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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류희윤] 님의 서재입니다.

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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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류희윤]
작품등록일 :
2005.10.14 14:39
최근연재일 :
2005.10.10 17:29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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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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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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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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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4) -<출간삭제와 함께 초반 부분만 남겨 둡니다>

DUMMY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제대로 된 상황이 아니었다지만, 주변으로 누군

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니?

양일충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저 순박하게 생긴 시골 청년.

언뜻 보기에도 아무런 병장기조차 소지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

다. 결코 무림인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청년을 관찰하던 양일충의 눈이 돌연 빛을 발했다.

‘참으로 맑은 눈이로다!’

왠지 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었지만, 양일충으로 하

여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청년이었다.

허나, 얼굴은 추악한 편이라고 봐야 했다.

이미 그의 왼 쪽 볼을 가득 메운 화상은 누가 봐도 흉측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의 눈빛을 보면 그런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게 되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분위기 또한 희한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그 전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듯 청년의 모습은 매우 자연

스러웠다.

“운부라는 읍성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초행이라

그 곳으로 향하는 길을 잘 알지 못합니다. 실례지만 어르신께서

그 길을 좀 가르쳐 주실 수는 없겠는지요?”

매우 공손한 말투.

그리고 청량한 목소리.

행동 또한 공손하나,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이 들 정도로 깍듯

하지는 않다.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살벌한 지금의 분위기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분위기 파악이라고는 전혀 하지 못하는 듯, 청년은 그저 맑은

미소를 띠고 있을 뿐이었다.

“이 소로를 따라 숲을 빠져나가면 세 갈래의 작은 길이 나온답

니다. 그 길들 중에서 서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 쭉 가시면 됩니

다. 어어……?”

장서혜의 한마디였다.

‘내가 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생각해도 황당한 일이었지만, 대답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무리 자신이 평소 활기찬 성격이었다고는 하나, 자신

또한 때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자연스럽게 나온 대답.

자신의 한심함에 장서혜는 차마 양노의 얼굴도 마주하지 못하

고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였다.

흑의인들의 표정에서도 황당함이 드러났을 정도였다.

‘그의 언행이 너무 자연스럽고, 너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풍기

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대답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

었는데…….’

그러는 사이 양일충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도 자네에게 한 가지 묻겠네. 자네는 지금의 이 분위기가

전혀 파악이 되지 않는 것인가?”

다분히 노기 띤 음성으로 양일충이 묻자, 청년이 대답했다.

“파악하고는 있습니다만, 제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그

것이라서 그리 했습니다. 마음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르신의 아까 그 말씀은 사실입니까?”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하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게! 목숨이 위

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비록 자신은 죽을 마당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은 정파인이 아니

었던가? 죽어가는 마당에 비록 어리석은 청년의 목숨일망정 구해

주고 싶었다.

“저 분들과 원수를 진적도 없고 척을 진적도 없다는 그 말씀에

대해서 여쭙는 것일 뿐입니다.”

마침 청년과 비슷하게 분위기 파악을 못한 나비 한 마리가 주

위를 노닐다가 청년의 어깨에 앉았다.

‘뭐, 뭐냐?’

양일충의 생각이었다.

그 광경은 비록 황당한 것이었지만,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광

경이었다.

“맞아요…….”

이번에도 입을 연 것은 장서혜.

“알겠습니다.”

청년이 대답하는 사이에 흑의인들 중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수하들을 바라보며 고갯짓을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청년을 처치하라는 명령이었다.

그 순간, 무기를 들고 있는 흑의인들 다섯 명의 신형이 빠른

속도로 청년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운부라는 읍성에 가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좀 사오너라.”

스승님의 심부름이었다.

나비와 놀라고 지시하신 이후로 스승님은 자신에게 그저 쉬라

고 하셨다.

유량은 나름대로 지난 날 배웠던 무학들을 더욱 연마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스승님이 심부름을 시키신 것.

“삶을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너도

이곳 사람들이 사는 모양을 알아둬야 하지 않겠느냐? 여태까지는

노부가 해왔으나, 다만 쉬는 동안에는 네가 하는 것도 나쁘지 않

을 터.”

“알겠습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운부라는 곳에 어떻게 가는지 알려주셨고, 유량은 그

것을 기억하며 그 곳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처음으로 가는 길이라 약간 헤매던 터에, 흑의를 입은 무리들

을 비롯해서 한 명의 노인과 여인을 만나게 되었던 것.

단순히 노인과 여인이 흑의인들에 비해 수가 적고, 또한 핍박

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로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는 거였다.

강자가 약자를 핍박한다는 것 내지는 다수가 소수를 핍박한다

는 것.

자신 또한 그런 일들에 대해 많이 당했던 터라 단순히 발끈할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유량은 그러지 않았다. 전후사정에 대해

확실히 파악을 하고 움직이는 것이 옳은 방법이었기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모른 척 지나치는 것 또한 도가 아닐

것이라 판단한 유량.

그렇게 그들 앞에 나서게 된 상황이었다.


검을 든 자가 두 명.

도를 든 자, 창을 든 자, 철퇴를 든 자가 각각 한 명 씩.

그들의 움직임은 신속했고, 공격은 매서웠다.

각자가 무기의 특성에 따라 시간의 차이를 두고 서로 연계하려

는 계산마저 철저하게 깔려 있는 움직임.

‘쉽게 볼 상대들이 아니다!’

빠른 판단과 함께 가유량은 품 안에 있던 부채를 꺼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양 발이 방위를 밟아가기 시작했다.

보법에 관한 한 가히 천하제일이라고 불렸던 경무구의 독문 보

법인 건곤풍운보 상의 건곤지보가 실로 백여 년 만에 강호에 재

현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가유량의 신형이 낮게 깔리며, 눈으로 쫓기 조차 어려

울 정도의 속도로 흑의인들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다.

처음 접하는 실전이었지만, 이미 그가 보법 수련에 노력을 기

울인 것이 몇 년이었던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게 펼쳐낼 수 있는 무

공. 그 것이 경무구 무학의 최대 장점이랄 수 있었다.

단순히 시골 청년인줄로만 알고 살인멸구(殺人滅口, 어떤 비밀

이나 내막을 잘 아는 증인이나 목격자를 죽여서 그 입을 봉함)하

려 했던 흑의인들이었다.

헌데, 갑자기 시골 청년으로 보이는 자가 절정의 보법을 펼치

니, 그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탁! 탁!

낮게 깔렸던 유량의 신형이 한 흑의인의 종아리 뒷부분과 그

옆에 있던 흑의인의 뒷무릎 부분을 부채로 때렸다.

유량이 때린 부분은 혈이었는데 각각 축빈혈과 위중혈로서 제

압당하면 신체가 마비되거나 비틀거리며 쓰러지게 되는 마혈(痲

穴)이었다.

흑의인 두 명이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지자, 검을 들고 있던 흑

의인이 황급하게 가유량의 목을 향해 찔러왔다. 동시에 시간차를

두고 창을 든 사내가 가유량을 향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검을 피하려 고개를 비트는 와중에 가유량은 다시금 건곤지보

를 밟았다. 동시에 그의 신형은 창을 든 흑의인의 품속으로 빠르

게 쏘아졌다.

촤라락-

가유량의 부채가 활짝 펴지며, 창을 든 사내의 오른 손을 지그

시 눌렀다.

빠르고도 부드러운 동작이었지만, 창을 들고 있던 사내는 자신

의 팔을 내리 누르는 그 육중한 힘을 버티지 못했고, 자신의 의

지와는 다르게 창은 땅바닥으로 자꾸만 내려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검을 든 자가 다시금 유량을 공격해왔고, 철퇴를 든

자는 빠르게 유량을 향해 철퇴를 내질렀다.

유량은 즉시 손목을 가볍게 털어내며 부채를 접었다.

그와 동시에 창을 들고 있는 흑의인의 어깨 부근을 때리니 그

곳 또한 마혈의 하나인 비유혈이었다.

창을 든 무사가 쓰러짐과 동시에 검과 철퇴가 유량의 몸 가까

운 곳에 짓쳐들고 있었다.

유량은 서둘러 건곤천보를 밟았다.

애초 신형이 낮게 깔리는 건곤지보와는 달리, 건곤천보는 공중

에서도 매우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보법이었다.

그들은 유량의 신형이 또다시 낮게 깔릴 줄 알고 일부러 아랫

부분을 공격해 들어온 상황.

유량의 몸이 살짝 떠오르며 부채로 철퇴의 쇠사슬을 살짝 누르

니, 엄청난 힘으로 날아오던 철퇴가 돌연 방향을 바꾼다.

검을 든 흑의인의 눈빛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고.

“큭!”

철퇴는 어이없게도 동료의 가슴팍을 강하게 가격하고는 갈 곳

을 잃어버렸다.

유량이 철퇴를 들고 있는 흑의인에게 다가가며 다시금 건곤천

보를 밟았고, 그의 신형은 금세 흑의인의 면전에 도달해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철퇴라는 무기는 유용하지 못하다.

흑의인은 황급히 철퇴를 버리고 장법으로 유량과 맞서려 했다.

그가 진기를 끌어올린 후 장력을 발출하려는 순간.

그는 어느새 자신의 팔목을 누르고 있는, 접힌 부채를 볼 수

있었다.

탁!

그 부채가 흑의인의 팔꿈치 관절 안쪽을 때리니, 그 곳도 인체

의 마혈 중 하나인 곡지혈이었다.

그 흑의인까지 쓰러지자, 남아 있는 흑의인들은 약간 놀란 눈

치였다. 갑자기 나타난 청년이 생각 외로 까다로운 존재였기 때

문이었다.

가유량은 그저 보법 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심법을 제외

하고는 가장 처음으로 배운 무공이었고, 그 동안 스승님과 더불

어 신체의 주요 혈도 등에 대해서는 많은 공부를 해왔던 터였다.

게다가 완연한 부드러움 중에 강함이 내포되어 있는 경무구의

무학이었으니, 그 효과는 훨씬 탁월했다.

남아 있는 흑의인들의 수는 아직도 스물다섯.

그들이 뭔가를 계획하고 있는 순간.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은 바로 가유량이었다.

슈슈슉-

갑자기 장서혜가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나아간 가유량.

그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속도로 건곤천보를

펼쳐내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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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3) +60 05.10.10 30,063 9 11쪽
11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2) +86 05.10.09 29,608 39 9쪽
10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 +75 05.10.06 30,705 14 6쪽
9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4) +66 05.10.06 29,814 19 8쪽
8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3) +76 05.10.06 30,389 10 10쪽
7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2) +68 05.10.05 32,126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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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4) +67 05.10.05 34,398 1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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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2) +64 05.10.03 41,509 11 9쪽
2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 +85 05.10.03 48,124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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