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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브류나크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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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0.05.26 11:05
최근연재일 :
2022.01.06 18:5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864
추천수 :
10
글자수 :
104,697

작성
20.05.3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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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멧돼지와의 조우

DUMMY

그렇다. 어떻게든 현자로 불리는 사람을 만날 수만 있다면,


상담이 실제 도움이 되는지 아는 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쩌면 황제에게 나의 누명, 나의 상황이 한번이라도 귀에


들어가면, 그때 구원이나 선처를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숲에서 지내면서 그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 더이상 시간이 없네. 뛰겠나.”


“예에!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나서 손을 짧게 흔드는 것을 끝으로,


뒤를 돌아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황도까지 와서, 기사도 못 되보고 이대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이 현자를 어떻게든 찾아내는 것 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헥.. 헥..


"이게 맞아? 헉헉.."



벌써 3시간 째.


아, 숲에 들어간 지는 48시간하고도 3시간이 더 지난 시점.


한 숨도 못 자고 아무것도 못 먹고 일단 정처없이


헤메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현자는 커녕 사람 코빼기도 안 보인다.



“크윽.. 다리 저려..”


온 몸이 쑤신다. 무엇보다 너무 피곤하다. 당장이라도


엎어져서 쿨쿨 자고 싶지만... 그러다간 언제 맹수 밥


이 될 지 모른다.



사실 스크롤도 이미 황도까지 오면서 많이 써버렸고..


설사 불 스크롤이 넉넉히 있어도 아껴써야 할 판인데


지금 딱 두 장 밖에 없다. 이 둘만큼은 비상용으로!!


꼭!! 아껴 놓아야만 한다.



“후.. 그리고 피울만한 곳이 있어야지..”


솔직히 뭐 머무를만한 장소도 겸사겸사 찾아보고 있는데


온통 나무가 빽빽할 뿐, 탁 트인 장소가 나오지 않는다.



웅덩이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나무.


이 약도를 따라가면 분명히 호수가 나온다고 했는데..


도대체 몇일을 걸어온 거야.. 내가 길을 잘못 든 건가?



헉...헉..


“에라 모르겠다. 일단 좀 쉬자!”


배낭을 내려놓고 털썩 주저앉았다. 주변에 있다가 깜짝 놀란


다람쥐가 톡 토도독 하고 저만치 도망간다. 나무 뿌리 바로


옆에 앉았는데 생각보다 나뭇잎 부스러기들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흙이 원체 그런 양인지 푹신푹신하다.


눈을 잠시 감아본다.



..



그래. 잠시만 더.



...




“드르렁... 푸우..”



...



바스락. 바스락.


미뤄오던 잠의 단맛에 취해있을 때쯤 뭔가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람쥐려나?


뭐 상관없지. 하암.. 너무 피곤하다..


음.. 아마 한 30분정도 잤으려나?


..괜찮아.. 한 시간은 더 자자..


근데 주변이 왜 이렇게 밝은 느낌이지?



“흠냐.. 쿨쿨.”


턱.


툭툭.


뭔가가 내 어깨를 건드린다.


딱딱한 몽둥이 끝으로 부드럽게 미는 느낌이다.



“아우.. 누구야.. 자는 사람 귀찮게..”


.. 그냥 무시하고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저게 누구든 나는 일단 이 달디단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



“흠냐..”


바스락.


바스락.


..갔나?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턱.


아까의 그 느낌과 함께 내 어깨와 몸이 흔들린다. 으어..


너무 거슬린다. 그냥 무시하고 자기엔 너무 거슬린다.


소리에서 이미 다 깨버려서 애써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자꾸


어깨를 밀어대니(?) 못 참겠다.



할 수 없다. 일어나야지.


기지개를 피면서 고개를 돌렸다.


“아니, 저.. 누구시길래..”



둥.



둥그스런 얼굴.


그리고.. 부스스한 털?



..



탐스러운 구릿빛 피부의 주인공.




..




멧돼지 얼굴이 보였다.


...?



!!!!!


“으-ㅌ헑ㅂㅇ망햐홤엏마일어ㅐ와이씨엇헛!”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소름끼쳐서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거짓말 안 치고 1m정도를 뒤로, 그것도 사선방향으로 뛰쳐


오른 것 같다.



“우와핫ㅇㄸ ㅁ헐 이마엄 으엫ㅁㅇ”



“시바, 나 어떡해!”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머릿속에 온통 이 말 밖에 안 떠오른다.


뭘 어쩌긴 어째.


“도망쳐야지!”


잽싸게 배낭을 가로채서 뒤도 안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생존본능.



멧돼지 동태관찰이고 뭐고 쓰잘데기 없는 짓 하면 바로


황천길을 건너게 될 거라는 살벌한 감각이 내 양쪽 어깻


죽지부터 등골까지 척추를 타고 내려온다.



“으어어어어어어엉얽”



제길.. 황도에서 도착해서 느는 거라곤 달리기밖에 없을


줄이야. 으! 오줌도 마려운데!!


"헉헉.. 젠장! 저 빌어먹을 멧돼지 왜 이렇게 빠른 거야!!!"



어떻게 저 체구에 저런 속도가 나오지?


할아버지.. 아니 노인이 나타났다.


갑자기 돌들을 집어든다. 설마... 멧돼지를 저걸로


잡겠다고? 와우. 저 연세에 저 근력으로 그게 가능하다면..



..



"꾸에에엘ㄷㄱㅇㅎㄷ엙ㅁㅇㅎ겕렣ㄱ"


.. 리스펙. 와우 노익장께서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 저게 말이 되나?



...그래, 말이 안 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건 알지만 생명이 경격에 달렸다보니,


마음이 다급하다보니 뭔가 환각을 본 것일 것이다.


정신이 멍해졌다.



“따—악!”



“으헉!”


“어이쿠!”


으.. 머리에 어마어마한 혹이 생긴 것 같다.


뜨아쉬! 갑자기 왜 날 때려! 다시 일어서는데.



“따-악!”



“어이쿠! 미안하네! 또 손이 미끄러졌군!”


아니 진짜...


노인이 주섬주섬 철로 된 몽둥이 같은 무기를 꺼낸다.


저.. 근데 잠시만.. 정말 이번엔 클리크 조정 좀..


어? 클리크? 그게 뭐더라? .. 아무튼.. 정확도..



"정확도 좀 신경쓰세요!" 나도 모르게 빽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노인이 장대 던지기 하는 자세를 취하더니 (휴!)


이번엔 온 힘을 다해 던진..



..



.. 어?



.. 부메랑처럼 휙휙 돌면서 뒤로 넘어오기 시작한다.


아니, 뒤로 날아온다.



어..어..어!



아냐 아냐 이 방향은 아냐 아니 씨 이건 아니지!



“따—악!”



.. 내 머리가 깨진 건지 한쪽이 얼얼하다가 다시 시원해진다.


어? 이건 뭐지? 물인가?...


.. 그런 것 치곤 끈적끈적한데.. 검붉은 색이 난다?


.. 검붉은 색?? 설마 피? 피?????


의식이 흐릿해지면서 눈 앞이 감긴다.


아.. 황당하네 진짜..



최소한 저 멧돼지 송곳니에 치여서 갈 줄 알았지..


노인의 빠따질(?) 아니.. 부메랑질로 한방에 갈 줄이야..


원통하다 원통해.


***********************************


흐릿하게.. 빛이 들어온다.


“으읍.. 퉤퉬퉯”


대자로 누워있는 중 입가에 흙이 들어왔었나보다.


뭐지? 나 아직 안 죽었나?


멧돼지가 쓰러져 있다.


음.. 고기처럼 잘 썰려있는데


윽.. 뭔가 먹기 싫군.. 설마 생으로 먹은건가? 옆에 나무랑


잿더미가 있는 거 봐서는 조금씩 구워먹은 것 같기도 하고..


탈탈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다.


호수가 눈 앞에 보인다.


풍경이 비쳐서 그런지 아름답다.



“어? 집? 이런 곳에?”


호수 앞 왼쪽 부근에 오두막이 보인다.



어라? 이 문양은? ...어? 약도가 어디 갔지?


바지 주머니와 상의 앞쪽 주머니를 뒤져봐도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젠장.. 아까 지도를 펼쳐보다가 멧돼지를 만나


너무 놀란 나머지 꽉 쥐고 뛰었는데.. 아마 도중에 손에서


빠져나온 것 같다. 음.. 일단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살펴보면


감이라도 잡히지 않을까.



멧돼지가 잘게 먹기 딱 좋은 크기로 썰려있는 걸 봐서는


폐가라기보다는 누가 살고 있는 곳은 맞는 거 같은데..


순간 그 노인의 만행(?)이 떠오른다.


우쒸... 어떻게든 보상을 받고야 말겠어!



..근데 설마 진짜 그걸로 멧돼지를 잡은건가?


앙상해보였는데.. 대단한 분이네..



뭔가 긴가민가했지만 일단 사전조사와 일종의 피해보상(?)


등을 챙기긴 해야겠으니 일어나긴 해야겠지..


뭐, 최소한 밥이라도 주지 않겠어?



벌떡 일어나 오두막의 문을 두드렸다.



....똑...



....똑....



“계세요?”...



노크를 하고 한참 기다려봐도 반응이 없다.


이거.. 아무도 없나?


“...아무도 안 계세요?”



끼익.



오두막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아무도 없는 게 확실하군.


매우 적막하다.


집 구조는 평범해 보인다.



“어라?”


어디선가 상당히 달콤한 냄새가 난다.


튀김? ... 아니, 비스킷 쪽인가?


주방 쪽에서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다.


가까이 가보니, 식탁에 빵이 놓여있다.



딱 봐도 바삭바삭하고 달달해 보이는 게...


꽤 먹음직해 보인다.


나도 모르게 손이 뻗어진다.


먹..어도 되려나?



주위를 다시 살핀다.


역시 아무도 없다.


괜히 바보 짓만 한 것 같아서..왠지 부끄러워진다.



꼬르륵.


배고픈데..역시 먹는 게 상책인가?


그래! 뭐 먹는다고 뭐라 하겠어? 멧돼지도 있는데...


하면서 도톰한 패스트리 위로 손가락을 갖다대서


입 안에 막 넣을까 말까한 순간...



끼이익...



황급히 빵을 내려놓는다.


그래, 아무렴 안 되지 안 돼.


꼬르륵..배가 아우성치지만 어쩔 수 없다.



“자넨 누구지?”



낚시꾼 복장의 중년의 남성이 들어온다.


어? 어제 그 할아버지가 아니었나?


“음.. 어...저..저는...”


“흠, 행색을 보아하니 알 것 같구만. 말할 것 없네.”



“..네?”


아니 방금 물어봐놓고..


황당하긴 했지만 막상 답하기엔 난처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뭐라고 주절댈 것인가?


뭐, ‘눈 떠보니 이곳인데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일단 문 따고 들어와 봤어요’라고?



혹은, ‘저는 그제 쯤 막 이 도시에 왔는데 오자마자


귀족을 패서 이쪽으로 온 x신 같은 놈이에요’라고?


음.. 이 정적 속에서 (그리고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빛이


내 얼굴을 쿡쿡 찌르는 기분이다.)



아.. 뭐라고 해야할 것 같긴 한데 진짜 뭐라 하지?


“저.. 으..그 어 아 흐럽”


젠장 차라리 가만히 있을 걸 머저리처럼 입을 떼 버렸다.


이대로 입을 다물어버리면 진짜 미친놈처럼 보이겠지?



뭐.. 뭐라도 말을 이어야 한다.


“저.. 이.. 이 빵 맛있어보이네요.”


중년 남성이 가만히 나를 응시하다가 이윽고 피식하더니


고개를 돌려 장비를 내 려놓고 짐을 풀기 시작한다.



뭐지? .. 나 방금 비웃음 당한건가?


얼굴이 뜨거워진다.


“음 그니까 전 진짜로 빵을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뭔가 생각해보니까 내가 말하기에도 궁색한 것 같아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오 나 진짜 왜 이래!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놓고 누군지는 답하지 않고


식탁 바로 앞에 서서 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빵이 참


맛있어보인다고 하는 놈이 있다?..



... 그래 놓고 진짜 빵을 먹고 싶은 건 아니라고?


.. 내가 봐도 비웃을만 하다..


일어나서 고개를 숙이고 정식으로 인사를 올렸다.



“저.. 음.. 초면에 실례했습니다.


찾고 있는 것이 있어 헤매다가..


어쩌다보니 실수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만


불쾌하시다면 나가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중년 남성이 휙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먹고 가게. 원한다면 우리 집에서 며칠 묵고 가도 좋네.”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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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8화. 황실에 뻗치는 마수. 22.01.06 15 0 6쪽
19 17화. 마혈 21.12.30 17 0 12쪽
18 16화. 델리칸토르 앙바셰 21.12.29 21 0 16쪽
17 15화. 검술 대련 21.08.05 26 0 15쪽
16 14화. 신경전 21.03.13 66 0 21쪽
15 캐릭터 프로필 01 21.02.01 22 0 1쪽
14 13화. 수업 20.08.17 38 0 11쪽
13 12화. 전투 20.08.02 28 0 21쪽
12 11화. 페르크..? +2 20.07.21 38 1 12쪽
11 10화. 기사단의 첫 인상 +2 20.07.18 41 1 11쪽
10 9화. 카리얀과의 조우 20.07.07 53 0 14쪽
9 8화. 오후의 산책 20.06.06 27 0 13쪽
» 7화. 멧돼지와의 조우 20.05.30 37 0 11쪽
7 6화. 잔향의 숲? 20.05.30 46 0 12쪽
6 5화. 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 +2 20.05.30 42 1 11쪽
5 4화. 빵집 사건 20.05.29 30 1 12쪽
4 3화. 기사단과의 조우 +2 20.05.28 45 1 15쪽
3 2화. 고블린의 습격 20.05.28 49 1 12쪽
2 1화, 랑트의 죽음 +1 20.05.26 110 3 5쪽
1 프롤로그 +6 20.05.26 114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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