가 뭔가 욕을 해보고 싶었다. 솔직히 근데 막상


앞에 설 자신은 없다.


막상 생각해보면 내 잘못이니까.


"그치만 왜 하필 나냐고!!"


그러니까.. 왜 나만 걸리냐고. 왜 내 앞에서만..


칫..



머리를 감싸쥐다가 다시 겨우 안정을 찾고 걸어가는데


몇명의 생도들이 내 앞으로 걸어왔다. 껄렁껄렁해보이는


녀석들이었다. 한 놈은 울룩불룩 근육질인 녀석, 한 놈은


뺀질뺀질해보이는 녀석, 다른 녀석은 말랐지만 불량해보이


는 인상이었다.



그 중 뺀질뺀질해보이는 녀석이 무리에서 앞으로 나와


내게 말을 걸었다.


"어이~ 네 녀석이 데르푸어 녀석을 때렸던 녀석이라면서?


그 머저리 녀석을."


"... "


나도 일단 멈춰섰다.


"호오, 그렇게 긴장할 것 없다고~ 비록 천민 출신이라고 해


도 설마, 내가 초면에 뭔가를 할 만큼 형편없는 사람은 아


니니까."


녀석이 재수없는 미소를 씩 지으며 다가와서 내 어깨에 손


을 올려놓았다.


"... 원하는 게 뭐지. 그리고 누구냐."


"크크. 내 이름은 제럴드."


녀석이 다른 녀석들에게 손짓했다.


"이 분은 외교대신 데릴님의 아드님이시다."


"밖이었으면 감히 네 놈 따위가 쳐다보지도 못할 분이시지.


크크크"


근육질 녀석과 마르고 입술이 튀어나온 녀석이 각기


대답했다.


"그리고 원하는 건..."


녀석이 다시 돌더니 오른 손을 내 볼에 대더니, 탁탁 뺨을


치면서 내뱉었다.


"너, 내 쫄따구가 돼라."


"...싫은데."


손을 분질러버릴라..


손을 뻗어서 녀석의 손을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관절로 꺾..


"이.. 이자식!!"


"네놈!!"


녀석과 그 무리가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달려들었다.


음.. 근데 진짜 학교에서 격투를 벌여도 되나?


망설이는 찰나.


"네놈들!! 뭐하는 짓이냐!! 감히 신성한 학교에서 싸움을


벌이려해?? 이 네이몬 팍팍님이 계신한 용납할 수 없다!!"


"칫! 하필이면 검술교관이 아직!"


"운 좋은 줄 알아라!!"


"다음엔 얄짤없다!!"


녀석이 황급히 몸을 틀며 벗어나며 달렸고 그 무리들도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


헐레벌떡 우당탕탕 달리는 녀석들.


그 꼴이 멍청해보이고 우스워서 나는 달리려다가 그냥


멈춰있었다.


신사는 뛰지 않는다는 얘기도 문득 생각이 났다.



비록 검술 교관한테 붙들려 잔소리를 한 동안 들어야하긴


했지만..


쳇. 신사의 길은 힘들다..



=======================================


아무튼 다사다난했던(?)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마주친 것은..


" 응? 아, 랑트.. 다녀왔어? (푸칵) 크허어퉑컭ㅇㅁㅎㅁ댳ㅌ"


침대에 널부러져서 인사하는 에드몬드였다.


간만에 하는 운동에 기진맥진하여 녹초가 된 것이다.


주변에 옷 가지가 온통 엉망으로 널려있었다.


'.. 많이 힘들었나 보네..'


괜히 안쓰러워지는 랑트였다.


잠시 옷이랑 짐정리를 한 뒤, 샤워할 물품을 챙기는 랑트.


" 음.. 일단 나 먼저 샤워실 쓰고 있는다? 괜찮지?"


여전히 뻗어있는 에드몬드에게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얼굴을 침대 바닥을 향해 문대고 있는 에드몬드의 상태로


봐서는 대답할 기력도 없어보였다. 그런데,


벌떡!


"샤워실??"


눈을 번뜩이더니 신속하게 고개를 꺾는 에드몬드.


"어...어;; 왜 그래?"


랑트는 당황한 채로 대답했다.


"샤워실 말고.. 그 목욕탕 가자!! 어차피 처음일 거 아냐."


"목.. 목욕탕??"


목욕탕이 있다고? 생도학교에??



잠시후.


"와.. 진짜 황실은 돈이 많구나.."


목욕물품을 왼손에, 가운을 오른손에 걸친 채 목욕탕으로


가는 통로를 에드몬드와 랑트가 걸어갔다.


말이 목욕탕이지, 입구부터 거의 신전에 가까운 규모였다.


사이 사이에 호화스럽고 정교한 조각상들이 세워져있었는


데, 유명한 예술가들을 불러 특별제작을 한 것 같았다. 기둥


들도 그냥 세운 게 아니라 라인을 타고 정교하게 세공이


되어있었다.


"뭐, 점차 보다보면 익숙해지더라고."


에드몬드가 대수롭지 않은 듯 앞만 바라보며 대답했다.


"뭐 그렇긴 하겠지만.."


믿기지 않는 듯 주변을 돌아보는 랑트였다.


랑트가 마을에서 살 때는 이 정도의 화려한 목욕탕은


듣도보도 못했다.


그냥 마을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노후되고 퀘퀘한 곳이라


는 것이 마을의 평균적인 인식이었다.



랑트와 에드몬드는 각자 락카에 옷가지와 목욕가운등을 넣


고 입실한 뒤 한 가운데에 있는 탕에 들어갔다. 수업을 마


친 생도들이 많이 온 듯 사람들이 꽤 붐볐다. 온탕이었다.


랑트는 온몸이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 시원하다 ㅎㅎ"


"그러게.. 아 오늘 운동하다가 결린 것 같은 부분도 조금


풀리는 것 같네."


에드몬드가 대답했다.


"운동? 그거 아픈 근육 계속 써야 근육이 늘어~"


"어? 그런거야??"


"봐바, 알통."


랑트가 자랑했다.


에드몬드가 우와~하면서 갑자기 존경심이 +1 올라간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 때, 탕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어~ 폭풍의 전입생, 신참 아냐?"


"어? 선배님."


켄타였다.


"크크. 어때? 지낼만한 것 같아? 여기 화려하지?"


"아.. 네.. 솔직히 황립 생도학교라지만 목욕탕까지 있을 줄


은 몰랐어요. 이렇게 크고 넓은 건축물을.. 대체 어떻게 만


들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아, 그거? "


켄타가 킥킥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귓속말을 하는 시늉을 하고는,


"그거 다~ 우리 생도들, 즉!! 너희들 선배님들이 만든 거야"


"네에??"


충격적인 얘기를 늘어놓았다.


"어허~ 안 믿는 눈친데? 알렉스 내 말이 맞지?"


"어, 뭐어, 그건 그렇지. "


알렉스가 대꾸했다.


"에이~ 설마.. "


에드몬드가 말도 안 된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니 뭐~ 평생 속고만 살았나"


어깨를 으쓱하면서 탕의 반대쪽으로 걸어가는 켄타였다.


"진..진짜일까 랑트?"


"음.. 에.....에이 설마! 저걸 생도들이 만들었겠어?"


"그.. 그렇지? 이정도 규모면 대리석이 몇개야.. 농담한


거겠지?"


"그.. 그러겠지..?"


이정도 큰 규모의 건물을 만든다고? 벽도 날라? 황실에서


그런 걸 생도한테 시켜?


그.. 그럴리가 없다.


그럼 아까 기둥사이에 놓여있던 화려하게 조각상들은


뭐야?


그런 것도 우리 생도들이 만들수가 있다고?


말도 안 되지. 암. 아--티스트가 만들어야 가능한 거라고


저 정도는..


둘의 머리에선 식은 땀이 삐질삐질 나고 있었다.


그것이 비단 온탕의 열기 때문에 생겼던 것은 아닌 것


같지만..


=======================================


한편, 황실 대집정전.


큰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뭬야!!!!!!!!!"


황제가 울분을 터트리다 못해 들고 있는 문서를 땅바닥에


집어던졌다.


아무리 고급 두루마리로 감싸여있다지만 양 끝에 황동 고


정대가 있으니 모르긴 몰라도 사람 머리에 맞는다면 아플


것이다.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대신 라프레이아스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내가!! 고정하게 생겼나!!"


황제의 일갈이 집정전의 사방에 울려퍼졌다.


대신들이 벌벌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


다들 이마에 땀방울이 고여있었다.


"에클레어!"


"네, 전하."


후작 에클레어가 침을 삼키고는 침착하게 황제의 언급에


응했다.


"이 황도에서 우선시되는 규칙이 무엇이지?"


"그것은 바로 황제가 관할하는 곳.."


"말고!!"


"..화..황제의.. 실권하에 있으므로 어떤 대신도 사사로이


병력을 운용할 수 없다.."


"그래!!"


황제가 열이 뻗치는 듯 옥좌에서 일어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누구나 아는 사실!! 그걸 어긴다는 것은 감히 이 짐의


목줄을 틀어잡고자 한다는 것!!"


"저..전하.. 천부당 만부당하옵니다.. 그것은 억측.. "


두 손이 묶인 채 끌려와있는 거구의 사내.


그렇다. 일전에 랑트와 물의를 일으킨 사내이자, 도심에서


사람들의 뺨을 때리도록 시키던 퉁퉁이 도련님의 아버지.


페르크 아르피델 남작.


한 때 차기 기사단장의 후보로 불리우던 남자.


그 자가 철저히 결박되어서 어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억측..? "


“하하하하하하하!!"


황제는 눈을 시퍼렇게 뜬 채로 눈자가 충혈된 상태로


큰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따라 웃는 자가 없었다.


광소에 가까웠다.


황제가 계단을 내려와 한 손으로 페르크의 목을 틀어


쥐었다.


"큭!"


"네 놈이 억측을 입에 담아?"


"그 사건이 뜻하는 바는!! 이 황제의 눈이 미치는 곳에


감히 힘을 쓰고 있는 것도 모자라, 짐의 백성을 네 놈


사사로이 건드렸다는 것이 아니냐?"


"전하.. 저..저는 그저 제 가문의 명예를 위해.. 컯!"


"이...이...네놈의 가문 따위는 중요치 않다!!"


황제가 목 뼈를 한손으로 쪼개버릴 양인듯 강하게 틀어


쥐었다.


페르크가 고통스러운 듯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놈의 가문 따위를 지키기 위해.. 이 황실을 감히 능멸해?


네놈이??"


" ㅈ.. 전하.."


"닥쳐라!!"


바닥에 페르크가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머리부터 바닥에 부딪혔다.


황제 에르시켈레우스2세.


안 그래도 그는 최근 들어 황권의 쇠약함에 대해


근심걱정을 하던 상황이었다.



특히 전후의 수습을 위해 여러 계약을 치르느라 이전의


강대했던 황권이 점차 약해져왔으며 지금도 뒤를 노리는


세력들이 서서히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구실만 잡히면 누구든지 한번 쓸어버리려던 찰나,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건이 하나 터진 것이다.



"여봐라!! 이 놈의 가문을 멸문시키고 이 녀석을 당장


광장으로 끌고가 참수해버려라!!"


"옙!!"


기사들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어 그를 끌고갔다.


페르크의 죄는 명백했다. 황제의 분노 앞에서 그가 구원


받을 길은 없었다.


"놔...놔라!! 이놈들아!! 나..나를 놓아라! 이 미천한 것들이


나를!!”


“...”


“이봐요 바르키스! 날 좀 살려주시오!!”


“...”


“테,테, 테르미스 후작!! 내가 잘못했소 나를 제발!!"


“....”


"녀석들아... 내가 돈을 주마. 평생을 살 수 있는 돈을!!"


“.....”


"우리..우리 가문은 그렇다치자!! 병력도 없어도 돼!! 내..


나만 보내주시오!!"


페르크는 끌려나가면서 계속 발버둥쳤다.


그러나 그를 비호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황실에는 비정한 냉기만 남아있었다.



==================================


"하.."


아르미스가 고개를 들었다.


대 집정점 건물 밖의 하늘이 청명한 가운데 뭉게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황제 폐하가 행렬을 이끌고 나가신 후 어전을 나오는


아르미스와 키리얀이었다.



"날이 참 좋군. 그렇지 않나 키리얀?"


"그렇네요. 범죄자가 죽기 딱 좋은 날씨지요."


키리얀이 마찬가지로 하늘을 응시한 채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



아르미스가 살짝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하. 역시 자네는 내가 고른 사람이야. 역시 훌륭해."


"헤아려줘서 감사합니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들에게 다가오는 인원들이


있었다.


"아르미스 백작. 네 녀석의 수작이냐?"


바르키스 후작과 그 일당들이었다.


"네? 무슨 소리신지?"


아르미스가 '알테면 알아보던가'하는 표정을 지으며 천연덕


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는 척하지마. 네녀석의 짓이란 걸 내가 못 꿰뚫어


볼 것 같나?"


"허허.. 무슨 말씀이신지 도통 모르겠네요. "


"능청떨기는.. 아르피델 하나 정도로는 끄덕없다. 네 놈의


명은 아직까지는 내 손에 달려있다는 거 잊지 말아라."


"와하.."


아르미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이런,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 너무 무서워서 그만.


오, 이거 설마 눈가에 눈물이 나는 건가?"


중지로 눈가를 닦으며 아르미스가 대답했다.


"재수없는 자식.. 사내 자식이 쓸데없는 행동을"


바르키스가 으르렁거렸다.


"그런데, 대체 무슨 까닭으로 저를 지목을 하시는 거죠?"


"?!"


아르미스가 바르키스에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섬찟한 느낌을 받는 바르키스였다.


"우리가 손을 썼다니, 무슨 수로 그런 걸 할 수 있겠습


니까? 그쪽의 수하 아니였나요? 아르피델은.. "


"이.. 이 녀석!! 무슨 소리.. 헛소리하지 마라!!


"호오~"


아쉬운 듯 아르미스가 입맛을 다셨다.


"그것 참. 모반죄로 같이 주인과 종을 사이좋게 보내버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오.."


"흠, 흠!"


바르키스가 기침을 하더니 냉정과 평정을 되찾았다.


"얕은 수를 써봐야 상관없다. 네놈의 수는 뻔하고.. 어쨌거


나 모든 실권은 나한테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


"흐음~ 그럴까요?"


"연기를 하며 허세를 부려봐야,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바르키스는 냉기를 쏟아내며 말했다.


"어쨌거나, 후회하게 될 거다."


휙 돌아서며 한 마디를 남기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바르


키스였다.


바르키스와 그 일당이 서서히 멀어져갔다.



바르키스 일당이 멀어지는 걸 확인하자, 아르미스가 양 팔


을 펼치며 기지개를 폈다.


"호~ 가슴이 다 떨리네요오.."


"... 대관절 그 요오체는 대체 뭡니까?"


"아 이거? 제가 얼마전에 아주 높으신 분께 뭔가를 배웠지


요오.."


"그 말투, 뭔가 저까지 열받네요."


"하하!!"


"그나저나, 바르키스 후작.. 역시 만만한 사람은 아니군요."


"그렇죠. 아직은.."



잠시 창백해진 얼굴의 키리얀과 표정이 약간 굳었던


아르미스였다.


하지만 둘 다 다시 마주보고는 옅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다 잘 될 거에요. 계획대로 되가고 있으니까요."


"..맞아요. 모든 것은 다.."


하늘이 푸르다 못해 투명하게 맑았다.


대집정전 중앙 현관 앞에 서있는 그들.


시원한 바람이 그 둘을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다.


청록빛 나뭇잎들이 계단을 스르륵 쓸고 지나가곤 했다.


제국의 미래는 건실할 것이었다.


아직은 흔들리지만, 앞으로는.


반드시 그렇게 만들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아르미스는 브로치를 매만지며 자신의 다짐을 되새겼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추천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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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류나크 연대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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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8화. 황실에 뻗치는 마수. 22.01.06 18 0 6쪽
19 17화. 마혈 21.12.30 20 0 12쪽
18 16화. 델리칸토르 앙바셰 21.12.29 25 0 16쪽
17 15화. 검술 대련 21.08.05 27 0 15쪽
» 14화. 신경전 21.03.13 70 0 21쪽
15 캐릭터 프로필 01 21.02.01 26 0 1쪽
14 13화. 수업 20.08.17 42 0 11쪽
13 12화. 전투 20.08.02 31 0 21쪽
12 11화. 페르크..? +2 20.07.21 44 1 12쪽
11 10화. 기사단의 첫 인상 +2 20.07.18 46 1 11쪽
10 9화. 카리얀과의 조우 20.07.07 55 0 14쪽
9 8화. 오후의 산책 20.06.06 30 0 13쪽
8 7화. 멧돼지와의 조우 20.05.30 38 0 11쪽
7 6화. 잔향의 숲? 20.05.30 48 0 12쪽
6 5화. 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 +2 20.05.30 46 1 11쪽
5 4화. 빵집 사건 20.05.29 35 1 12쪽
4 3화. 기사단과의 조우 +2 20.05.28 48 1 15쪽
3 2화. 고블린의 습격 20.05.28 55 1 12쪽
2 1화, 랑트의 죽음 +1 20.05.26 113 3 5쪽
1 프롤로그 +6 20.05.26 121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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