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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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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2020.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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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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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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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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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6화

DUMMY

‘피곤하네’


민식이는 베인 다리를 만지며 혼잣말을 하였다.


선수에게 있어 상처는 일상과 같다. 매번 다치고 그런 상태로 운동을 하니 못에 남아날 곳이 없다.


막상 쉬자고 하니 할 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담배가 생각난다. 끊는다고는 약속을 했지만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고 있다.


생각해보면 유도를 그만두고 나서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낸 거 같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적지 않은 금액을 상속받았었다.


꽤 날아다녔지 그 나이에 걸맞지 않게, 운동을 하지 않으니 남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지금 와서는 좀 후회가 된다.


몸 좀 만들어 본다고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한 게 다시 시작하고 나서 이리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다리의 상처, 그럴싸한 핑계와 이유로 다행히 넘어가기는 했다. 김현민은 믿지 않은 거 같았지만


할머니가 찔렀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밖에 나가면 얼굴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싸 돌아다니다 집으로 들어온다.


매번 술에 잔뜩 취해서 자신의 이름까지 까먹을 정도면 뭐 말 다 한 거지


시합 2주 전이였다.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을 꾸었다. 그때 식땀을 뻘뻘 흘리며 할머니는 두 손에는 식칼을 쥐고 있었다.


아마 부엌에서 꺼내 들었던 건가 샤워하고 나온 뒤 집 안에는 술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말하지 않아도 누가 왔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때 나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미쳐 문 주방을 보지 못하고 발이 걸려 넘어졌고 쥐고 있던 식칼은 종아리에 꽂혔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점점 그 부위가 뜨거워지는 걸 알 수 있었다.


할머니는 쭈그려서 울고 있었고 갑자기 일어난 이 상황이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다행히도 늦은 밤까지 진료를 받아주는 병원 한 곳을 알고 있었다.


전화해서 가는 방법 또한 있었지만, 소란스럽게 만들기는 싫었다. 거기다가 최악의 상황은 코치의 귀에 들어갈 수도 있어서 결국 걸어갔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사가 ‘어쩌다가···.’ 라는 말을 건넸다. 당연히 그에게도 그럴싸한 핑계로 겨우겨우 넘기기는 하였다.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할머니는 없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간 게 틀림없다.

가방에 넣어 두었던 지갑도 상당히 가벼워졌다. 아마 돈도 같이 가지고 나간 것이겠지


뭐 그때보다는 통증이 가라앉혀서 다행이다.


벽에 기대어 TV를 켰다.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건 보고 살아야 하니까 뉴스에는 예상한 거처럼 살인 사건 등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만한 주제들만 모여 있었다.


보다 보면 생각보다 재밌어 계속해서 보게 된다.


오전 12시 어제 늦게 잔 탓인지 오늘따라 어깨가 무겁고 피곤하다. 이제 이틀 뒤에 다시 운동하러 나간다니 생각만 해도 귀찮아진다.


집에 가지고 온 유도복은 안방에다 걸어두었다. 손빨래를 하지 않으면 때가 벗겨지지 않을 정도로 두꺼우며 도복 자체 무게도 3kg 가 넘어간다.


특별 주문을 했다고 하니 신경 쓰기도 많이 써주었다.


‘그래도 조금만 운동할까..’


허리를 곧게 피고는 거울을 바라봤다.


옛날보다 커진 게 몸소 체감이 간다. 닿지 않을 거 같던 천장도 뻗으면 만져지는 걸 보면 몸소 체감이 간다.


‘잔말 말고 몸이나 풀자’


전국대회 우승 후보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운동을 하고 있을 게 뻔하다. 그들을 이기려면 더욱더 철저하게 준비를 하여야 한다.


몸무게는 그대로 가면서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 남은 시간이 한 달밖에 없기는 하지만 최대한 가능한 곳까지 해야 한다.


‘시키는 것만 잘하면 된다.’


신경식이 그전에 민식이에게 해줬던 말이다. 무슨 생각으로 말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뭐 열심히 하라는 뜻이겠지


실제로 학생 대부분이 코치들이 시키는 것에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힘이 들 때마다 김현민이 해준 말을 다시 되새김질 하기도 한다.

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움직일 때마다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칼에 그렇게 깊숙하게 베였으니 당연한 것 아무래도 김현민에게는 제대로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의미 없이 땀만 흘리고 바닥에 앉아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운동을 하려고 할 때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가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가 집안에 쟁여놓은 술 저게 자기 어디서 난 돈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가지고 온다. 나중에 집으로 올 때 따져보는 게 좋겠다.


요즘 따라 유독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그래도 잘 챙겨 줬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저리 바뀌었다.


어린 시절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이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이 남아있다고 한지만 딱히 보고 싶지는 않다.


어머니는 바에서 일했다고 친척분들이 말해주셨다. 생각해보면 그런 환경에서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리 일터


아버지도 거기서 만났다고 들은 거 같았다.


다들 거기까지 이야기만 해주시고 다른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뭐 어떻게 되는지 대충 예감이 간다.


유도를 하게 된 계기도 어머니가 바쁜 일상 때문에 챙겨주지 못하였기에 시작된 것이다.


마침 초등학교에 작은 유도부가 있었고 운동에 손을 댄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


‘진짜 할 게 없네’


보고 있던 웹툰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였다. 어디 놀러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놀던 친구들은 공부한답시고 연락을 끊은 지 오래다.


그렇다고 다시 잠자리에 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고


핸드폰과 TV도 보는 것에 한계가 있다. 운동 또한 몸이 성하지 않았다.


‘아오. 진짜 미치겠네’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린다는 게 이리 실감이 갈 줄 몰랐다. 그저 상처 부위만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름도 적혀있지 않았고 처음 보는 전화번호였다.


‘여보세요.’


어디서 인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다. 낮은 톤의 평소에 이런 사람은 만난 기억은 없다. 굳이 고르자면..


‘신재혁?’


‘어 알고 있네’


‘잠시 나올 수 있어?’


딱히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저번에 만난 게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뭐 상관없지’


이 짧은 대화로 만남이 성사되었다. 위치는 학교 옆 작은 공원 지금이라면 아무도 없을 한가한 시간이다.


저 멀리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춥고 습한 날씨에 반팔을 입고 있는 걸 보면 꽤나 생각 없는 녀석인 거 같았다.


‘어 왔네’


‘이거 먹을래?’


신재혁은 봉투 안에 담겨 있는 빵 하나를 꺼내며 건네주었다. 팔과 다리 하나하나 전부 갈라져 있었다. 가까이서 보디빌더의 몸을 보는 거 같았다.


민식이는 빵을 받으며 말을 하였다.


‘으응.. 고맙다.’


‘근데 왜 불렀어.’


‘이유가 있은 거 아니야’


그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손에는 봉투를 들었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서’


딱히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녔다.


말 그대로 심심해서, 예선전 치르고 난 뒤에 대부분 유도부는 일주일 동안 휴식 시간을 갖는다.


다른 볼일이 있거나 뭘 하고 있었으면 아마도 그 자리에서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루하고 따분한 건 민식이도 마찬가지였으니 오히려 잘됐다고 본다.


‘그러냐’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그렇게 같이 공원을 걸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전에는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연한 갈색 머리에 파란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영국인이신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고 말을 하였다. 아마 우람한 체격과 남다른 골격 또한 여기서 나온 거겠지


대대로 유도계 집안인 것도 알아냈다. 할아버지는 무명의 선수였지만 실력만큼은 아버지보다 뛰어났다고 자랑하는 듯 설명하였다.


‘근대..’


‘너 예선전 통과했지?’


이야기하던 도중 갑자기 주제가 바뀌었다.


‘통과했지 당연히’


‘..’


그 뒤로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전에 집에 찾아왔었던 김혜성이 생각이 났다.


‘내ㄱ..’


‘야 시발 잠만’


‘지랄하지 말고 들어라’


민식이는 말을 끊어 버렸다. 꽤나 당황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김혜성이라는 새끼도 그전에 지랄했는데’


‘이제는 내가 말한다.’


들고 있었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신재혁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가 너는 이긴다.’


‘지면 자살한다 알겠냐’


‘..’


‘알겠다.’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정적이 흐를 때 저 멀리서 신경식의 얼굴이 보였다. 빈 머리에 특유의 넓은 광배근 누가 봐도 신경식이었다.


달려오는 것을 보니 꽤나 급한 듯 보였다.


‘야 저기 코치님 달려오시는데?’


‘뭐라고?’


신재혁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당황한 듯 공원을 빠져나와 학교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만 가본다.’


딱 두 글자 한마디 하고는 그대로 가 버렸다.


‘코치님 학교 쪽으로 갔어요.’


헥헥 대며 뛰어가는 신경식 ‘고맙다.’라고 인사를 남기며 그도 학교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머리에 핏줄이 섰다. 꽤나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진짜 심심해서 부른 건가’


‘빵 하나 주고 가 버렸네’


‘나도 집에 가야지’


두 손으로 받았던 빵을 뜯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다리의 통증이 느껴질 무렵 이제 자신도 집으로 향했다. 더 이상 무리하게 걷다가는 상처 부위가 벌어질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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