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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류희윤] 님의 서재입니다.

선무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완결

초[류희윤]
작품등록일 :
2005.10.14 14:39
최근연재일 :
2005.10.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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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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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2)

DUMMY

건곤무위조화선공(乾坤無爲調和仙功).

애초에 스승인 경무구가 가유량에게 간단하게 가르쳐준 바 있

는 심법이었다.

이것은 경무구가 천하에 이름을 드높일 수 있도록 만들어준 그

만의 심법으로서, 대자연의 기를 바탕으로 경무구가 창안한 심법

이었다.

경무구는 일찍이 이 심법을 배우기 위해서 그 때까지 그가 쌓

아 두었던 일갑자(一甲子, 60년)에 가까운 내공도 깨끗이 포기하

고 다시 시작했을 정도였다.

대자연의 바르고 정순한 기운을 받아들이는 선공으로, 가장 큰

단점은 초기에 그 발전이 너무나도 더디다는 것이었다.

초기에 발전이 더딘 이유는 다른 내공 공부에 비해 그 이치가

심오하다는 것에 있었다. 그 이치가 심오하고 현묘하니, 그 내용

을 확실하게 깨닫기 전까지는 발전이 너무 더디게 된다.

“스승님, 제자가 그런 현묘함을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

건곤무위조화선공에 대해 스승으로부터 설명을 듣다가 유량이

그렇게 물었다.

“량아야. 깨닫고 깨닫지 못하고는 차후의 문제이다. 그에 앞서

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느니라.”

“가르침을 주십시오, 스승님.”

“깨닫는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을 가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 중요한 것은 바른 길로 나아간다는 것이

다. 바른 공부를 한다는 것이지. 바른 길을 걷다보면 그 것이 비

록 더디다고 할지라도 노력하는 한, 조금씩이라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

유량이 감탄사를 내뱉는 사이 경무구의 말이 이어졌다.

“어떤 때는 그 깨달음이 순식간에 내지는 한꺼번에 다가올 수

도 있다. 불가에서는 그 것을 ‘돈오(頓悟, 참뜻을 별안간 깨달음)’

라고 말하기도 하지.”

‘돈오’라는 말은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있는 말이었다.

유량은 스승님의 말을 대강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흔히 쓰이는 말로 너에게 ‘무공’을 가르친다고 했지만,

너도 알다시피 내가 가르치는 ‘무공’이라는 것은 ‘참된 무의 도’를

뜻하느니라. 참되다는 것은 곧 바르다는 것이니, 살펴서 그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예, 스승님.”

“강해지고 싶으냐?”

갑작스러운 스승의 물음에 유량은 잠시 머뭇거렸다.

솔직한 심정은 ‘그렇다’였다.

자신이 약자였기에, 강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부류들

을 처단하거나 벌하기 위해서 강해지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

런 것 따위는 이미 수백, 수천 번도 더 참아온 자신이 아니었던

가? 그런 것은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자신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강해지고 싶은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스승님…….”

스승님의 앞에서까지 솔직해지지 않는 것은 꺼려졌다. 그저 조

심스럽게 그렇게 대답했다.

“원, 녀석도 참…….”

숙고 끝에 그렇게 말하는 제자를 바라보며 경무구는 고개를 들

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기이한 운명을 타고난 자신의 제자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에 대해서는 이미 들었던 터다.

왜 강해지고 싶지 않았겠는가.

“버려라. 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버려라.”

“예, 스승님…….”

“진정 버릴 수 있느냐?”

“버리겠습니다.”

담담하지만 단호한 제자의 한마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경무구 자신에 대한 신뢰가 물씬 담겨

있었다. 이런 제자 녀석이라면 제법 괜찮지 않은가.

‘하긴 제법 괜찮은 정도가 아니지. 녀석은 분명히 용이 될 것이

다.’

아무리 자신들이 용이라고 외치지만 실상은 토룡(土龍, 지렁이)

이거나 이무기인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용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그 자신이 굳이 용이라 외치지 않아도

남들이 용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 것은 그가 확실히 용

이어야 하는 것이다.

“강함이라는 것은 무의 도를 추구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일종의 부산물인 셈이지. 절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

니라.”

“예, 스승님.”

“사람이 바른 길만 가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신도 모르

는 새에 바르지 않은 길로 빠져 있을 수도 있지. 진정 용기 있고

현명한 자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바로 걷지 않느니라. 물론

그보다 더 상책은, 미리 숙고한 끝에 그 길이 바른 길이 아니라

는 것을 알고는 가지 않는 것이고.”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유량의 대답을 듣자 고개를 끄덕인 경무구는 계속해서 건곤무

위조화선공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비록 더디기는 하지만 건곤무위조화선공은 바른 무공이었다.

또한 그만큼의 효용이 있었다.

같은 수위의 공력을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그 첫 번째요, 세상의 어떤 것도 조화시킬 수 있는

신비한 묘용이 그 두 번째였다.

“그 것이 바른 공부의 힘인 것이니라.”

“예, 스승님. 제자, 명심하겠습니다.”


건곤풍운보(乾坤風雲步).

하늘과 땅의 모든 바람과 구름 사이에서 노니는 보법이라는 뜻

으로, 이 역시 심오막측하고 현묘한 보법이었다.

“기실 내공에 대한 공부라는 것은 모든 무학 공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학을 펼쳐냄에 있어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

있으니, 이는 바로 보법이다.”

경무구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특히 우리가 사용해야할 선, 다시 말해 부채라는 것은 공격이

곧 방어이고 방어가 곧 공격이 되니, 보법이라는 것이 더없이 중

요한 것이다. 너는 건곤무위조화선공과 함께 이 무학만큼은 최선

을 다해서 연마해야 할 것이다.”

“예, 스승님.”

건곤풍운보에도 몇 가지의 종류가 있었다.

건곤지보(乾坤地步), 건곤천보(乾坤天步), 건곤무상보(乾坤無想

步), 우주건곤보(宇宙乾坤步).

경무구가 활동할 당시의 강호인들도 그의 보법 절기가 단순히

건곤풍운보라는 것만 알았지, 그 안에 따로 네 가지의 보법이 존

재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경무구가 강호를 종횡무진하고 명성을 얻기까지는 이 현묘한

보법들의 영향이 컸다.

건곤지보가 건곤풍운보의 1단계라고 한다면, 건곤천보는 건곤

풍운보의 2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두 가지의 보법은 각각이면서도 연계되는 면이 있었기에 이

또한 이해하고 깨닫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세 번째의 건곤무상보는 노부가 앞선 두 가지의 보법을 통합

하여 전혀 새로운 경지의 보법이 된 것으로, 두 가지의 묘리들

이외에 또 묘리까지 합쳐진 것이다. 이것은 노부의 강호행 당시,

단 한 번 보인 적이 있는 보법이니라.”

가유량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었으나, 그는 최선을 다

해서 그 것들을 기억하려 애썼다.

“아니, 그렇게 기억하려 애쓸 필요 없느니라.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더욱 기억도 잘 되는 법이지. 너의 노력은 가상하나, 처음부

터 모든 것을 억지로 잡으려 해서 잡히는 것은 아니다. 대강 이

해만 하고 넘어가고 핵심만을 기억해두면 될 일이다. 차차 알게

될 테니.”

“예, 스승님.”

“마지막의 우주건곤보는 노부가 강호행을 끝내고 은거한 후 십

여 년이 흐른 후에야 창안하고 완성시킬 수 있었던 보법이니라.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마음의 보법이라고

할 수 있을 터.”

놀라운 한마디였다.

아마 무림인들이 그 말을 들었다면 그대로 경악했을 것이다.

보법에 관한 한 천하제일이요, 고금을 통틀어도 손가락 안에 꼽

힌다고 생각했던 그들이었다.

그 것도 당시에는 채 완성되지 않았던 건곤무상보를 단 한번

본 후 내려진 평가였었다. 그 이상의 보법은 더 이상 등장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그들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경무구는 이미 그 이상의 보법을 창안하고 완성시켜 놓

았으니 이제는 어떠할 것인가?

물론 그런 것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가유량으로서는 그저 스승

의 말을 새겨듣기만 할 뿐이었다.


건곤회풍무류(乾坤廻風無柳).

이는 곧 신법(身法)이었다.

“원래, 경신법(輕身法)이라 하는 것은 몸을 가볍게 하는 무공전

체를 일컫는다. 빨리 달리기 위한 것을 경공(輕功)이라 하고, 공

격을 피하거나 자신의 공격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것을 보법이라

고 한다. 앞에서 말했던 건곤풍운보가 보법이었다면, 이 건곤회풍

무류는 경공인 것이지.”

경무구의 설명은 이어졌다.

“이것은 보법을 먼저 익히다보면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경공의 공부가 더 쉽다는 것이 아니라, 그 보법들의 어려

운 면을 깨닫고 나면 쉽게 느껴진다는 뜻이니라. 너는 왜 이 경

공법이 ‘회풍무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유량은 스승의 말을 들으며 나름대로 이해하려 노력해 보았다.

‘회풍무류? 바람이 돌되 흐름이 없다는 뜻인가?’

말 자체의 뜻은 그와 비슷한 것 같지만 쉽사리 이해하기는 힘

든 면이 있었다.

“지금은 대략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너무 앞서가지

말거라. 어차피 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것이니라.”

“예, 스승님.”

그 날 이후, 스승님은 더 이상의 무공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씀

도 없으셨다.

대신, 가유량은 심법인 건곤무위조화선공과 보법인 건곤풍운보

그리고 경공법인 건곤회풍무류를 익혀야 했다.

그 공부는 스승님으로부터 그 세 가지 무공의 대략적인 내용을

들은 후, 정확히 1년이 흐르기까지였다.

물론 그 동안 기본적인 권법이나 장법 내지는 각법을 비롯해서

인체의 주요 36개 혈도에 대한 공부도 병행되었다.


1년이 흐를 정도의 시점에는 가유량의 세 가지 무공 공부도 이

미 기본이 잡혀서 어느 정도는 구사할 수 있는 경지가 되어 있었

다.

가유량이 경무구를 만난 것이 18세 때였고, 언어와 글을 익히

기까지 3년을 소비한 바 있었다.

세 가지 무공을 익히는데 다시 1년이 걸리니 여태까지 총 4년

이 흐른 셈이었다.

그 사이 착실한 내공 수련을 토대로 그의 얼굴 형태도 조금은

나아져 있었다.

가유량의 나이 스물 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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