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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류희윤] 님의 서재입니다.

선무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완결

초[류희윤]
작품등록일 :
2005.10.14 14:39
최근연재일 :
2005.10.10 17:29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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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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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51

작성
05.10.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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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3)

DUMMY

* * *



*성명 : 가유량(賈流亮)

*나이 : 18세

*성별 : 남

*학교 : 강산 고등학교 2학년 생(1학년 당시 종합 전교 석차

1/357, 2학년 현재까지 종합 전교 석차 120/355)

*특이사항 :

- 고아로 알려짐.

- 얼굴 왼쪽 볼이 온통 흉한 화상으로 덮여 있음.

- 얼굴 전체의 피부가 곰보. 여드름이 가득함.

- 1학년 초의 활발했던 모습과는 달리, 2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어두워지고 말 수가 적어졌음. 2학년 담임선생님과의 면담 시 그

저 몸이 좋지 않다고만 진술함.

- 친하다 싶은 친구가 없음(그나마 1학년 시기에는 몇몇이 있

었던 듯 보이나 현재는 전무한 상태로 보임)


참으로 지옥과도 같은 나날들이 아닐 수 없었다.

특이한 성과 특이한 이름까지.

나아가서는 얼굴의 상처나 생김새를 비롯하여 공부를 잘한다는

것까지.

그 모든 것이 괴롭힘을 당해야 할 이유가 되었다.

1학년이 끝나갈 시기부터 시작된 따돌림과 각종 구타 및 유린

행위들.

그 것은 가유량이 고아였다는 사실마저 밝혀지면서 더욱 더 심

해졌다. 괴롭힘이 더욱 심해지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약간의 친

구들마저 다 떠나버렸다.

자신은 능히 견딜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 자기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리라. 그

들에게 잘못하는 것이 없고, 자기 자신이 떳떳한 바에야 충분히

견딜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아직 철이 없어서 자신을 미워하되, 그 것은 말 그대로

그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일 뿐이라 생각했다. 언젠가는 그들도

그들의 잘못을 깨닫고 괴롭힘을 멈추리라고 생각했다.

따돌림 따위, 자신은 충분히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흘러가는 상황은 자신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견뎌야 해. 견뎌야 해!’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고 아울러서 따돌

림을 당하는 것도 더욱 심해져 갔다.

최선을 다해서 살리라.

그러기 위해서 공부만큼은 열심히 하리라.

그렇게 다짐했건만 가유량에겐 그런 것조차도 용납이 되지 않

았다.

이 게 진정 청소년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들의 행동은 악랄

했고, 어떤 방식으로든 학교에서는 공부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등교 길이나 하교 길이라고 해서 절대 순탄할 수는 없었다.

수업시간에는 그나마 덜했지만, 쉬는 시간이건 점심시간이건

가유량은 언제나 긴장하며 눈치를 봐야 했다. 물론 수업시간에도

그야말로 ‘덜 한’ 정도였지 아예 괴롭힘이 없지는 않았다.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 아닐 수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면 이제 겨우 18살의 나이일 뿐이다. 그

나이에 그 모든 짐을 홀로 지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의지와는 다르게 성적은 떨어져만 갔다.

오로지 교과서와 수업에만 충실하여 그를 통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유추하며 공부해왔던 가유량이었다. 고등학교 1, 2학년

생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사고의 폭이 넓어지니 고액 과외

를 받는 학생들보다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것도 방해받지 않았을 때까지였다.

괴롭힘을 당하고 공부마저 방해받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이 성

적은 떨어져 갈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들은 자신을 불러서 면담을 했고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

물으셨지만, 나는 그 앞에서조차 나의 일들을 말할 수 없었다.

악랄한 협박의 앞에서,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꼬발르기만 꼬발라봐, 아주! 무서운 꼴을 당하게 될 테니까. 키

키키!’

덧붙이자면 학교도 참으로 좋은 학교였다.

이미 학부모들의 등쌀에 못 이겨 사표를 쓴 선생님들이 작년만

해도 세 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자신의 일들을 말할 수

있으랴?

경찰청 고위 간부 누구의 자식.

고위직 공무원 누구의 자식.

거대한 병원 원장 누구의 자식.

유명한 변호사 누구의 자식.

꽤나 커다란 기업 누구의 자식.

저명한 대학 교수 누구의 자식.

지역 교육감 누구의 자식.

연계되고 연계된 그들과 그들의 부모들.

그리고 그에 편승하려 노력하는 자식과 그의 부모들.

최소한 그들에게 미움을 당하지 않으려, 애써 못 본척하며 방

관하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 연결되고 연결된 사슬의 안에 자신이 있었다.


어느새 가유량의 일기장에는 일기가 아닌 편지글들만 가득해져

있었다.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

처음엔 미워하지 않는다고 썼다.

최근엔 미워하지 않기가 너무나도 힘들어진다고 썼다.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썼다.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것을 방관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친구들

에게도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

처음엔 이해할 수 있다고 썼다.

최근엔 처지를 이해하지만 자신은 너무나도 힘들다고 썼다.

편지를 쓴 이유는 간단했다.

그 것이 힘겹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최후의 보루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미워하기 시작하면 자신 또한 그들과 다를 것이 없는

인생이 될 것 같아서, 미움과 분노마저도 눈물에 담아 흘려버렸

다. 그리고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그 것이 가유량의 오기였고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는 끈이었다.

이미 그의 인내는 보통 사람의 그 것을 뛰어 넘어 있었다.


고아원의 원장 선생님 내외분은 너무나도 좋은 분들이셨다.

그 분들의 걱정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한 성적에 대해서 여러 차례 물으셨지만,

유량은 그분들에게도 자신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다 큰 자신이 아닌가.

고아원 동생들의 일에 대해서 신경 쓰시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벅찬 분들에게 어찌 그런 일을 쉽게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러한 상황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정도껏이다.

눈에 띌 정도로 폭락하는 성적에 대해서 걱정하시며 추궁하시

는 그 분들 앞에서 유량은 결국 말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모든 것을 말씀드렸다.

왜 그렇게 감출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상의와 속옷 상의를 벗었다.

얼굴에 아무런 흔적도 없는 것과는 다르게 그의 상체에는 온통

시퍼런 멍 자국이 가득했다.

원장님은 그 날, 유량의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셨다.

유량도 그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바로 다음 날, 원장님은 학교에 찾아 오셨다.

당연하게도 학교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학교 측에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는

발표를 내린 것으로, 그 날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채 며칠이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다.

비가 오던 그 날, 유량이 속해 있던 고아원은 그 간판을 내려

야만 했다.

원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유량과 동생들은 울고불고 난리를 쳤

지만 결국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고아원의 모든 식구들은 서로를 부여잡고 울었다.

물론 유량도 울었고, 아무 것도 모르는 불쌍한 동생들도 모두

울었다.

거대한 힘 앞에서,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불쌍한 사람들이 얼

마나 더 불쌍해질 수 있는지 확실하게 알게 해준 사건이었다.

원장님 내외분들은 시골로 내려가서 그 전에 알고 있던 시골

교회 목사님과 함께 이 일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을 보이셨으

나, 유량은 그럴 수 없었다.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는 것만으로도 원장님 내외분들은 허리가

끊어질 지경일 텐데, 자신까지 따라가서 짐이 될 수는 없었다.

편지를 써둔 후, 약간만 바람을 좀 쐬겠다고 대충 둘러대고는

휑한 고아원 건물을 나섰다.

고아원 건물 밖에서 원장님 내외분이 계신 곳을 생각하며 정중

하게 큰 절을 올렸다. 우산도 쓰지 않은 상태였기에 온 몸은 금

방 젖어버렸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 빗물에 감추고 천천히 일어섰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학교였다.

자퇴를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가 그대로 교내로 들어섰다.

상의를 벗어서 빗물을 몇 번 턴 후, 서무실로 향했고 자퇴 신

청을 했다.

유량은 바로 학교를 벗어나지 않고 옥상으로 향했다. 수업중이

라서 그런지, 계단을 오르는 동안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

었다.

옥상에 오른 가유량은 구석으로 가서 교내를 바라보았다.

처음 이 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이 옥상의 위에서 얼마나

많은 꿈들을 키워갔던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빗물에

방해를 받아도 눈을 깜빡거리며 참았다.

잿빛 하늘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으니 순간적으로 어지러워졌

다. 유량은 눈을 비비며 들었던 고개를 내렸다.

들리는 것은 빗소리 뿐, 세상에 자신만이 존재하는 느낌이 들

었다. 그나마 기분이 좀 풀리는 느낌이었다.

“열심히……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거야……!”

다시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은 비록 힘든 시기이지만, 열심히 살아간다면 분명히 좋은

날도 오리라. 이러한 시련들도 결국은 진주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파하는 조개의 과정일 뿐이리라.

어렵고 힘겨운 것을 이겨내지 못한대서야 그 어찌 삶이라 할

수 있겠는가?

‘과정이 있기에 결과가 있는 것이고, 시련이 있기에 그 성공이

더욱 빛나는 것.’

세상사가 정해진 이치에 따라서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유량도 어설프게나마 깨닫고는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어떠한 이치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게 마련이

아닐까.

따돌림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했던 이 모든 일들도 괜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어떠한 원인이 있었고, 그렇기에 그렇게 되었을 뿐

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이 겪었던 그리고 겪고 있는 이 시련들

또한 언젠가의 필요로 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은 한층 더 나아졌다.

훌훌 털어버리자.

다시 시작하는 거다.

“모든 것이…… 그러하기에 그러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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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소설여행 모기 : http://mogi.dasool.com


*팬 까페 초사모 : http://cafe.daum.net/feel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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