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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류희윤] 님의 서재입니다.

선무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완결

초[류희윤]
작품등록일 :
2005.10.14 14:39
최근연재일 :
2005.10.10 17:29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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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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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51

작성
05.10.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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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

DUMMY

2.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



유량이 경무구에게 모든 것을 말했던 그 날, 경무구만 혼란과

함께 많은 놀람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다. 유량도 같았다.

“충격적인 말이겠지만, 이곳은 다분히 자네가 살던 세계와는

다르다네.”

“예? 그렇다면 이곳은…….”

막연하게 중국의 한 곳이리라고 생각했었다.

그조차도 왜 그런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 것이 아니

면 다른 답은 없었기에.

“무림 또는 강호라고 불리는 곳이 있네.”

그렇게 시작된 노인의 말에 유량은 깜짝 놀라야 했다.

많은 매체들을 통해서 접했던 무협의 세계.

이곳은 바로 그 세계였던 것이다.

믿을 수 없었지만 믿어야 했다.

노인은 지난 3년간이나, 연고도 모르는 자신을 위해서 많은 것

을 해준 사람이었다.

지난 3년간의 세월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유량은 바보가 아니었다.

“차원이동. 이것이 나의 결론이네.”

“차, 차원이동…….”

유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그 것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지

난 3년간의 삶이 모두 꿈이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 것.

하지만 분명히, 그 세월들은 꿈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이었던 것이다.

“자네의 충격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네만, 자네만큼이나

노부 또한 큰 충격을 받아야 했네.”

당연할 것이다.

다른 세계의 존재인 자신을 눈앞에서 봐 온 노인이었으니 그러

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것은 현실이네. 노부도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이라는 말이네.”

양 손을 부르르 떠는 와중에도 유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와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노부는 계속해서 생각했네. 과

연 다른 차원의 인물을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말이지.”

노인의 말에 유량은 몸을 움찔 떨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은 균형을 깬 존재이자,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금 마음을 안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저는 균형을 깬 존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별 특이할 것도

없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지요. 저를 살린 것이 어르신이시니, 저

에 대한 처분 또한 어르신의 몫입니다.”

유량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엄숙하게 숙였다.

“보통, 이런 일은 분명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봐야겠지.

하지만 그 누가 어떤 것이 옳다고 정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계의 인물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그 누가 단정 지을 수

있더란 말인가?”

“어르신…….”

“모든 게 천지신명의 뜻이겠지. 그 날 그렇게 자네가 내게 온

것도 천지신명의 뜻이겠지. 그 어떤 섭리가 있었겠지. 사람의 목

숨이라든지 사람과 사람간의 인연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했으니, 모든 것이 그러하기에 그러한 것일 뿐.”

유량은 노인의 말에 두 눈을 부릅떠야만 했다.

‘그러하기에 그러한 것일 뿐이라고? 그 말은 분명히……?’

자신이 지금의 이상한 일을 겪기 전, 하늘을 보면서 중얼거렸

던 바로 그 말이 아닌가?

유량은 이어진 노인의 물음에 그 생각을 미뤄야 했다.

“그래, 자네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노인의 물음에 대답할 말이 없어졌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르신께서도 아시다시

피…….”

“하긴, 괜한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군.”

노인은 뭔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은 노부와 함께 있을 수밖에 없겠군?”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어린 제 입

장에서도 너무 염치가 없는 것이어서…….”

유량의 대답을 들은 노인은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노부는 상관없네, 다만…….”

“무엇입니까, 어르신?”

“자네가 이 넓은 중원 천지의 그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노부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

니네. 사실, 노부는 무림인이네. 물론 노부가 그 곳을 떠난 것은

백년이 훨씬 넘은 말이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노부가 무림

인이 아닌 것은 아니네.”

노인이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유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인고 하니, 결국은 자네의 인연도 무림에 닿았다는 말

이네. 보아하니 자네의 상도 평탄한 상은 아니야. 앞으로도 자네

의 어려움은 계속 될 것이란 말일세.”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르신?”

“나의 제자가 되어 무(武)의 도를 추구하거나, 아니면 조만간

이 곳을 떠나서 다른 삶을 살아가거나. 하지만 무의 도를 추구하

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힘든 일이네.”

유량은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경무구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세상의 그 누구라도, 자신의 제자가 되라고 한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이 청년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청년이

었다. 그러한 상황 때문에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어르신께서 추구하시는 것이 그 어떤 것이든, 저는 어르신을

믿습니다. 그 도(道)가 어떤 것이든, 저는 따를 것입니다.”

3년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아무런 요구도 없이 자신을 돌봐

준 노인이었다. 자신을 가르치고 길러준 노인이었다.

다른 차원의 사람인 것을 알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똑

같이 대해준 노인이었다.

“껄껄껄. 그렇다면 그렇게 하게.”

그 날.

유량은 가르침에 따라, 노인에게 엄숙하게 아홉 번의 절을 올

렸다.

이는 경무구 인생에 있어서 최초로 제자를 들인 것이었으며,

자신들이 있는 곳의 이름을 ‘별유곡(別有谷)’이라고 지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별난 일이 다 있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현 강호상에 있는 일곡(一谷)이 얼마 후에는 이곡(二谷)으로 늘

어났을 정도로 그 일이 중요한 일이었다는 것은, 경무구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 * *


‘천하제이인이라고?’

물론 노인, 아니 이제는 스승님이 된 분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속으로라도 약간은 웃을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자신이라고 해서 무협에 관한 영화나 소설 등을 접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곳에 등장하는 그 누구도 저런 식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허접한 삼류의 사부가 삼류의 제자를 받아들인다고 할

지라도 자신이 천하제일이라고 말했으면 말했지, 천하제이라고

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스승님이 스스로 겸손해지기 위해서 하신 말씀이리라.

유량은 잠자코 스승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네가 오늘부터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

“예?”

자신의 되물음에 스승님은 말없이 자신의 앞으로 뭔가를 던졌

다.

탁! 타닥!

바닥에 떨어진 물건은 부채였다.

“이것은…….”

“부채이니라.”

“스승님. 외람된 말씀이오나 지금 저는 덥지 않습니다.”

가유량은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아니. 이 선선한 가을 날씨에 땀이나 식히라고 준 부채가 아

니다. 그 것이 앞으로 너의 무기가 될 것이며, 방패가 될 것이다.

노부가 네게 가르치려 하는 것은 부채의 무공이다.”

“예? 부채의 무공이라니 어리석은 제자는 잘…….”

유량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한 모양으로 대답을 하고 있을

때였다.

돌연 바위 위에 앉아 있던 스승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높게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 뒤로는 경악의 연속이었다.

한순간, 스승님의 오른 손에 들려 있는 부채가 수백 개로 늘어

나며 허공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허억……!”

감탄을 내뱉을 사이도 없었다.

그 것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으니까.

수백 개로 늘어난 듯 보이던 부채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만

가다니 수천 개가 되었고, 그 것은 더더욱 허공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부채의 숫자는 늘어만 갔고, 그 부채는 주변

의 모든 것을 가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맑은 가을날이었는데, 한 순간 태양마저 없어진 듯 주

위가 흐려지는 것이 아닌가?

유량의 눈동자는 튀어나올 듯 부릅떠졌다.

하지만 그 것이 끝이 아니었다.

스승이 허공에서 뭔가를 외쳤을 때.

수천, 수만 개로 늘어났던 부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허공

에는 그야말로 거대한 부채 하나만이 온 하늘을 가리고 있는 것

이 아닌가?

팟!

그 거대한 부채가 사라졌다고 생각되었을 무렵, 스승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처음과 같은 자세로 바위 위에 앉아서 부채질

을 하고 있었다.

휘이이이-

갑자기 느껴지는 바람.

유량은 다시금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지금 느껴지는 바람은 상당히 강한 바람이었고, 그 바람은 자

신과 일곱 걸음 이상 떨어진 바위 위에 있는 스승님으로부터 흘

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스승님이 부치고 있는 부채에서였다.

“무릇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공기라는 것은 모든 곳에 존재하게 마련이다. 바람은 그 공기들

의 흐름이니, 바람 또한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스승님의 말씀은 유량의 뇌리에 똑똑히 각인되고 있었다.

“나는 네게 무공을 가르친다 하였지만, 실상 나는 네게 스스로

바람이 되는 법을 가르치려는 것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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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소설여행 모기 : http://mogi.dasool.com


*팬 까페 초사모 : http://cafe.daum.net/feel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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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3) +76 05.10.06 30,389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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