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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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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2020.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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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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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448

작성
20.07.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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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9화

DUMMY

‘여긴가..’


다행히도 운이 좋았다. 시합을 얼마 남지 않은 날 이렇게 국가대표가 직접 지도해 준다는 건 두 번 다시 없을 일일지도 모른다.


외관상으로 봤을 때는 고등학교에 있는 체육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긴 나라에 얼굴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지내는 곳인데 이 정도 하지 않으면 섭섭하지


안에는 좋은 기구들로 설비가 되어 있었다.


모든 종목에 걸맞게 테니스부터 시작하여 배드민턴 레슬링 등등 비인기 종목부터 인기종목까지 차례대로 나열되어 있었다.


대부분 어릴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터져 나오는 함성은 귀를 막아도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 남성이 와서 민식이를 반겨주었다. 오늘은 별도로 김현민은 따라오지 않았다.


‘너냐 형이 말한 게’


이름은 김진현


김현민의 동생이다. 딱히 이슈될만한 그런 업적은 세우지 않았지만, 매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순위권을 뽑히고 있다.


빨간색 반소매 티를 입고 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리 와라’


‘우리 형은 운동 그리 열심히 했으면서 왜 다른 사람을 귀찮게 굴지’


‘이해가 안 가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이다.


실제로 김현민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는 물론이고 아시안 게임 은메달을 차지했을 정도로 엄청난 커리어를 만들고 은퇴를 하였다.


은메달을 따고 겨우 고등학교 코치나 하는 것은 민식이도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이다.


여러 체육관을 지나 유도장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다른 학원이나 체육관 같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물품들이 놓여 있었다.


저기 멀리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들도 월드 클래스로 얼굴을 알린 유명인 뿐이었다.


‘선수들 많네요.’


‘당연하지 이름부터가 선수촌인데’


김현민과 하나도 닮지 않았지만 웃음만큼은 똑같다고 보장할 수 있다.


뜨거운 열기, 마치 나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닥에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였고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수시로 청소를 해주고 있었다.


운동하면서 당연하게 흘리는 땀 몸에서 계속 분출이 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김현민은 바닥에 있는 도복을 손에 쥐었다. 위도 복을 띠도 묶지 않고 걸치며 입을 열었다.


‘일단 저기서 몸 좀 풀고 있어 봐’


‘피곤해서’


귀에는 그저 핑계로 들리기는 했지만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기에 가만히 있었다.


진현은 바닥에 앉고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다크서클이 축 늘어앉았다. 말한 대로 상태는 좋지는 않은 거 같았다.



‘유도 언제부터 했냐’


시선은 내려다본 채 말을 걸었다. 민식이는 몸을 풀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어 갔다.


‘중학생 때부터..’


‘몇 살’


‘14살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냐’


모든 걸 전부 단답형 식으로 내뱉었다. 사람이 아닌 기계와 대화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식이는 배밀기 20개를 마치고 바로 일어났다. 하지만 진한은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저기..’


어깨를 흔들어봤지만, 미동도 없었다. 밑에서 얼굴을 보니 잠이든 모양이다. 같이 운동해주겠다고 해서 갔더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다시 한번 흔들었다.


‘음..’


‘다했냐’


도복을 고쳐 입었다.


‘넵’


앉았던 진한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더니 경기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는 기술 안 건다.’


‘넘겨봐라’


민식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밭다리를 꽂아버렸다. 무게 중심은 자신의 오른쪽으로 두었다.


몸무게가 더욱 쏠리게 하여 힘이 더 들어가게 하였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먹히지 않았다. 진한은 부동자세로 밭다리걸기를 버텨냈다. 힘으로만 무식하게 싸운다면 절대 가망이 없다.


‘빨리 나와’


‘다른 거 걸어봐’


김성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업계 팀 국가대표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거기다가 상태도 만전 하지 않은 사람에 힘이 이 정도일 줄은


‘흐읍!’


민식이는 힘을 주어 허벅다리를 차올렸다. 진한은 다시는커녕 약속이라도 한 듯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기술이 들어가기는 하였다. 하지만 미동도 없었다. 상태가 좋지 않은 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선수라고 해도 갭 차이 서로 간의 사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밤 9시까지 지속하는 훈련 중간중간 쉬는 타임이 있다고는 하나 대충 계산해 봐도 10시간이 넘어간다.


학생이라면 생각조차 버거운 것 당장 할 수 있다고 해도 만성 피로로 한 번에 드러누울 수 있다.


다리를 걸고 업어서 매치려고 했으며 다리까지 차올렸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안 되지 않았다.


‘하아 하아..’


민식이의 숨이 가파래 졌다. 진현의 얼굴은 처음 지었던 표정 그대로 미동도 없었다. 요즘 강한 상대와는 많이 겨루어 봤다.


프로선수 전국 대회 우승 후보들 할 때마다 옛날 운동을 포기했던 자신을 원망한다.


‘형이 매일 피드백 해준다고는 하는데’


‘제대로 된 문제점이 있는 거 같은데’


가슴 깃을 잡았지만, 곧바로 뒤 깃을 쟁취하였다.



‘첫 번째는 잡기 싸움이 약해’


곧바로 띠를 잡아 띠 잡아 매치기 변형으로 민식이를 꽂아버렸다.


‘두 번째는 방어를 못 한다.’


‘세 번째는..’


진현은 그래플링 자세로 들어간 다음 어깨 누르기를 하였다.


‘생각보다 좀 많이 느리다.’


‘다른 건 다 괜찮다.’


누르기를 푼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라 오늘 봐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마저 해야지’



..



‘넵..!’


이번 상대는 80kg에 키는 민식이와 비슷한 선수 대회에 나간 경력은 없지만, 실력은 괜찮다고 한다.


‘시작해라’


덩치는 비슷했지만 잡는 힘 유도 선수들은 대부분 악력이 쌔다. 도복을 잡고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강해질 수밖에 없다.


‘느리다. 빨리해라’


작은 목소리였지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계속해서 말했다.


‘허리 기술 넘어갈 거 같으면 공중에서라도 돌아’


‘좋기는 넘어가기 전에 미리 피하는 게 좋지’


‘왼쪽으로 걸 구도가 나왔으면 걸어야지’


매번 땅에 등이 닿을 때면 즉각 피드백해주었다. 바로바로 고치기에 좋았다. 함께 시합을 진행하는 선수에게도 조언해주었다.


시합은 총 20분이 진행되었다.


머리가 썩어들어갈 거 같은 기분이 들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거 같았다. 마지막은 넘어간 채로 누워 있었다.


‘쉴 때는 앉아서 셔라’


진현은 민식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너 왜 형이 좋아하는지 알겠다.’


‘닮았다 우리 형이랑’


‘형도 네 나이에 유도 다시 시작했는데’


‘국가대표까지 간 거면 엄청 잘한 거고 거기에다 메달까지 땄지’


‘근대 죄인 취급받았다.’


‘..’


‘왜죠’


텀블러에 담겨 있던 물을 마셨다.


‘김대현 때문에’


가지고 있던 신문을 보여주었다. 대문에는 ‘유도 천재 금메달 유력 후보’ 라고 적혀있었다.


‘코치님 젊었을 때네요.’


‘23이었다 저때’


자랑스러워하는 듯 찍힌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다.


김대현 선수 확실히 옛날부터 대부분의 대회를 쓸어간 선수는 맞다. 하지만 그거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저때 좀 안 좋은 사건들이 많았거든.’


폭력, 나이에 맞지 않은 언행, 술꾼 그 탓인지 팬들도 많았지만 안티들도 상당수가 있었다.


‘현민이 형이 마지막으로 나갔던 유도 세계 선수권 대회 결승에서 만났어.’


‘시작한 지 20초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점수가 나왔지’


‘그때 이후로 욕 좀 많이 먹었다.’


‘그거 때문에 은퇴했어’


확실히 은메달을 땄다고도 하였고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도 하였다. 하지만 그 사진 속에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울상


울상을 짓고 있었다.


민식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대답을 받아치기만 하였다.


‘자 몸 풀었으면 다시 시작할까?’


진현은 일어나면서 들고 있던 텀블러를 내려두었다.


‘이리 와라. 내가 몸소 직접 알려준다.’


가슴 깃을 왼손으로 낚아챘다. 당연하다는 듯 가볍게 다리로 쓸어버렸다. 민식이는 잠깐이지만 부유감을 느꼈다.


힘을 주었는데도 가는 쪽으로 가볍게 쓸리더니 결국 넘어갔다.


‘모두걸기’


‘내가 좋아하는 기술이야.’


모두 걸기 많은 상황에서 쓸 수 있어 밭다리 다음가는 초보자들이 많이 배우는 기술중 하나이다.


상대방이 옮겨가는 발을 예측하여 기술을 걸기에 제대로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고 빠르게 승리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너도 해봐라’


당연히 민식이도 배우기는 했다. 하지만 응용할 정도로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발에 힘을 너무 주어 걷어차게 되면 위장 공격으로 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또 약하게 기술을 걸면 오히려 되치기당한다는 약점도 있다. 그러기에 숙련도가 매우 필요하다.


구석에 있는 유도 인형을 꺼내 왔다. 무게는 약 50kg 절대 가볍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인형’


‘내가 너한테 건 거처럼 돌려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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