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신성치 님의 서재입니다.

변신한 짐승이 당신 옆사람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신성치
작품등록일 :
2023.12.26 13:10
최근연재일 :
2024.06.13 11:35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84
추천수 :
310
글자수 :
597,391

작성
24.03.07 00:07
조회
17
추천
3
글자
12쪽

내 꿈 꾸지?

DUMMY

반장님과 묘화를 번갈아 쳐다보는 기철이 형.

그 얼굴에는 당연히 긴장이 서려 있었다. ‘퉁’치라는 반장님의 지시를 기철이 형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중간자들의 존재를 밝혀내서 공을 세우려는 경찰로 판단하고 기철이 형을 딴 세상으로 보내 버리려 했던 묘화. 그리고 늑대인간들의 공격으로 죽을 위기에서 구해준 묘화.

반장님은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아니냐는 말을 기철이 형한테 건넨 거라고 나는 이해했다.


문제의 인물 묘화는 기철이 형의 긴장감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테이블로 직진해 온 묘화는 반장님 옆, 기철이 형 맞은 편으로 자리를 잡았다.


“조사받으러 경찰서 가셨을 줄 알았는데···”

“진술 끝나고 먼저 왔어요. 또 가볼 데가 있어서요. 다른 분들은 조금 있다가 같이 올 거예요.”


끄덕끄덕, 알았다는 표시를 한 다음 반장님은 경찰관으로서 용감한 시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늑대놈들 잡는 데 큰 도움을 주셨는데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반장님께서 제때 연락을 주신 덕에 사람 노릇할 수 있었던 거죠, 뭐···”


이 아저씨 묘화 연락처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새삼 감탄의 눈빛으로 나는 반장님을 봤다.


“백형사님은 좀 괜찮으세요? 원래 팔이 불편하셨잖아요.”

“아 뭐··· 벼, 별 거 아닙니다.”


기철이 형은 말을 더듬고 있었다.

피살자의 가족을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말을 더듬을 때와는 달라 보였다. 그때는 나한테 일을 떠넘기려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었다. 이번엔 너무도 진실한 말더듬 증상이었다.


“어, 빈 속에 소주를 부었더니 탈이 났나.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반장님은 묘화와 기철이 형의 어색한 분위기에 동참하기가 싫었나 보다. 그렇다면 나 혼자 불편함을 도맡을 순 없지.

“저도 배에서 신호가 오네요. 잠깐 실례.”


기철이 형이 눈빛으로 발목을 잡고 매달렸지만 우리는 단호하게 자리를 떴다.

접객실을 나가면서 흘깃 뒤돌아 보니, 묘화가 기철이 형의 빈 잔에 공손하게 소주를 따르고 있었다.


* * * * * * * * * * * * * * * * * * *


술잔을 채운 다음 묘화는 역시 공손함이 느껴지는 음성으로 백형사에게 말을 건넸다.

“백형사님께 사과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백형사는 혼란스러웠다. ‘저번에 너를 죽이려고 해서 미안해.’ 이게 성립되는 사과일까?


“그런 일이 사과로 마무리되는 건지···”

“그러면 그 수사를 재개할 건가요? 뒷골목 형사 폭행 사건? 아니면 살인 미수 사건인가요?”


그런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그냥 묻어두기로 결심한 것도 아니었다.

백형사는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최근에 본 영화에서 감명 깊은 말이 있었는데요.”

묘화는 말을 끊고 백형사의 눈을 들여다 봤다.

‘뭔지 말해줄까? 말까?’ 장난스레 질문하는 시선이었다. 오늘따라 유달리 우유부단한 백형사는 그저 눈만 껌벅거렸다. 그러자 말을 해주기로 결심한 묘화.


“당신의 미제 사건으로 남고 싶대나 어떻대나. 여주인공이 자기 죄를 아는 형사한테 그러더라고요.”


묘화는 형사가 범죄자에게 반하는 멜로 영화를 인용하고 있었다. 백형사 입장에서는 묘화의 의도가 뭘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수사하지 말고 덮어달라 그 얘깁니까?”

“수사를 하면 진범을 밝혀낼 수 있어요?”


묘화의 질문은 도발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단순히 궁금해서 묻는 것 같은··· 매우 높은 수준의 어조였다.


“해 봐야 알겠죠.”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백형사님을 해치려고 했던 것 맞습니다.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근차근 누가 보더라도 진심이라고 느낄 정도로 조심스럽게 사과의 말을 전한 묘화. 말을 마친 그녀는 천천히 그러나 깊이 고개를 숙였다.


“황묘화 씨··· 예전하고··· 태도가 바뀌었잖아요. 왜 그런 결심을 한 거죠?”

“칭찬이나 감사의 말을 듣고 싶었다고 해둘까요?”


사과를 곧장 받아들이지 않고 이유를 묻자 묘화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자세를 드러냈다. ‘나는 사과했으니 너는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해라. 그래야 ‘퉁’이 되는 거다.’ 역시 만만찮은 성격이었다. 묘화는.


“묘화 씨는 사과를 하고 나는 감사 표현을 한다. 그게 답이 아닌 것 같네요. 왜 그런 말들이 오가야 된다고 생각한 거죠?”

“고양이는 직감이 뛰어나요.”

···?

“상대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어떤 속마음을 품고 있는지 논리적으로 밝히지는 못하지만 섬세하게 느낄 줄 아는 게 고양이죠. 그래야 안전하게 살 수 있고, 그래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으니까.”


내 마음을 안다는 얘긴가? 백형사는 조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페로몬 냄새를 맡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진짜 냄새를 맡는 것처럼 스며드는 감정의 색깔들이 있어요.”

묘화는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떤 감정이 가슴으로 스며왔다는 듯이.

“내 꿈 꿨죠?”


엥? 백형사는 입이 딱 벌어졌다.

백형사가 악몽을 꿀 거라고 주성이 예측했던 지난 밤, 실제로 그는 두려운 꿈을 꿨다. 그런데 꿈 속에 무서운 늑대인간만 나온 게 아니었다.

날씬하고 우아한 고양이 인간이 늑대인간들을 때려잡는, 현실의 기도원 대첩보다 훨씬 화끈하고 손쉬운 승리의 장면을 백형사는 꿈에서 목격했다.


그리고 깨어나면서 ‘내가 왜 이러지’ 스스로 의아해 했었다. ‘그런데 이 여자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자고 있을 때 집에 잠입해서 최면 심문이라도 한 건가?’

당황한 백형사를 묘화는 재미있다는 듯 빤히 보고 있었다.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백형사, 어떻게라도 반박을 하고 싶어서···


“꿈을 꾸는 게 아니라 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거 아닌가요?”


화악, 묘화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함박웃음이 피어 올랐다.

“어머. 바로 인정하시네. 솔직한 사나이셨군요.”


아뿔싸··· 말이 잘못 나갔음을 뒤늦게 깨달은 백형사.

자신이 묘화에게 계속 밀리고 있는 것 만 같았다. 노련한 수사관의 심문에 속을 다 꺼내보이는 초보 범죄자가 된 것 같은 자괴감···


“좋은 꿈이든 악몽이든 내가 비중 있는 존재가 된 건 맞네요. 기분 좋네. 존재감 없는 것보단 백배 나으니까.”


백형사는 묘화의 말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적절한 대처 방법도 찾지 못 했다. 답답한 마음에 백형사는 자기 앞의 소주잔만 비웠다.

묘화는 다시 공손하게 백형사의 술잔을 채워주면서 물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하셨잖아요. 금방.”

“그랬죠.”

“길몽으로 해석해 줘요.”


훅 치고 들어오는 묘화의 요청은 일종의 노크였다. 문을 열어라. 내가 너한테 달려가겠다.


“그게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

“길몽으로 느끼도록 도와드릴 용의가 있는데요.”


어라? 이건 프러포즈인가? 사귀자는 얘기?

갑자기 얼굴이 빨개진 백형사, 후끈거리는 볼의 열기 때문이었을까? 전혀 의도하지도 계획하지도, 떠올려 보지도 않았던 질문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묘화 씨 숙업이 뭐예요?”


자기 음성을 자기 귀로 들으면서 스스로 놀란 백형사!

‘왜? 왜 이런 말을? 자기도 몰랐던 무의식이 튀어나온다는 게 이런 건가?’ 백형사가 당황할 때 묘화도 살짝 놀랐다. 예상 밖의 내용, 엉뚱한 타이밍의 질문이었으니까.

“뭐라구요?”


역시 괜한 질문이었나, 묘화의 반문에 조금 더 당혹감이 커졌지만···

에라, 기왕 물어본 거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 백형사.


“중간자들한테는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옵션 같은 게 있다면서요? 완수해야 되는 미션.”


‘이 총각 왜 이러는 거지?’

묘화는 미간을 찌푸리며 백형사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표정에서 의도가 잘 읽히지는 않았다. ‘어쨌든 관심이다. 나에 대해서 알고 싶은 거다.’


그래서 묘화는 애써 도도한 표정, 최대한 거만한 말투로,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란 말이 있어요. 들어보셨어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백형사.

“네···”

“아홉 번 고비를 넘겨야 완전해진대요. 생사의 위기, 다른 사람이라면 목숨이 왔다갔다 할 시추에이션을 아홉 번 통과해야 되는 거죠.”

“아··· 그래서 스턴트 일을 선택한 건가요?”

“그런 측면이 강하죠.”


이제 좀 알아가는 평범한 남녀의 대화를 닮아가는 건가, 묘화는 생각했다.

한데, ‘그래서’로 시작하는 질문이 또 튀어나왔다. 만만찮은 고난도의 질문.


“그래서 강력반 형사를 점찍은 건가요?”


묘화의 표정이 싸늘하게 돌변했다. 정색을 한 그녀를 보면서 백형사는 불안감과 동시에 페이스를 회복했다는 만족감을 느꼈다.


“모욕적이군요.”

이번엔 묘화가 종이 잔과 소주병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 백형사가 어색하게 손을 내밀었지만 무시하고 스스로 술잔을 채운 묘화. 순식간에 원샷!


“사람을 어떻게 보는 거예요?”

묘화는 백형사의 눈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백형사도 묘화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받았다. 끊어지기 직전까지 당겨진 실처럼 팽팽한 두 사람의 시선.


백형사는 뜨거운 긴장감 속에서 스릴 이상의 끌림을 느꼈다. 강렬한 감정의 충돌과 갈등에 스스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실은 이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고 싶지가 않다는 것을! 백형사는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묘화의 느낌도 백형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 묘화 씨 형사님이랑 같이 계셨구나.”

염소준의 음성이 들렸다. 묘화와 백형사는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을 잇던 팽팽한 실이 잠시 느슨해졌다. 잠시 눈싸움을 휴전한 두 사람 쪽으로 천연호, 마종대, 염소준 세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 * * * * * * * * * * * * * * *


반장님과 장례식장 로비 소파에 앉아 있을 때 미랑 일행이 들어왔다.

반장님과 나는 종대, 연호 씨, 염소준 씨까지 네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들도 특별한 인연인 두 형사를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그런데, 미랑이 평소와 좀 달랐다. 세 사람에게 먼저 문상을 하라더니, 나를 사람 없는 곳으로 잡아끌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매일 보는 사인데···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얘기를 못 들을 만한 지점까지 나를 끌고 간 다음에 입을 열었다.


“주성 씨···”

이름만 불러놓고는 잠시 침묵. 정말 이상한데, 이 사람 왜 이러는 걸까?


“두 줄이야.”

뭔 소리지? 두 줄이면, 계란 20갠데··· 사오라는 건가? 여긴 장례식장인데?

나는 멍청한 얼굴로 질문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두 줄! 두 줄 떴다고!”

답답해 하면서 미랑은 두 줄을 거의 외쳤다. ‘두 줄이 떴다면··· 그건···’


“코로나란 소리야?”

그렇다면 최소한 입이라도 가리고 말했어야지. 그냥 소리를 질러대?

나는 지적질을 하려다가 내 입으로 손을 올렸다. 코와 입을 내가 가리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지주성 씨!”

답답해 미치겠다는 표정, 미랑이 정색을 했다. 오잉? 코로나가 아닌가?


“당신 아빠 된다고! 마누라 임신했다고!”

오! 마이! 갓!!!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변신한 짐승이 당신 옆사람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3 공무집행 방해 24.04.25 14 1 12쪽
72 사냥 중계방송 24.04.24 13 1 12쪽
71 사냥개들 24.04.23 11 1 12쪽
70 왕따는 선량한가? 24.04.18 12 1 12쪽
69 빈 책상들 24.04.18 15 2 12쪽
68 슴과 소를 지우면 +2 24.04.17 18 2 14쪽
67 다가오는 용의자 24.04.16 18 2 12쪽
66 특이한 부부싸움 24.04.12 16 2 13쪽
65 당신이 왜 그자와 +2 24.04.11 15 2 13쪽
64 두 가지 대답 24.04.10 14 2 12쪽
63 개를 데리고 걷는 여자 24.04.05 14 2 13쪽
62 축소된 말의 귀 +2 24.04.05 17 3 12쪽
61 밴이 찾아왔다. +1 24.04.03 18 3 12쪽
60 아내가 있는 방 +3 24.04.01 18 3 12쪽
59 아이 없는 숨바꼭질 +2 24.03.29 21 3 12쪽
58 베타 테스트 +4 24.03.27 20 3 12쪽
57 두 개의 그린Green +2 24.03.26 17 4 13쪽
56 아빠의 눈물 +2 24.03.22 23 4 14쪽
55 멀더와 스컬리 +2 24.03.20 19 3 13쪽
54 사슴 소녀의 그림자 24.03.20 15 3 12쪽
53 가녀린 목소리 +2 24.03.19 15 3 13쪽
52 몬순 monsoon 바뀌는 풍향 +2 24.03.15 22 3 13쪽
51 밝은 밤, 어두운 밤 24.03.14 20 3 12쪽
50 사랑과 재채기, 그리고 +2 24.03.12 24 3 15쪽
49 텅 빈 집, 꽉 찬 집 24.03.12 17 3 14쪽
48 무지개 뜬 날 +2 24.03.07 19 3 13쪽
» 내 꿈 꾸지? 24.03.07 18 3 12쪽
46 다시 생각해 +4 24.03.05 27 3 13쪽
45 후폭풍 24.03.04 17 3 12쪽
44 작은 뿔의 종결 24.02.29 21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