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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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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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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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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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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각자의 시간 - 21

DUMMY

정식으로 현상금 사냥꾼으로 등록한 저녁. 서지터는 곧바로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정보를 캐기 위해 사창가가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선 서지터는 같이 따라온 루퍼트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까지 따라와 준 건 고마운데 위치만 알려주고 일단 너는 돌아가 있어. 내가 알아보고 갈 테니까.”


“제가 뭐라도 돕게 해 주십시오.”


“지금 돕고 있잖아. 어휴, 솔직히 이런 분위기 딱히 좋아하진 않는데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널 들여보낼 수도 없고.”


골목은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과 손님으로 온 남자들로 북적거렸다. 용병단에 몸담을 당시 강제로 벨크나 다른 검은 늑대 대원들에게 여러 차례 이런 곳에 끌려온 경험이 있던 서지터였다. 혈기 왕성한 젊은 나이이긴 해도 돈을 내고 성욕을 해결하는 것이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비슷한 분위기의 이곳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찝찝했다.


“그렉이란 자가 운영하는 곳은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오른쪽에 있습니다. 가장 큰 건물이니까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알았어.”


루퍼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안심을 시키는 미소를 지어준 뒤 서지터는 골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루퍼트가 알려준 곳으로 향하는 내내 젊은 아가씨들이 서지터를 붙잡았지만 극구 괜찮다고 사양을 하며 간신히 그렉의 가게 앞까지 도착했다.


“휴우, 여긴 거 같지? 으으으. 불과 몇십 미터밖에 안 되는데 여기까지 오는 것도 더럽게 힘드네.”


서지터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는지 몸서리를 쳤다. 독할 정도의 분 냄새에 몽롱해질 지경이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3층짜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주로 술에 취한 손님들이 드나드는 상황이라 어수선했지만 건장한 체격의 사내 하나가 서지터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손님으로 온 거요?”


“아, 뭐 그렇지.”


“딱히 원하는 스타일이 있으면 미리 말하고.”


“그냥 여기서 오래되고 경험 많은 사람이면 좋겠는데.”


미리 머릿속에 준비한 멘트를 내뱉으며 최대한 능숙한 척 연기를 했다. 건장한 사내는 능글맞게 웃으며 서지터를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용병인가 보네?”


“응.”


“흐흐. 보통 용병들은 정반대의 취향을 좋아하던데. 좀 특이한 취향인가 보네. 금액은 5골드.”


서지터가 돈을 지불 하자 사내가 계단 쪽으로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서 5호실로 가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으나 2층으로 향하는 서지터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상하게 이런 곳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되도록 빠르게 정보를 캐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래도 서지터는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1층을 두리번거리며 건물 구조를 살폈다. 2층으로 올라가서도 꼼꼼하게 구조를 살피기 시작했다. 계단 양쪽으로 긴 복도가 있었고 복도 좌우로 꽤 많은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건물 구조였다.


“루노바에 있던 신전 건물 구조랑 비슷하네. 벌써 짜증이 나는데?”


일단 5호실을 찾기 위해 방문에 적힌 숫자를 보다 문 안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아, 차라리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게 낫지. 진짜 적응 안 되네. 얼른 용건만 보고 빨리 뜨자.”


겨우 5호실을 찾은 서지터가 떨리는 손으로 노크를 하자 안에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서지터는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몰랐다. 들어오라고 했던 여인은 요염한 자세로 침대에 반쯤 기대 누운 채 속살이 다 비치는 얇은 옷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어머? 귀엽게 생긴 청년이네?”


“네, 뭐······.”


눈을 내리깔고 바닥의 카페트의 문양을 뚫어지게 보며 답하자 여인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호홋! 이런 곳은 처음인가 봐?”


“어, 으음. 처음은 아니고요.”


“뭐해? 옷 안 벗을 거야?”


- 짜아악!


갑작스레 서지터가 자신의 뺨을 세게 후려갈기며 중얼거렸다.


“어머니, 보고 싶어요.”


“어맛! 왜 그래?”


이제야 정신이 든 서지터가 침대로 성큼성큼 걸어가 얇은 이불을 걷어 여인에게 덮어버렸다. 갑작스러운 이상 행동에 여인이 허우적거리며 당황스러워했다.


“뭐, 뭐야? 왜 이러는 거야?”


“옷을 거의 다 벗고 있어서 일단 좀 가리려고요.”


“너 뭐니? 그럼 이런 곳에서 옷을 벗지, 입을까 그럼?”


이불을 걷어 얼굴만 빼꼼 내민 여인은 이상한 눈으로 서지터를 빤히 바라보았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손님이었다.


“후우우. 이제 좀 진정이 되네. 암튼 그런 거 하려고 온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요. 얘기 좀 할 게 있어서 왔어요.”


“가끔 그런 손님이 있긴 해도 너 같은 사람은 또 첨이네?”


여인이 이불을 걷으려 하자 재빠르게 서지터가 움직였다.


“에헤이! 그냥 좀 있어 봐요. 날도 추운데 왜 그런 옷을 입고 있는 건데요. 그러다 감기 걸려요.”


이불을 걷지 못하게 단단하게 붙잡고는 빤히 여인을 바라보았다. 옷차림과는 다르게 외모는 화려할 정도로 꾸미고 있었다. 진하게 화장한 얼굴만 아니라면 제법 귀여울 법한 얼굴에 순간 서지터의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있기로 나랑 약속.”


새끼손가락을 들이밀자 여인은 이불 속에서 손을 빼 손가락을 걸었다.


“귀여우니까 약속!”


“심장 벌렁거리니까 앞에 말은 빼고요.”


“푸흡! 알았어. 약속.”


품에서 금화 3개를 꺼낸 서지터가 여인의 손에 쥐여 주며 간신히 이곳까지 온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알아볼 게 있어서 온 거니까 물어보는 것만 잘 대답해 주면 돼요. 비밀을 지켜주면 돈은 더 줄 테니까. 알았죠?”


“그래, 알았어.”


이제 질문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필요한 정보만 알아낸 후 빠져나갈 생각에 서둘러 질문을 던졌다.


“여기가 그렉이란 포주가 운영하는 곳 맞아요?”


“응, 맞아.”


“그렉은 어디에 있죠?”


“주로 자기가 머무르는 곳에 있겠지?”


“거기가 어딘데요.”


“이 건물 뒤에 거처가 있어. 1층 뒷문으로 나가면 돼.”


“거기에 그렉의 부하나 지키고 있는 놈들을 몇이나 되는지 알아요?”


여인은 그 말에 서지터를 한참 동안 위아래로 훑어보다 말했다.


“옷차림이나 등에 검을 짊어지고 있는 걸 보니 용병 같아 보이는데. 암살자야? 그렉을 죽이기라도 할 작정인가 봐?”


“죽일지 아닐지는 그렉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너 혼자야?”


“그런데요.”


“하아, 포기해.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야.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그렉을 지키는 놈들은 족히 서른 명도 넘을 거야. 그중에 실력이 엄청난 놈들도 한둘이 아니고.”


적의 숫자도 많고 실력이 좋은 자들도 있다고 하니 서지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언제나 강한 상대는 그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들이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럼 이곳에 있는 사람 중에 미셸이라는 여자아이가 있나요?”


미셸은 루퍼트의 동생이다. 근본적인 목적이 그녀다 보니 확인 절차가 필요했다.


“미셸? 워낙에 애들이 많아서······.”


“18살이고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됐다고 그러던데요. 으음. 특징은 갈색 머리에 키는 160 정도? 그리고 입술 옆에 눈에 띌 정도의 점이 있다고 하던데.”


“아아! 그 애인가? 항상 겁에 질려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는 애 같은데?”


“있긴 있다는 거죠?”


“아마 맞을 거야.”


“고마워요. 여기 돈.”


금화 3개를 더 꺼내 여인에게 쥐여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여인이 서지터의 손목을 잡아 세우며 말했다.


“뭐야? 벌써 가는 거야?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심신의 안정을 되찾은 서지터는 그녀의 행동에 평소처럼 능숙하게 받아쳤다.


“미안하지만 저보다 한참 누님 같은데 연상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자기는 내 취향인데? 귀엽게 생겼잖아. 호호홋.”


“일부러 여기로 온 건 오래 있던 분한테 물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예요. 아! 여기에 있던 건 얼마나 됐어요?”


“그건 왜? 7년 정도 됐지 아마?”


그녀의 말에 서지터의 눈이 초롱초롱 빛이 났다. 어쩌면 이멜다를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에 바로 물어보았다.


“혹시 이멜다라는 사람 알아요?”


“이멜다?”


“만약 여기로 왔다면 4~5년쯤 됐을 거고요. 긴 검은 머리에 피부가 하얗고 아마 한쪽 다리를 절고 있을 건데.”


“으음, 글쎄?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말에 서지터는 금세 시무룩해졌다.


“그럼 다른 곳으로 간 건가.”


“기억은 안 나지만 무조건 여길 거쳐 가게 되어 있어. 정말 레토론의 사창가로 팔려 왔다면 그렉의 손을 거쳐 가게 되어 있는 구조야.”


“그래요?”


“그렉이 여길 총 관리하거든. 노예 경매장에서 데려온 애들은 또 웃돈을 얹어서 다른 포주들에게 팔지. 그 차액은 고스란히 팔려 온 애들에게 떠넘기고.”


“하아아, 짜증 나.”


서지터는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를 벅벅 긁었다. 쉽지는 않을 거라곤 이미 예상하였지만, 이멜다의 흔적을 찾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 꿈에도 몰랐다.


“결국 그 자식을 잡아서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네.”


여인은 서지터 옆으로 기어와 헝클어진 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련한 자기 눈빛을 보니까 옛 연인을 찾고 있나 봐? 정말 부럽네. 나는 찾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야.”


“나 때문에 노예로 이런 곳까지 팔려 온 거예요. 어떻게 해서든 찾아야 하는데.”


“자기 사연은 잘 모르겠지만 착하네? 바닥까지 떨어진 불행한 인생이어도 자길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으니 나름 행복한 인생이잖아. 아마 자기 마음이 전해졌을 거야. 너무 자책하지 마.”


“고마워요.”


본의 아니게 처음 보는 여인에게 위로를 받았어도 마음이 편해졌다. 어느새 여인은 서지터 옆에 바짝 다가와 앉아있었다.


“착하니까 이건 내 선물.”


- 쪼옥.


여인이 갑자기 서지터의 입을 맞췄다. 찐한 키스도 아니었고 살짝 입술만 맞닿았을 뿐인데 돌발행동에 다시 서지터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호홋! 얼굴 빨개졌어. 귀여워.”


“아, 진짜! 장난치지 말아요.”


서지터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짜증을 내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바로 곧장 나가려던 서지터는 잠시 문 앞에 서서 툴툴거렸다.


“누구한테 오늘 있었던 일 말 하기만 해요. 가만 안 둘 거니까.”


“가만 안 두면 어쩔 건데? 오히려 기대되는걸? 나 거친 것도 좋아해.”


협박 같지도 않은 협박에 겁먹을 여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맞받아치며 서지터를 놀리기 바빴다.


“에잇! 진짜! 추운데 감기 안 걸리게 옷이나 따뜻하게 입어요. 꼴이 그게 뭐야.”


그 말을 끝으로 서지터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만족스러울 정도의 정보는 아니었지만 나름의 수확은 있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일을 풀어나갈지 계획을 세우며 사창가 골목을 빠져나갔다. 이런저런 생각에 집중하는 상황이라 루퍼트가 곁에 다가왔는지도 몰랐다.


“서지터님? 서지터님!”


“옴마! 뭐야? 왜 여기 있어? 여관에 돌아가서 기다리라니까.”


“너무 걱정돼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원하시는 건 잘 알아보신 겁니까?”


“어, 뭐 나름? 이제부터 진짜 작전을 세워야지.”


“제 동생 소식은 혹시······.”


“제대로 알아볼 순 없었는데 그곳에 있기는 한 거 같아.”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 좀 그만해. 진짜 고마우면 나중에 동생 구하고 나면 그때 제대로 한 번만 하라고.”


“네! 네!”


“짜증 내서 미안. 돌아가자.”


예민해서 괜히 날카롭게 말을 한 건 아닌지 순간 생각이 들어 서지터는 루퍼트와 어깨동무를 하며 여관으로 향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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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6화 누군가의 의지 - 1 23.07.12 3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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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5화 각자의 시간 - 29 23.07.06 39 2 12쪽
125 5화 각자의 시간 - 28 23.07.05 40 2 12쪽
124 5화 각자의 시간 - 27 23.07.04 3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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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5화 각자의 시간 - 23 23.06.28 3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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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5화 각자의 시간 - 18 23.06.21 32 2 14쪽
114 5화 각자의 시간 - 17 23.06.20 3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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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5화 각자의 시간 - 13 23.06.14 3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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