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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류희윤] 님의 서재입니다.

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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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류희윤]
작품등록일 :
2005.10.14 14:39
최근연재일 :
2005.10.10 17:29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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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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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06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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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3)

DUMMY

“부채란 무엇이냐?”

스물 둘의 가유량은 많이 성장해 있었다.

특히, 그의 두 눈에서 빛을 발하는 총기는, 그가 내면적으로도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볼 수 있었다.

“보통은 손으로 쥐고 흔들어서 더위를 덜기 위해 쓰는 도구입

니다.”

“그렇다. 원칙적으로, 이 부채라는 것은 무기가 아니다. 보통은

더운 곳에서 더위를 삭이는 용도로 쓰이는 도구이지. 바람을 일

으킨다는 의미에서 불을 붙일 때에 쓰이는 것도 비슷한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채에는 몇 가지의 종류가 있다. 그 종류야

많고도 많지만,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경무구는 여전히 바위 위에 앉아 있었고, 가유량은 스승으로부

터 얼마간의 떨어진 거리에 정좌한 채 앉아 있었다.

“새의 깃털로 만들어진 것을 우선(羽扇)이라고 하고, 보통 둥근

모양으로 생긴 면에 손잡이를 달아서 쓰인 것을 단선(團扇) 또는

원선(圓扇)이라고 한다. 그러한 단선이 부채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 말 그대로 둥근 부채라는 뜻이다.”

가유량으로서도 스승이 설명하는 부채들의 모양은 알고 있었으

나 그러한 것들이 그런 호칭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보통은 부채라고 하지, 어떠어떠한 선이라고 부르지는 않기에.

“또한 별선(別扇)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쓰이는 부채의 용도와

는 약간 다른 용도로 쓰이는 부채들이다. 햇볕을 가린다거나, 의

미를 기린다거나, 혼례 등의 예식에 사용하는 등의 부채를 별선

이라고 부른다.”

거기까지 말한 경무구가 별안간 그의 손에 항상 쥐어져 있는

부채를 폈다.

샤라라락-

가유량은 스승이 부채를 펼칠 때마다 신기함을 금치 못하고 있

었다. 손목을 털어낸 것 같지도 않은데 부채는 항상 활짝 펴졌고,

그 펴지는 속도 또한 느리기 그지없었다.

그러다보니 스승이 부채를 펼치는 모양 자체가 굉장히 신비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부채는 바로 이런 형태의 부채이다. 통

틀어서 접선(摺扇)이라고 부른다. 말뜻으로도 알 수 있고 직접 보

면서도 알겠지만,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부채이지. 접어서 쥐고

다닐 수 있으니 휴대하기에도 간편하다고 할 수 있다.”

부채를 들고 있는 스승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 부채는 도구

가 아닌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저 신체의 일부인 듯.

마치 나뭇가지에 나뭇잎이 붙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

질 뿐이다.

유량은 잘 알고 있었다.

저것이야말로 대가(大家)에게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일종의

풍모라는 것을.

“너는 오늘부터 본격적인 노부의 무학을 전수받게 될 것이다.

여태까지 배운 것들도 쉬운 것은 아니었으나 너는 잘 따라와 주

었다. 본격적인 무공을 배우기에 앞서, 처음에 네 자신이 가졌던

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변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재차 다

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의 도를 추구하겠다는 스승과의 약속.

바른 길을 걷겠다는 그 약속.

가유량은 그 때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스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림에는 간혹 잘난 체를 하기 위해서 부채의 무공을 사용하

는 자들이 있다. 그 것은 그들의 기호이기에 노부가 뭐라 할 수

는 없는 문제이지만, 네가 배우는 부채의 무공은 그들의 그 것과

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 스승님.”

“부채를 가지고 잘난 체를 하려는 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그 것이 무슨 큰 잘못이라는 것도 아

니다. 다만 노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리 멋있어 보이려 해

도 그 것이 억지스러우면 오히려 역효과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갑자기 부채의 무학을 얘기하다가 멋 부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시는 스승님에게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가유량은 전혀 내색

하지 않았다.

‘필요가 있으니 말씀하시는 것일 터.’

“무릇 멋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연스러움이 기본이다. 자연스

러운 멋은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는 것. 노부가 네게 이런 이야

기를 하는 것은, 나중에라도 남들 앞에서 부채를 들었을 때에 더

욱 신경을 쓰라는 의미이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껄껄껄. 뭐,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니라. 어쨌건 여담은 이

정도로 하고, 지금부터 본격적인 무학 설명에 들어가기로 하자꾸

나. 참고로 실전에서는 보통 철선(鐵扇, 철 등의 금속으로 제작한

부채)을 쓰는 것이 보통이나 노부는 실전 중에도 철선을 써 본

적이 없느니라.”


무유선무(無有扇武).

그 것이 스승이 자신에게 가르칠 무공의 총칭이라고 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부채의 무학. 그 이름이라고 했다.

‘천하’라든지 ‘천지’라든지 ‘만천’ 등의 말을 붙이지 않은 것은

겨우 그 정도로 자신의 무공을 한계 지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었다.

고민 끝에 결국 지은 이름이 ‘무유’였으니, 상승의 경지에 올랐

을 때 이 무공의 힘이란 대단한 것이었다.


풍운선초(風雲扇招).

무유선무의 가장 기초가 되는 무공들로, 무림에서 쓰는 보통의

선법(扇法)을 총망라하여 경무구가 보완시키고 발전시킨 무공이

었다.

총 3초로 이루어져 있는 무공이었는데,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하는 묘리가 담겨 있었다.


천풍선(天風扇).

총 2초로 되어 있으나 각각의 무공이 완전 다른 무공이었다.

일초는 천수일격(千守一擊)으로 방어에 최대한의 중점을 둔 채,

최소한의 공세만을 취하는 초식이었다.

이초는 천풍비운(天風飛雲)으로 일초인 천수일격과는 반대가

되는 개념의 초식이었다.


무유선(無有扇).

이것이야말로 선선자라 불린 경무구의 비전절기라고 할 수 있

었다.

총 다섯 개의 초식으로 나뉘어 있으며, 일전에 경무구가 유량

의 앞에서 뛰어올라 하늘을 온통 부채로 뒤덮은 무공도 무유선의

초식 중 하나였다.

일초와 이초는 절정고수의 반열이라는 황화예(黃化詣)의 경지

에나 들어서야 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삼초와 사초는 최절

정의 경지라는 백연탄(白筵彈)의 경지에 들어서야 본 위력을 발

휘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도 마지막 초식은 거의 초절정의 경지라는 대홍락(大弘

落)에 이르러서야 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무유선

이라는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

라고 할 수 있었다.


선무(扇舞).

말 그대로 ‘부채 춤’이라는 뜻으로 무유선무(無有扇武)의 최종

단계에 해당한다.

그 것은 누가 봐도 무공이 아닌 듯 보이지만, 실상은 엄청난

무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저 한바탕의 춤사위에 불과한 듯 보

이는 선무의 힘은 능히 하늘과 땅을 놀라게 할 정도라 했다.

가유량으로서는 스승님의 말이니 일단은 믿기로 했다.

허나, 현재 그의 상황도 머리로는 믿으려 하나 도무지 마음이

믿으려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마음이 문득 드는 것을 애써 눌렀다.

가유량은 마음속으로 스승님의 말씀을 무조건 믿는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진실한 마음이 일고 진실한 깨달음이 일어야 흉내나마 낼 수

있는 무공이다. 노부의 무학중에서는 최후의 심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노부가 무림에 나갔을 당시에도 이 무공을 쓴 적은

없었느니라. 그 때에는 아직 완벽하게 터득하지 못한 불완전한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것을 써야할 만큼 강한 적을 만

나지 못한 탓도 있었다.”

가유량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저 춤일 뿐인데도 그런 굉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

니까?”

“그냥 춤이 아니다. 깨달음의 춤이다. 대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아야 하고, 진실한 마음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물론 그 것은

선무를 시전하기 위한 전제조건일 뿐이니라.”

스승의 말에 가유량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멈칫거리자, 그 모양

을 본 경무구가 물었다.

“녀석. 선무가 궁금한가보구나?”

“죄송합니다, 스승님. 제자가 호기심이 동하여…….”

“껄껄껄. 굳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그러한 때가 오면 그렇

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아, 알겠습니다, 스승님.”

멋쩍은 듯 웃고 마는 가유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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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많이들 아시겠지만, 이번 편에서 쓰인 무공의 경지는 백상님의 무공 경지를 차용한 것입니다.

참고로, 황화예의 '예'라는 한자가 기억이 안나서 일단은 써두었습니다만, 정확히 알고 계신 분은 알려주십사 합니다.

넷상에서 표기가 되지 않는 한자라면, 훈과 음이라도 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늘 즐거운 나날들 되시길 빌며...

초 올림.



*작가와 함께하는 소설여행 모기 : http://mogi.dasool.com


*팬 까페 초사모 : http://cafe.daum.net/feel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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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4) +67 05.10.05 34,398 15 8쪽
4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3) +89 05.10.04 36,735 20 11쪽
3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2) +64 05.10.03 41,509 11 9쪽
2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 +85 05.10.03 48,124 21 10쪽
1 [선무]서장. 나는 그날의 스승님을 잊지 못한다 +108 05.09.30 58,710 2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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