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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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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적
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2020.09.23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6,661
추천수 :
56
글자수 :
173,448

작성
20.07.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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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0화

DUMMY

팔이 무겁다.


힘들다.


생각 보다 위협적이지 않다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팔과 합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상상 이상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아까 김진현이 보여줬던 기술들이 마치 마술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도복으로 감싸져 있는 인형을 잡고 돌려야 하기에 평소보다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몇 번이고 실패하는 모습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또다시 김진현은 기술을 보여주었다.


얼굴에 피곤한 기색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밀면서 쓰는 게 좋아’라는 말을 하였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마주한 상대의 중심을 계속해서 흩트려줘야 한다.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


러닝을 한 것도 아니다. 누군가 싸운 것도 아니다. 체력 훈련을 한 것도 아니다.


도복에 흘러 땀이 나올 정도이니 얼마나 고된 것인가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화가 났다.


유도에는 한가지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십 수백 가지 기술들이 유도인을 마주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니 지금까지 배운 기술들이 허상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흐읍!’


마지막으로 제대로 힘을 주어 발로 쓸어버렸다. 인형을 공중에 뜨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뒤로 넘기지는 못했다.


결국, 그 상태로 인형 위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국가대표들은 대부분 김진현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피곤함에 썩어들어가는 얼굴


시합 때는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고 위로 올라서지만 항상 관객들에게는 미소를 보여준다.


보고만 있어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애초에 그런 선수들이랑 같이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 나에게는 행운인 것이다.


‘실제로 인형은 움직이지 않아서 더 많은 힘이 필요하지’


그는 눈을 비비었다. 따분한 것도 이해가 간다. 천천히 걸어오더니 갑자기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저ㄱ..’


‘너 잠은 제대로 자냐’


‘아까부터 코피 터졌는데 몰랐냐’


땀으로 범벅이 되어 알아채지 못했다. 받은 휴지로 닦아낸 다음 한쪽을 틀어막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한다.’


‘다음에 다시 와라’


‘아직.. 할 수 있는데..’


‘잠이나 푹 자고 와라 이 상태로는 전국 대회는커녕 도 대회도 못 한다.’


김진현은 그리 말하며 가지고 왔던 짐을 자신의 가방에다가 넣어 건네줬다.


그가 했던 말을 들어보면 확실히 수긍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계획을 정해줬다고 해도 완벽하게 따르는 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루에 5시간 남짓 잠을 청하며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운동을 행한다.



거기다가 제대로 된 식사라고는 학교에서 배식 되는 밥뿐이다.


한 달 하고 2주를 이렇게 생활했다. 당장이라도 피로에 썩어들어가도 문제없을 정도이다.


‘빨리 나와라. 앉아 있지 말고’


오늘은 선수촌에서의 운동 빼고는 딱히 다른 일정이 없다.


휴일은 운동한다고 했지만, 내일은 일요일 휴식도 트레이닝이나 다름없다.


매번 혹사된 몸으로 운동을 하면 당연히 이상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


그러기에 매주 일요일은 ‘집에서 셔라’라며 코치들도 강조했던 날이다.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받았던 가방을 품에 안고 유도장을 나왔다.


밖에서는 김진현이 등을 토닥이며 문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면서 기지개를 피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택시 하나를 불러 세웠다. 목적지를 말한다고 쪽잠을 청했다.


그가 말한 대로 피로가 생각보다 많이 쌓여있던 것 같다. 팔에 이어 이제는 다리조차 무겁다.


원하는 장소까지는 30분이 걸렸다. 그 잊고 건널목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우유 1.5 한 팩을 손에 쥔 채 밖으로 나왔다. 인터넷으로 따듯한 우유가 수면에 좋다고 들었다.


‘너 민식이 아니냐’


스타렉스 차량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렸을 때는 김현민이 차를 몰고 있었다.


안 쓰던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못 알아볼 뻔했다.


‘지금 돌아가는 길.. 입니다.’


힘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긴 이 상황에서 힘이 난다면 그건 초인이 아니고서야 못하는 것


‘그래 빨리 들어가 봐라’


뭔가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내렸던 창문을 서서히 닫으면서 가던 길을 마저 가기 시작했다.


전에도 저런 모습을 본 적이 많다.


철이 없던 시절 최대한 경험을 많이 쌓게 하려고 여러 선수와 연락도 해보고 찾아가기도 한다.


전에 만났던 김성진도 저렇게 해서 체육관으로 찾아온 거겠지


운동이 끝난 직후 머릿속에 맴도는 건 오직 휴식 뿐이었다.


버스 정류장을 거쳐 집으로 거의 도착을 했을 때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선수로서 조심하고 피해야 할 상황들 미스였다.


무턱대고 운동을 한다고 지랄을 했으니 몸으로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모양은 이 꼴


아픈 무릎이 오늘따라 더욱더 아프게 느껴졌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적고는 문을 열었다.


자신의 전화번호로 설정했으니 잊어버릴 수가 없다.


평소와 같이 샤워를 했다. 밥을 먹어야 하는 걸 알지만 딱히 입맛이 없다.



시합은 한 달 하고 반 정도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점점 초조해졌다.


바닥에 누워 김현민의 선수 시절 영상을 찾아봤다.


김현진의 말 그대로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선수였다.


오래된 영상 이어서 그런지 화질은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넘기는 기술마다 족족 한판을 따내었다. 점수를 확인하고서야 얼굴에 띄는 미소


얼마 전 웃던 모습과 판박이였다.


‘너무 피곤하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 두었다.


밤이라고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자기에는 너무 이르다.


유도 영상을 보고 연습하는 것도 다른 선수에 비해 운동을 그리 오래 하지 않았지만 이제 지겹다.


매일 같은 음식을 먹는 느낌이었다.


매번 매일 또 선수들을 보고 감탄하는 것도 내가 미숙하기에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신재혁, 매번 상대해도 부족한 상대 아무리 쉬고 와도 절반 하나라도 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시발 모르겠다.’


아무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지금부터 덮고 있던 이불을 발로 차고 누워 잠을 청했다.


이른 시간이 든 늦은 시간이 든 내 알 바가 아니다.


해볼 수 있는 곳까지 해보겠다.


‘저기 혹시 누구 있나요?’


벨을 누르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열지 않으려고 했지만 계속 울리는 소리와 부르는 목소리에 결국 일어났다.


‘어떤 새끼야..’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었더니 비치는 얼굴은 김혜성 한 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코치님이 이거 갔다 주랜다.’


안에 들어있던 건 문제집들 기초 문제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확실히 유도 선수는 운동을 중심으로 두어야 하지만 공부도 같이 병행한다.


‘그리고 심심한데 들어가도 되지?’


‘아 잠만’


‘아니다 들어와라’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모처럼 얻은 쉬는 시간 당장이라도 날려 먹은 거 같다.


기분은 영 좋지 않았다.


김혜성은 안방 소파 가운데에 고비를 풀고 앉았다.


‘오늘 더럽게 덥네’


‘나 쉬고 싶은데 빨리 말할 거하고 가라’


‘피곤하다 지금’


옆에 두었던 물컵을 전부 비우며 말을 하였다.


‘쉴 수 있는 게 자는 거 밖에 있는 게 아니야’


‘이야기도 나눠도 그게 쉬는 시간이지’


웃으면서 대답을 해 주었다. 듣다 보니 맞는 말이기에 딱히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잠깐 동안 정적이 흘렀다.


‘유도 다시 하니까 어떠냐’


‘김현민 코치님 너 들어온다고 해서 다시 학교 나온 거야’


‘원래 안 나오고 술만 마셨데’


‘돈은 많으니까 뭐 그럴 수도 있지’



‘하하..’


웃음으로 대답해 주었다.


평범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나 싶더니 갑자기 주제가 바뀌었다.


‘일단 내가 봤을 때 너 대회는 바로 탈락이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그전에 했을 때 그대로면 너 예선전에서 탈락한다.’


‘우승한 적 없는 내가 하기에는 그런 말이긴 하지만’


‘뭐 더 열심히 하라는 소리지’


‘이거 말하려고 와서 그냥 오는 김에 한번 말하고 싶었다.’


‘만나면 내가 이긴다.’


김혜성은 문을 열고 바로 나갔다.


‘저런 말 할 거면 왜 온 거냐’


‘짜증 나게’


이불을 집어 던졌다.


민식이에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중학교 때 패배한 게 꽤 큰 거 같았다.


확실히 생각해 보면 선수로 등록된 직후 어떤 경기도 제대로 이긴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잘했다고 칭찬하지만 이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하아’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피로하던 몸에는 갑자기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너네들은 내가 다 이기고 만다.’


‘기다려라’


집어 던졌던 이불을 덮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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