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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천재 각색작가의 캐릭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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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4:5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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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글자수 :
110,076

작성
24.09.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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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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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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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방향성

DUMMY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신유라는 뜬금없이 본인을 불러낸 배운일을 가만히 쳐다봤다.

굉장히 오랫동안 신유라를 맡아 온 편집자였고, 그동안 이런 식으로 자리를 만든 적이 거의 없었다.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하루 전에 약속을 잡으며 시간을 뒀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당일에 약속을 잡은 상태였다.


‘뭐가 이렇게 급하신 거지?’


순수하게 궁금했다.


“저번에 이야기하던 거 기억나?”


편하게 말을 놓는 배운일. 그동안 오래 봐 온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두 사람이었기에 서로 대하는 것에 크게 어색함은 없었다.


“최근에 이야기하는 거라면··· 시나리오밖에 없지 않아요?”


괜히 머리가 아파온다. 한동안 신유라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분야였고, 여전히 확실하게 해결된 게 없었기에 입 밖으로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렇지. 그리고 지금까지 쓴 시나리오 내가 누구한테 한 번 보여줄 생각이라고 한 것도 기억해?”


이어지는 배운일의 질문. 신유라는 어렵지 않게 과거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랬던 것 같기는 하네요.”


큰 기대를 안고 허락한 건 아니었던 걸로 안다. 애초에 정신이 별로 없었고, 점점 흔들리는 멘탈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전부 받아보자는 느낌이 끝이었다.


‘그런데 벌써?’


신유라가 기억하기에는 배운일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꺼낸 게 바로 얼마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다른 걸 제외하고 순수하게 궁금하기도 했다.


“기억하고 있다니까 다행이네. 그러면 이거 한 번 볼래?”


말을 길게 끌지 않는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는 배운일이었고, 그는 미리 챙겨 온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작두]의 시나리오.

그런데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이거 왜 이래요?”


상당히 너저분하다. 여기저기 훼손이 된 모습에 신유라는 본인도 모르게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시나리오 곳곳에 부착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포스터잇?”


하나가 아니다. 정말 많은 양의 포스터잇이 붙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고, 여러 문장이 기록되어 있기도 했다.

신유라는 아까와 다르게 무언가에 홀린 듯 시나리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작두]


특별한 시나리오였다. 신유라 본인의 작품을 직접 각색한 것이었고, 여기에 투자한 시간이 상당했다. 하지만 그동안 유의미한 성과를 얻지 못하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여러 사람을 거쳐 가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점점 더 꼬여가는 게 느껴졌다.

괜히 시작했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이 최근 들어 생각이 많이 들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각색이라는 게 절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동안 지켜본 게 너무 많다. 말도 안 되는 각색으로 작품이 무너지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호기롭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고, 무언가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신유라는 침을 꼴깍 삼키며 첫 장을 조심스럽게 넘겼다. 여기저기 메모가 되어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소재를 원작보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아 보인다]

[작가님이 원작에서 보여 준 심자한이라는 인물은 상당히 강단이 있는 친구인데, 해당 장면에서는 조금 약해 보인다]

[원작에 없던 오리지널 스토리. 나쁘지 않다. 다만, 조금 더 다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배경은 조금 더 어둡게 설정하는 건 어떨까?]


여러 의견이 적혀 있다. 처음에는 살짝 눈살이 찌푸려지기는 했지만, 이어지는 내용을 살펴볼수록 신유라의 표정은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다.

전부 일리 있는 이야기다. 말도 안 되는 요구 사항이나 조건 같은 게 아니다.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부분이었고, 흐름도 썩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원작을 크게 어긋나는 것도 아니야.’


지금까지 본 메모 및 의견대로라면 원작과 다른 부분이 꽤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 될 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원작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새로운 흥밋거리를 가져다준다는 것에 큰 포인트를 줄 수 있을 정도였다.

계속해서 눈길이 간다. 상당히 세세하며 이걸 기준으로 여러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다.


신기하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을 때마다 들었던 건 정답이 딱 정해져 있었고, 그걸 따라가는 걸 목표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방향성을 제시한다. 기준만 살짝 잡아주며 신유라가 그동안 시나리오에 담았던 가치를 존중해주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끈거리던 머리가 상쾌해지는 느낌이다.


“이 분 누구예요?”


신유라는 시나리오에서 시선을 거두며 배운일을 쳐다본다.

진심으로 궁금했다. 그동안 마주한 적 없는 조언이었고, 더 나아가 직접 한 번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배상우라고 내 친조카야.”

“친조카요?”


그 와중에 들려오는 배운일의 대답에 신유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개인 지인에게 시나리오를 한 번 보여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기는 하지만, 그 대상이 친조카일 줄은 차마 예상을 못 했었다.


“잠시만요. 이름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하지만 신유라는 친조카라는 단어보다 이름에 중점을 두며 화들짝 놀란다. 뒤이어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하는가 싶더니, 한 화면을 그대로 배운일에게 보여줬다.


[북부 대공의 설계사]


웹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한 웹툰.


“혹시 이 분 맞으세요?”


[글 : 배상우]


정답이다.


***


“주변에서 작가님 찾는 곳 많지 않나요?”


어느 날부터 나를 ‘작가’라는 호칭을 붙이는 김가민의 질문에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없지는 않죠?”

“아.”


짧은 탄식이 들려온다. 상당히 불안해 보이는 김가민의 모습에 나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태연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당장은 생각 없어요.”

“진짜요?”

“네. 지금은 여기에 집중하려고요.”


조금 전까지 보고 있던 콘티를 가볍게 건드리며 말한다.

연락이 많이 오는 건 사실이다. 당장 오늘만 하더라도 다른 스튜디오에서 연락이 온 참이었다. 하지만 방금 말한 것처럼 당장은 생각이 없었다.


“다행··· 이네요.”


나의 대답에 김가민은 뒤늦게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쉰다.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불안하신 거예요?”

“네. 최근에 엄청 잘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아직도 꿈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된 일등공신이 작가님이시잖아요.”


여전하다. 나를 한껏 띄우는 김가민의 스킬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이해는 한다. 그동안 김가민에게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그에게 있어서 나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특별하게 다가올 터.


그래도 낯간지럽기는 하네.


한 두 번이 아니다. 그것도 코앞에서 이런 말을 듣는 건 생각보다 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이것도 여러 번 듣다 보니 이제는 아주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최근에 들려오는 소식 때문에 더 불안한 것도 있었고요.”


그 와중에 김가민의 목소리가 뒤이어 들려온다. 나는 그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내용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와이파이 대마법사] 때문에 그러세요?”

“네. 그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거든요.”


정답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김가민을 보며 나는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그리고 김가민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며 다른 내용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게 연쇄작용이 일어났잖아요. 원작까지 완전히 무너졌더라고요.”


전부 사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원작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작가님이 딱 이런 상황 비슷하게 겪었다고 했나?


이야기를 먼저 꺼낸 대상을 무시할 수 없었다.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가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작가님이랑 비슷한 상황인 건가요?”

“네. 비슷한 흐름이에요.”


예상대로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김가민을 보며 괜히 볼을 긁적거렸다. 보아하니 김가민은 [와이파이 대마법사]의 상황을 과거의 자신과 투영하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사서 걱정한 것 같았다.


이해는 가네.


당사자다. 그것도 아주 크게 덴 사람이었기에 김가민의 모습이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작가님은 괜찮으세요?”


그때 김가민은 갑자기 나에게 화살을 돌렸고, 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손가락으로 나 자신을 가리켰다.


“저요?”

“네. 지금은 아니시지만, 1부를 맡으신 적 있으시잖아요.”

“아아. 그렇기는 하죠.”


고개를 끄덕인다. 삼촌의 추천이기는 했지만, 내가 ‘각색’이라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된 첫 번째 사건이 바로 [와이파이 대마법사]라는 작품이었다.


“신경이 안 쓰이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어쩔 수 없죠. 서로 사정이 있는 거고. 저는 과거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서 말이죠.”


거짓말은 없다. 언제 한 번 김가민과 비슷한 질문을 들은 적 있었고, 그때도 지금과 같은 대답을 남긴 적 있었다.


과거보다 현재.


선택과 집중은 나를 흔들리지 않게 만들었다.


“대단하시네요. 만약 저였으면 또 흔들렸을 것 같아요.”


그 와중에 본인을 투영하는 김가민을 보며 나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뭐, 그건 제가 이상한 걸로 하시죠? 실제로 작가님뿐만이 아니라 저쪽 작가님도 많이 흔들리신 것 같으니까요.”

“하하. 그것도 맞네요.”


이제야 표정을 풀며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는 김가민. 그리고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가 싶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며 지금까지 나눴던 이야기의 핵심을 찔렀다.


“그러면 저랑 끝까지 함께하시는 거죠?”


결국에는 이게 가장 걸렸던 모양이다. 그 누구보다 악조건을 제대로 겪었던 산증인.


“특별한 일만 없다면 그렇지 않을까요?”


나는 옅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와. 그런데 많이 망가지기는 했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김가민과의 미팅에서 나눴던 대화가 문득 생각나서 [와이파이 대마법사]를 한 번 살펴봤다. 웹툰은 물론, 원작까지 차례대로 살펴보며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평소에도 걱정이 많던 김가민이었기에 오늘 보였던 반응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심각한 모양새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왜 이렇게 됐지?


내용도 내용이지만, 쏟아지는 혹평이 가슴을 쿡쿡 찌른다. 이벤트나 프로모션 등. 안 좋은 환경 속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바랐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너지는 건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수직낙하 하는 것이 기가 찰 노릇이었다.


보니까 욕심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해석을 이상하게 했거나.


나와 컬러 스튜디오를 대신해 [와이파이 대마법사]의 2부를 맡게 된 레인보우 스튜디오는 훌륭한 작화를 앞세워 스토리에도 꽤 간섭을 많이 한 것 같았다. 특히 속도감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는지, 기존의 스토리를 대량으로 생략하거나 이에 따른 연출이 중구난방으로 느껴지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사이즈를 잘못 잡았어. 이쪽 챕터는 조금 더 진중하게 나가는 게 훨씬 좋았을 텐데.


늘어진다고 생각했던 걸까? 각색과 작화를 동시에 맡은 레인보우 스튜디오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런 부분을 채워주는 게 각색의 역할이라고 본다.

지루함과 몰입은 생각보다 더 한 끗 차이였다.


“이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나.”


등받이에 몸을 젖히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은 결과에 탄식이 절로 나오는 상황. 거기다 원작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이 제대로 생겼다. 더불어 지금 내가 맡은 [북부 대공의 설계사]에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상태였기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야.


자세를 다시 고쳐 잡으며 모니터 화면을 바꾼다. [북부 대공의 설계사]의 원작인 웹소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제는 상당히 익숙해진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오른다.


[디케 라이트너, 20/5000, 3단계]


그렇게 고대하던 새로운 단계가 나를 마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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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도약 24.09.10 167 10 13쪽
10 경우의 수 24.09.09 170 12 11쪽
9 경우의 수 24.09.08 17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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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비즈니스 +1 24.09.06 179 13 12쪽
6 비즈니스 24.09.05 19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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