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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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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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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작성
23.07.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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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누군가의 의지 - 1

DUMMY

여섯이 모두 모인지 1주일 정도 흘렀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 날이 차지만 낮에는 제법 따뜻해져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만물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시점이었다. 다들 1주일간 조금씩 바뀌는 날씨에 적응하며 시간을 보내던 차에 마침 오전에 콜리나가 여관에 도착했다.


고생이 많았는지 얼굴이 반쪽이 된 콜리나는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누군가의 욕을 했다. 그리고 일행에게는 점심때 나이트 플라워로 가보라는 말과 함께 방에 들어가 기절해버렸다.


그렇게 콜리나의 말에 점심도 거르고 나이트 플라워 방문을 위해 바삐 움직였다. 유일하게 서지터만이 1주일 내내 방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역시나 기다리기 지쳤는지 새로 산 옷을 깔끔하게 입은 레일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빨리 안 나와?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 질질 끌고 간다?”


레일라의 외침에도 방 안은 조용했다. 답답함에 레일라가 같은 방을 쓰는 카데스에게 말을 걸었다.


“쟤 요새 뭐 하느라 밥 먹을 때 빼곤 나오지도 않는 거야?”


“도착한 다음 날 나가서 검술 관련 책을 잔뜩 사 오더니, 딴사람이 된 것처럼 책만 봐. 내가 말을 걸어도 대꾸도 안 하고.”


“죽을 때가 됐나?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난리람?”


“풉! 나는 그 모습 익숙한데.”


한스가 마법학교 시절 전대미문의 문제아로 낙인찍히기 이전의 서지터 모습을 떠올렸다.


“어디 좀 볼까?”


- 끼이익.


한스가 방문을 살며시 열고 집중하고 있는 서지터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래된 일이지만 책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한때 촉망받던 천재 마법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와아, 웬일이래? 네가 책을 다 보고. 무슨 책을 그리 열심히 보는 거야?”


친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지 책을 읽는 데에 집중하고 있자 한스의 겨드랑이 아래로 아리엘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와 툴툴거리며 서지터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터어, 지터어어. 가자아. 나 배고프단 말이야.”


“어? 어딜 가? 밥 먹으러? 오늘 외식이야?”


아리엘의 칭얼거림에 간신히 반응을 보인 서지터였지만 엉뚱한 대답을 하며 다섯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문밖에서 레일라가 소리를 질러버렸다.


“오전에 콜리나가 와서 점심때 나이트 플라워 가보라고 한 거 못 들었어? 귓구멍이 막혔니? 내가 뚫어줘?”


“아아, 그래? 콜리나 돌아왔구나.”


귀를 뚫어준다는 레일라의 말에 서지터는 새끼손가락으로 한쪽 귀를 후벼파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후 눈은 다시 책으로 향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한스가 네 사람에게 먼저 나가 기다리란 말과 함께 방문을 닫고 서지터가 보고 있던 책을 빼앗아 제목을 읽었다.


“위대한 검사 루트란의 기본 검술서? 네가 이런 거 볼 짬은 아니잖아? 뭔데? 궁금하다.”


“아, 줘. 다 못 읽었단 말이야.”


“책은 나중에 읽고 나갈 준비나 해. 그전에 먼저 갑자기 왜 옛날처럼 구는지 얘기 좀 해봐.”


목이 뻐근한지 가볍게 머리를 좌우로 툭툭 털며 책 속에서 빠져나온 서지터가 대답했다.


“그냥 뭐 좀 알아보려고.”


“뭔데?”


“몰라. 검술 관련 책을 다 뒤져보고 있는데 내가 궁금한 건 일절 언급조차 없네.”


“검술에 관해선 나야 전혀 문외한이지만 갑자기 네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걸 보면 뭔가 대단한 일인 거 같은데?”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서지터는 몸을 뒤로 젖혀 의자의 뒤쪽 다리만으로 중심을 잡고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 전투 중에 이상한 걸 느낀 게 있거든. 정리가 안 돼서 뭐라 딱히 말해주기가 힘든데 대충 정리되고 나면 얘기해줄게.”


“혹시 퓨리랑 관련된 건 아냐?”


“아니, 전혀 관련 없어. 그때 이후로 계속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대강 추측이 가는 쪽이 있긴 해. 그런데 내가 겪은 일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확실하게 정리가 될 것 같단 말이지.”


“그럼 나이트 플라워 가는 김에 필토 아저씨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너야 스승으로 인정을 하진 않지만 그래도 너보다 이쪽 경험이 훨씬 많은 분이시잖아. 뭐라도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려나? 믿음이 안 가는 인간이라······.”


“일단 가자, 가자. 일어나. 옷 입어 빨리.”


“알았다고.”


서지터를 구슬리는 데 성공한 한스가 그를 일으켜 세워 반강제로 끌고 나갔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친구 모습에 기분이 한껏 좋아진 한스는 평소보다 더 친근하게 그를 다독이며 나이트 플라워로 향했다.


#

리벨드 부인의 정원에 모인 여섯은 배불리 점심을 먹은 뒤 후식까지 먹으며 잠시 소화를 시키는 중이다. 아리엘은 연신 까르르거리며 정원 연못 근처에서 물의 정령 운디네와 노느라 정신이 없었고, 카데스와 파시비엔은 포만감에 배를 두드리며 흐뭇하게 아리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스는 정신이 딴 데 팔린 서지터에게 시선이 꽂힌 상태였고, 그의 연구 대상이 된 서지터는 멍하니 초점 없는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일하게 레일라만이 심각하게 리벨드 부인과 출몰한 몬스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렇군요. 일단 상단을 그쪽으로 보내 조사를 진행해 보도록 하죠. 의뢰와는 별개지만 대비해둬야 할 필요성은 분명 있어 보여요.”


“인근 주민들에게 혹시 트롤을 목격한 적이 없는지 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어요. 그나저나 다들 얼굴이 좋아 보여 다행입니다. 사제님 얼굴은 반쪽이 된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지만요. 호호호.”


“아아! 그게 말입니다. 혼자 여행을 간 게 너무 오래간만이라 꽤 힘들었습니다. 위대하고 자비로우신 아그나달린님께서 보살펴주지 않으셨더라면 제시간에 맞춰 돌아오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페올루안테에 잠시 들러 독약 샘플도 잘 맡겼습니다. 아마 독약 관련해서 권위가 높으신 티라이슨 사제님께서 연구를 진행하신다고 했으니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네, 셜레인에게 서신을 받아 알고 있어요. 일반 독약과는 많이 달라 연구가 꽤 길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티라이슨 사제님은 저도 익히 명성을 들어 알고 있으니 조만간 해독제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정말 다행입니다.”


리벨드 부인은 푸근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는 멍을 열심히 때리는 서지터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푸딩을 한 입 떠먹은 뒤 입을 열었다.


“레토론과 그 인근 지역에서 엄청난 일을 했더군요. 그 일대가 발칵 뒤집힌 건 알고 있나요?”


여전히 서지터는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리벨드 부인의 말에 네 사람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분명 서지터의 입으로 듣기로는 합법적으로 수배범들을 잡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 입에서 나온 말은 넷에겐 큰 사고를 쳤다고 들려올 뿐이었다.


“아아악! 이게 미쳤나? 왜 꼬집어?”


레일라가 서지터의 손등을 꼬집어 정신을 차리게 했다. 그의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자식아! 사고 안 쳤다며?”


“어, 사고 안 쳤다니까?”


“그런데 방금 리벨드 부인의 말씀은 뭔데?”


“네? 뭐라 그러셨어요?”


“호호호, 내게 부탁한 것도 있어 상단을 레토론 지역으로 보냈어요. 며칠 전에 상단이 돌아와서 보고를 해주더군요. 그 지역의 악명 높은 포주들이 다 죽거나 잡혔다고요. 소문에는 현상금 사냥꾼 한 명이 모든 걸 다 해결했다고 하던데. 그게 서지터군 아닌가요?”


조금은 난감한지 서지터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소문이 벌써 났나요?”


“안 날 수가 없지요. 카르노아 공국 내에서도 아직 레토론과 인근 지역은 무법 지대로 통해요. 그 무법 지대를 주름잡는 자들이 겨울 동안 모두 한 명에게 처리가 된 사건이니까. 특히나 현상금 사냥꾼들 업계에선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모양입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하는 의뢰에 문제가 되진 않을 거예요. 알아보니까 수배범 잡은 사람에 관해선 절대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현상금을 받을 때 신분증을 보여줘야 하긴 했어도 입막음하려고 길드에 돈도 쥐여 줬는걸요. 혹시 몰라서 머리도 짧게 잘랐고요.”


“호호호. 생각처럼 소문이 퍼지지 않았는지 엄청난 일을 벌인 자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더군요. 어쨌든 그래서 갑작스레 헤어스타일이 바뀐 거군요. 지금도 잘 어울리긴 하지만 나는 예전의 머리가 더 잘 어울린다 생각되네요.”


“아앗! 서지터님, 그래서 헤어스타일을 바꾸신 겁니까? 난 또 심경의 변화가 생겨 바꾼 줄 알았습니다. 보통 여자들이 그러잖습니까. 그래서 서지터님도 이젠 이멜다님을 찾는 걸 포기하고 카렌님에게 정착하기 위해 결심한 걸로 오해했지 말입니다.”


“너 이 씨!”


“어어어?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입니다. 마르테아 섬에서 하신 약속 안 지키실 겁니까? 정말 실망입니다.”


파시비엔이 여전히 깐족거리며 서지터를 놀리고 있는 사이, 카데스가 리벨드 부인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할슈타인 공작에 대해 잘 알고 계십니까?”


“할슈타인 공작이요? 티어런 그자에 관해 묻는 건가요?”


“네.”


“고향에 다녀온다고 했으니 어쩌면 그를 만났을 수도 있겠군요.”


“네. 고향에 머무르는 동안 본의 아니게 보디가드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랬군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익히 잘 알고 있죠. 보통 영리한 사내가 아니랍니다. 셈이 빠르고 상당히 계산적인 인물이지요. 그렇다고 악한 사람은 아닙니다. 국왕 폐하의 신임을 받고 있기도 하고 나름대로 선행을 많이 하기도 한답니다. 물론 그 의도가 진심이라기보단 보여주기식이라는 말도 많이 나오긴 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제가 겪어본 바도 그랬습니다. 주위의 평판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신 듯 보이기도 했고, 상당히 눈치가 빠른 분이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수도로 돌아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폐하께서 정국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보니 그가 필요하셨을 거예요. 지난 마르테아 섬의 의뢰를 보고드린 이후로 다시 불러오기로 하셨던 것 같아요.”


“네, 저도 할슈타인 공작께 대강 설명은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의 복귀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암살자를 보낸 것 같습니다. 마침 제가 고향에 돌아갔을 때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배후는 정확히 밝히지 못했지만, 암살자 중에 히크 거리 출신도 있는 걸로 보아 빌리, 윌리 형제와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카데스의 설명에 리벨드 부인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을 알고 있지만, 이번 겨울 라인스노우에서 벌어진 일까지는 알고 있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의 반대 세력이 움직일 가능성은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그런 짓을 벌였을 줄은······. 무모하게 그런 일을 벌일 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암살이 실패했을 경우 역풍을 맞기에 딱이지요. 특히나 상대가 티어런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그 배후가 누구일지 감을 잡고 있을 거라 생각되네요. 더군다나 이번 일을 벌인 자가 히크와도 관련이 있다면 이스미르 후작과의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좋은 징조네요. 한 번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네, 감사합니다.”


“아군으로 두기에도 껄끄러운 인물이지만 적으로 두면 더 골치 아파질 그런 사람입니다. 다행히 카데스군이 암살자를 막아준 듯하니 조만간 그를 만나 떠봐야겠군요. 이번에는 그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부른 이유는 다음 의뢰를 전해주기 위해서입니다.”


다음 의뢰라는 말에 레일라가 입을 열었다.


“콜리나가 겨울 동안 했던 일과 관련이 있는 거 맞나요?”


“네, 맞습니다. 여러분들이 모두 돌아왔다는 보고를 받고 바로 불러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맡긴 일의 결과를 들은 후에 부르는 게 맞다 판단했습니다.”


어떤 의뢰가 기다리고 있을지 잔뜩 긴장한 한스가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인가요?”


“사람을 찾는 일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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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6화 누군가의 의지 - 5 23.07.18 28 2 13쪽
133 6화 누군가의 의지 - 4 23.07.17 30 2 12쪽
132 6화 누군가의 의지 - 3 23.07.14 28 2 12쪽
131 6화 누군가의 의지 - 2 23.07.13 27 2 15쪽
» 6화 누군가의 의지 - 1 23.07.12 31 2 12쪽
129 5화 각자의 시간 - 32 23.07.11 27 2 12쪽
128 5화 각자의 시간 - 31 23.07.10 30 2 12쪽
127 5화 각자의 시간 - 30 23.07.07 39 2 13쪽
126 5화 각자의 시간 - 29 23.07.06 39 2 12쪽
125 5화 각자의 시간 - 28 23.07.05 40 2 12쪽
124 5화 각자의 시간 - 27 23.07.04 30 2 13쪽
123 5화 각자의 시간 - 26 23.07.03 43 2 13쪽
122 5화 각자의 시간 - 25 23.06.30 35 2 13쪽
121 5화 각자의 시간 - 24 23.06.29 31 2 17쪽
120 5화 각자의 시간 - 23 23.06.28 37 2 13쪽
119 5화 각자의 시간 - 22 23.06.27 40 2 12쪽
118 5화 각자의 시간 - 21 23.06.26 34 2 12쪽
117 5화 각자의 시간 - 20 23.06.23 45 2 13쪽
116 5화 각자의 시간 - 19 23.06.22 33 2 13쪽
115 5화 각자의 시간 - 18 23.06.21 32 2 14쪽
114 5화 각자의 시간 - 17 23.06.20 36 2 13쪽
113 5화 각자의 시간 - 16 23.06.19 34 2 13쪽
112 5화 각자의 시간 - 15 23.06.16 39 2 12쪽
111 5화 각자의 시간 - 14 23.06.15 44 1 12쪽
110 5화 각자의 시간 - 13 23.06.14 36 2 13쪽
109 5화 각자의 시간 - 12 23.06.13 37 2 13쪽
108 5화 각자의 시간 - 11 23.06.12 38 2 13쪽
107 5화 각자의 시간 - 10 23.06.09 31 2 14쪽
106 5화 각자의 시간 - 9 23.06.08 3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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