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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고 구르면 어느새 옷자락이 걸려있습니다.

뱀, 선악과 그리고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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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구름말이
작품등록일 :
2012.12.01 21:03
최근연재일 :
2016.10.24 02:57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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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
글자수 :
8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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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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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9)

DUMMY

방안에 이지 학생과 단둘이 남게 되자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호흡을 조절하며 억지로 심장박동을 안정시켰다. 려은이가 이상한 농담만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평정을 유지할 자신이 있는 나였다. 옛날부터 쓸데없는 분란을 곧잘 일으키던 나는 똥줄이 타는 극한의 상황에 많이 처해지곤 했던 것이다. ‘모드 변환’이라고 하면 설명이 빠를까, 수많은 연습 끝에 얻어진 ‘침착 모드’가 지금 발휘되고 있었다(뭔가 거창하지만 실은 별 거 없다).

“역시 아저씨는 뭔가 이상하네요.”

“뭐가요?”

“활달한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은 잔잔한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하하, 조금 바꿔서 돌려줘야할 말이네요. 이지 학생은 얼핏 우울한 것처럼 보여도 무언가에 즐거워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으음, 뭔가 훈훈하긴 해도 요점은 이게 아닐 텐데. 무엇 때문에 날 방안에 붙잡아놓는지는 대강 예상되지만 이렇게 단둘이서만 해야 하는 이야기라면 조금 부담스럽다.

“아저씨.”

“예.”

“제가 감기에 걸린 것 때문에 많이 속상하시죠?”

“아아, 뭐, 그건 그렇죠.”

이지 학생은 애매하게 시선을 피하는 날 보더니 희미하게 웃었다. 이지 학생이 가끔 보여주는 엷고 매끈한 미소였다. 침착 모드가 슬며시 흔들렸지만 눈을 몇 초간 감고 이내 진정시켰다.

닮지 않았어.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내 비양심이 그리운 기억을 억지로 덮어씌운 것뿐이야. 나희는 저렇게 웃지 않았어. 이지 학생의 웃음을 보면서 난 또 스스로의 기억을 억눌렀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요, 사실 이런 감기마저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

“아저씨는 아저씨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려은이와 저에게 고마운 분이거든요. 사실 려은이와 전 그다지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각자 방에 틀어박히기 일쑤였죠. 보시다시피 이런 곳에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요. 집에서도, 밖에서도 조용히 있다가 시간되면 밥이나 먹었죠. 몇 년이나 그렇게 살았어요. 아저씨가 오기 전까지는요.”

“…….”

“지금 저와 려은이를 보세요. 어떻게 보여요? 즐겁게 보이지 않나요? 뭔가 목표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모두 아저씨 덕분인 걸 모르시겠어요?”

“그건…….”

“저는요, 사실 조금 걱정이에요. 겨우 감기 때문 아저씨의 각오가 약해지는 건 아닐까, 이대로 그만두겠다고 선언하시는 건 아닐까 하고요. 물론 그러진 않으시겠죠. 아저씨도 어떤 책임을 지고 계실 테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나는 딱히 어떤 대답을 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러긴 했다. 이지 학생은 전혀 알 수 없을 책임을 난 지고 있으니까. 그걸 떠올리는 지금도 난 몸에 식은땀이 흘러 오싹한 기분을 느낀다. 이런 한기를 쫓기 위해 그렇게나 열을 내며 뛰어다녔던 걸까.

“지금 감기는 말이죠, 저에겐 정말 의미가 커요. 아저씨를 열심히 따라다녔기 때문에 이렇게 된걸요. 아저씨 덕분에 전 무언가를 하려고 마음먹었고 이건 그 증거나 마찬가지에요. 아무 의미 없이 앓았던 지난 감기와 달리 지금은 저의 의지가 나타난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그건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결국 이건 내 제안을 이지 양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이지 양이 머뭇거릴 때마다 나는 그 기분 이해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렇게 억지로 끌고 갔더니 결국 이 지경이 됐잖습니까. 겨우 하루였을 뿐인데.”

의미 있는 감기라니, 이상한 말이었다. 이지 양의 의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의지를 이끄는 건 내 역할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감기는 내 탓이었다. 배려가 부족했기에 벌어진 불상사를 보기 좋게 포장할 수는 없었다. 그런 뜻으로 했던 대답에 이지 학생은 답답한 것처럼 보이기도하고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도 려은이도 정말 너무해요. 언제나 절 무시하기나 하고.”

“예?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겁니까?”

이건 화난 건가. 뭔지는 몰라도 그런 것 같다. 이지 학생은 어제에 이어 또 곰돌이와 닮은 표정으로 볼을 부풀렸다. 이런, 또 다른 의미로 오싹하다.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결국 이 모든 건 제가 결정한 거예요. 아저씨가 강제한 게 아니란 말이에요. NSZ요? 가짜 좀비요? 솔직히 전 아직 잘 실감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무턱대고 아저씨만 바라보고 제안을 받아들인 게 아니에요. 저 나름대로 능동적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지금 그 결심을 이룰 가장 마땅한 방법을 스스로 선택했을 뿐인걸요. 도대체 왜 그렇게 미안해하는 거죠? 아저씨는 절 시험하는 입장이 아니셨나요? 오히려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을 꾸짖어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이, 이지 양?”

어라, 뭔가 몰아붙여지고 있는데. 이지 학생은 묘한 박력을 뿜으며 침대를 세게 짚었고 그 진동을 타고 나는 살짝 공중에 떠올라야 했다. 단순히 착한 수습 요원이 아니었던 건가. 왜 저 쌍꺼풀 없는 순한 눈에서 야망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어느새 이지 학생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흘겨보길래 질겁하고 침대 끝 모서리로 물러났다.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래요. 아저씨가 어느 정도 잘못했을 수도 있지만 무턱대고 저의 책임까지 가져가진 말아달란 거예요. 아저씨는 이미 옆에 계셔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라는 걸 왜 모르세요!”

“확실히 지금 힘이 넘쳐 보이는 것 같긴 하네요!”

이지 학생이 손을 침대에 짚으며 더 다가오니 결국 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침대를 벗어난 손이 허공에서 방황해 몸이 기우뚱 무너질 뻔했다. 한참 버둥거리며 추태를 보이다 겨우 중심을 잡고 일어서서 이지 학생을 마주보았다. 침착 모드가 무너지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은 침착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아저씨.”

“…예.”

“고마워요.”

“…….”

“아마 제 삶은 아저씨 이전과 아저씨 이후로 나뉠 거예요. 아직 그렇게 많이 만난 것은 아니지만 저는 그렇게 확신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런 감기 따위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훈련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니까요? 아직 아저씨는 저에게 가르쳐 줄 게 많고 저는 그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배우고 싶어요. 제 마음을 아시겠어요?”

“나누는 기준이 명확한 건 좋은데 한쪽으로 많이 치우쳤다는 건 알겠네요.”

“어쨌든 저는 충분한 각오를 가지고 있어요. 아저씨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도 앞으론 너무 몸을 혹사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겨우 수습 요원의 훈련이니까 몸살에 걸릴 정도로 가혹할 필요는 없…….”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니까요? 아저씨는 지금까지 하시던 것처럼 하면 돼요. 아니, 오히려 더 강도를 높여야 해요! 저는 뼈가 부러져도 상관없고 내상을 입어도 괜찮아요! 몸이 엉망진창으로 다쳐도 어차피 그게 다 나으면 전 더욱더 강해질 테니까요!”

“설마 환골탈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아니겠죠! 보름달을 보면 거대원숭이로 변하는 건 또 아니겠죠!”

심상치 않은 각오를 보여주는 이지 학생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시키는 훈련이 그런 독한 마음가짐을 갖게 할 정도로 심했다는 얘긴 거냐. 뭔가 역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느낌이잖아. 게다가 이종격투기로 알아주는 관장님이 다시 떠오르고 말았다고. 자신에게 도전하는 건방진 제자를 떡으로 만들며 지금의 고통이 다 뼈가 되고 살이 된다는 식으로 약을 올리셨지. 물론 그렇게 강해진 사람보단 그 길로 다른 체육관으로 옮겨버린 사람이 더 많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주저하지 마세요. 앞으로 절 독하게 다루셔도 상관없어요. 저는 이렇게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니까요.”

“지금은 마음의 안식이 중요한 때거든요? 우선 감기나 떨치고 얘기합시다.”

“그냥 제 각오를 말씀드리는 것뿐이에요. 아저씨가 원하신다면 제 몸이 어찌되든 좋아요. 어떤 바닥이든 기꺼이 구르겠어요!”

“…구르긴 뭘 굴러요!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습니다! 그거 분명 려은이가 시킨 거죠! 그런 거죠!”

“네! 이렇게 말하면 반응이 좋을 거라고 해서요!”

“좋긴 좋지만 안 좋게 좋은 거라고요! 근데 이게 맞는 말인가?”

그러니까 려은이가 문제였다. 녀석이 이지 학생의 뒤에 버티고 있는 한 진지한 대화는 저 먼 곳에 있다는 말이었다. 결국 이지 학생이 날 불러 세워 하고 싶었던 말은 그랬다. 이건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이 될 수 없다고, 그러니 자신의 몫까지 책임을 떠안지 말라는 요청이었다. 비장하기까지 한 그 내용은 이렇게나 가볍게 전달되고 있었다.

“아저씨.”

“후우, 예.”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이지 학생은 자세를 똑바로 고치더니 그렇게 말했다. 밀물처럼 들어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느낌이랄까, 조금 김이 새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내 대답에 활짝 웃어버리는 그녀였다.

“저에게 기대한다고 말해준 건 아저씨가 처음이었어요. 그러니까 저 정말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 그리고 말이죠, 저도 역시 아저씨에게 기대하는 바가 커요. 아저씨라면, 아저씨라면 분명 지금의 저를…….”

바꿔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잘 얘기하던 이지 학생은 그 대목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정작 아직 감기는 낫지도 않은 이지 학생, 이제는 정말 지칠 만도 했다. 오늘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낸 이지 학생이었다. 덕분에 듣고 싶은 말을 잘 들을 수 있었다. 드디어 무거운 짐 하나를 덜어낸 느낌이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이지 양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래도 아플 때만큼은 제대로 푹 쉬어줬으면 좋겠어요. 힘들면 힘들다고 꼭 말해줬으면 좋겠고요. 잘 훈련된 사람은 자기 관리도 철저한 법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네, 명심할게요.”

이지 학생은 다시 평소처럼 약간 어리숙하고 진지한 수습요원으로 돌아왔다. 당돌하고 박력이 넘치던 모습은 자연스럽게 사라져있었다.

고맙기는요. 오히려 내가 고마운데요, 뭘. 이지 학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역시 대단치 않은 놈이에요. 결국 스스로의 죄에 묶이면 아무것도 못하는 겁쟁이죠. 지금의 이지 학생처럼, 그리고 언젠가 내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면죄부를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 그 죄를 희석시킬 능력이 없거든요. 과연 나는 지금 또 작은 구원을 받은 걸까요.

“그럼 내일 다시 올게요. 이지 양을 보니 내일쯤엔 정말 훨씬 좋아질 것 같네요. 다음 훈련 얘기는 그때 계속…….”

“저기, 아저씨!”

이제는 정말 나가려는데 또 발걸음을 붙잡는 이지 학생이었다. 문을 향한 몸을 그대로 두고 고개만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또 하고 싶은 걸까. 곰돌이 이불을 꽉 움켜진 창백한 손이 눈에 들어왔다.

“왜요?”

“그게, 그러니까…….”

내가 재촉하듯 쳐다보자 이지 학생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아까 했던 말 있잖아요. 아저씨가 옆에 있으면 정말 힘이 된다는 말이요.”

“아아, 그거요.”

“앞으로도, 계속 옆에 있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예?”

“사실 아저씨의 제안이 무엇이든 상관없었어요. 처음부터 아저씨와 함께 하려고 마음먹었거든요. 어쩌면 운명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정말 든든하거든요. 안정감이라고 할까요, 지금도 이렇게 옆에 있는 아저씨는 그런 느낌을 줘요. 그러니까…….”

“…잠깐만요, 그건 또 려은이가 시킨 말인가요?”

“아니요, 이건 제가 직접 드리는 말씀이에요. 오늘 가장 중요한 말이기도 하고요.”

나는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쑥스러움을 참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봐버린 탓이었다. 이지 학생은 한동안 말없이 손을 꼼지락거렸다.

이지 학생, 진지하게 그런 말을 해버리면 나는 또 어쩌라는 겁니까. 오늘 들은 말 중에 가장 데미지가 큰 공격이잖습니까. 물론 무슨 의도로 그러는지는 알겠어요. 나는 려은이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이지 학생이 좀비라는 사실을 인정한 사람이니까요. 아니, 좀비니까요. 결국 이지 학생의 보루 중 하나가 되었으니 믿음을 주는 건 당연하겠죠. 하지만,

나는 결국 사람이고 ‘남자’입니다. 이지 학생의 그런 의도를 오해해버리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내 기억이, 상처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결국 이별이에요.

“이지 양도 참, 그런 얘기를 대놓고…….”

“죄, 죄송해요.”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결국 내가 스스로를 추스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아니, 해줘선 안 되는 일이기에 내가 한다. 날 진정시킨다. 눈을 가늘게 뜨고 쾌활하게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문으로 향하게 한 후 얘기했다.

“정말 사람을 이렇게 당혹스럽게 하다니……. 그런 얘기는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해도 괜찮잖아요. 이지 양은 도대체 왜 그래요? 추가점수를 주도록 하겠어요.”

“…네?”

“상사의 맘을 들었다 놨다 하는 수준이라니, 좋은 아부로군요. 훌륭해요. 그렇게만 한다면 인간들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

“아, 아부 아니에요!”

이지 학생이 당황해서 그렇게 외쳤다. 그래, 이렇게 되어야지. 내가 놀리고 이지 학생이 깜짝 놀라야 하는 거야. 그게 완벽한 포지션이라니까.

“예예, 알아요, 알아. 그러니 이젠 정말 가보겠습니다. 이지 양, 푹 쉬어요.”

“아니, 아직 드릴 말씀이 남았…….”

그대로 문을 열고 나와 버렸다. 그러자 모태 솔로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로 작정한 듯한 소녀의 남은 외침이 들려왔다 그래서 곧바로 현관문도 열고 나와 버렸다. 그렇게 꿋꿋이 계단을 내려와 두안빌라의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아니란 걸 아는데도 꼭, 이렇게 설레발을 친다.

“내가 미쳐.”

벽에 몸을 기대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뭔가, 추웠다. 한여름 오후의 더위 속에서 살짝 몸을 움츠렸다. 갑작스레 밀려드는 한기, 이건 감기보다 강력한 것 같군. 이 날 세 번째로 느끼는 오싹함이었다. 이지 학생은 그렇게나 내 마음을 차갑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역시 열불나게 뛰어다니는 게 정답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느긋함이란 무엇일까? 조급하지 않은 것이 느긋함이라면 지금 난 느긋한 걸까? 역시 이것들은 모두 마음의 문제, 나는 계기를 원했고 이지 학생과 려은이는 마치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마지막에 와서 절호의 기회를 얻은 걸지도 몰랐다.

나는 내 삶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어. 려은이의 말은 아직 틀린 거야.

또 다음날, 놀랍게도 이지 학생은 하루 정도 지나자 감기 따윈 다 나아버린 모습이었다. 일 년에 겨우 두 번밖에 감기를 앓지 않는다는 그 말은 어쩌면 허풍이 아닌지도 몰랐다. 아니, 애초에 내가 생각한 만큼 허약한 체질이 아니었겠지. 그녀의 뜻대로 훈련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최대한 힘들지 않은 걸로.

“이지 양, 오늘은 그냥 같이 장이나 보러 갑시다.”

“네?”

“젬 마트에서 음식재료를 사려고 합니다.”

“아직 카레는 많이 남았……. 아, 훈련인가요?”

“예, 맞습니다.”

전날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지 학생은 내가 하는 말에 토를 달지 않고 잠자코 따랐다. 오늘만큼은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 먹자고 하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평소에 다니던 골목길을 통해서 가보자고 하니 오히려 환영하는 표정을 지었다.

왠지 더 고분고분하고 말 잘 듣는 수습요원이 되어버렸는걸. 싫다고 하면 설득하려고 준비해온 대사가 소용없게 되었다. 그녀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걸까, 고민해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지 학생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것이랄까, 나는 절대 그녀를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김인읍의 도둑고양이들은 여전히 좌변기에 앉아 물을 내릴 정도의 요령을 갖추지 못했고 이지 학생과 내가 걷는 골목은 고약한 냄새로 가득했다. 냄새의 원인인 소화의 결과물들을 요리조리 잘 피하며 다니는 이지 학생을 보니 새삼 또 감탄하게 된다. 은근히 반사 신경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 뒤를 주의 깊게 따라다녔다. 이지 학생의 걸음은 마치 깃털이 내려앉듯 사뿐했다.

“아저씨, 이걸로 뭘 하시려고요?”

“기다려 봐요, 이지 양. 아마 깜짝 놀라게 될 겁니다.”

젬 마트에서 사온 식재료를 손질하며 나는 그렇게 장담했다. 이지 학생과 려은이는 그런 내 곁에서 열심히 구경하기 바빴고 말이다. 왠지 앞으로 이 주방은 내가 차지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약간의 즐거움을 느끼며 그렇게 생각했다.

주방을 어지럽히며 요란스레 지지고 볶다가 드디어 요리가 완성되었다. 나는 자신 있게 그것을 식탁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짜잔! 완성되었습니다! 이름 하여 치즈떡볶이!”

적당히 불려 말랑말랑하고 쫄깃한 떡,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매콤 달콤한 고추장 양념, 잘 썰어 넣은 어묵과 몇 가지 야채들은 색깔만으로도 식욕을 부추겼다. 그리고 중요한 치즈, 떡볶이 위에서 노랗게 녹은 슬라이스 치즈가 고소한 냄새를 은근히 풍기고 있었다.

“과일도 잘 깎더니, 오빤 시집가면 딱 좋겠네요? 이건 또 어떻게 배웠어요?”

“남자의 과거를 함부로 캐물어선 안 돼.”

당장 포크를 들고 떡볶이에 달려드는 려은이에게 나는 짓궂게 웃어보였다. 이 치즈떡볶이는 내 야심작 중 하나로서 예전에 친구들과 많이 해먹었다. 원래는 어머니한테서 배운 요리지만 청출어람이라고 할까나, 나중에는 내가 더 잘 만들게 되었다. 뭐, 사실 어머니는 그다지 요리에 소질이 없었지만 말이다.

아마 어머니에겐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요리였을 것이다. 엄마가 해준 요리를 먹고 싶다며 보채던 철없는 아들을 위해 난생처음 주방에서 물을 묻히던 어머니가 칼에 손가락을 다쳐가며 해주었던 요리이기도 했다.

“이지 양, 맛이 어때요?”

“으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어요.”

“그래요?”

“네. 근데 저 같으면 좀 귀찮을 것 같기도 하네요. 아저씨는 요리가 귀찮지 않아요?”

귀찮을 것 같은 게 아니라 분명 귀찮겠지. 이지 학생은 뒷정리가 걱정인 듯 그렇게 말했다. 나는 손가락에 감은 붕대를 뒤로 감추던 어머니와 비슷한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

“수고를 무릅쓰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지 양과 려은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생각하면 요리는 더 이상 귀찮지 않아요. 오로지 기대와 설렘만 남게 되죠. 이지 양이 언젠가 이런 기분을 이해하게 되면 이번 훈련은 성공적으로 마친 셈인 겁니다. 오늘은 그런 훈련이었습니다.”

이지 학생은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고 려은이는 닭살이 돋는 듯 손발을 오그라뜨렸다. 역시 상반되는 반응을 보이는 자매를 보며 즐거운 기분이 드는 한편 왠지 모르게 아련해졌다. 이런 기분이 드는 건 그리운 과거를 떠올렸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훗날 이 시절을 떠올릴 미래의 나에게서 감정을 끌어왔기 때문이었을까.

이렇게 또 좀비 자매와의 하루를 마쳤다. 소중한 추억이 하나 더 생기고 나는 또 덧없는 미소 하나를 마음에 새겼다. 8월의 첫날, 이지 학생은 완전히 감기가 나았다.



******************************

너는 신께 어떤 의도가 있다고 했지. 우리가 받은 죽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죽음을 받지 않았어. 단지 스스로 선택했을 뿐.”

******************************



이대로 다음날로 넘어가면 무척이나 훈훈한 결말이었을 것이다. 나는 대울청과에서 열심히 일하고 이지 학생과 다시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겠지. 동네를 소란스럽게 만들며 욕을 왕창 얻어먹을 수도 있고, 또 이상한 소문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즐겁고 유쾌하게. 하지만 말이다.

아직 8월의 첫날은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또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뭐, 원래 연재를 띄엄띄엄 하긴 했습니다만

 

현재 인터넷 사용이 제한된 곳에서 생활하는 중이라 더욱 연재가 번거롭군요.

 

지금 겨우 짬을 내었습니다.

(어딘지는 예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 대단한 곳은 아니니까요.)

 

3권의 시작은 휴식의 느낌이 강하지요.

 

하지만 곧 진도가 빨라질 예정입니다.

 

‘곧’

 

이런 애매한 말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곧.

 

모두 복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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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45-47. 이미 이룬 나락(1) 16.10.18 26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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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40-44. 죄여오는 나날과 무의미(4) 16.10.12 240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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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40-44. 죄여오는 나날과 무의미(2) 16.10.07 243 3 13쪽
108 40-44. 죄여오는 나날과 무의미(1) 16.10.05 248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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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37-39. 순함과 순순함(9) 16.10.02 232 3 15쪽
105 37-39. 순함과 순순함(8) 16.10.02 236 3 13쪽
104 37-39. 순함과 순순함(7) 16.10.02 234 3 12쪽
103 37-39. 순함과 순순함(6) 16.10.02 238 3 12쪽
102 37-39. 순함과 순순함(5) 16.10.02 206 3 13쪽
101 37-39. 순함과 순순함(4) 16.10.02 229 3 13쪽
100 37-39. 순함과 순순함(3) 16.10.02 237 3 18쪽
99 37-39. 순함과 순순함(2) 16.10.02 327 3 14쪽
98 37-39. 순함과 순순함(1) 16.10.02 236 2 10쪽
97 33-36. 뻔함과 뻔뻔함(10) 16.04.13 278 3 24쪽
96 33-36. 뻔함과 뻔뻔함(9) 16.04.13 284 3 22쪽
95 33-36. 뻔함과 뻔뻔함(8) 16.04.13 301 3 14쪽
94 33-36. 뻔함과 뻔뻔함(7) 16.04.13 295 3 16쪽
93 33-36. 뻔함과 뻔뻔함(6) 16.04.13 259 3 22쪽
92 33-36. 뻔함과 뻔뻔함(5) 16.04.13 301 3 16쪽
91 33-36. 뻔함과 뻔뻔함(4) 16.04.13 336 3 11쪽
90 33-36. 뻔함과 뻔뻔함(3) 16.04.13 247 3 13쪽
89 33-36. 뻔함과 뻔뻔함(2) 16.04.13 364 3 13쪽
88 33-36. 뻔함과 뻔뻔함(1) 16.04.13 278 3 17쪽
87 26-32. 도사리는 일상(6) 16.02.02 401 3 18쪽
86 26-32. 도사리는 일상(5) 16.02.02 409 3 18쪽
85 26-32. 도사리는 일상(4) 16.02.02 423 3 14쪽
84 26-32. 도사리는 일상(3) 16.02.02 297 3 12쪽
83 26-32. 도사리는 일상(2) 16.02.02 229 3 14쪽
82 26-32. 도사리는 일상(1) 16.02.02 748 3 13쪽
81 25. 밑천 드러난 날 15.06.13 358 3 18쪽
80 24. 감성의 모래시계(8) +1 15.05.14 298 3 16쪽
79 24. 감성의 모래시계(7) 15.05.14 346 3 12쪽
78 24. 감성의 모래시계(6) 15.05.14 588 3 13쪽
77 24. 감성의 모래시계(5) 15.05.14 530 3 15쪽
76 24. 감성의 모래시계(4) +1 15.05.14 352 3 17쪽
75 24. 감성의 모래시계(3) 15.05.14 546 3 15쪽
74 24. 감성의 모래시계(2) 15.05.14 328 3 14쪽
73 24. 감성의 모래시계(1) 15.05.14 275 2 14쪽
72 18-22. 노숙자가 물들이는 기억(5) 14.11.02 375 2 15쪽
71 18-22. 노숙자가 물들이는 기억(4) 14.11.02 545 2 15쪽
70 18-22. 노숙자가 물들이는 기억(3) 14.11.02 707 2 11쪽
69 18-22. 노숙자가 물들이는 기억(2) 14.11.02 650 2 10쪽
68 18-22. 노숙자가 물들이는 기억(1) 14.11.02 584 2 11쪽
67 17. 불 지피기(5) 14.09.19 492 2 12쪽
66 17. 불 지피기(4) 14.09.19 582 2 13쪽
65 17. 불 지피기(3) +1 14.09.19 626 2 20쪽
64 17. 불 지피기(2) 14.09.19 424 2 16쪽
63 17. 불 지피기(1) +1 14.09.19 515 2 14쪽
62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13) +1 13.10.14 576 3 13쪽
61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12) 13.10.14 324 3 20쪽
60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11) 13.10.14 647 4 28쪽
59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10) +1 13.10.14 703 3 16쪽
»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9) +4 13.09.01 645 3 20쪽
57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8) +2 13.09.01 691 4 10쪽
56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7) +2 13.09.01 684 3 12쪽
55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6) +4 13.08.08 644 4 23쪽
54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5) +2 13.08.08 663 4 9쪽
53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4) +2 13.08.07 854 4 22쪽
52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3) +6 13.07.31 1,009 5 17쪽
51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2) +4 13.07.17 1,417 6 23쪽
50 14-16. 참다운 유예를 위하여(1) +6 13.05.29 2,028 12 23쪽
49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11) +6 13.05.18 1,046 5 17쪽
48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10) +2 13.05.18 897 7 15쪽
47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9) +6 13.05.11 1,195 6 26쪽
46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8) +4 13.05.06 1,011 10 13쪽
45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7) +4 13.04.29 817 11 16쪽
44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6) +8 13.04.18 722 10 13쪽
43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5) +8 13.04.18 1,031 6 21쪽
42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4) +6 13.04.11 1,043 6 26쪽
41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3) +3 13.03.10 747 5 12쪽
40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2) +3 13.03.10 911 5 22쪽
39 13. 장맛비에 불어난 것(1) +6 13.03.07 790 5 17쪽
38 6. 또 하나의 정체전선(9) +7 13.03.04 928 8 13쪽
37 6. 또 하나의 정체전선(8) +7 13.03.02 857 5 18쪽
36 6. 또 하나의 정체전선(7) +7 13.02.26 1,250 7 14쪽
35 6. 또 하나의 정체전선(6) +6 13.02.23 954 5 14쪽
34 6. 또 하나의 정체전선(5) +5 13.02.20 782 4 20쪽
33 6. 또 하나의 정체전선(4) +6 13.02.17 776 4 17쪽
32 6. 또 하나의 정체전선(3) +4 13.02.14 1,058 5 16쪽
31 6. 또 하나의 정체전선(2) +10 13.02.11 963 6 13쪽
30 6. 또 하나의 정체전선(1) +6 13.02.08 942 6 9쪽
29 5. 땀 흘리는 노숙자(8) +8 13.02.05 983 6 10쪽
28 5. 땀 흘리는 노숙자(7) +8 13.02.02 1,052 12 18쪽
27 5. 땀 흘리는 노숙자(6) +8 13.01.30 911 4 15쪽
26 5. 땀 흘리는 노숙자(5) +6 13.01.27 993 4 16쪽
25 5. 땀 흘리는 노숙자(4) +6 13.01.24 897 10 16쪽
24 5. 땀 흘리는 노숙자(3) +4 13.01.21 1,190 7 12쪽
23 5. 땀 흘리는 노숙자(2) +4 13.01.18 871 6 12쪽
22 5. 땀 흘리는 노숙자(1) +3 13.01.15 1,004 6 11쪽
21 4.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4) +3 13.01.12 1,138 4 13쪽
20 4.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3) +3 13.01.09 815 7 9쪽
19 4.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2) +5 13.01.06 949 7 14쪽
18 4.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1) +2 13.01.03 1,257 4 15쪽
17 3. 한 꺼풀 벗기다(7) +2 12.12.31 947 6 11쪽
16 3. 한 꺼풀 벗기다(6) +3 12.12.28 863 6 14쪽
15 3. 한 꺼풀 벗기다(5) +3 12.12.25 940 9 12쪽
14 3. 한 꺼풀 벗기다(4) +4 12.12.22 1,019 4 13쪽
13 3. 한 꺼풀 벗기다(3) +3 12.12.19 1,088 6 14쪽
12 3. 한 꺼풀 벗기다(2) +3 12.12.16 1,405 11 17쪽
11 3. 한 꺼풀 벗기다(1) +3 12.12.12 904 8 15쪽
10 2. 전말 아닌 전말(6) +3 12.12.09 1,083 7 12쪽
9 2. 전말 아닌 전말(5) +2 12.12.09 1,294 8 16쪽
8 2. 전말 아닌 전말(4) +3 12.12.08 988 8 10쪽
7 2. 전말 아닌 전말(3) +4 12.12.08 1,028 7 12쪽
6 2. 전말 아닌 전말(2) +3 12.12.08 1,074 11 7쪽
5 2. 전말 아닌 전말(1) +4 12.12.07 1,422 8 15쪽
4 1. 첫날은 언제나 새로운(3) +3 12.12.06 1,473 11 16쪽
3 1. 첫날은 언제나 새로운(2) +3 12.12.04 1,526 8 14쪽
2 1. 첫날은 언제나 새로운(1) +4 12.12.03 1,511 16 12쪽
1 0. 디데이 +9 12.12.01 2,171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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