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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살자

이세계에서 전생 기억이 떠올랐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정주(丁柱)
작품등록일 :
2024.05.30 07:44
최근연재일 :
2024.06.28 23:32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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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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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152

작성
24.06.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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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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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
16쪽

015. 바람에 흔들리는 다리같이.

DUMMY

활을 만져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겨울이 되기 전이면 먹을 걸 비축한다고 아버지나 형, 마을 사는 성인 남자들이 활을 들고 숲으로 가서 단체로 일각 토끼나 멧돼지 같은 동물들을 사냥해 온다.

먹을 수 있는 동물은 말려서 육포를 만들고 먹기 어려운 동물의 사체는 기름을 빼 초를 만들거나 가죽과 힘줄을 추출한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와 형에게 활과 화살을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엘리나의 활을 만지는 순간 알았다.

그때 만들었던 것들은 어린애 장난감이라는 것을.


“이건 적어도 두 개 이상의 나무가 조합된...”

“알아보겠어? 엘프목과 세계수의 가지로 만든 거야. 활시위에는 내 머리카락이 쓰였고. 엘프의 피를 이었다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엘븐보우라는 물건이야.”


아니! 이건 반칙이잖슴!

무슨 종족 값에 기본적으로 정령사, 마법사, 궁수 속성이 내장되어 있고 자기들끼리만 이런 좋은 목재를 쓰는 건데?

거기다 머리카락으로 이런 장력이 나온다고?

예전에 만들었던 활에 쓰인 목재는 이만큼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지 않았다.

목재뿐인가?

활시위, 살짝 회색빛이 감도는 녹색 실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엘리나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이다.

엘븐보우에는 고작 한 가닥의 머리카락이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사람의 머리카락이 동물의 힘줄을 꼬아 만든 활시위보다 더 튼튼하고 탄력이 있다고?

아니 머리카락까지 이러면, 엘프는 완전 사기잖아?

심지어 하프인데도 사기라고?


“윽! 으으읍!”


엘븐보우의 장력을 시험하려고 당겨보는데, 전혀 당겨지지가 않았다.


“스승... 이 활 안 당겨지는데?”

“엘븐보우는 강궁이거든. 내가 말했지? 어차피 고생은 네가 할 거라고.”


엘리나가 흐뭇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앞으로 그 화살을 당기게 될 수 있을 때까지, 이곳에 와서 하루에 30분씩 그걸 당겨봐. 궁술은 힘이 먼저야. 나머진 그다음이고.”


게임에선 민첩성이 중요하던데, 그런 게 아니었어?

엘리나가 슬그머니 목검을 들고 왔다.


“지금부터 시작하자. 힘 제대로 안 주는 거 같으면... 팬다?”

“아니, 그런 게 어딨어?”

“내가 먼저 하쟀냐? 네가 먼저 하자고 그랬잖아?”


아악! 젠장! 이거 그거잖아!

네가 선택한 길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뭐해? 안 당겨?”

퍽!

“악! 왜 이렇게 세게 때려?”

“세게 안 때리면 벌이 아니지.”

퍽!

“네 몸의 방어력을 기른다고 생각해.”


이렇게 세게 때리는데 그게 되겠냐?

뼈가 안 부러지면 다행이지.

아까는 괜찮다고 했지만, 엘리나 왠지 좀 빡쳐 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잡생각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퍽!

“팔에 힘 줘!”


잠시만 딴생각을 해도 목검이 온몸으로 날아왔으니까.


“흐압! 흐으으으으으!”


팔이 터져라, 목이 터져라, 힘을 주며 엘븐보우를 당겼다.

조금이라도 요령을 부리려고 하면.


“으아아아아아아아!”

퍽!

“연기하지 마! 소리만 지르고 힘을 안 주면 누가 모를 거 같아?”


귀신같이 눈치채고 목검을 휘두르는 엘리나였다.

진짜 죽을힘을 다해 활을 당겼다.

근데 이거... 당겨지는 거 맞...지?


퍽!

“딴생각하지 말라고 했지!”


* * *


30분 동안 당겨지지 않는 활을 당기다가 창고로 복귀했다.


“아아... 죽을 거 같아...”


몸이 아프고 손이 후들후들 떨려서 뭘 제대로 쥘 수가 없었다.

약초즙을 바르는 것도 정령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할 수 있었다.

근데 양팔이 멀쩡했을 때 엘리나는 그 활을 당길 수 있었다는 거지?


“무슨... 고릴라냐고!”


앞에서 말했다간 줘터졌을 말이지만, 창고였기 때문에 시원하게 질렀다.

오늘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엘프가 얼마나 상상 이상의 사기 종족인지.

평소에 검술 수업을 핑계 삼아 날 때리던 것은 엘리나가 가진 힘의 일부 정도밖에는 안 된다는 것도.

그런데 그런 엘리나조차 모험가를 하다가 팔을 잃고 이런 촌구석 시골 마을에서 은퇴를 하다니.

대체 모험가는 얼마나 힘든 직업인가 하는 두려움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 도시에 나가 공방 같은 곳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남의 밑에 들어가서 가구나 만들고 있을 생각을 하자 저절로 거부감이 느껴졌다.

아마도 전생의 기억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뭘 하고 살던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밑에서 일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하루하루 빡세게 버티는 지는 확실하게 기억났다.


“모험가 절대 지켜!”

=뭔 일 있었어?

=왜 이렇게 팔을 떨어?

=손이 완전히 오그라들었네? 이 손으로 오늘 밤 정령권이나 할 수 있겠어?


마구 소리를 지르자, 정령들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미안하지만 아직 너희들 상대할 정도로 충전된 건 아니라서.

내가 조용히 있자, 엘리나가 있던 곳까지 날 따라왔던 정령들이 다른 정령들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는지를 속삭였다.


=아! 엘븐보우?

=그거 정말 튼튼하지. 애초에 세계수 가지랑 엘프의 머리카락이 합쳐지면 이 세계 물건이 아니게 돼 거의 미스릴보다 단단해진다고.

=인간이 그걸 어떻게 당기냐? 마법으로 보조하는 엘프랑 다르게 근육이 이만큼은 있어야 할 걸?


정령들은 몸을 부풀려서 자신들의 팔에 커다란 근육을 만들었다.

대충 봐도 내 팔 두께의 다섯 배는 넘어 보이는 팔뚝이었다.

괜히 정령들에게 놀림을 당하자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내가 꼭... 근력으로 당기고 만다.”

=바보. 마법의 힘으로 근력을 강화해야 한다니까?

=하지만 마법을 쓸 수 없잖아?

=안 될 거야. 크큭.


마법, 마법 그놈의 마법!

버럭! 화를 내고 싶었지만, 더 놀림당할까봐 참았다.

이 인터넷 망령 같은 정령놈들, 약점 생기면 놀리기 바쁘지.

그나저나 대체 정령왕은 언제 오는 거지?

마법을 쓰려면 빨리 엘리멘탈 에센스라는 걸 먹어줘야 할 텐데.

안 그래도 엘리나에게 배운 마법 중에 스트렝스라는 힘을 강화하는 마법이 있었다.

나중에 마나가 늘어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슬쩍 그 마법을 써서 바로 활을 당기고 다음 수업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왜 한 입으로 두말하냐고?

어차피 스트렝스라는게 내 근력을 강화해 주는 보조 마법이다.

보조는 받았어도 결국 내 근력으로 당기는 건 맞잖아?


“아오... 그나저나 진짜... 오늘 정령권 못 하는 거 아니야?”


오늘 일과를 걱정하며 창고에 있는 침대에 누웠다.

짚단으로 만든 매트리스.

나름 며칠 전까지는 최신 모델이었던 것이지만, 한번 스프링 매트리스를 만들고 나니까 등도 배기는 거 같고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일까?

눕자마자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나저나 어느새 낮에 자고 밤에 깨는 게 일상이 된 건지...

성인식을 얼마 남기지 않아서 그런지, 최근에 와선 잔소리하던 엄마도 조용하고 다른 가족들도 이런 내게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최근 나무 쟁기 판 돈이랑 이것저것, 여행 경비를 제하고 돈을 모으고 있고 슬슬 가족들과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길 떠나기 전까지 수십 년은 사용할 수 있을 놈으로 스프링 매트리스는 만들어놔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 * *


“아 손... 너무 아프다...”


입에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손이 자연스럽게 오그라질 정도로 아프기도 했고 근육통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초보도 아니고.

이 상태로도 충분히 스틱을 조작하고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타탁. 타탁. 타타탁!

“원투, 원투, 벽. 력. 타!”


연이은 콤보와 기술, 날아가는 상대 캐릭터.


=뭐야! 손가락 아프다매!

“손이 이래도 충분히 바를 수 있네? 나도 몰랐지? 크하하!”


나는 상대방을 도발하며 파울 펠릭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풍권을 날려 일어나는 상대방을 갈겼다.


=오와아아아아!

펑!

=케이. 오.

=위너! 파울!

=우와아아아!


파울 펠릭스가 포효했다.

정령들이 발을 구르며 우리의 이름을 연호했다.


=파울! 파울! 파울! 파울!

=토마스! 토마스! 토마스! 토마스!


줄을 서고 있던 정령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오, 오늘은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야야. 저래도 평소보단 반응이 별로 안 좋아. 반격기 같은 거나 손 많이 타는 건 못 한다고.


다 들리거든?

하지만 저 말도 틀린 건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평소보다 반응이 좀 느리다.

하지만 얘네들한테 내가 진다고?

100년은 이르다.


“자 다음 들어와!”

=꼭 이기고 올게! 나에게 힘을 줘 정령들아!

=와아아아아아!

=우우우우우우!


바로바로 다음 상대들이 들어왔다.

나는 느려진 반응속도를 커버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한 캐릭터를 하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를 골랐다.

최근 업데이트한 마르샬 로이.


하잇! 하잇! 이얍! 아도! 타핫!

=촐랑촐랑 백 텀블링하고! 아이씨! 까불까불거리지 말라고! 야 이 자식아!

하도우!

펑!

=케이. 오.

=위너! 로이!


승리를 가볍게 먹고.

다음에도 신캐인 레우 위롱.


다이얏! 흡흡, 파팍! 또홧! 핫!

=일어나! 치사하게 눕지 말고 일어나라고!

따아앗!

펑!

=케이. 오.

=위너! 레우!


신캐인 린 샤요우.


흐읍! 헤잇! 헤잇! 얍!

=뒤돌아서서 싸우는 게 어딨어! 야야! 팔 돌리지 마! 이거 타이밍 어떻게 막아야 하는 건데? 치사해! 너만 아는 신캐는 치사하다고!

헤에에잇!

파아앙!

=케이. 오.

=위너! 린!


브라이온 휴리까지.


허어어업! 츠아아아! 으허허허허허허! 흠!

=아! 그만 때려! 웃지 마! 재수 없게 웃지 말라고! 아니! 펀치 한 방에 왜 이렇게 많이 날아가는 건데!

호오옷!

퍼억!

=케이. 오.

=위너! 브라이온!


계속해서 상대하기 어려운 신캐들로 정령들을 요리했다.

최근에 업데이트한 캐릭터들은 대부분 특이한 모션을 가진 중국 권법 계열 캐릭터들이었다.

기존 캐릭터들의 타이밍에 익숙해진 정령들은 그야말로 맥을 추리지 못했다.


“야! 이거 오늘은 한 겜도 안 지겠는데? 힘 빠지니까 오히려 술술 잘 되는 것 같아!”


중간중간 도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격겜에서 도발이 빠지면 쓰나?

이것도 나름 전략이다.

상대가 흥분하면 생각이 많아지고 손발이 꼬이고 더 성급해진다.

적당히 흥분된 상태가 상대하기 편하다.

특히 지금같이 손가락이 오그라들어서 잘 안 움직일 때에는.


“엇?”

틱.


나도 모르게 버튼 대신 판때기를 쳤다.

그 탓에 콤보가 끊겼다.


=죽어랏!

와아아아!

펑!


로이 캐릭터가 상대 파울 펠릭스의 풍권에 맞아 날아가 버렸다.


=다들 봤지? 얘 오늘 완전 실수투성이야!

=와아아아!

=이겨라! 이겨라! 이겨라!


정령들이 내 실수에 환호를 보내며 상대 정령을 응원했다.

이 자식들 사람이 좀 약점을 보여줬다고...

상대 캐릭이 달려 들어왔다.

누워있는 상태로 발차기로 끊어주고.


“내가 만만해 보여?”

하도우!

펑! 펑!


이단 공중제비로 상대 캐릭을 띄우고.


아도도도! 하도우! 하압!

퍼퍼퍼퍽! 펑! 콰앙!


얇실해 보이는 펀치 기술과 다시 공중제비, 박치기로 상대방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상대가 일어나기 전에 쓸데없는 자세 바꾸기를 연타하며 도발까지.


“들어와! 들어와!”

=오오오! 역시!

=토마스는 이기기 힘들지! 토마스는!

=토마스 잘해라!


정령들이 환호하며 내 이름을 불렀다.

체력이 좀 널널했기에.

나는 두 팔을 벌리며 조이스틱에서 손을 떼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줬다.


=크크큭! 야! 지금이야! 달려들...

=토마스 멋있...

=엇?


환호하던 관중들이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근데 왜 정령들이 말을 멈췄는지, 나도 알 수 있었다.

등 뒤에서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미친 듯한 존재감.

이 공간을 모두 손아귀에 넣고 통제하는 듯한 서늘하면서도 강한 존재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모니터 안에서 각 캐릭터들을 재연하던 정령들조차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싸, 한 방... 야! 왜 안 움직여? 어? 어엇...


2P에 앉아 나를 상대하던 정령이 흥분하는 바람에 가장 늦게 깨닫고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상대를 확인한 정령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뒤에 나타난 정령에게 자신의 자리를 바로 양보했다.

최상급 정령들이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 그 누구도 그 존재의 새치기에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분명 기대하던 불의 정령왕이 온 거다.

하지만 난 일부러 돌아보지 않고 모르는척했다.

정령들에게나 왕이지, 나에게 왕은 아니잖아? 라고 센척하는 거였지만...

존재감만으로 질리고 나도 모르게 긴장이 돼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이런 상태에 손가락까지 오그라들어 있다니.

이거 이러다 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드르륵.


의자를 뒤로 빼고 바로 내 옆자리에 정령왕이 앉았다.

그때야 고개를 돌려 얼굴을 살폈다.

빛이 날 정도로 밝은 새하얀 머리카락에 린 샤요우처럼 양갈레 머리를 한, 새로운 느낌의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밝게 빛나는 미녀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엄청 미형의 소유자였고 키는 나보다 조금 작아 아담하면서도 굴곡진 몸매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존재감이 그녀의 등 뒤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존재감만으로도 이 창고, 아니 이 마을을 가득 덮을 정도였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계속 머릿속에서 마을이 큰 토네이도에 휩쓸려 가루가 되며 사라지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 속에선 나도 휩쓸려서 가루가 되고 있었다.

공포가 치밀어올랐다.

아마 이것은 정령왕의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왜 정령왕이 계절이 바뀔 때 한 번 정도 밖에 못 온다고 하는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이 바로 이해가 갈 정도였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토마스라고 합니다.”


나도 모르게 말을 절었다.

하지만 내 실수에도 정령왕은 아주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웃어주었다.

거기다 최근 내가 다른 정령들에게 알려준 대로 주먹을 내밀며 나에게 피스트 범프(Fist Bump), 주먹 인사까지 해왔다.

주먹이 맞닿았다.

온몸에 청량감이 확 하고 밀려들며 공포심이 사라졌다.

내 평생 피스트 범프가 이렇게 청량하고 고귀하면서 진중한 느낌이 드는 건지는 전생 현생을 모두 포함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저도 처음 뵙겠습니다. 바람의 정령왕인 노아 브리즈라고 해요. 같이 게임을 해보고 싶어서 왔는데 저도 가능할까요?


정령왕이 자기소개를 하며 같이 게임을 해도 되는지를 물어봤다.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지만, 속으로만 생각하며 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물론 되죠.’

“엥? 바람?”


실수로 생각과 말을 반대로 해버리고 말았다.

아니, 근데 왜 바람의 정령왕이지?

불의 정령왕이 먼저 온다고 하지 않았나?

그때 바람의 정령왕 노아 브리즈의 두 입술이 삐죽 앞으로 튀어나왔다.

어? 어떻게 하지?


두근. 두근. 두근.


너무 귀여운데 아름다우시고 품위 넘치고 고귀하고...

심장까지 내 말을 안 듣고 나대기 시작했다.

아니, 나 왜 이러지?


=왜요? 바람은... 싫으신가요?

‘그럴 리가요. 아주 아름다우십니다. 누님.’

“그럴 리가요. 아주 아름다우십니다. 누님.”


이번엔 생각과 말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녀가 미소 지어 주었다.

그만큼 바람의 정령왕 노아 브리즈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아주 완벽하고 기품 있고 품위 넘치고 고귀하면서 귀엽고 아름다운 존재였다.

물론 눈으로 보이는 것은 그랬다.

여전히 존재감은 거대한 태풍처럼 포악하고 위험하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외모에 반해서가 아니라, 생명의 위기를 느낀 심장이 본능적으로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하는...


작가의말

흔들다리 효과 : 위기 상황에서 함께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심리 현상

위기 : 호감을 준 그 사람(?)


----------


이 작품을 처음 후원해주신 mg**** 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더 재미난 글을 쓰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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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전생 기억이 떠올랐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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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1. 기술제휴 계약을 맺다. +3 24.06.26 1,311 40 15쪽
30 030. 우리 토마스 이 시대 최고의 가구 장인 아닙니다. +5 24.06.24 1,358 42 16쪽
29 029. 입구부터 보인다. +1 24.06.23 1,343 38 13쪽
28 028. 도시, 수틀리면 돈주머니 베어가는 곳. +5 24.06.22 1,457 39 20쪽
27 027. 도시로 +10 24.06.22 1,512 40 14쪽
26 026. 엑소더스 +12 24.06.20 1,603 46 20쪽
25 025. 지옥은 멀리 있지 않다. +4 24.06.19 1,660 46 16쪽
24 024. 우리 가족만 모르는 마을회의 +7 24.06.18 1,700 45 17쪽
23 023. 1등도 잘한 거야! 24.06.17 1,648 42 17쪽
22 022. 너 환생했지? +5 24.06.16 1,768 52 17쪽
21 021. 천재의 스승이 되었습니다만? (2) +1 24.06.15 1,750 45 15쪽
20 020. 천재의 스승이 되었습니다만? (1) +5 24.06.14 1,811 42 13쪽
19 019. 청출어람? 하프엘프 제자가 엘프보다 잘하드라 +4 24.06.13 1,854 48 19쪽
18 018. 오늘도 난 숙명을 불사른다. +2 24.06.12 1,835 48 15쪽
17 017. 불청객 +2 24.06.12 1,951 43 17쪽
16 016. 결승전 국룰 +9 24.06.11 1,966 48 15쪽
» 015. 바람에 흔들리는 다리같이. +3 24.06.10 2,018 49 16쪽
14 014. Spring goes where?(용수철은 어디로 가는가?) +4 24.06.09 2,069 50 12쪽
13 013. 령 압축 +5 24.06.09 2,125 62 8쪽
12 012. 정령들의 장래희망 1순위, 정령왕이 아니었다? +3 24.06.08 2,247 60 12쪽
11 011. 지금부터 서로 의심해라 +5 24.06.07 2,337 61 14쪽
10 010. 고딩 정령 참교육 +5 24.06.06 2,491 6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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