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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로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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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7.16 22:03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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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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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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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5화

DUMMY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지금 컨디션이라면 무리 없이 승리를 가지고 올 것이다.


‘잘하고 있어 지금 그대로만 하면 된다..’


그저 예선전일 뿐인데 왜 이리 긴장 되는지 모르겠다. 입고 있는 정장이 흐트러졌는지 사소한 것에도 신경이 곤두세워졌다.


준비했던 수통의 절반을 자신이 마셨을 정도로 목이 타들어 가는 거 같다.


‘후우..’


민식이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일어서서 계속해서 몸을 풀고 있었다. 지칠 법도 한데 체력이 그전보다 훨씬 늘었다. 약점이었던 장기전도 이제는 무리 없이 풀어갈 거 같다.


아마 몇 달 동안 미친 듯이 체력훈련을 한 덕분이겠지


‘민식아 이제 그만하고 셔라’


‘앉아서 쉬지는 말고’


불러 세웠다. 말을 듣고는 하던 걸 멈추고 김현민이 앉아 있는 의자 옆에 서 있었다. 가방에 있던 수건을 꺼내어 자신의 얼굴을 닦아냈다.


머리까지 푹 젖을 정도이니 얼마나 한지 대충 예감이 간다.


오랜만에 서는 무대여서 그런지 긴장이 되어 상황은 더욱더 고조되가는 느낌이 들었다.


‘힘드네요.’


‘당연하지 안 힘들겠냐 그럼’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딱히 할 말도 없었기도 하고 이 조용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예선전에서도 이리 많이 넘어지는 걸 보면 아직 국가대표가 될 그릇을 아닌 거 같다.


확실하게 그전 김진현과의 시합에서 알 수 있었다. 만전의 상태도 아니고 몸이 쇠약해진 틈에 시합했었다. 결과는 완패 상대도 되지 않았다.


지금 40대라는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대현 선수는 얼마나 강하다는 것인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마지막 경기’


‘강민식 선수 대기해주세요.’


다시 호명했다. 민식이는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뒤를 돌아봤을 때는 김현민이 그저 웃고만 있었다. 매일 자신만 보면 일단 웃으며 다가오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잘하고 와라’


‘이기면 좋고’


아까와 달리 차분해진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힌 거 같았다.


‘넵’


작은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상대는 민식이보다 한 뼘 정도 큰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아시아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설명하기 힘든 몸이다.


흰 도복과 흰 띠 마치 하나로 이루어진 한 벌 옷을 입은 거 같았다.


갈색 머리에 온몸에 흉터 가슴 깃 안으로 보이는 작은 문신 아마 평범하게 생활한 거 같지는 않아 보인다.


여기까지 올라온 거 보면 아마도 얘도 나름대로 운동을 열심히 해서 올라온 거겠지 얼굴은 자신감이 없다는 듯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메!’


시작하면 내려두었던 두 손을 위로 향하였고 다리는 오른발이 앞으로 아마도 오른손잡이인 걸로 추측된다.


힘으로만 민식이의 양손을 뚫고 뒤 깃을 잡아냈다.


‘후우..’


민식이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전에 따로 체육관에서 했던 김성진과의 시합이 생각났다. 그 사람도 말버릇은 좋지 않았지만, 실력만큼은 일품이었다.


마치 그와 시합을 진행하는 거 같았다.


‘어이!’


기합을 넣었다. 그리고는 허리 후리기 오직 힘만으로 넘기려고 하다 보니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어렵지 않게 빠져나왔다.


반대로 민식이가 허벅다리를 차올렸다. 하지만 또다시 힘을 이용하여 버텨냈다.


이런 사람들도 시합에 나올 수 있다니 아무래도 자신이 전국 대회 예선전이라고 하여도 너무 과대평가한 거 같았다.


힘만 사용해서는 아마추어 라면 몰라도 프로계에서는 절대 먹히지 않을 전법이다.


상대방이 강하다고 느끼는 거는 자신이 아직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유도를 대표하는 고사성어 중 하나 ‘유능제강’이라는 말이 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제압한다.’


같은 체급이라고는 해도 근육량 골밀도 전부 천차만별이다. 한마디로 어떤 사람은 힘으로 200 kg를 들어 올리는 반면 어떤 사람은 100kg도 들어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기에 힘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나는 것 웨이트 중심으로 움직이는 고등부 운동에는 힘이 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 편하게 하자 그냥’


민식이는 바로 빠져나왔다. 상대방은 곧바로 안다리를 훼이크로 넣어주고 어깨로 메치기를 들어갔다.


생각한 만큼 느렸지만, 충분히 힘으로 커버치면 점수가 나오는 상황 민식이도 힘으로 버텼다.


‘민식아 빠져나와!’


일어나 소리쳤다. 아까 힘의 차이를 느꼈을 터인데 이리 기술을 버틴다는 거는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그걸 멀리서 지켜본 김현민보다 힘으로 버티고 있는 민식이가 더 잘 알 터


하지만 버텨냈다. 상대방의 사정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상태에서 기술을 막고 있었다. 발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으니 버틸 만 하다.


걸린 왼발을 빠져나왔다. 상대방도 빠르게 일어났다.


‘그쳐’


손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른쪽에 있는 민식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지도’


기술을 막을 때 소매깃 안에 손가락이 넣었다는 이유로 지도를 받았다.


‘시작!’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저리 큰 몸에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려고 하다니 남은 시간은 2분 남짓 거기다가 점수가 나지 않으면 시합은 계속해서 진행해야 한다.


민식이는 소맷귀를 잡아냈다. 그전에 배운 기술이다. 위에서 아래로 가해지는 힘이 더욱더 강하기에 계속해서 중심을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시발 더럽게 안 빠지네’


상대방은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리고는 뒤로 빼면서 양쪽 손을 빼내었다. 곧바로 뒤 깃을 잡으려고 했지만 오는 손들을 전부 잡아냈다.


아까와 같은 상태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그때 민식이는 들어갔다.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지금 언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지금 밭다리를 걸었고 잡았던 두 손은 왼쪽 대각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


기합을 넣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코치 김현민에게 기술을 걸고 넘길 때 기합을 넣으라고 머리가 터지도록 들었다.


점수를 더 준다는 거였나 아니면 기술이 더 잘 넘어간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계속 늘어두지만 뭐 지금은 습관 마냥 어릴 때부터 쓰고 있었다.


‘한판!’


심판은 자신의 오른손을 위로 번쩍 들면서 점수를 알렸다.


결과는 한판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그런 경기였다.


민식이와 김현민은 웃지 않았다. 만냥 기뻐할 법도 한데 입꼬리 조금도 올라가지 않았다.


‘예시예종’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낸다. 국제대회나 프로들의 경기에서 보면 결코 금메달을 땄다고 소리를 내며 기뻐하는 선수는 드물다.


자신의 위치에 맞게 품위를 지키는 것 또한 유도인으로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한 달 반 뒤에 열리는 본선 전국 대회 예선전이랑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거기에는 신재혁과 김혜성이 있다. 그 두 명을 제대로 이긴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프로계에서 잘 보일 기회이자 마지막 남은 동아줄이다. 모든 학생이 목숨을 걸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아직 까지도 신재혁을 이기는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아마 그 라면 국가대표가 되어도 꽤나 이름을 날릴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코치님 저 잘했죠?’


본선 진출 자격을 얻은 다음 김현민에게 다시 돌아왔다. 모든 시합이 중학생 때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놈아 빨리 가자’


‘1등 했으니까 푹 쉬어야지’


민식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오랜만에 만진 것도 있지만 커진 키가 어색하다.


아까 공격을 버틴 것에 당장이라도 뭐라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뭐 이겼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벗어두었던 패딩을 건네주었다. 아직도 땀을 흘리고 있다. 다리와 손은 떨고 있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 기고만장했지만 역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



긴장하면서 까지 기술을 막아내니 얼마나 많은 힘이 들까 생각이 든다.


‘빨리 타라’


스타렉스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 그전에 집으로 가는 길에 김현민이 타고 있었던 차량이랑 똑같았다.


‘차량 두 대 예전에 샀었다.’


‘왜 이리 사소한 거까지 알려고 그러냐’


확실히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유도장에서 봤던 차량과는 다른 색, 모양을 띠고 있었다.


대회가 진행될 때 대회장까지 옮기는 건 김현민의 몫이다. 다들 이야기를 나누어 결정되었고

체육관을 자주 나오지 못하였기도 하고 자진해서 한다고 했기에 결정적으로 선택된 것이다.


‘너 다음 주부터 체육관에 나와라’


‘다리 보니까 상처 있는데 나중에 설명하고 운전하고 있으니까’


민식이는 말하지 않았지만, 김현민은 알고 있었다. 다리에 길게 베인 상처가 났었다. 시합을 진행하던 도중 도복 안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길게 긁힌 상처 길 가다가 녹슨 못을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걸어가다가 쭉 베여버리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무렵 대회장에서 멀리 떨어져 민식이 집 앞까지 어느덧 도착했다.


‘스케줄이 좀 꼬여서 여기서 내려 줄게’


‘가봐라. 푹 쉬어라’


김현민은 그리 말을 하고는 먼저 가 버렸다.


요즘에 들어 스케줄이 많이 생긴 거 같다. 저런 식으로 빠지는 날이 한두 번이 아니다.


민식이는 내린 그 자리에서 잠깐 서 있었다.


한숨을 크게 내뱉더니 입을 열었다.


‘한 달..’


‘힘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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