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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류희윤] 님의 서재입니다.

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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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초[류희윤]
작품등록일 :
2005.10.14 14:39
최근연재일 :
2005.10.10 17:29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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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740
추천수 :
223
글자수 :
52,651

작성
05.10.0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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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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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2)

DUMMY

아직은 소년티를 채 벗지 못한 듯 보이는 청년이었다.

몸에 큰 상처는 없었으나 기력이 쇠했던 탓일까? 처음 봤을 때

의 청년은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마음의 병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경무구는 지난 사흘간 청년의 치료를 위해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신체의 여러 혈도를 짚으며 기운이 잘 통할 수 있게 했고, 때

로는 자신의 기를 불어 넣기도 했다. 게다가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약재들을 달여서 먹이는 등, 경무구는 최선을 다

해서 청년을 치료했다.

그 결과 현재 청년의 안색은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깨어나지는 않았으나 머지않은 시간 내에 깨어나리라.

어떻게 보면 청년은 경무구의 우화등선을 방해한 괘씸한 인물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무구가 청년을 위해서 헌신한 것은

그의 수양이 얕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것만큼 중요한 도가 또 어디에

있으랴?’

이 모든 것이 지난 날 자신이 행했던 죄악들에 대한 업보이리

라. 무림에서 활동할 당시, 자신은 옳다고 생각한 길을 걸었던 것

뿐이었지만 그 것이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과오일 수도 있는 일

이었다.

‘그 과오들에 대한 업보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그가 내게로 온 것도 연이랄 수 있는 것이다. 잇닿고 잇닿

은 것이 이렇게 되었을 뿐이니…….’

그런 생각을 할 정도의 위인이었으니, 우화등선을 시도했던 것

이리라.

경무구는 다시금 청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갓 18세가량이나 되었을까?

‘이렇게 앳되어 보이는 청년이 무슨 마음고생이 그리 심해서

이 지경이 되었을꼬?’

자살시도.

꼭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경무구가 판단하기에 이 청년은 자

살을 계획한 청년이었으리라. 그렇지 않다면 심심풀이로 천장단

애에서 몸을 던질 이유는 없을 테니까.

보아하니 약초라도 캐다가 실족한 약초꾼 같지도 않으니 일단

은 그런 판단을 내린 후였다.

“보면 볼수록 잘 생긴 얼굴이야.”

아직까지 깨어나지 않은 청년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던 경무

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러한 경무구의 생각에는 분명

히 오류가 있어 보였다.

청년의 얼굴에는 흉측해 보이는 화상(火傷)의 흔적이 있었다.

왼쪽 볼에 가득한 화상의 흔적만 보더라도 잘생겼다는 표현은 어

불성설이었다.

그 것 뿐이 아니었다.

곰보와도 같은 청년의 얼굴 피부는 그러한 그의 얼굴을 더욱

흉하게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좌창(瘡, 여드름)도 많았기

에 거의 최악의 모습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청년은 그 누가 봐도 잘생긴 얼굴이 아니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무구가 그런 말을 한 것은 도대

체 무슨 연유일까?

그가 다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화상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곰보와도 같은 피부는 어려서

병을 앓았기 때문이다. 좌창이야 일시적인 것일 뿐이지. 꾸준한

내공 수련으로 체내의 탁기를 제거하고 맑은 기운을 받아들이면

느리게나마 조금씩 회복되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만으로 완

전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아무래도 환골탈태가 되면 원래

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터. 쯧쯧쯧, 골격이 저리도 좋은데 어

쩌다가 악화가 겹쳤누. 쯧쯧.”

이미 모습만 보고도 대강의 연유를 알아내고 있으니, 확실히

경무구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 정도의 수양과 깊이를 가진 사

람이 아니었다면 청년의 본 모습을 그 누구라서 알아볼 수 있었

으랴.

잠시 혀를 찬 경무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달린 일일 뿐. 내가 나서서 돕는

다고 해서 무조건 좋을 일은 아니다.”

청년은 아무래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듯 보였다. 그가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는 물론 자신이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저 흉한 얼굴도 하나의 원인이 되리라.

마음의 병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이 헤쳐 나가야 치료될 수 있

는 것.

“그 것을 이겨내고 바른 정신을 갖지 못한다면 아무리 노부의

힘을 이용하여 그의 본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해준들 그가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결국 청년에게 달린 일인 것이다.

“일단은 잘 치료해서 이 청년이 다시금 삶의 희망을 갖게 하는

것으로 나 자신의 역할은 다하는 것이 될 터.”

소를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했

다. 치료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이 삶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 또한 청년의 운명일 것이다. 물을 마셔야 하는 것은

소 자신인 것이다.

그나마 호흡이 안정된 청년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경무구

는 방을 나섰다.


청년이 깨어난 것은 그가 떨어진지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물론 모옥의 밖에서 명상에 잠겨 있던 경무구는 청년이 깨어난

것을 감지하고는 서둘러 방 안으로 향했다.

“아, 자네 이제야 깨어났는가?”

들어가자마자 침상 위에 걸터앉아서 자신을 바라보는 청년의

모습이 보였고, 경무구는 약간의 걱정스런 시선과 함께 그렇게

물었다.

자신이 그렇게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기만 할 뿐 이렇다 할 대답이 없었다.

“아직은, 말을 하기가 힘든가?”

경무구가 청년의 표정을 살피며 그렇게 물었음에도 청년에게서

는 대답이 없었다. 보통은 어른이 물으면 대답을 하게 마련이고,

목숨을 구해주면 오체복지하며 감사하기 마련인데 이 청년에게서

는 아무 것도 없었다.

더 웃긴 건 경무구의 태도였다.

충분히 기분이 나쁠 만 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는 전혀 그러

한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의 감정에 관한 부분에서 어느 정

도는 초연한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말을 잊은 겐가? 아니면 말을 할 줄 모르는 겐가?”

청년의 태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경무구는 그렇게 물었다. 동

시에 경무구는 자신의 말을 들은 청년의 표정을 세세하게 관찰하

기 시작했다. 경무구는 깊은 눈빛으로 청년의 눈을 직시하고 있

었다.

“…….”

청년에게서는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경무구는 그의 표정을 통해 금세 읽어낼 수 있었다. 청

년은 최소한, 자신을 놀리거나 답답하게 하기 위해서 저러고 있

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가 현재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은 경무구 자신이 모르는 어떠

한 문제나 사정이 있기 때문이리라.

“많은 것이 혼란스러운 모양이군. 나는 위에서 떨어지는 자네

를 구해낸 후, 임의적으로 약간의 치료를 했네. 아직은 움직이거

나 활동하는데 있어서 무리일 수도 있지만 좀 더 쉬다보면 점차

적으로 좋아질 것이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경무구가 그를 보살핀 것이 ‘약간의 치료’

정도는 아니었다. 경무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

을 할애한 것이고, 그만큼 정성스러운 것이기도 했다.

“그런 고로 더욱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그러다가

몸이 좀 가뿐해지면 기분도 더 나아지겠지. 혹시라도 배가 고프

면 내게 말하도록 하게. 나는 항상 마당 앞의 바위에 앉아 있을

테니까. 알아듣겠나?”

경무구가 그렇게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계속해서 멀뚱멀

뚱 그를 바라볼 뿐 대답이 없었다. 청년의 눈빛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 있었지만, 악의는 보이지 않았다.

그 것을 재차 확인한 경무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신형을 돌

려 밖으로 향했다.

“쯧쯧. 젊은 사람이 어쩌다가…….”

큰 충격으로 기억을 잊었다거나 백치가 되었을 확률이 다분하

다고 생각한 경무구.

조금은 안타까워하는 듯한 그의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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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선무]3장. 나비와 놀고, 벼락과 놀고 +75 05.10.06 30,704 14 6쪽
9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4) +66 05.10.06 29,814 19 8쪽
8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3) +76 05.10.06 30,389 10 10쪽
7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2) +68 05.10.05 32,126 14 11쪽
6 [선무]2장. 네가 배워야 할 것은 부채질이다 +88 05.10.05 34,986 12 10쪽
5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4) +67 05.10.05 34,398 15 8쪽
4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3) +89 05.10.04 36,734 20 11쪽
»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2) +64 05.10.03 41,509 11 9쪽
2 [선무]1장. 노부는 '천하제이인'이었다! +85 05.10.03 48,123 21 10쪽
1 [선무]서장. 나는 그날의 스승님을 잊지 못한다 +108 05.09.30 58,709 2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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