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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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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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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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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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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4화 사람이 사람에게 - 16

DUMMY

“서둘러라!”


늦은 새벽 깊은 잠이 들어있던 병사들이 잠도 덜 깬 채 갑옷과 무기를 챙겨 넓은 공터에 줄지어 섰다. 나무통으로 만들어 놓은 얕은 단상 위에서 정신없이 지시하던 그림 리퍼 일원 중 하나인 딜런은 병사들이 모두 나오자 큰소리로 외쳤다.


“적이 침입했다. 적은 해적일 수도, 아니면 우리 일을 방해하려는 자들일 수도 있다. 빗물 저장고로 주술사를 찾으러 나선 여섯의 병사가 모두 죽었다면 적의 숫자가 많거나 상당한 실력자로 판단된다.”


딜런의 말에 나열한 병사들이 동요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금껏 마르테아 섬에 머물며 위협이 된 자들은 없었다. 처음 일을 꾸밀 때도 마을 주민들은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손쉽게 제압해 버렸었다. 그나마 위협이 되는 사건이라면 초반 라빈에 의해 좀비로 만든 마을 주민들을 다룰 때였다.


좀비의 위험성을 잘 몰라 그들에게 물리는 일도 많았고, 라빈을 무시하거나 얕잡아보는 병사들에게 공격을 지시한 일도 종종 있었다. 그림 리퍼들의 경고를 받은 라빈이 자제한 덕에 최근 별다른 일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왔다.


“절대 따로 움직이거나 개별적으로 행동하지 마라! 마을의 경비 병력은 최소한으로 하고 정해진 분대 단위로 움직인다. 1조부터 6조는 선착장과 가까운 해안선을 위주로 적의 흔적을 찾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서쪽과 남쪽에 있는 마을 위주로 수색한다. 적을 발견하면 보고 후에 공격한다. 절대 섣불리 행동하지 마라!”


“하아암, 알았으니까 좀 움직이자고.”


가면 뒤에서 하품한 케리칸은 귀찮은 듯 구시렁거리자 딜런은 무섭게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으라고. 자칫 이번 계획이 다 어그러질 수도 있다고.”


“솔직히 일의 진척도 없잖아. 매번 제자리걸음이라고.”


“어디 한 번 마스터께 그런 소리 지껄여보지? 가만 계시지 않을 테니까.”


케리칸은 씨익 웃으며 더는 딜런과 말싸움을 하지 않았다. 떠나올 당시 마스터에게서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었다. 딜런은 아직 나이가 어려 경험이 적고 예민한 성격이라 케리칸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아무리 천지 분간 못 하고 제멋대로 구는 그였지만 마스터의 지시만큼은 정확하게 처리했다.


‘대체 마스터는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거야? 이런 일이 생길 줄 예상하고 나한테 그런 임무를 내린 건가?’


그가 부여받은 임무. 그건 지금처럼 적이 갑작스레 공격해 왔다거나 일의 진척도 없고 주술사가 계속 사고를 칠 경우, 좀비화 실험을 한 흔적 모두 소각하라는 지시였다. 그 지시에는 주술사인 라빈의 처리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마스터의 예측을 생각하며 잠시 몸서리를 친 케리칸은 딜런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멍하니 있지 말라고! 자! 출발한다!”


딜런이 명령을 하자 마을에는 최소 병력만 남고 병사들이 줄지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머무는 곳은 마르테아 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 섬 안에서도 유일하게 다리를 건너야 하는 곳이기에 방어에도 쉬운 곳이다. 이들은 이곳을 본거지로 삼고 좀비들을 상대로 비밀리에 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병력은 따로 지시가 없어도 소리를 죽이고 은밀하고 빠르게 행동했다. 그만큼 훈련을 많이 받은 병사들이라는 증거였다. 그림 리퍼 일원인 케리칸과 딜런을 선두로 병사들이 막 다리를 건너자 밝은 빛이 동쪽 마을에서 퍼져나오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파시비엔의 터닝 언데드 주문. 지리적인 위치가 다리가 있는 곳이 마을보다 높은 곳이었기에 너무나도 손쉽게 파시비엔의 주문이 눈에 들어왔다. 성스러운 빛이 퍼져나가자 병사들은 걸음을 멈춰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케리칸과 딜런은 동시에 똑같은 말을 외쳤다.


“성직자?”


“성직자가 있어?”


둘은 단번에 성직자가 존재한다는 걸 눈치챘다. 마르테아 섬 안에 성직자가 있다는 뜻은 적이 해적들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 상황판단이 빠른 케리칸은 곧바로 소리쳤다.


“활 가져와!”


“젠장!”


딜런은 옆에 있던 병사에게서 활과 화살통을 챙겨 들고 뛰기 시작하자, 케리칸은 병사들에게 빠르게 지시를 내린 후 곧장 뒤따라 달렸다.


“몇 놈은 다리를 지켜! 나머지는 바로 마을로 돌아가서 출항 준비와 증거가 될 수 있는 모든 걸 소각한다!”


“저, 저기! 그럼 작성한 서류들이나 가둬놓은 실험체는······!”


“챙길 수 있는 것만 챙기고 마을은 불태워! 실험체 놈들은 주술사 없이도 명령 가능하니 대기시켜놔!”


“네! 알겠습니다!”


둘은 빠르게 일행이 있는 마을 쪽으로 달렸다. 전력을 다해 뛰면 몇 분 안에 도착할 만한 거리였기에 별다른 대화도 없이 달리기만 할 뿐이었다. 물론 둘의 머릿속은 같은 생각이었다. 성직자의 존재, 그리고 성직자의 강력한 신성 마법이 사용됐다면 주술사 라빈이 사로잡혔거나 무력화됐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라빈이 생존해 있다면 그림 리퍼를 비롯해 마스터와 접촉이 가장 많았기에 이들이 우려하는 가장 위험한 상황이었다.


- 탓!


케리칸은 꽤 육중한 덩치임에도 딜런보다 앞서 달리며 나무상자를 밟고 지붕으로 가볍게 뛰어올랐다. 뒤이어 딜런까지 지붕으로 올라오자 둘은 동시에 가장 짧은 동선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이쪽으로 가는 게 좋겠군. 망할,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인데? 키킥!”


딜런은 케리칸이 말한 방향으로 달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웃음이 나와? 주술사 녀석이 저들 손에 들어가면 끝장이라고.”


“그러니까 네가 활로 잘 맞혀야지.”


“젠장!”


딜런은 검술 실력도 뛰어난 편이었지만 그보다는 활 솜씨가 훨씬 더 훌륭했다. 그림 리퍼로 들어오기 전 후작의 밑에 있던 호위 기사 중에서도 가장 좋은 실력을 갖춘 그였다.


“몸 낮춰!”


달리던 도중 딜런은 시야가 확보되는 지붕 위에 멈춰 선 채 주먹을 쥐었다. 꽤 먼 거리이긴 했지만 서지터 일행과 기절해 있는 라빈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오! 저놈들이야? 고작 넷? 저 중에 성직자는 어떤 놈이야?”


“아마 사제복은 안 입고 있겠지. 다들 복면으로 얼굴도 가렸어. 중요한 건 성직자가 아닌 거 같군. 로브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마법사가 있어.”


딜런은 먼 거리임에도 꼼꼼하게 일행의 모습을 살폈다. 케리칸의 말처럼 고작 넷이긴 했지만, 마법사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행이 방심한 틈에 화살을 날릴 수 있는 건 고작해야 두 번 정도. 두 번의 기회로 누구를 노릴지 고민이었다.


“누굴 맞추는 게 좋겠어? 경험 많은 당신이 말해보라고.”


“몇 번이나 화살 날릴 수 있겠냐?”


“아무리 빠르게 시위를 당겨도 두 번 정도일 거야. 눈치가 빠르다면 첫 번째 화살밖에 못 날릴 수도 있고. 더군다나 마법사의 존재가 껄끄럽군. 우리 둘이서 마법사를 제외한 셋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지만, 그 전에 활로 주술사를 죽일지, 마법사를 죽일지가 중요해. 여기서 보기에도 주술사 녀석은 그냥 기절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거 너무 아쉬운데? 저놈들 잡아먹고 싶어서 근질거린다고. 키킥!”


“어서! 놈들이 움직인다고!”


딜런은 이미 활시위를 당기며 누구를 맞출지 조준하고 있었다. 화살을 날리는 건 본인이지만 누구를 노릴지 결정은 케리칸의 몫이었다.


“주술자 녀석 머리에다 한 번에 화살을 꽂아 넣을 수 있으면 주술사 먼저 보내버리고 마법사를 노려. 그리고 나머지는 내려가서 처리한다.”


“쉽지 않아. 조그만 녀석이라 나라도 한 번에 머리를 맞추는 건 어렵다고. 더군다나 어설프게 맞추면 성직자가 살려낼 수도 있어.”


“좋아. 그럼 안전하게 주술사 녀석만 처리하고 뜨도록 하지. 아쉽지만 저놈들 처리는 나중에 해야 할 거 같군.”


케리칸은 안전하고 확실하게 주술사만 처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딜런은 그의 결정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싸우고 싶은 상대가 나타나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케리칸이 의외로 냉정한 결정을 했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걸 보여주는 결정이었기에 딜런은 더욱 긴장되어 손에 땀이 났다.


“후우우우.”


- 팅!


딜런은 심호흡하고 차분하게 화살을 날렸다. 다행스럽게 라빈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거리가 멀긴 해도 충분히 맞출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 슈우우웅! 파악!


딜런의 첫 번째 화살이 라빈의 가슴에 정확하게 꽂혔다. 하지만 딜런은 기뻐한다거나 흥분한 모습 없이 차분하게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 슈우우웅! 파악!


두 번째 화살도 라빈의 가슴에 꽂히자 딜런은 미련 없이 활과 화살통을 내던지고 본거지로 돌아가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케리칸 역시 입맛을 다시며 뒤를 따랐다.


“쩝, 사냥감을 놔두고 가야 하는 게 슬프군. 그래도 네 실력은 여전하네. 키킥.”


#

- 똑똑.


“호, 혹시 주무세요?”


문밖에서 수잔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리엘 곁에서 반쯤 잠이 들어있던 레일라는 눈을 비비며 귀찮은 듯 대답했다.


“안자고 왜? 무슨 일인데.”


“그게 언니한테 할 얘기가······.”


레일라는 인상을 쓰며 문을 열어주었다. 이미 낮에 돌아오는 길에 서지터에게 들은 말이 있으니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어쩌면 라빈과 한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쓴 것이다. 반면 문밖에 어색하게 서 있던 수잔은 불안한 듯 손톱을 뜯으며 레일라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얘기?”


“그게 그러니까······.”


“어버버거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줄래?”


레일라가 차갑게 대하자 수잔의 몸은 더 잔뜩 움츠러들며 간신히 입을 뗐다.


“도, 도와주세요.”


“뭘?”


“그러니까 라빈은, 걔는 제 동생이······.”


“아니라고?”


레일라가 말을 가로채 대신 말하자 깜짝 놀란 수잔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솔직히 난 잘 몰랐는데 낮에 서지터 녀석에게 너희가 친남매 사이가 아닐 거라고 듣긴 했어. 지금 와서 나한테 고백하면서 도와달라는 건 라빈이 진짜 주술사란 이야기일 테고, 너는 협박 같은 거라도 당하는 거겠지?”


눈치 빠른 레일라 덕분에 수잔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이미 모든 걸 눈치채고 있었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수잔의 몸을 휘감았다.


“일단 들어와. 앉아서 차분하게 얘기를 해봐. 녀석들이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여전히 몸을 떨고 있던 수잔은 문 옆의 의자에 걸터앉아 잠시 멍하니 레일라를 바라보다 방금 그녀가 한 말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언니, 친구분들이 위험해요. 못 돌아올지도 몰라요.”


“무슨 말이야? 자세히 말해봐.”


“그게 라빈이 자진해서 마을까지 안내해준다고 말한 거요. 함정이에요.”


“그것도 대강 눈치채고 있었어.”


“네?”


레일라의 대답에 수잔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랑 같이 마을에 남은 파시비엔 녀석이 아까부터 안 보이잖아. 그 녀석이 어디 간 거로 생각하니?”


“무슨······.”


“네가 솔직하게 말해주니까 나도 솔직하게 말해줄게. 인정하기는 싫지만,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른 서지터 녀석이 무슨 일을 꾸밀 거라고 예상하고 역으로 함정을 파놨어. 그게 파시비엔이고.”


파시비엔은 마을을 몰래 빠져나가기 전 잠시 방에 들러 레일라에게 서지터의 말을 전해주었기에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수잔이 용기를 내어 사실을 말해준 건 의외의 일이었지만.


“파시비엔은 성직자야. 말 많은 사제 놈이 신나서 자기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며 콧노래를 부르면서 뒤따라갔어. 무슨 일이 생기긴 하겠지. 아마도 라빈이 붙잡혀 오는 그런 시나리오?”


“성직자요?”


“그래.”


“그래도 위험해요. 라빈이 언니, 오빠들 저주 인형을 다 만들었어요.”


“저주 인형?”


“네, 그걸로 다 죽일 거예요. 위험을 무릅쓰고 일부러 언니, 오빠들한테 접근한 것도 저주 인형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자세히 얘기해 볼래?”


언제 주눅 들었다는 듯 수잔이 빠르게 입을 놀렸다.


“그러니까 언니, 오빠들이 오기 전에 라빈이 점을 쳤어요. 점괘에 자기를 죽일 사람들이 곧 섬에 들어올 거라고 나왔대요.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를 주술사 대역으로 앉혀놓고 계획적으로 접근한 거예요. 저주 인형을 만들기 위해서요.”


“우리도 만만치 않아. 그 녀석이 아무리 날고뛰어도 쉽게 당할 녀석들은 아니거든.”


“라빈 계획은 일부러 마을 안에서 일을 저지를 거예요. 혹시라도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마을 사람들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공격해 올 수 있게요. 그 사람들 100명도 넘어요. 거기다 엄청나게 센 사람들도 항상 있고요.”


“엄청나게 센 사람?”


친구들의 실력을 믿고 있으니 크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수잔의 말을 듣던 레일라는 센 사람들이 있다는 말에 크게 반응했다.


“네! 항상 몇 달씩 돌아가면서 두 명이 섬에 들어와요. 얼마 전까지 자리를 비웠는데 지금은 두 명이 와 있어요. 거기다 아직 마을 사람들도 많이 살아있고요. 일이 커지면 그 사람들 다 죽일지도 몰라요.”


“흐음.”


레일라는 고민에 빠졌다. 일단은 아리엘을 지켜야 하기에 자신이 남긴 했지만 네 사람이 위험에 빠지면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라빈이 파놓은 함정은 철저히 사전에 예상하고 대비를 하긴 했어도 세다는 자들이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그들이 루노바에서 라톰프 신전의 대사제를 죽인 자들일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생존자들이 있다는 말까지 들으니 혼자 이곳에 있는 것이 내심 불안했다.


“그리고······.”


“또 뭔데?”


수잔은 급기야 울먹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을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어서 이상한 실험 같은 걸 해요. 라빈한테 이야기를 들었는데 고통 같은 걸 못 느끼는 사람들을 만드는 실험이래요.”


“고통을 못 느낀다라······. 그렇다는 건 주술사가 없어도 통제할 수 있고 느리다는 단점을 보완하려는 실험이겠지. 정말 좀비로 군대를 만들려는 생각이었나?”


“언니, 그러니까 라빈이 일을 벌이기 전에 막아야 해요. 우리 할아버지랑 아직 살아있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려면 언니, 오빠들밖에 없어요. 제발 도와줘요.”


수잔이 자신까지 함정에 빠지게 하려고 거짓말을 하려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라빈 편에 서 있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알았으니까 잠깐 생각 좀 하게 나가 있어 줄래?”


“네.”


수잔이 나가자 레일라는 차분하게 생각을 했다. 라빈을 비롯해 100여 명의 병사, 그들을 이끄는 베일에 싸인 강한 자들, 거기다 실험체가 된 좀비 부대까지. 넷이 감당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나도 컸다. 그렇다고 혼자인 자신이 가더라도 크게 달라질 건 없었지만 최소한 일이 커지기 전에 친구들을 만난다면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을 듯했다. 하지만 지금 곁에 누워있는 아리엘을 놔두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아, 어쩌지?”


- 꼬옥.


“레일라.”


힘없는 목소리의 아리엘이 그녀의 손가락 하나를 잡으며 말하자 레일라가 깜짝 놀랐다.


“아리엘! 깼어? 어때? 괜찮은 거야?”


“아니? 헤에, 그래도 나 괜찮아. 다녀와.”


“무슨 소리야.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좀 전에 하는 얘기 얼핏 들었어. 나 때문에 쉽게 결정 못 하는 거잖아.”


“그래도!”


“저 여자아이가 설마 나한테 해를 입히겠어? 그러니까 다들 안전하게 데려와.”


레일라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힘없이 누워있는 아리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녀 나름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오히려 내가 미안해. 짐만 되는 거 같아.”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그럼 금방 다녀올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레일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묶었다. 단검을 이용한다면 다들 무사히 데려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리엘이 깨어난 바로 그 시점. 주술사 라빈이 딜런의 화살에 맞아 목숨을 잃은 순간이었다. 덕분에 아리엘이 조금이나마 정신이 들었지만, 레일라에겐 단검을 이용하더라도 제시간에 도착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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