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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치 님의 서재입니다.

변신한 짐승이 당신 옆사람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신성치
작품등록일 :
2023.12.26 13:10
최근연재일 :
2024.06.13 11:35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2,685
추천수 :
307
글자수 :
597,391

작성
24.02.2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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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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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잘못된 출혈

DUMMY

특수분장에 쓰이는 라텍스로 가면을 만들어 붙이고 환자복 속에 솜뭉치를 둘러 뚱뚱한 몸매로 변장을 한 남자 둘이 박대규와 그 애인이 있는 병동으로 들어갔다.


박대규의 병실을 지키던 순경은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몇 시간째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박대규 애인이 자기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경찰 아저씨는 바람이나 쐬고 오시라는 권유에 병동을 나섰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돌아오다가 화장실에 들른 그는 뚱뚱한 환자 두 명에게 습격을 당했다.

스패너로 뒤통수를 강타당한 그는 정신을 잃은 채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순경을 몰아넣은 화장실 칸을 잠그고 칸막이를 넘어서 빠져나온 사내와 밖에서 망을 보던 사내는 소리를 죽여 박대규가 있는 층으로 잠입했다.


복도 가운데 스테이션에서 근무하던 두 간호사는 호출벨 소리에 양쪽 끝 병실로 향했다. 두 간호사가 각각 병실로 들어갔을 때 휴대폰을 들고 고개를 숙인 환자가 급한 통화라도 하듯이 병실을 빠져나왔다.

라텍스 가면을 쓰고 환자복 아래를 뚱뚱하게 채워놓은 가짜 환자들. 박대규가 고박사 살해 현장에서 만난 적 있던 노보형의 두 부하였다.

늑대파의 숨겨진 킬러들은 박대규가 잠들어 있는 병실로 다가갔다.


땡! 엘리베이터 신호음이 들리자 킬러들은 고개를 돌렸다.

한 팔에 반깁스를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백기철 형사였다. 두 킬러는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피할 수 없다. 지금 다 해치운다!


백형사도 두 남자가 범죄자라는 걸 곧바로 직감했다.

그는 급하게 챙겨온 유일한 무기 가스총을 뽑아들었다. 근린공원 앞에서 택시를 잡고 달려오다가 잠깐 집에 뛰어올라가 챙겨온 게 다행이었다.

“꼼짝 마! 경찰이다!”


최대한 조용히 박대규의 생명을 끊어 놓으려던 킬러들의 계획이 무산됐다고 백형사가 외치고 있었다.

'소리 없이 병실로 들어간다. 잠들지 않은 환자는 위협하거나 마취시켜 입을 다물게 한다. 그리고 몸에 두르고 온 솜이불로 박대규의 몸과 얼굴을 눌러서 질식시킨다.'

최초 계획에서는 위협용으로 설정했던 군용 대검을 두 킬러는 뽑아들었다. 수틀리면 언제든 살상 무기를 휘두를 작정이었으므로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왼팔엔 반깁스를 한 채 가스총 하나로 칼잡이 둘을 상대해야 한다···

백형사는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투덜거리며 병실을 나서던 간호사가 칼과 총을 들고 대치하는 세 남자를 보고 꺅! 병동을 깨우는 비명을 질렀다.

그것을 신호로 칼을 든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 * * *


엘리베이터가 빡대의 아래층까지 왔을 때 위에서 비명과 고함, 부딪치는 소음이 들려왔다.

나는 알딸딸하게 술기운이 남은 상태였지만 나만의 위험신호를 강렬하게 감지했다. 미간 안쪽에서 고압 전류처럼 짜릿한 신호가 솟구치고 있었다.


이게 맞다면 보통 공격이 아니다. 살의를 띤 자들이 흉기를 휘두르는 거다! 나는 집에서 챙겨온 삼단봉을 펴고, 가스총을 움켜쥐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내 예감이 맞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기철이 형은 가스총을 연신 발사하며 뒷걸음질 쳤고 환자복을 입은 킬러 한 놈은 코와 입을 가린 채 붕붕 대검을 휘두르며 기철이 형을 따라갔다.

그리고 다른 한 놈은 빡대의 병실로 뛰어들고 있었다.


“형님!”

“병실, 병실부터 가!”


대답할 틈도 없었다. 나는 킬러가 들어간 병실로 뛰어들어갔다.

4인실 중 빈 병상 하나를 제외하고 세 명의 환자가 모두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빡대 애인은 링거 걸이를 창처럼 치켜 들고 용감하게 빡대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

“나가! 너 누구야!”

“비켜요. 위험해요!”


그녀는 내 말도 킬러의 말도 듣지 않았다.

당황한 빡대가 침대에서 내려서면서 애인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킬러는 달려들었고 빡대 애인은 창을 앞으로 뻗었다.

어깨로 링거 걸이를 빗겨내면서 윙! 대검을 휘두르는 킬러. 달려 들어가며 가스총을 발사한 나보다 영점 몇 초 빨랐을 거다.


탁, 소리는 미세했을 뿐이다. 칼에 찔린 목은 비명도 신음도 뱉어내지 못 했다. 빡대 애인의 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어, 겁을 먹은 빡대가 쓰러지는 애인의 몸을 받쳐 안았다.


그리고 킬러는 내 쪽으로 돌아서며 대검을 휘둘렀다.

분사된 가스 때문에 입을 막고 컥컥 기침을 하면서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도, 대검은 내가 있는 방향을 정확히 찾아 날아들었다.


나는 칼싸움을 하듯이 대검을 향해 삼단봉을 뻗었다.

챙! 놈의 대검에 내 삼단봉이 밀리면서 팔이 뒤로 제껴졌다. 곧바로 팔을 펴며 쭉 찌르고 들어오는 대검!


몸을 틀어 피하면서 막으려고 올린 왼팔의 옷과 살이 함께 찢어졌다.

내 팔에서 솟는 피를 보면서 주춤 물러서자 킬러의 앞차기가 내 가슴을 내질렀다.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밀려나간 나는 등과 뒤통수를 벽에 찧었다. 쿵! 순간 주변의 움직임들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 안 돼! 이러면 안 되는데!


퓽! 가스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뒤통수의 충격으로 어지럼증을 느낀 찰나 뛰어들어와 나를 구한 건 역시 기철이 형이었다.


형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직후였다.

분사되는 가스 속에서도 몰아쳐온 대검 세례를 가까스로 피하다가 주저 앉아버린 기철이 형.

넘어진 형사를 보고 킬러가 살짝 방심을 한 덕일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고 달려드는 놈에게 기철이 형의 비장의 기술이 먹혀들었다. 유치장 단골 우리동네 양아치, 용근이 형 상근이와 그 친구를 잡아넣을 때 써먹었던 낭심 차기!


주저앉은 채 들어올린 기철이 형의 발이 킬러의 사타구니를 직격했다.

억!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킬러의 관자놀이를 가스총 손잡이로 강타해서 잠재우자마자 기철이 형은 나를 구하러 달려온 거다.


예상 못한 가스총 일격을 당한 입원실의 킬러가 주춤하는 사이에, 기철이 형은 가스를 다 소비한 총을 놈의 명치를 겨냥해 집어던졌다.

헉! 명치 근처에 충격을 받은 놈은 허리를 굽혔고, 기철이 형은 옆 침대의 링거 걸이를 집어 들었다. 좀 전에 빡대 애인이 그랬던 것처럼.


빡대는 애인의 목에서 솟아오르는 피를 막느라 온몸에 피칠갑을 하면서 절규하고 있었다.

“간호사! 간호사! 의사 불러! 사람 죽어! 빨리! 의사 불러!”


스테이션의 간호사 한 명은 당직의에게 전화를 하고 병원 보안팀에게도 전화를 걸고 있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응급 처치 키트를 들고 입원실 앞에 서 있었지만 대검을 든 킬러 때문에 차마 들어오지 못했다.


몇 초라도 빨리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아니면 저 여자가 죽는다!

그러려면, 일어나서 저 놈을 제압해야 된다. 어지럽고 힘이 들었지만 나는 침대 난간을 붙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떨어져 있던 삼단봉을 주워 들었다.


형사 둘에 범죄자 하나, 아무리 놈이 강하다 해도 이젠 좀 해볼 만한 구도가 된 거다. 비록 한 사람은 왼팔이 찢겨서 피를 쏟고 있고, 또 한 사람은 한 쪽 팔에 반 깁스를 하고 무기도 아닌 링거 거치대를 들고 있지만···


그런데, 그런데, 이런 제기랄···

라텍스를 씌워서 만든 놈의 가짜 얼굴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코와 입이, 아니 주둥이가 앞으로 튀어나오고 귀가 뾰족하게 올라서고 있었다.


나는 뒷골이 땡기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감각을 느꼈다.

기철이 형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아니까. 형이랑 나는 저놈이 어떻게 변신할지··· 변신하면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될지 아니까.


아··· 이제 어떡하지? 이 상황에서 늑대인간과 싸워서는 2대 1이라고 해도 가망이 없다는 걸 아는 나는 막막할 수밖에 없었는데,

“주성 씨!”


구원의 음성은 내 배우자의 것이었다!

내가 호출한 택시를 타자마자 또 다른 택시가 미랑 앞을 지나간 게 천운이었다. 깜깜한 새벽에 위험한 곳을 향해 달려가는 남편이 걱정된 미랑은 그 택시를 붙잡았고 다짜고짜 앞차를 따라가자고 했다는 거다.

그래서 백척간두의 위험에 빠진 두 형사에게 달려온 거였다.


나는 찢어진 라텍스 속에서 반쯤 늑대인간으로 변한 얼굴이 당혹스러워하는 걸 봤다. 그리고 기철이 형 입꼬리가 찢어질 듯 올라가는 것도 봤다. 커다란 미소와 함께 백형사는 안도의 한숨도 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그럴 수밖에···


입원실로 달려들어온 미랑은 사태를 한눈에 파악했다.

신속한 변신이 필요한 시점임을 절감한 미랑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야말로 동물적인 감각으로 자기 앞에 선 인간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중간자임을 느낀 늑대 범죄자 놈!

재빨리 머리를 굴리는 놈의 눈동자가 휙휙 돌며 주변을 살폈다.


“크아앙!”

느닷없는 포효에 나도 기철이 형도 도망치지 못하고 입원실 구석에 쪼그리고 있던 환자도 깜짝 놀랐다.

늑대 킬러 놈은 그렇게 기합을 질러서 찰나의 혼돈을 만들고서는,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미처 변신을 못한 미랑을 밀치고서 입원실 문을 뚫듯이 달려나가는 킬러!

우리 중 누구도 놈을 뒤따라갈 엄두를 내지 못 했다.


“빨리! 빨리요! 피 막아야 돼! 피 다 터져!”

피투성이가 돼서 울부짖는 빡대와 애인에게 간호사가 뛰어 들어왔고, 병원 보안요원과 응급실 당직 의사가 엘리베이터에서 튀어 나왔다.

나와 기철이 형은 복도에 나가서 이제 막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나머지 킬러··· 아마도 중간자가 아니라 그냥 인간 범죄자인 놈의 팔을 꺾어서 바닥에 눌러 놓았다.


미랑은 복도로 따라나와서 피 흘리는 내 팔을 보고는 병원 보안요원들을 불렀다.

그들에게 범죄자 제압을 맡기고 나와 기철이 형은 치료부터 받아야 된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설득했다. 흥분한 상태로 킬러 놈을 깔고 앉아 짓누르던 우리는 보안요원들이 팔을 잡아 끈 다음에야 손을 떼고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응급처치를 받지 못 했다.

입원실로 달려온 의사와 간호사들은 빡대의 애인을 살리는 것 외에는 관심을 둘 수가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절규하는 빡대를 기철이 형이 붙잡아 말리는 사이에 긴급 지혈을 한 빡대 애인이 이동식 베드에 실렸다.

cpr과 수혈을 준비하라는 외침과 함께 빡대 애인을 태운 베드는 황급히 멀어져갔다.


미랑이 손수건으로 찢어진 내 팔에서 흐르는 피를 틀어막았고, 나와 미랑은 나란히 함께 응급실로 내려갔다.

기철이 형은 킬러 놈을 압송할 형사대가 올 때까지 보안요원들과 함께 복도에 있기로 했다.


응급실에서 나는 팔의 치료를 받으면서 여러 사람들을 지켜봤다.

흉기에 목을 찔린 피해자를 살려내려고 분투하는 의료진. 제 짝을 살려달라고 짐승처럼 울부짖는 빡대. 용서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에 분노하며 이를 악무는 미랑.

끝내 생명을 잃고만 빡대의 애인. 이제는 절규마저 하지 못하고 현실의 감각을 잃어버린 빡대.

응급실 바닥에 철퍽 앉아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깜빡이지도 못하는 눈에서 눈물을 떨구는 박대규.


얼마 전까지 범죄자 중 하나였던 그가 이제는···

자기 대신 죽은 애인 곁에서 넋을 잃은 피해자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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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개를 데리고 걷는 여자 24.04.05 1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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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밴이 찾아왔다. +1 24.04.03 15 3 12쪽
60 아내가 있는 방 +3 24.04.01 15 3 12쪽
59 아이 없는 숨바꼭질 +2 24.03.29 18 3 12쪽
58 베타 테스트 +4 24.03.27 16 3 12쪽
57 두 개의 그린Green +2 24.03.26 13 4 13쪽
56 아빠의 눈물 +2 24.03.22 19 4 14쪽
55 멀더와 스컬리 +2 24.03.20 14 3 13쪽
54 사슴 소녀의 그림자 24.03.20 12 3 12쪽
53 가녀린 목소리 +2 24.03.19 12 3 13쪽
52 몬순 monsoon 바뀌는 풍향 +2 24.03.15 17 3 13쪽
51 밝은 밤, 어두운 밤 24.03.14 15 3 12쪽
50 사랑과 재채기, 그리고 +2 24.03.12 20 3 15쪽
49 텅 빈 집, 꽉 찬 집 24.03.12 14 3 14쪽
48 무지개 뜬 날 +2 24.03.07 1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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