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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브류나크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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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0.05.26 11:05
최근연재일 :
2022.01.06 18:5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861
추천수 :
10
글자수 :
104,697

작성
20.08.02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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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12화. 전투

DUMMY

대놓고 눈 앞에 사람이 죽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다.


그것도 다름 아닌 나를 변호하느라..



앞 뒤 사정할 것 없이 검 손잡이에 손을 갖다댔다.


스르릉



반시계 방향으로 검획이 그어지는 것이 보였다.


켄타의 우측을 파고들어서 일단 검으로 막는 자세부터


취해 본다.



"페..페르크!"


"네..네놈!!"


간발의 차.


크윽. 악력이 상당하다. 게다가 상대의 검은 롱소드.


중검이라지만 단검에 가까운 이 검으로 막아내기에는 충격


이 너무 컸다.



막아내기 위해서 무심코 검을 뽑았지만 내가 검을 뽑자 주


변에서 경계하는 눈빛이 가득하다. 하긴, 명목상으로도 실질


적으로도 나는 아직 기사단에서 아무런 직위도 없는 존재.


반면에 기사단장이 나를 대적하고 있다. 지금 그들의 편이


누구겠는가? 성질 나쁜 상사와 새로 들어와서 바로 하극상


하는 사람? 어쩌면 원래부터 적일지도 모르는 존재에게 편


을 들어설 사람이 있을까? 켄타라는 이 사람과 그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휙 휙 휙


챙 챙 챙



"크으으윽! "


"으하하! 어떻게 검은 익혔나보다만 그런 조잡한 검에


검술로 나를 막아낼 수 있을 성 싶으냐!!"



.. 오른 손이 저릿저릿하다. 어떻게든 무리하게 힘을 끌어내


서 그런지 실핏줄이 나온게 보인다. 페르크의 말 그대로다.


애초에 경력 차이를 제하고서도 검의 두께만 따져도 상대가


안 된다. 물론 내가 암살을 할 수 있는 여력이라도 있다면


상대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대낮에 대놓고


싸우고 있지 않는가?



그것뿐이 아니다. 지금 나는 저자가 휘두른 검 한 획 한 획


마다 간신히 막아내기 바쁘고 공격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애초에 상대적인 리치가 짧은 것도 한계가 있다. 심지어


충격파로 계속 뒤로 밀려나고 있는 상태이다..



챙! 챙!


"크크크! 이 정도 실력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페르크가 만족스럽게 웃더니 왼손으로 입 주변을 닦고


다시 검을 쥔다.



큭.. 이미 한계가 온 것 같은데..


동맥이 타들어가는 듯한 이 느낌. 날아올 일격의 충격을


가늠하며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예상해보게 된다.



어? 바로 들이칠 줄 알았는데 뒤로 물러난다? 갑자기


한 손으로 검을 다시 잡는다고?



이건 뭐..뭐하는..


슈훅!


상대의 검이 내 머리를 일도양단할 기세로 위에서


아래로 그어졌다.


무게가 가중될 것이 뻔하고 손목이 몹시 아프지만


이걸 막아내지 못하면 죽을 것이다.


아마도.



챙!


"큽!"


검을 일자로 양끝을 쥐어 간신히 막아냈다.


어..어라? 오른 손?



퍽!


주먹이 내 명치로 날아들었다.


"크헉!"



쿠당탕.


뒤통수가 벽에 부딪혔다.


몇 미터나 뒤로 날라갔을까.


희안하게도 머리는 아프지 않은데, 입에서 피가 나온다.



젠장!


입안이 더럽게 쓰리다.


피의 맛이란 이렇게 역겨운 것이구나. 퉷!


바닥에 침을 뱉어냈다.



"네놈, 설마 이길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페르크가 검을 뒤로 질질 끌며 나에게 다가왔다.



몸을 숙이더니, 오른 손으로 네 고개를 올리더니,


"호오.. 이렇게 생겼군. 평민 주제에 말야."


그리고 페르크가 다시 오른손을 뒤로 높이 들어올리더니


내 오른뺨을 매우 후려쳤다.


아, 손등으로 때려서 양쪽 뺨을 후려칠 수도 있구나.



짝 짝 짝 짝 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쿨럭. 피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른다.


젠장.. 조금만 더 잘 숨어있을 걸.


아니, 조금만 더 빨리빨리 움직여서 숙소로만 가 있었어도..


최소한 하루라도.. 기사 연수생이라도 되어볼 수 있는 거


였는데.


..이렇게 기사단에 와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잘 된 건가?



이때.


켄타와 그 친구들이 결심한 듯 같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까 나한테 소개를 해주던 선배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켄타를 따라주다니, 의리가 돈독한


모양이었다.



이 때 비서가 그들을 눈치챈 듯 막아서며 소리 쳐 말했다.


"페,페르크님!! 일단 제압을 하셨으니 이 문제아들은 재감원


에 맡기고서 심문을 하시다 형량을 부여받으면 그때 처벌


을 하시는게..!!"



".. 재감원?"



페르크가 살벌한 얼굴로 피식 웃더니 고개를 돌렸다.


"내가 왜 그래야 되지?"


"..죄인이라면 죄인에 맞는 벌을 받게 하기 위해..!!"


"닥쳐라!! 내 신분을 잊었나? 아니면 못본 새 내 직위를


감히 잊은건가? 기사단 소속이란 자가?"



살벌한 공기가 이곳을 감돈다.



"내가 현시점 이곳의 최고 직위자!


사실상 차기 기사단장인 나의 결정이 곧 기사단의 질서다!



꿀꺽.



켄타의 친구들이 새파래진 얼굴로 침을 삼키는 것이 보인다.


"그.. 그렇다면 이 아이들의 죄가 기사단에 대한 중죄가


될 만한 단서가.."


"갈!!"



페르크가 목청이 터지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이 내 아들을 쥐어팼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죄가


되지 않는가? 감히! 이 평민녀석이! 내 명예.. 내 가족.. 귀족


가를 모욕해? 내 비서라면 자네도 응당 이에 따라야


하지 않나?"



주변의 기사단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비서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 듯 보였다.


그러다 목을 가다듬고는 다시 운을 뗐다.


"..남작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기사단 소속이지, 남작님


가문 소속이 아닙니다. 이곳은 남작님의 댁이 아니라


어찌되었건 황제 폐하의 기사단의 건물입니다. 기사단의


소속이자 불과 1세기 이내에 벌어졌던 사건들과 선례들이


있지 않습니까? 황실령 72조에 의하면 설령 귀족가를 모욕


했다 할지언정 황실 기사단의 구성원을 죽이려면 반드시 적


법한 절차를 통해 황제폐하의 승인을 거쳐야.."


"네놈!!! 내가 그렇다는데 구태연한 법을 들먹여 나를


겁박해!! 내가 반역을 꾀하기라도 한다는거냐?!!"


"아..아닙니다. 그건 물론 아니지만.. 황실 규칙상 괜히 순서


를 그르쳐 일들에 연루되시면 페르크 남작님과 저희들 모두


잡혀들어갈 수도 있는 우려가.."


"네놈들이 감히 나를 겁박해!!"



페르크 남작이 다시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며 근육이


터질듯이 부풀어올랐다.



"하찮은 녀석들이.. 그래, 어디서 굴러들어온 신분도 알 수


없는 이런 평민 나부랭이를 감히 내 앞에서 변호하는 것을


보니 네놈들이 하극상을 하려는 거구나!! 그래, 켄타란 놈과


이놈과 같이 저승에 가고 싶다면 오냐, 내가 이녀석과 너희


들 죄다 목을 베서 나란히 손잡고 염라대왕 얼굴을 보게


해주지!"


비서가 고개를 가로 지었다.


"젠장.. 이럴려는 건 아니었는데.. 말이 안 통하시는 군요."


그 틈을 타서 파란 머리와 그 친구들이 비서를 밀치고


페르크와 나에게로 다가왔다.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 목검


을 뽑아 들었다. 말은 당당했지만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페르크 남작이 몸을 일으켜 그쪽으로 돌아 걸어가는


도중에,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두가지의 의문이었다.


하나는 왜.. 이렇게 피가 흐르는데 아프지 않지?


둘째는.. 그런데 왜 나는 이 타이밍에 가만히 있던 거지?


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여기서 자칫하면 목을 달아날 수 있다는 압도적인


공포가 나를 이미 제압하고 있어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동시에 미처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페르크 남작


이 몸을 일으키며 검이 카펫이 미처 다 막지 못한 양쪽 끝


의 대리석 바닥에 질질 끌리며 부딪히는 소리에 내 감각과


내 정신이 함께 돌아왔다.



페르크 남작이 완전히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무릎을 일으키고 다리를, 다리를 일으키고 하반신을, 하반신


을 일으키고 간신히 온몸을 일으킨 후에, 검을 일으키는데


의식이 흐릿하다. 눈물이 났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뭔가 울렁이고 흩뿌려지는듯한게 어지럽다. 머리에 흐르고


있는 피가 뜨겁다.


코에서, 그리고 입술 주변에 아직 피가 흐르는 것 같다.


으으, 양팔이 너무 아프다. 터질 것 같다.. 모세혈관은 이미


터지고 양팔의 온 핏줄이 다 터질 것 같다.. 핏줄을 타고


매우 매우 작은 검날이 흐르면서 그 혈관을 찢는 느낌


이랄까. 나는 이것이 인생에 마지막 일격일 수도 있음을


직감했다.



"크압.. 크흑! ..커헑...윽.. 크으...크....크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아ㅏ아아아아ㅏㅏ아아아아악!!"


입으로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못 버틸 것만 같았다.


다행히 발은 멀쩡했다. 다리도 멀쩡했다.


이 마지막 일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저


자에게 근접해야 한다. 계속 뛰면서도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페르크가 나를 돌아봤다.


안 돼. 지금은 내가 더 근접해야 한다. 그렇다면..



뛰어야한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걸 느꼈다.


나는 온몸을 던져 뛰어올랐고 다시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


렀다.


온 힘을 다해, 온 정신을 다해.


온 핏줄의 피가 역류하더라도 이 최후의 일격만은 성공시켜야한다.


고블린과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면 나는 살아도 반쪽 짜리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그것이 기사이든지, 용병이든지,


무엇하나 성공시키지 못하고 항상 뭔가 누군가에게 의탁


해야만 하는 존재.



페르크의 눈이 커지면서 바스타드소드에 양손이 올라


가는 게 보인다.


나는 아직 허공에 떠있지만 여기가 최고점이고 이제


다시 내려갈 것임을 직감한다.


"크하라아하아아아아아앏!"


어금니를 꽉 깨물고 극한의 의지를 모아서 검으로 내가


그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일 획을 긋는다. 그것이 실패


하던지 성공하던지에 대한 두려움은 일절도 없다.


어차피, 이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다. 나는 무조건 이 검을


끝까지 그어야 한다는 의식만 있었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운을 퍼부어서라도.



검을 선명히 그었다.


검신이 매우 강렬히 진동했지만, 끝까지 놓지 않았다.



온 몸에 아드레날린이 퍼진건지 힘이 갑자기 넘쳐 흐르다가


이내 시원해지더니 뭔가 빠져나오는 느낌과 함께 가라


앉았다.



나는 땅에 착지했다.


핏줄이 터진 건지 온 몸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너무 많이 흐르는 피 때문에 눈을 뜨고는 있을 수


없었기에.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



쨍강. 땡그랑.


털썩.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마...맙소사.. 저게 말이 돼?"


" 와.. 에ㅣ"


"이..이건.."


"세상에.."


"저게.. 초보자라고?"


"헉..:"



다들 엄청나게 웅성대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크게 들리는 건 이 소리였다.


"검..검강?! 검강을 날렸어?"


"파..파란색!! 봐..봤지!! 붉은 피가 흩뿌려지는 가운데


파란색 뭔가가 튀어나오는 거!"


"..나..나만 본 게 아니지? 환각이 아니지?"


경악해서 다들 소리쳐대고 있었다.



.. 잠깐.


뭐?



검강?



..그딴 걸 내가 할 리가 없잖아!!


의식이 없어 가만히 듣고 있다가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를 들으니 저절로 눈이 떠졌다.


눈을 떠보니 내가 어느새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고


검으로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다.



그리고.. 페르크가 놀란 채로 서있었다.


가슴에 거대한 흉터와 함께..


검이.. 부서진 채로.


...엥??



... 검이 부서졌어??



"페르크님! 괜..괜찮으십니까?"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몇 명의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나에게


검을 겨눴다.


"네놈! 잘도 페르크 차기 단장님에게 치명상을!"



..아까 막던가.


뭔가 이 녀석들 상황파악하고 나서 뛰어드는 기회주의자


녀석들 같아서 왠지 이렇게 잡혀가기엔 찜찜하다는


생각이 들 즈음이었다.



"페..페르크님! 안 됩니다! 이대로면 흉터가!"


"놔라!! 놔! 어이 거기! 나와! 승부는 끝까지 본다! "



페르크가 사람들을 밀치고 무릎을 꿇고 있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와!! 너희들!! 내 승부에 개입하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



사람들이 당황하면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페르크가 몸을 숙였다.


"크크.. 결국 무릎을 꿇고 있군? 진작에 꿇고 있었으면


고통스럽게 죽지는 않을 수도 있는 것을.."


페르크가 반쪽짜리 칼날이 담긴 검을 나를 향해 내리꽂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옷자락이 살랑이며 중간에 끼어드는 듯 했다.






"..그만하시죠. 페르크 부기사단장님. 추태도 이런 추태가


없군요."


"누구냐! 감히 누구.. 아.. 아르미스 백작?"


페르크가 검을 쥐고 있는 손을 벌벌 떨었다.



아르미스 백작이라고 불린 이는 차갑고 냉정한 인상으로,


백색의 제복안에 검은 셔츠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상당히 도시적인 인상이었다.



"군사.. 내가 차기 기사단장인 것을 잊었소?


내 집행권한에 감히 의의를 표하는 것이오?"


페르크가 떨리는 속내를 애써 감추며 짐짓 목소리를 크게


냈으나, 아까까지 질러대던 흉성에 비하면 몹시 보잘 것


없었다.



뭔가 꿀리는 게 있는 건가..? 랑트는 생각했다.



"허허.. "차기" 기사단장이죠, "차기". 아직 기사단장의


직위를 부여받은 게 아닐 텐데요?"


아르미스가 칼을 거뒀다.


페르크는 칼을 그대로 들고 있었지만 떨림이 점점


심해졌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힌 것이 선명히 보였다.


그의 목에서도 주륵 뭔가 흐르는 것 같다.



아까는 당황스러워서 눈에 안 들어왔는데 아르미스 백작 뒤


로 붉은 머리에 붉은 색 제복의 여인..(아, 사내구나. 젠장!)


카리얀이 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카리얀의 손에는


서류철이 들어있었다.



"게다가 이 사내는 서류상으로 황실의 인가를 이미 받은


상태."


"마..말도 안 돼! 이 녀석은 오늘 처음 온 인물이다!


아직 황실까지 인가를 끝냈을 리가..!"


"호오, 그래요? 그러면 한번 서류를 살펴볼까요? 카리얀!"


"네, 군사님."


"흐음.. 이거군요. 랑트. 오늘 아침 8시경에 기사단 합격


승인을 받아 12시 32분쯤 황실의 인가를 받았고, 이미


10시 45분쯤에 수속절차를 다 마쳤군요? "


"그..그런! 황실의 일처리가 그렇게 빠르게 될리가..!!"


"있죠. 제가 특별히 카리얀과 트레이드를 한 게 있으니까.


이번 사안에 특별히 힘을 실어줬을 뿐. 황실에 반역


의사를 지닌 자도 적출할 수 있었고."


"반역..?!"


페르크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다.



"이런, 이런. 마치 결백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얼굴을 보세요.


안 그래도 고릴라 같은 얼굴이 더 못생겨보이는 군요."


"뭬..뭬야..?"


아르미스 백작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과연 모르시나요? 황실 기사단 소속의 인물을 함부로 인가


없이 처벌하면 과연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황실 반역죄


로 삼대가 멸족되는 걸 모르실리는 없을테고.."


백작은 서류철을 탁탁 손에다 쳤다.



"게다가 바르키스 남작이 실종되어있는 틈을 타서


자신이 기사단장이라고 주장하며 있지도 않은 권한을


남용한 것. 권력 남용죄, 허위 사칭죄."


"그런! 델몬트 남작은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허허..범죄자가 말이 많군요. 이미 바르키스 남작의


체포허가서까지 받아 왔습니다. 여기 서류철의 맨 끝


편에 있지요. 아! 물론 황실의 인가도 있으니 안심하시길."


"뭣이!!"


페르크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터질 것만 같았다.


"크...크하하하하하하!" 별안간 페르크가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랑트는 생각했다. 뭐지. 미친 놈인가? 저 새x가 진짜


미쳤나?



"그렇군.. 모든 게 네놈의 술수였군.. 이 녀석도 네


녀석의 심복인가 보지?"

"??! "


아르미스 백작의 표정이 의아함을 표하는 듯 바뀌었다.


"..네?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군요."


하지만 뭔가 조롱을 하는 것과 같은 표정 같기도 했다.



"크으으.. 이렇게 네놈에게 당할 것 같으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느니 네놈의 목이라도..!"



페르크가 폭주한 것 같았다.


그가 아르미스 백작과 카리얀 모두를 베어버릴 듯한


기세로 바스타드 소드를 온 힘을 다해 휘두르며


돌진하는 그때..



"이런, 이런. 카리얀, 봉쇄구 시전해."


"네! 진홍의 억제자여, 악의에 물든 자에게 구속을!"


카리얀이 붉은 보석같은 걸 꺼내서 무언가 중얼중얼


영창하자 빛이 떠오르면서 페르크의 온몸을 감싸쥐기


시작했다. 광채가 섞인 빨강색에 가깝던 보석은 검붉은


색으로 변하여 깨지고 바스라져 땅에 흩어진채로 떨어졌다.


그리고 빛은 점차 분홍빛을 띄더니 크기가 점점 강해지다


서서히 감옥의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놔!! 놔라!! 아르미스 백작, 네 놈의 더러운 속내를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페르크는 저항하는 듯 보였으나 강력한 봉쇄구의


영향으로 움직일 수가 없는 듯 보였다.


"제군들. 델몬트 남작의 명령이 떨어졌다. 이 말의


뜻을 알고 있겠지?"



약간 얼을 타고 있던 나와 마찬가지로 잠시 멍하고 있던


기사단원들이 다같이 정신을 차린듯 검과 무장을 정비하


더니 "옙!! 황실에의 충성을!"하고 외쳐댔다. 이윽고


페르크를 중심으로 원을 이루며 포위하는 형국이 되었다.



"1소대! 2개 분대가 포위한채로 그대로 형관으로 끌고가라.


그는 역모의 죄를 꾸민 자니, 사정을 봐주고 말 것도 없다!


그리고 1개 분대가 그 후방을 지켜라!"


"옙! 1소대!"


"카리얀. 인솔은 너에게 맡기겠다. "


"알겠습니다."



카리얀이 머리를 반쯤 숙이며 인사한 뒤 다시 몸을 돌려


출구 쪽으로 몸을 향했다.


그가 움직이는대로 감옥 모양의 구에 갖힌 페르크 남작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채로 따라갔고 이를 1개 소대의 단원


들이 포위 및 경계하며 따라가고 있었다.



뒤로 "크아아아아라아앍!" "이 자식들!" "풀려나면 가만히


둘 줄 아느냐!!"


이러한 포효가 울려왔다.



아르미스는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랑트라고 했나..?"


"..네?! 아, 네!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은 이름인데.. 생소하군.


이런 적은 처음이야."


"어.. 그런가요?"


"그건 그렇고. 자네, 그 나이에 벌써 검강을 다룰 줄 아나?


왜 그러나 했더니.. 과연, 카리얀이 탐낼만도 하군. "


"어.. 검강..이었나요?"



나는 눈을 멍청이 하마처럼 꿈뻑꿈뻑 떠 댔다.


아니, 나도 처음 해본 거라고.. 그게 뭔지 나도 어떻게 알아..



아르미스 백작이 잠시 지그시 나를 쳐다보다가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 피식하더니 다시 말을 건넸다.


"역시.. 그저 우연이었나. 그렇다곤 해도 뭔가가..


촉매제가 없고서는..아!"


그의 시선이 나의 검에 닿았다.


"자네.. 그 검신.. 혹시.. 그 검, 어디서 구했나?"

"네? 이건 그냥.. 황도로 걸어오다가..


길거리에서..산 건데요?"


산 건뎁쇼라고 나도 모르게 우스꽝스럽게 답변할 것만


같았다. 이 사람 앞에 서니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다.


뱀 앞에 선 개구리가 이런 느낌일까?


"흐음... 자네 그 검 나에게 잠시만 줘보게."


큭..


슬슬 페르크에게 받은 상처랑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에


대한 감각이 돌아오면서 온 몸이 너무 쓰라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손가락을 비틀어 검을 건넸다.


"그렇군.. 이 검은.. 디아몬 페테르니크가 제작한 것..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디아몬 페테르니크? 그게 누구지?


나는 그냥 산 길 한 노파에게 사기당해(?) 샀을 뿐인데..


"자네가 검강을 쓴 것은 아무래도 이 검의 옵션 때문인 것


같네. 이 검은 마법검일세."



"????!"


띠용??


내가 산길을 걸어다니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몇 골드 주고


샀던 그 검이 마법검이라고?? 거의 강매당하다시피 했는데?



"이 검은 아무에게나 주는 검이 아니라네. 특정한 자질이


있는 자들에게만 주지. 소중히 간직하게나. 의외로 이런


검이 부서지기 쉽기도 하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아르미스 백작이 나에게 다시 검을 쥐어주고는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와.. 이 검이 그렇게 대단한 검이라고?


나는 검강을 눈으로 보지 못했기에 사실 실감을 못하겠다..


단 한방에 검이 부러져있던 건 확실히 대단하긴 한데..



"이봐, 거기 구급부대원들, 뭐하고 있지? 어서 이 소년을


빨리 지혈시키고 응급실로 보내서 치료부터 시켜.


그리고 치료가 끝나면 지정된 숙소로 보내도록."


“넵!!”


구급 부대원들이 나에게로 달려들어서 지혈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까부터 주춤주춤 다가오는 건 눈에 띄었는데


명목상 적인지 아닌지 몰라 경계를 하고 있었던 모양


이었다.


그나저나 소..소년이라니.. 젊긴 한데.. 청..청년정도로 해주지.



"그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소년."


아르미스가 싱긋 웃더니 고개를 돌리고 일어나 출구쪽을


향해 저벅 저벅 걸어갔다.



멋있다.. 멋있긴 한데..



"글쎄.. 소년은 아니라니깐.”


랑트는 약하게나마 중얼거리다가 붕대와 지혈이 얼추 완료


되자 온 몸에서 퍼지는 피로감에 눈을 감고는 그대로 의식


을 잃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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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류나크 연대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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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8화. 황실에 뻗치는 마수. 22.01.06 15 0 6쪽
19 17화. 마혈 21.12.30 16 0 12쪽
18 16화. 델리칸토르 앙바셰 21.12.29 21 0 16쪽
17 15화. 검술 대련 21.08.05 26 0 15쪽
16 14화. 신경전 21.03.13 66 0 21쪽
15 캐릭터 프로필 01 21.02.01 22 0 1쪽
14 13화. 수업 20.08.17 38 0 11쪽
» 12화. 전투 20.08.02 28 0 21쪽
12 11화. 페르크..? +2 20.07.21 37 1 12쪽
11 10화. 기사단의 첫 인상 +2 20.07.18 41 1 11쪽
10 9화. 카리얀과의 조우 20.07.07 53 0 14쪽
9 8화. 오후의 산책 20.06.06 27 0 13쪽
8 7화. 멧돼지와의 조우 20.05.30 36 0 11쪽
7 6화. 잔향의 숲? 20.05.30 46 0 12쪽
6 5화. 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 +2 20.05.30 42 1 11쪽
5 4화. 빵집 사건 20.05.29 30 1 12쪽
4 3화. 기사단과의 조우 +2 20.05.28 45 1 15쪽
3 2화. 고블린의 습격 20.05.28 49 1 12쪽
2 1화, 랑트의 죽음 +1 20.05.26 110 3 5쪽
1 프롤로그 +6 20.05.26 114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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