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화이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브류나크 연대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드라마

화이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0.05.26 11:05
최근연재일 :
2022.01.06 18:5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862
추천수 :
10
글자수 :
104,697

작성
20.07.21 02:02
조회
37
추천
1
글자
12쪽

11화. 페르크..?

DUMMY

친절한 선배님들과 이런 저런 학교 얘기와 수업 얘기들,


필수 사항과 나름대로의 정신교육(?)을 받으며 걸어나가고


있던 와중이었다.


쿵. 쿵. 쿵. 쿵. 지축이 울려댔다.


뭐지? 지진인가?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웅성대고,


헉! 하는 소리들을 내뱉기도 하며 자리를 비키거나 인파가


양 옆으로 갈라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복도 맨 끝쪽에서 거구의 한 사내가 비서


같은 사람과 함께 육중한 발걸음을 떼며 걸어오고 있었다.


어라?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은데..?



*****************************************************************


미간을 찌뿌려도 잘 생각이 안 났다.


뭔가.. 흐릿하지만 뭔가가 떠오르는데..


사내가 차츰 내 앞에 다가올 때서야 나는 내가 누구를


맞닥뜨리게 된 것인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돼.. 돼지?!"


헙!


아니..


이런..내가 무슨 말을 내뱉고 만거야?



"음?"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다. 이 인간은 바로.. 빵집 앞에서 횡포를 부리던 그


도련님 나부랭이의 아빠였던 것이다.


노란 눈썹과 튀어나온 하관, 그리고 전체적인 인상에서


느껴지는 비슷한 분위기..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뭔가 아우라가 있어보인다는 것


이었다.


아까 누가 차기 기사단장이라고 외쳐대던 것 같은데..


이 사람이 기사단장..?


제길.. 눈에 띄지 않았어야 하는데..



"처음 보는 얼굴인데.. 뭐하는 사람이지?"


사내가 옆에 따라 다니는 비서같은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비서가 나를 슬쩍 보고는 당황했는지 급히 서류랑 문서들을


뒤져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다시 정리하며 대답했다.


"새로 온 신입이군요. 군사전략부로 배정받은 인사입니다."


"아하.. 그런가? "


"네. 페르크님. 아직은 실무 투입 수준은 아니고, 아마


신입 수련생인가 봅니다."


"신입.. 수련생? 지금 기수는 뽑힌지 1달이 지났는데?"


"여기 보면.. 네, 특채라고 써있군요."


"흠.. 특채라.. 잠재력이 상당한가보군? 희귀한 기술


이라도 쓰는 건가?"


"자세한 건 전략부에 의뢰해서 문의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직 보고된 정보가.."


"..알았네."


페르크라 불리는 사내가 나한테 손을 뻗었다.


"흠, 하여튼 새로 온 수련생이라니, 한번 기대해보도록


하지."


"음.. 어.. 가..감사합니다."


나도 손을 마주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손이 제법 묵직한 걸?


그것도 잠시, 금방 악수를 마치고는 페르크와 그 비서는


가던 방향으로 다시금 걸음을 이어갔다. 붉은 터럭(?)의


망토.. 아니, 워낙 윤기가 나서 약간 금빛이 감도는 듯한


붉은 벨벳의 망토가 내 오른 손을 스쳐 지나갔다.


"후.. 올해는 변수가 많단 말이지.. 그렇지 않나? ."


"그렇습니다. 각종 패전에 이어 대재앙까지..


이러다 황도에 환난이 드는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선제께서 부임하실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허허, 괜히 오해를 살 말을 하지 말게. "


뭐지? 설마 나를 못 알아보는건가?


그 녀석이 그렇게 쳐맞고 나서 길길이 날뛰면서


떠나갔는데?


"하여튼 참 별일이 다 일어나. 몇년만에 특채로 뽑힐 만한


사람이 찾아오지 않나.. 얼마전에는 감히 우리 아르피엘


가문에 평민놈이 먹칠을 하지 않나.. 웃기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단 말이지?"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 심장 박동소리가 복도 가운데서 선명히


울려퍼지는 것만 같다.


적어도 내 귀에는 그렇다.


"...어라? 그러고보니 몽타주가.."


페르크가 문득 고개를 45도 꺾더니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홱하고 얼굴을 돌렸다.


내 쪽으로.


옴마야..안 돼..얼굴을 보이지 말자. 나도 같은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비서. 명단 줘봐."


"네? 뭐에 대한 명단 말입니까?"


"아! 기사단 명부!! 빨리 내놔!"


"네? 아, 네.. 여기 있습니다."


"하여튼 귀가 어두운 자식! "


.. 아무리 봐도 그쪽이 주어를 빼먹은 것 같은데..


아냐 아냐 아냐 괜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 말자.


거..걷자! 출구쪽으로!!


철컥. 철컥. 철컥.




사내가 엄지에 침을 묻히고는 ( 거리를 점점 벌리고 있었


지만 그럼에도 '으.. 침은 드럽게 왜 묻히는 거야?' 라고


비서가 낮게 중얼거리는 게 들려왔다. ) 휙휙하고 넘겨댔다.


그리고는,



"찾았다! 역시!! 랑트라는 이름이 맞단 말이지!!"


.. 젠장.. x 됐다..



어떻게 하지 하고 고민하는 사이 페르크가 내 등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어이, 신입 수련 생도. "


"네..?"


무심코 얼굴을 돌리는 순간..


"퍽"


쿠당탕탕.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이게 뭐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오른 뺨에 주먹을 정통으로 맞았는데


신기하게 얼굴은 아프지 않고 시야가 어두워지는


기분이 든다.



"이 자식! 감히.. 내 자식을 때려?"


"남..남작!!"


비서가 황급히 막으려는 듯 다가왔다.


"뭐 어때! 기사단장이나 다름 없는 몸! 감히 내가 단장직을


수행하는 이 기사단에 쥐새끼처럼 쥐어들어와? 인사를 해?"


둔탁한 주먹이 서너번 날아들었다.



큭.. 입술이 약간 쓰려서 닦아보니 붉은 액체가 묻어있었다.


그렇다. 피였다.


위기감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대로 아무런 저항도 안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주변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절대 신변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다.



사실 맞으면서 눈에 사람들이 웅성대는 게 흐릿하게나마


들어왔다. 하지만 비서 말고는 아무도 감히 스스로를


기사단장이라고 일컫는 이 사내를 막으려는 사람이 없었다.


하긴 내 생각에도 그렇다. 이곳의 권력의 중심 기사단장을


감히 누가, 왜, 뭣하러 막으려 들겠는가?


"그,그래도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 합니다, 아르피엘 남작님!


자칫 잘못하면.."


"닥쳐!!"


페르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딴 평민 자식이 감히 우리 가문에 먹칠을 한 걸 그냥


두고 넘어가란 말인가? 이 사안은 호사가들 사이 두고 두고


에서 조롱거리가 될 걸세!"


"그..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오나, 만약 이런


공개된 곳에서 대놓고 보복을 하다가 황실 반역죄로


처리가 된다면.."


"황실반역죄? 흥! 그것도 어느 정도 인맥이 있는 사람이나


문제가 되는 거지. 이런 듣도보도 못한 평민 자식이 죽는다


고 중앙에서 알기나 하겠나? 알려져서 문제가 된다면 차라


리 죽여버리고 이 사건을 덮겠네!"


"..페르크님!"


"자네는 그냥 나와있게!"


페르크는 비서랑 실랑이를 벌이다 그를 밀쳐내고는 나한테


로 다시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후.. 이 사람을 어쩐다..


머릿속으로 고민을 해봤지만 딱히 수가 안 나온다.


돼지 녀석이 뭐라뭐라 종알대긴 했었지만 진짜 기사단장


이었다니. 이걸 어쩐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어쨌든 기사단과 관계된 자들.


막고 싶어도 계급 관계상 상부에 항명하는 꼴이 되버리므로


누구도 함부로 나서지 못한다. 기껏해야 죽기 직전에 불구


가 되는 게 확실한 시점에 나서서 간신히 막는 것 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괜히 나섰다 눈에 나서 받게 될


불이익이 불보듯 뻔하지 않은가?



정식 기사가 되기까지는 숨어서 지내려고 했는데.. 역시


세상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아니, 나처럼 불운한 사람은 뭘해도 운이 따르지 않는


것일까?



이런 고민들을 하던 나는 그냥 모든 것을 단념하기로 했다.


어차피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반격이나


제대로 해보고 죽자.



기왕 항명죄가 되는 거 남작 얼굴이라도 흠뻑 두들겨주고


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 덩치 차이도 있고 아무래도 가능한 일인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덤벼! 하는 생각을 먹고 있었던 참에 페르크가 비서


를 막 밀치고는 덤벼들었던 것이다.


그가 높이 뛰어들었다.


"잠깐!"


검은 그림자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살짝 애매한 자세로 페르크가 뛰어들어왔기에 누군가가


끼어들어서 밀쳐버리자 오히려 무게중심이 크게 흔들려


대판 엎어지고 말았다.


..누구지?



"켄타, 네 놈..나를 막아서다니? 항명이냐?"


켄타였다.


아까 술 마시러 간다고 할 때의 가벼운 표정이 아니었다.


진지하게 가라앉은 얼굴이었다.


"죄송합니다. 부단장님. 아무리 내일 모레 곧 기사단장에 오


르신다지만.. 신입한테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놈!! 이 녀석이 내 가족에 무슨 짓을 했는 지 알고는


있는 거냐!!"


켄타가 멈칫했다. 그가 나를 잠시 흘끗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물론.. 얼핏 들어보기는 했습니다만 그것이 이 소년의


얘기인 것은 방금에서야 알았습니다."


"이 자식! 감히 그걸 아는 놈이 나를 막아섰단 말이냐!!!"


페르크가 광분하기 시작했다. 벌겋게 익은 팔의 근육들이


터져나올 듯 했고 세포하나 하나가 꿀렁이는 듯 했다.


"설령 그렇다하여도 법정에 세우고 처벌해도 될 일입니다.


허나 다른 기사단도 아니고 황실 기사단의 병사, 특히 직위


도 아직 배치 받지 않은 교육생을 개인적 사정으로 목을 베


는 것은 황실에 대적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바, 기사의 기본


적인 가치, 충에 배치되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황실 기사


단이 죽어야 마땅한 곳은 오직 전장, 그리고 전투에서 군율


과 명령을 어겼을 때 목을 베는 참수터입니다. 제가 잘못


아는 것입니까?"


페르크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민듯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였고 손이 부들 부들 떨렸으나 차마 반박할 수 없는 듯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또한 사적감정에 치우쳐 행동하시는 모습이 행여 선대 단


장님이 중시여기셨던 기사단의 명예 또한 땅에 떨어지는 게


걱정스럽습니다."


"시끄럽다!!"


쾅.하고 페르크가 주변에 있는 석상을 내리쳤다. 석상의


얼굴이 쪼개져 부러져서 사방으로 튀었다.


”어쨌거나 네놈은 한낱 수련생도!! 일개 병졸 주제에 감히!


내 명령과 행동에 감놔라 배놔라 지적을 한단 말이냐!


이거 잘 봐준다했더니 아주 군기가 땅바닥에 떨어졌군! "


어찌나 페르크가 크게 고함을 질러대는지 복도에 쩌렁쩌렁


울렸다.


"저도 함께 죽이시지요. 어차피 저또한 이 교육생과 마찬


가지로 이수하여 직위를 받은 상태가 아닌 몸."


"오냐, 정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마!"


단장이 칼을 허리춤에서 스릉하고 뽑았다.


잠깐만. 켄타에게는.. 칼이 없는데?


그러했다.


기사단 건물 내부에서 칼을 차고 들어올 수 있는 자는,


일반적으로 기사단 내부에서 일정 직위를 부여받은 사람만


이 가능했다. 예외는 황실이나 고위 귀족, 혹은 명문가중에


서도 핵심 명문가 10가문뿐.


사람들이 혼잡하기도 하고 일로 인해 바쁜 사이 은밀한 암


살을 시도한다던가,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고 순진하며,


충성도가 낮은 학생들을 꼬드겨서 선동/교란을 통해


행해지는 쿠데타 시도등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


교육생의 경우 들어오자마자 신분증과 병기를 양 옆에서


감시하는 문지기들에게 바로 제출후, 카운터에서 수기 대장


에 병기번호와 이름, 교육 기수와 번호를 작성하고


들어와야 했다.



나처럼 막 들어온 사람이 아니고서야, 칼이 없는 게 당연했


다. 사실, 보통 검의 경우 교육 받으면서 나라에서 부여받


기 때문에 명문가 사람이 아니면 따로 가지고 들어오는 경


우가 거의 없었다. 내가 대단히 희귀한 케이스인 셈이다.



잠시 내가 상황을 파악하며 가슴이 철렁함을 느끼는 사이


페르크가 켄타와의 간격을 좁히며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다.


안돼! 이렇게 죽어버리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추천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브류나크 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18화. 황실에 뻗치는 마수. 22.01.06 15 0 6쪽
19 17화. 마혈 21.12.30 16 0 12쪽
18 16화. 델리칸토르 앙바셰 21.12.29 21 0 16쪽
17 15화. 검술 대련 21.08.05 26 0 15쪽
16 14화. 신경전 21.03.13 66 0 21쪽
15 캐릭터 프로필 01 21.02.01 22 0 1쪽
14 13화. 수업 20.08.17 38 0 11쪽
13 12화. 전투 20.08.02 28 0 21쪽
» 11화. 페르크..? +2 20.07.21 38 1 12쪽
11 10화. 기사단의 첫 인상 +2 20.07.18 41 1 11쪽
10 9화. 카리얀과의 조우 20.07.07 53 0 14쪽
9 8화. 오후의 산책 20.06.06 27 0 13쪽
8 7화. 멧돼지와의 조우 20.05.30 36 0 11쪽
7 6화. 잔향의 숲? 20.05.30 46 0 12쪽
6 5화. 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 +2 20.05.30 42 1 11쪽
5 4화. 빵집 사건 20.05.29 30 1 12쪽
4 3화. 기사단과의 조우 +2 20.05.28 45 1 15쪽
3 2화. 고블린의 습격 20.05.28 49 1 12쪽
2 1화, 랑트의 죽음 +1 20.05.26 110 3 5쪽
1 프롤로그 +6 20.05.26 114 1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