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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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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적
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2020.09.23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6,668
추천수 :
56
글자수 :
173,448

작성
20.07.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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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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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화

DUMMY

가방을 내려놓고 가지고 있었던 도복을 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추운 날씨에 패딩을 입고 있어서 잘 몰랐지만, 도복을 입고 나니 다부진 몸이 좀 더 부각되었다.


‘몸 좋네’


‘그래도 주장인데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되죠’


김혜성은 웃던 표정은 사라지고 정색한 표정으로 코치들 앞에 뒷짐을 지고 말을 하였다.


‘할머니 도와주다ㄱ..’


‘너가 가는 길에 할머니들이 드러눕냐 뭐 바이러스라도 풍기고 다녀?’


‘빨리 몸 풀고 준비해’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늦었으니까’


그러자 군말 없이 매트 위로 올라갔으며 그와 동시에 민식이도 일어났다. 그리고는 혜성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누구ㅇ..’


‘나랑 한판 하자.’


김혜성은 뒤로 물러나며 몸을 살피고 얼굴을 몇 번이나 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당황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에 갑자기 사라졌던 사람이 자신 앞에 나타나서는 시합을 하자고 하니


‘자자 이제 자유 연습 해야ㅈ..’


‘그래 하자’


김현민은 일어나서 말했지만, 김혜성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달리 시합에 응하였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하던 연습을 멈추고 그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코치들도 잇따라 지켜보기 시작했고 한 학생이 유도 타이머를 리모컨으로 3분을 맞추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면서 김현민은 그들의 중간에 섰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시작을 알렸다.


‘시작!’


시합은 시작되었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창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람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둘의 자세는 서로를 응시하며 자세를 낮추었다.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유도 시합의 시작이었다.


서로의 체형과 키 그리고 몸무게 거기다가 추구하는 유도 스타일조차 비슷하다.


유도 경기는 처음에 잡기 싸움이 승패를 가린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처음이 중요하다. 만약 뒤를 잡혀버린다면 거기서 게임이 끝나는 경기도 종종 있다.


몇몇 유도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고등학교에서도 선수에 등록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김혜성은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 자격을 얻은 학생 중 한 명이다. 스피드 그리고 힘 모든 면에서 지금 민식이 보다 뛰어나다.


혜성이는 빠르게 왼손을 내어 주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가슴 깃을 먼저 잡았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반 바퀴를 돌면서 말아 업어치기를 들어갔지만 무리하게 점수를 따려고 한 손으로만 잡고 들어가려다 결국 그대로 손이 풀려버렸다.


가운데서 지켜보고 있었던 김현민은 서로를 멈추었고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말을 하였다.



‘이거 잘못하면 위장 공격이야.’


손가락으로 김혜성을 가리켰다.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1분이 지나 남은 시간은 2분이 되었다. 크다고 하면 큰 시간일 수도 있고 작다고 하면 작은 시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에는 무승부로 끝나는 경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점수가 나지 않으면 계속해서 시간을 늘려 경기를 진행하는 유도는 더욱더 그렇다.


이번에도 우위를 차지한 사람은 당연하지만, 김혜성이었다. 아까처럼 오른쪽 가슴 깃을 잡았지만 민식이도 왼쪽 소매 깃을 잡아냈다.


둘 다 한쪽씩 잡혀 있는 상황이지만 더 높은 곳을 잡고 있는 사람이 더 유리하다. 이렇게 계속해서 진행되면 이 경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민식이는 가볍게 바닥을 쓸면서 모두 걸기로 상대방의 오른 다리를 쓸어버렸다. 상대는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물론 그 자세로 계속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알았는지 빠르게 뿌리치면서 빠져나왔다.


‘오늘따라 왜 저러지..’


‘많이 이상하네 오늘’


점퍼를 입고 있는 코치가 말을 하였다. 국가대표 선발전 조건을 얻은 학생이 저리 흥분하고 기술을 막 들어오는 것을 봤을 때 당연히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김혜성 천천히! 천천히! 흥분하지 말고 아까처럼 들어가’


하지만 지금 시합에 집중해 있는 김혜성에게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꽤나 여유 있는 혜성이와 다르게 민식이는 지금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운동을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무 운동도 손을 대지 않았다. 유도라는 스포츠는 심폐 지구력이 생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지구력이 정말 중요하다.


경기가 끝나지 않으면 지옥 같은 시간을 몇 분이고 버티며 싸우는 것 또한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상대방의 몸을 집어 던져 점수를 내야 경기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 유도가 가장 힘든 이유다.


남은 시간은 30초 정도 보는 사람들도 지칠 대로 지쳤다. 운동하고 있든 학생들도 하든 걸 멈추고 이 마지막에 달한 시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혜성이는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 깃을 잡았다. 이는 빨리 끝내겠다는 의미로 충분히 받아 드려졌다. 일단 가볍게 바닥을 쓸어버렸다.


이어 무릎을 꿇어 양팔 업어치기를 들어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공격이었지만 민식이도 업어치기가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오른쪽으로 돌아 피했다.


그리고 이어 들어오는 안 뒤축도 가볍게 버텨냈다. 지금 혜성이에게는 위험한 상황이다.



‘혜성아 빨리 엎드려!’


하지만 한 발짝 늦었다. 민식이는 자신의 다리를 걸고 있는 혜성이를 뒤로 밀어 바로 어깨 누르기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김현민 코치가 다가갔다. 그리고는 둘에게 손을 올리면서 말을 하였다.


‘애들과 시간 끝났다. 이제 일어나자’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잖아’


짧았던 시합이었지만 그 둘에게는 생각보다 길었던 시간이었다. 김혜성은 위에 입고 있었던 도복을 벗으며 정수기 앞으로 갔다.


‘좀만 쉴게요. 준비 운동은 이 정도면 많이 했잖아요.’


점퍼를 입고 있었던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식이는 뒤늦게 일어나 구석에 기대에 앉았다.


김현민은 가지고 있는 텀블러를 건네면서 옆에 같이 앉았다. 민식이도 입고 있던 도복을 뒤따라 벗었다.


‘그래 현역 선수랑 해본 느낌은 어때’


마시고 있던 텀블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실실 웃기 시작했다.


‘왜 재밌냐’


‘운동하는 게’


‘아 맞다. 할 말 있으니까 충분히 셨으면 나와봐라’


김현민을 문을 가리키면서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갔을 때는 담배를 한 손에 쥐고 있었으며 입고 있던 윗옷을 벗고 있었다.


‘아 왔냐’


‘생각보다 빨리 왔네’


민식이는 손에 쥐고 있는 담배를 손으로 가리켰다. 표정은 아까처럼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뭐 이거?’


‘나도 어른이다 새꺄 하는 건 내 마음이지’


‘아 맞다. 금연 구역이지’


김현민은 한숨을 쉬며 바닥에 담배를 버리면서 발로 밟았다.


‘그깟 벌금 내면 되지 뭐’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었다. 그리고는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지금이 10월 말 늦게 시작한 너는 마지막 기회다.’


‘내년 2월에 있는 경기도 전국 대회 출전해라’


민식이는 그저 웃기만 했다.


‘에이 제가 어떻게 해요.’


‘혜성이 걔도 작년에 참가했다. 운동을 그만큼 쉬었으면 나도 포기하려고 했지’


‘아까 경기 보고 알았다. 내가 알기로는 걔도 경기 쉽게 쉽게 하는 애가 아니야’


주머니에 있는 봉투를 꺼내 들었다. 안에는 작다고 할 수 없는 금액의 돈이 들어있었다.


‘그때까지 내가 모든 식비랑 월세 다 대준다. 너는 그냥 따라오면 돼’


‘알겠냐?’


민식이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시발..’


‘뭐라고?’


‘감사합니다.. 그 외 할 말은 떠오르지 않네요.’


‘감사합니다.’


민식이는 서럽게 울었다. 정말 서럽게 떨어지는 눈물이 보일 만큼 울었다. 김현민은 웃으면서 대답해줬다.



‘일어나’


‘그리고 욕은 하지 마라. 입 버리니까’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말을 했다. 고조 되었던 기분이 꽤 나아졌다. 그리고는 김현민이 체육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멈추어 말을 하였다.


‘아 맞다. 아까 시합 멈춘 이유 말인데’


‘내일 해야 할 게 있어서 멈췄다.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


그렇게 다시 체육관 안에 들어가서 운동을 재기했다. 민식이는 아까보다 더욱더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제 몸 풀렸나 보네’


빨리 지친다는 것을 제외하면 옛날 중학교 때 그 민식이가 맞다.


코치들도 잠깐 이지만 옛날 자료를 찾아봤다. 그때 경기를 몇 번 뛰지 않았지만, 대단했다는 것 만큼은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시간은 오후 3시 온 지 시간이 4시간 정도가 지났다. 운동이 끝나 갈 때쯤 바닥에 드러눕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러자 김현민이 박수를 치면서 기합을 넣기 시작했다.


‘자자! 이제 끝났으니깐 다들 마무리 운동하고 집에 가’


‘맞다. 민식아 너는 먼저 가라’


‘내가 말한 애가 예정보다 빨리 온다고 하니깐 오늘 밤중으로 시간 비워 두고 있어’


‘넵’


민식이는 짧게 대답을 하였다. 얼굴을 보아 힘든 기색이 적지 않아 보였다. 아무도 없는 탈의실로 먼저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도복은 마치 물로 적신 듯 더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운동이라지만 앞날이 막막하기만 했다.


‘생각보다 힘드네’


편의점에서 물로 목을 축이며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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