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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류희윤] 님의 서재입니다.

선무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완결

초[류희윤]
작품등록일 :
2005.10.14 14:39
최근연재일 :
2005.10.10 17:2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66,742
추천수 :
223
글자수 :
52,651

작성
05.10.06 17:39
조회
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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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6쪽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

DUMMY

3.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



그 날부터 가유량은 나비와 놀아야 했다.

특히 따뜻한 시간대에는 무조건 나비를 찾아다녀야 했다.

‘도대체 놀라는 말씀은 무슨 뜻인 걸까? 나비와 동화되라는 말

씀이신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도무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비 세 마리가 보였다.

가유량이 아무런 생각 없이 다가가자, 나비들은 놀랐는지 이내

너울너울 날아가 버렸다.

이에 유량은 나비들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가기 시작했다.

발걸음도 조용히 하고, 숨소리마저 죽여 가며.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나비들은 이내 날아가 버렸다.

연중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기에 비가 내리는 날에는 지난날

에 배웠던 것들을 연마해 나갔다.

날이 개면 다시 나비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번번이 나비들은 떠나가 버릴 뿐이어서 유량은 스승님

의 말씀대로 나비와 놀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게 1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아예 나비들이 있는 곳에 아침부터 죽치고 앉아 있었

다. 유량 자신이 마치 바위나 나무라되 되는 양, 움직임도 멈추고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나비들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주위에 있는 다른 꽃과 풀들에 앉아 있다가, 유량

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기미가 보이면 이내 다시 날아가 버렸

다.

“후우.”

절로 한숨이 나왔다.

스승님이 자신에게 뭔가 서운한 점이 있으셨나 하는 이상한 생

각까지 들 정도였다.

나비와 노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 것은 매우 지루한 일이었

다. 그러는 와중에도 유량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벌이라는 놈들

이 와서 유량을 괴롭히곤 했다.

그 때마다 유량은 부채질을 하며 벌을 쫓아버렸지만, 잊을만하

면 다시 나타나는 놈들은 여간 귀찮은 존재들이 아니었다.

오라는 나비는 오지 않고, 오지 말라는 벌들만 온다.

아주 짜증이 솟구칠 정도였다.

그런 상태로 또다시 몇 개월이 흐르니, 이미 세월은 흐르는 물

과 같이 흘러 이듬해로 넘어가 있었다.

유량의 나이가 이미 스물넷이 되는 해였다.


나비와 놀라고 말한 이후로, 스승 경무구는 유량에게 아무런

해답도 제시하지 않고 있었다.

대화하는 시간이라고는 고작 식사 시간을 비롯해서 ‘무유선’의

무공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르칠 때뿐이었다. 물론 그러한 시간은

잠깐일 뿐이었다.

직접 익히는 것이 아니고 기억해둬야 할 내용이었기에, 이미

유량은 그 것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고, 그런 상태가 되자 경무

구는 더 이상의 가르침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별의 별 수를 써도 ‘나비와 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바심을 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은

것이라, 가유량의 마음은 답답해져 있었다.

그 날도 이미 배운 무공들에 대해 점검한 후, 나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때는 아침나절로 사시정(巳時正, 오전 10시경) 쯤

에 해당하는 시각이었다.

문득 모옥의 사립문을 나서는 유량의 눈이 갑작스레 휘둥그레

졌다.

형형색색의 수많은 나비들이 봄바람에 휘날리는 아름다운 광

경. 따뜻한 바람과 함께 너울거리는 수천 마리의 나비들을 바라

보는 것은 어떠한 전율을 일게 할 만큼 장관이었다.

그 속에 스승님이 있었다.

한 손은 부드럽게 펴고, 한 손에는 부채를 활짝 펼쳐 들었다.

풀밭의 위에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계신 사부님의 모습은

가히 인간의 모습이 아닌 듯 보일 정도였다.

스승님의 주위로 노니는 수백, 수천 마리의 나비들.

나비들의 표정을 볼 수는 없으나, 유량은 나비들의 움직임을

통해서 그들이 현재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인간 세상의 광경이라고는 볼 수 없는 대

단한 풍경이었다.

스승님의 춤사위는 멈추지 않았다.

한 번의 춤사위가 끝나면 똑같은 동작이 처음부터 계속해서 반

복되고 있었다. 유량은 그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유량은 넋을 잃은 듯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

고 있을 뿐이었다.

세상에 오로지 스승님과 나비만 존재하는 희한한 느낌.

너무나도 부드럽고 따뜻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할 것만

같은 스승님의 희한한 느낌.

떨려오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어느새 양 손이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나비와 함께 흐른 시간이 오시정(午時正, 12시)을 넘기고 나서

야, 스승님의 춤사위도 막을 내리고 있었다.

따뜻하고도 상쾌하게 불던 바람이 그 때 즈음에 걷힌 것을 느

끼고 나서야, 유량은 그 것이 스승님의 바람이었다는 것을 깨달

을 수 있었다.





==============================================



급하게 나가야 할 일이 있고, 그 일이 약간 오래 걸릴 듯 해서 짧지만 먼저 올리고 갑니다.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으나,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초 올림.



*작가와 함께하는 소설여행 모기 : http://mogi.dasool.com


*팬 까페 초사모 : http://cafe.daum.net/feel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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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3) +60 05.10.10 30,063 9 11쪽
11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2) +86 05.10.09 29,608 39 9쪽
»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 +75 05.10.06 30,705 14 6쪽
9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4) +66 05.10.06 29,814 19 8쪽
8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3) +76 05.10.06 30,389 10 10쪽
7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2) +68 05.10.05 32,126 14 11쪽
6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 +88 05.10.05 34,986 12 10쪽
5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4) +67 05.10.05 34,398 15 8쪽
4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3) +89 05.10.04 36,734 20 11쪽
3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2) +64 05.10.03 41,509 11 9쪽
2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 +85 05.10.03 48,123 21 10쪽
1 [선무]서장. 나는 그날의 스승님을 잊지 못한다 +108 05.09.30 58,709 2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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