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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치 님의 서재입니다.

변신한 짐승이 당신 옆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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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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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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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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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몬순 monsoon 바뀌는 풍향

DUMMY

미랑이 단톡방에 올린 글을 읽지 않은 사람은 달밤에 암벽 등반을 한 묘화와 백형사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다. 아내와 딸이 독감에 걸렸다면서 일찍 회식 자리를 뜬 김반장.


그는 사실 경찰청 감찰수사관들에게 조사를 받으러 간 거였다.

집안일이라고 둘러댄 이유는 그를 호출한 감찰 수사관들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챘기 때문이었다.


기도원 밖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조사하면서 처음에는 김반장의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였다. 깡패들이 먼저 총을 쐈고, 순찰 경관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김반장의 발포는 정당한 대응으로 인식됐다.

그런데 보강수사를 해야 한다면서 일방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통보하는 수사관의 음성은 전과 다르게 고압적이었다. 김반장은 기분 좋은 회식 자리에서 불길한 얘기를 하기 싫어서 집안 일로 둘러대고 빠져나왔던 거다.


“일인당 두 발씩, 총 네 발이 피살자들을 맞혔는데 한 방씩만 맞았으면 죽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법의학 쪽의 판단입니다.”


감찰 수사관들은 두 방째 총탄에 대해서 문제를 삼고 있었다. 한 놈에 한 방씩이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는데 불필요한 추가 발사로 피의자들을 죽여버렸다는 거였다.


“총알이 왔다갔다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조명 켜고 메스 들고 여기 자르면 살고 저기 자르면 죽는다 판단하는 수술 현장이 아니잖습니까? 나도 죽을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완벽하게 대응하는 게 가능할까요?”

“퍼펙트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무난히 처리할 수 있는데 무리한 행동을 한 걸로 보이니까 팀장님 다시 부른 겁니다.”

“내가 무리했다는 게 여기 사무실에 앉아서 보입니까?”


김반장은 조금 흥분하고 있었다. 마주 앉은 두 명의 감찰 수사관은 미동도 하지 않고 냉정한 자세를 유지했다.


“우리가 볼 수는 없죠. 이유 없이 팀장님을 괴롭힐 수도 없고요. 현장 목격자 진술에서 두 발째 총격이 필요 없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누가 그래요? 어떤 놈이 생명의 은인을 모함한답니까? 그거 지어낸 진술 아니에요?”


김반장이 발끈해서 항변하자 감찰 수사관들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지어낼 리가 있겠습니까? 우리도 경찰인데 경찰이 잘못해서 사람 죽였다는 결론을 내고 싶겠어요? 같이 욕 먹고 싶을까요?”

“나는? 나는 그놈들을 죽이고 싶었겠어요? 걔들 죽어서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어?”


안면을 커버한 복서의 옆구리로 펀치가 꽂히듯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김반장에게 의외의 질문이 날아왔다.


“밀수꾼 장물아비 전개룡하고 무슨 관곕니까?”

“뭐요? 그게 여기서 왜 나와?”

“제보가 들어온 게 있어요. 김팀장이 전개룡한테서 고가의 장물을 수뢰했다고.”

“내가 전개룡이 잡아넣었는데 알고 있어요? 전개룡이 잡으려고 하는 거 누가 알려준 거예요?”

“왜 이러십니까? 아실 만한 분이. 제보자를 조사받는 사람한테 어떻게 알려줍니까?”


두 감찰 수사관은 다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김반장은 음습한 불안감이 스며 오는 걸 느꼈다. 뭔가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불쾌한 예감이었다.


* * * * * * * * * * * * * * * * * * *


사진이 전송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음성만 들었을 뿐이다.

열이 뻗쳐서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욕설들을 모아서 문자를 찍어댔다.


「야 이 개쉐꺄 너 지금 어따 대고 장난치는 거야? 협박이야? 생명체 생활 포기하고 해부학 교재 되고 싶어? 곱창전골 내장탕 뼈다귀 해장국으로 변신하길 희망하는 거야? 니네 일가친척 다 모여서 육개장 먹게 만들어 줘?

이 세꼬시로 만들어서 꼭꼭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쉐꺄. 꼼지락거리지 말고 나와서 덤벼. 인체의 신비 전시회에 출전시켜 줄게. 창자 뽑아서 테이프 커팅하고 눈깔 먹물로 방명록 싸인하게 해줄게. 이 상노무 새꺄.」


그리고 전송을 누르려다가, 손가락이 1인치 앞까지 전진했다가··· 일단 참았다.

형사 입장에서 좀 더 냉철한 해결책을 찾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메시지를 임시 저장해 놓고 경찰서로 들어갔다. 반장님과 기철이 형을 만나서 상의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 다 만날 수가 없었다. 반장님은 어디 가셨는지 알 수가 없었고 전화도 불통이었다. 뭘 했는지 날밤을 새고 출근한 것처럼 눈이 벌건 기철이 형도 3초나 대면했을까?


“어, 주성··· 잘 왔어··· 빠이.”

어리버리 정신 못 차리는 인사를 남기고 가버린 백형사를 만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기철이 형은 하필 늑대파 꼬붕들 남은 취조를 끝내야 하는 업무에 차출돼서 짬을 낼 수가 없었다.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나는 지능범죄과 박경위를 떠올렸다.

싸이버 수사의 일인자니까 사진 문자의 발신자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사진은 보여줄 수 없었고 찍혀 있는 번호만 알려주고 임자를 찾아달라 부탁했다. 그랬더니,


“50대 후반 아저씨로 나와. 그런데 이 폰번호 말고는 다른 생활 반응이 없는 사람이야.”

“뭐예요? 죽은 사람이란 얘기예요?”


초조해선가 내 반응이 좀 거칠었나 보다.

“야, 왜 이렇게 막 나가? 형사가 감이 있어야지. 이거 대포폰이고 노숙자 같은 사람 명의로 개통한 걸 거야. 폰 명의자 찾아봐야 별 효과 없을 거야.”

“발신 위치를 찾으면 범위를 좁혀가는 데 도움이 안 될까요?”

“발신 자체가 몇 번 안 됐어. 기지국 위치도 각각이고.”


고맙게도 박경위가 도와줬지만 진전된 상황은 없었다.

해야 할 업무로 복귀했지만 신경이 쓰여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또 다른 메시지가 없나 자꾸 휴대폰을 들여다 보게 됐다.


기도원 사진을 보낸 자는 어젯밤의 사진 전송 외에는 어떠한 말도 영상도 전하지 않고 있었다. 놈이 누군지 노리는 게 뭔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랑 같이 있지 않을 때 미랑이 위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출근할 때 조심하라고 가스총까지 쥐어주고 나왔는데 미랑은 외려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외출할 때는 연호 씨랑 같이 움직일 거라면서 걱정 말라고 내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마음이 놓이질 않는 상황···

‘형사가족까지 걱정을 해야 된다니··· 안전한 나라라는 대한민국이 언제 이렇게 된 거지?’


* * * * * * * * * * * * * * * * * * *


김반장은 전날에 이어 또 감찰 수사를 받느라고 주성의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감찰 수사관들은 또 다른 혐의점을 들고 와서 김반장을 몰아붙였다.


“사망한 우와 캐피털 직원. 늑대파 행동대원이죠. 이 친구가 전개룡이랑 아는 사이로 밝혀졌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뭘? 뭘 어떻게 생각해요? 걔네가 아는 사인 게 나랑 무슨 관계예요?”


부인하긴 했지만 말투와 표정의 당혹감은 감출 수 없었다. 일이 묘하게 엮이고 있었다.


“어제도 얘기했지만 전개룡과 팀장님 사이에 금품이 오갔다는 제보가 있었고요. 팀장님 총에 맞아 죽은 놈은 전개룡과 팀장님 사이를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이런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잖아요?”

“상상하고 현실을 구분 안 하는 겁니까? 당신들이 소설 쓰는 대로 죄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


답답한 김반장이 언성을 높였지만, 감찰 수사관들의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뭔가 덮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 발만 쏴서 제압하면 되는데 한 발씩 더 갈긴 거 아닙니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겁니까? 그냥 당신들 그림을 다 말해 봐!”


감찰 수사관은 김반장에게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별 거 아니긴 해요. 구독자도 몇 명 안 되고 조회수도 적은 영상인데···”


썸네일에는 ‘정당방위냐 살인이냐?’라는 제목과 함께 기도원 사건 뉴스 사진이 떠 있었다.

수사관들은 의도가 있는 총격이라는 설이 지금 퍼지고 있다고 김반장을 압박했다. 죽은 자들 가족도 이 유튜브를 봤는데 정보를 얻을수록 분노할 거라는 말도 했다.

언론에 제보하고 난리를 피울 텐데 그러면 경찰 입장에서 커버가 안 될거라면서 김반장에게 책임을 지우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팀장님한테 잡혀온 전개룡이도 문제예요. 그 친구 변호사가 항의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팀장님 쪽에서 자기를 늑대 밀매범으로 몰아가려고 한다고요.”


개룡이 얘기는 김반장에게 충격이었다.

놈에게 유리한 거래였다. 늑대 밀매범으로 잠시 미디어의 이목을 끌겠지만 더 큰 형량을 받을 혐의를 눈감아 주겠다는 거였는데···

그럼에도 개룡이가 불만을 드러낸다는 건, 분명 개룡이 혼자의 생각이 아니었다.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는 자가 있다는 게 김반장의 판단이었다.



김반장은 ‘국장님’을 만나러 갔다.

과거 내무부에서 주민등록 업무를 총괄하는 고위 공무원이었던 사람. 중간자들의 정보를 꿰고 있으면서 중간자를 관리하기 위한 정보를 김반장에게 전해주던 실력자를 만나러 간 거다.


김반장은 북한산이 바라 보이는 인왕산 자락의 북향 골목을 올라가서 오래 된 단독주택의 벨을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발의 노신사가 손수 대문을 열었다.


“들어 보게. 내가 심양에서 직접 사온 건데 맛이 괜찮아.”

국장님은 김반장에게 보이차를 권했다. 차맛을 잘 모르는 김반장이지만 향이 고급스럽다고 느껴졌다.


“자네는 균형을 잘 잡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감사합니다.”

“중간자들을 지켜보는 일은 줄타기처럼 위태롭거든. 그 친구들을 덮어주다 보면 사건 처리에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의심 많은 자들이 그걸 캐면 골치 아픈 일들이 많이 생기지.”


김반장도 절감하는 얘기였다. 찻잔을 놓으면서 김반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자들을 까발리지 않으려면 비리 형사의 낙인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적잖아. 그런데도 자넨 잘해 왔었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어디에선지 모르겠지만 저를 노리는 쪽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장은 김반장 앞으로 시가 케이스를 밀어 놓았다.

“나는 안 피우지만 손님용으로 갖고 있는 건데 좀처럼 줄어들질 않아. 늙을수록 찾아오는 이가 준다는 거지. 피우게. 기분 내는 건데 위아래 따지지 말고.”

김반장은 사양하지 않고 시가에 불을 붙였다.


“옛날에 말일세. 어떤 시인이 남산에서 늑대들이 짖어댄다 어쩌고 하는 시를 썼어. 그래서 알전구 밑에 책상이 있고 옆에는 욕조가 있는 이상한 지하실 방에 끌려간 적이 있었지. 그때 그 시인이 뭐라고 변명을 했냐면 말야···”

과거를 회상하는 국장님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은 표정이 됐다.


“각하께서 자연보호 산림녹화의 성과를 내시니까 산마다 짐승들이 많아졌다, 그걸 칭송하는 시였다고 했다지. 그때 수사관들은 그걸 아부로 들었는지 비아냥으로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들어 우스운 생각도 들어. 그 시인이 어쩌면 중간자들을 알았던 게 아닐까? 그래서 남산에 끌려간 건 아닐까?”

국장님의 미소에 맞장구치듯 김반장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도 이제 휴대폰을 바꾸려고 그래. 따로 적어놓은 연락처 같은 게 없으니까··· 피차 잊혀져야지.”

“국장님··· 무슨 일이 있으시길래···”

“옛날에 남산에 있던 노인들이 짐승들을 키우고 싶어졌나 봐. 실세가 바뀌는 거지. 오래 된 것들은 나가라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와.”

아, 이제 기댈 언덕도 사라지는 건가··· 김반장은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자네도 거기까지만 하면 별일은 없을 걸세. 옮길 만한 일자리는 생각해 둔 게 있나?”

김반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 알아보는 것까지는 나랑 같이 해도 될 거야. 그만큼의 여력은 나한테 있네.”

“국장님···”

꼭 그래야만 하나, 물러나야만 하는 건가··· 김반장은 쉽사리 결심이 되질 않았다.


“풍향이 바뀌고 있어.”

김반장은 호소하듯이 국장님을 바라봤다. 노신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냥··· 밀려가는 게 좋아. 그게 순풍이잖나. 역풍에 맞서는 건··· 찰나에 끝이야.”


국장님의 시선은 김반장을 피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고개도 젓지 않았다.


작가의말

업로드가 매일 조금씩 늦어지더니 이제 목요일에 올릴 걸 금요일 대낮에 올리게 됐네요. 반성하고 시간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십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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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사냥 중계방송 24.04.24 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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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특이한 부부싸움 24.04.12 11 2 13쪽
65 당신이 왜 그자와 +2 24.04.11 12 2 13쪽
64 두 가지 대답 24.04.10 9 2 12쪽
63 개를 데리고 걷는 여자 24.04.05 9 2 13쪽
62 축소된 말의 귀 +2 24.04.05 11 3 12쪽
61 밴이 찾아왔다. +1 24.04.03 12 3 12쪽
60 아내가 있는 방 +3 24.04.01 12 3 12쪽
59 아이 없는 숨바꼭질 +2 24.03.29 16 3 12쪽
58 베타 테스트 +4 24.03.27 14 3 12쪽
57 두 개의 그린Green +2 24.03.26 11 4 13쪽
56 아빠의 눈물 +2 24.03.22 1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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