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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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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적
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2020.09.23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6,660
추천수 :
56
글자수 :
173,448

작성
20.07.17 14:00
조회
738
추천
5
글자
10쪽

2화

DUMMY

‘이게 다 뭐냐’


코치가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발로 밀어내면서 말을 하였다.


꽤 방치한 모양인지 바닥에는 각종 벌레와 화장실과 부엌에서는 뭔지 모를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르기도 하였다.


그런 아수라장 사이에서 누워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이불 덩어리를 발로 차면서 말을 하였다. 쓰레기가 들어 있다고 하기에는 꽤 묵직했으며 다른 무언가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빨리 일어나 새꺄’


그러자 크게 하품을 하면 그런 쓰레기 더미 안에서 한 남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4년 동안 그렇게 놀고먹고 쳐 잤으면 이제 운동해야지, 안 그러냐’


덮고 있었던 이불들을 해치며 기지개를 피며 그가 일어났다. 살과 덩치는 예전보다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운동을 안 한 지 오래 되었지만 팔과 다리에 들어 나는 잔 근육들은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붙어 있었으며 그전보다 다부진 몸을 가진 것 같았다.


‘오랜만이네요. 코치님’


눈을 비비며 그는 대답하였다. 그는 강민식이었다..


‘친구는 잘 둔 거 같더라’


‘지금 까지 말 안 한 거면 뭐 말 다 한 거지’


‘일단 나와 봐라. 밥이나 먹게’


강민식을 끄집어 댕겼다. 그리 고집이 쌔던 민식이도 순순히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둘이 나와 도착한 곳은 간단한 분식집에 들어갔다.


밖에서 보니 몸이 부각되었지만 그전보다 늘어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장담한다.’


‘뭘요’


한 손에는 물컵을 들고 들이마시는 강민식이 다시 물었다. 그러자 매고 온 가방에서 도복 하나를 꺼냈다.


‘장담한다고.’


‘너 지금부터 시작해도 전국체전 나가서 메달 따는 거 금방이야’


‘그러니까 다시 시작하자’


강민식은 먹던 컵을 내려놓고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차분해 지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코치님 유도 다시 할 생각은 없어요.’


‘들어서 여기까지 듣고 찾아오신 거면 뭔지 다 알고 온 거잖아요.’


민식은 평소 성격과 다르게 마치 천천히 코치에게 설명하는 듯 말을 하였다. 예전과 다른 분위기에 마치 다른 사람과 대화 하는 것 같았다.


평소라면 태평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민식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평소 보이지 않던 눈물까지 보이게 되었다.


‘일단 먹던 거나 마저 먹자’


시간이 지나자 밖에는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에라 비 더럽게 많이 오네’



‘저기 아줌마 우산 없어요? 돈은 있는데’


아줌마는 손으로 좌우로 흔들며 ‘없어요.’라며 딱 잘라서 말을 하였다. 코치와 김민식은 할 수 없이 가까운 곳에 있는 마트로 뛰어가기로 하였다.


‘야 빨리 와라’


무뎌진 몸이라고 생각했으나 오랫동안은 달리지 못하지만, 생각보다 빠른 스피드로 달리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마트에 도착하였다. 그리고는 우산 하나씩 가지고 집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너는 유도 해야 한다.’


‘안한ㄷ..’


‘장담한다.’


민식이의 말을 끊어 버렸다.


‘내 모든 걸 걸고 말한다. 넌 무조건 된다.’


다른 학교에서도 엄격하기로 유명한 김현민 코치 전 국가대표 선수가 한 고등학생에게 미래를 장담하며 말을 하고 있다.


‘유도복은 가지고 가라’


그의 품에 유도복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집 좀 청소 좀 해라’


‘그게 사람이 사는 집이냐’


결국 마지막은 온갖 잔소리를 듣고서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받은 유도복을 품에 끌어 앉고 그대로 계단으로 올라갔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쓰레기와 온갖 벌레들 그리고 화장실 거울을 통해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씨발..’


너무 좆 같았다.




..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저 멀리서 강민식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반소매와 반바지를 입고 나섰다.


김현민은 얼어붙은 몸을 잠시 풀 겸 나와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저 왔어요.’


그리 수북했던 머리카락은 전부 밀어버렸다. 운동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한 손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던 전에 받은 도복을 띠로 묶어 한 손으로 들고 있었다.


‘유도복 받았는데 그래도 해봐야죠’


‘아깝잖아요.’


김현민은 그런 모습이 웃기기라도 한지 웃으면서 다 마신 커피를 쓰레기통에 버린 뒤 바로 일어났다. 그리고는 몸을 풀면서 민식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했다.


‘그래 가자’


‘4년이나 놀았으면 당분간 유도만 해야지’


‘따라와라’


그렇게 편의점에서 걸어 15분이 걸려 한 학교를 찾을 수 있었다. 오래된 학교라고 했지만, 외관상으로는 아무 문제도 없었고 오히려 주변에 깔린 나무들 덕분에 공원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여기는..’


‘우리 학교인데’


그러자 코치는 손에 쥐고 있던 열쇠로 머리를 때리면서 입을 열었다. 피식 웃는 걸 보니 어이가 없는 듯 보였다.


‘학교에 유도부 있는데 얼마나 박혀 산 거냐’


‘일단 들어와라’


코치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정문으로 들어가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계단을 통하여 지하로 내려갔다.


매일 막혀 있었던 지하였지만 오후 6시 정도에는 문이 열린다는 소식도 알 수 있었다.


여러 학생이 모여있는지 크고 작은 소리가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지하 1층에 학교 강당과 비슷한 크기에 유도장을 발견하였다.


‘빨리 감아서 넘겨야지 너무 늦어!’


거기에는 많은 학생을 코치하기 위해 많은 인원에 코치들이 지도해주고 있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비주류 종목이었던 유도가 이렇게 활성화되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아무리 유도의 황금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성별과 나이 불문하고 여러 학생이 이렇게 모여 유도를 한다는 게 신기하였다.


저 멀리서 빨간 점퍼를 입은 한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김현민 코치와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형 왔어?’


‘오랜만에 보는 거 같네’


그는 먼저 악수를 요청했다. 그리고는 몸을 두 눈으로 살피더니 말을 했다.


‘몸을 그전보다 마른 거 같은데..’


‘그건 그렇고 그 옆에 애는 누구야’


그러자 현민은 민식이와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웃었다.


‘내가 말한 녀석이야.’


‘대어’


그러자 그 코치도 웃으며 대답을 하였다. 신중하게 몸의 상태와 가지고 있는 도복을 보기 시작했다.


‘대어라..’


‘일단 저기 가서 도복 갈아입고 와봐’


‘그래도 처음 보니까 실력은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민식은 탈의실에 들어가 도복을 입고 나왔다. 오랜만에 입어서 그런지 어색한 면이 적지 않아 있다.


매트에 올라왔을 때에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다 갈아입었네’


김현민 코치가 웃으면서 말을 하였다. 그리고는 한 학생을 지명하여 불렀다. 키는 180이 좋게 돼 보이고 덩치와 몸을 봐서는 100 kg를 가볍게 넘길 것 같다.


‘성환아 이리 와 봐라’


가까이서 봤을 때는 더욱더 커 보였다.


‘오랜만이지만 그래도 알건 다 알잖아. 부딪치기 해봐 네가 잘하는 거’


그러자 마치 자연스럽다는 듯 손을 뻗어 가슴 깃을 잡았다. 그리고는 바로 허리에 낀 다음 허벅다리를 차올렸다.


확실히 그전보다 느려지기는 하였지만 100kg 거구를 들기에는 충분한 힘이었다.


말도 안되는 허리힘은 아직까지도 건재하다는 듯 가볍게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체력은 그전마냥 뛰어다닐 수는 없는 듯 보였다.


빨간 점퍼를 입었던 코치 지켜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세 좋네’


‘유도 몇 년 셨다고 했죠?’


그러자 팔짱을 낀 상태로 오른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손가락 3개를 피며 말을 하였다.


‘3년 하고도 9개월’


그렇게 가볍게 부딪히기 연습을 하였다.


만만하게 생각하였던 준비 운동이지만 막상 해보니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몸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던 코치들의 시선은 전부 민식이에게 향하였다.


그렇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학생이 문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들어오며 옆에 있는 코치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전 전국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였던 김혜성이다.


‘쾅’


‘안녕하십니까!’


‘맞다 아까 대여라고 했죠?’


한 손에 들고 있는 커피를 내려놓고는 들어온 학생을 가리키면서 입을 열었다.


‘어 드디어 왔네’


그리고는 그 학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머리에 손을 올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쟤도 대어에요.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혜성과 이쪽으로’


김혜성이 바로 옆에 오자 먹던 커피를 내려놓고는 머리를 강하게 쥐어박았다. 표정을 보니 썩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이놈 아 몇 시인데 지금 오냐’


‘빨리 옷이나 갈아입어’


코치들이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김현민 코치는 마치 옛날에 민식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빨간 점퍼를 입고 있었던 코치가 손뼉을 치며 소리를 쳤다.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진 것을 멀리 있어도 느낄 수 있었다.


‘자자! 너네 들도 이제 쉬는 시간 끝나서 자유 연습할 거니까 다들 준비해!’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의자에 앉아 학생들을 지켜 보고 있었고 민식이는 일어나 김현민 코치에게 다가갔다.


‘코치님 방금 온 얘 어디 서 많이 본 거 같지 않아요?’


아쉽게도 민식이의 기억력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김현민은 핸드폰을 꺼내며 4년 전 영상을 보여주었다.


‘...’


‘김현민?’


옛날과 많이 달라진 모습에 놀랐다. 분명 시합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마치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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