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유노이아

천재 각색작가의 캐릭터 모음집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5
최근연재일 :
2024.09.18 17:3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3,197
추천수 :
206
글자수 :
104,427

작성
24.09.10 21:30
조회
157
추천
10
글자
13쪽

도약

DUMMY

“흔들리면 안 되는데···.”


김가민은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으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만났던 한 사람과 나눴던 대화가 머리에 계속해서 맴돌았다.


배상우 각색가.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훈훈한 외모에 깔끔한 옷차림은 여러모로 호감이었다. 그리고 약속 자리에 나가기 전 그의 평가도 썩 나쁘지 않았다.


[실력은 보증해요. 작품 하나만 맡은 게 전부이기는 하지만, 진짜 괜찮으신 분이에요]


그래도 혹시 몰랐다. 이런 식의 평가는 매번 판단을 흐르게 하며 예상치 못한 결과로 나아가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한 번 제대로 된통 당한 적 있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 한 번 찾아봤다. 미리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 프리랜서로 번역가를 겸하는 인물이었고, 웹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하는 것을 딱 한 번 경험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가 맡은 첫 작품을 무시할 수 없었다.


[와이파이 대마법사]


익히 알고 있는 작품이었다. 원작이 크게 히트를 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한 번 유입한 독자들은 쉽게 하차를 안 할 정도로 탄탄한 걸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런 작품이 웹툰화를 통해 제대로 날개를 달았다.

호평이 쏟아진다. 김가민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림체도 그림체였지만, 한 번 크게 덴 적 있는 김가민의 입장에서는 각색에 더 중점을 뒀다.

최고였다. 손 볼 곳이 없었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것을 뛰어넘어 만화적 요소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면 분명 더 승승장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넘어왔어.”


자세한 사안은 모른다. 별다른 설명도 듣지 못했다. 그렇다고 굴러들어 오게 된 돌을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눈에 밟혔다.

처음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원작자로서는 이런 각색에 크게 간섭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상대가 먼저 손을 내민 것이었다. 대화를 시도하며 자리까지 만들어진 것이었다.


집 밖을 나선 이유도 이런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어떠한 이유보다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더불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만화와 원작을 전부 다 읽은 것도 모자라 본인만의 분석과 그에 따른 기획은 김가민을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상대의 진심은 부족함 하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광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나중에 따로 한 번 솔직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죠?]


진심으로 궁금했다. 준비해온 걸 살펴보면 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대답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저한테 제안이 들어왔고,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을 뿐이거든요]


정말 정석적인 대답이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것보다 확실한 대답이기도 했다. 물론, 이것 말고 또 다른 숨은 진실이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김가민의 입장에서는 가장 듣고 싶었던 대답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어차피 내 입장은 중요한 게 아니잖아.”


김가민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 있었던 만남이 정말 좋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원작자인 김가민의 입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거부권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멀리서 지켜보는 게 전부였다.

힘이 없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오히려 원작까지 영향을 끼치며 최악의 결말을 마주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지금은 괜찮지 않을까?’


의도치 않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멘탈적으로 영향을 끼칠 건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1년 넘게 쉬고 있던 작품을 재개할 정도면 숨은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도 기존과 다른 각색가를 통해서 말이다.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 오늘 보여 준 배상우의 진심은 너무나도 훌륭했고, 앞서 그가 작업했던 [와이파이 대마법사]의 결과도 나쁘지 않았었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이 너무나도 달랐다.

죽어가던 작품. 아니, 죽은 작품을 되살려야 하는 수준.


“그런데 왜··· 기대하는 거야.”


[북부 대공의 설계사 2부]


앞에 놓인 한 작업물. 그림이 입혀진 건 아니다. 기획을 알 수 있는 콘티가 끝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김가민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


“괜찮겠어?”


삼촌의 걱정 섞인 물음에 나는 아주 태연하게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뭐, 괜찮지 않을까요?”

“팔자 좋다.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한 번 묻는 삼촌의 모습에 나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북부 대공의 설계사 2부]


얼마 전 해당 작품의 각색가로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첫 단추를 끼우기 전부터 주어진 환경부터가 열악했다. 삼촌의 걱정 어린 시선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흠. 네 생각이 그렇다니까 굳이 더 말리지는 않겠다만··· 이유나 솔직하게 한 번 들어보자. 너도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잖아.”

“그럼요. 알만한 건 다 알아요.”

“그래.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야. 그동안 봐온 게 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릴 줄 몰랐거든. 처음 소식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란 줄 알아? 당장 얼마 전에 있었던 [와이파이 대마법사] 관련해서도 냉정하게 바라보던 녀석이 말이야.”


쉼없이 말을 쏟아낸다. 그리고 전부 근거가 있는 이야기. 그런데 나도 아주 이유가 없는 건 아니었다.


“돈 많이 주더라고요.”

“뭐?”

“돈이요.”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싱긋 웃는다. 삼촌의 표정이 제대로 일그러진다. 상황이 반대가 된다. 지금 나의 행동은 평소 삼촌이 나에게 자주 보였던 행동 아니겠는가?


돈과 가치.


비즈니스의 1순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순리에 맞게 행동했을 뿐이었다.


물론, 돈 차이가 그렇게 큰 건 아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내용만 말했을 뿐, 궁극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지금 작업 중인 [와이파이 대마법사]와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고, 나는 이걸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겹치는 건 아니야?”


삼촌도 그 점을 생각하여 위와 같이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네.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보니까 거의 바통 터치하는 식?”

“그래? 그러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나의 대답에 삼촌도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나에게 처음 추천했던 [와이파이 대마법사]와 다르게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상태라 삼촌은 자세한 사정을 모르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 아닌가 싶다.


“뭐, 선택은 네가 하는 거니까.”


결국 삼촌은 두 손을 들었다. 그동안 본인이 할 말이 있었기에 더 말하는 것도 상황이 웃기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알면서도 넘어가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삼촌이다. 나를 배려해서 더 묻지 않는 것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작업하려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니다. 어떻게 보면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차분하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일단 이것저것 한 번 알아보고 있어요.”

“하긴. 복잡한 상황이니까. 내가 걱정하는 부분도 바로 그거고.”


상황이 많이 다르다. 앞서 삼촌이 말했던 것처럼 주어진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처음으로 같이 작업했던 [와이파이 대마법사]는 허허벌판이었기에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번에 맡게 될 [북부 대공의 설계사]는 기준이 완전히 달랐다.

1부가 연재된 상황. 그것도 방향성이 크게 좋지 않은 식으로 말이다.


따져야 할 게 많다. 혼자서 치고 나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스튜디오는 그대로라고 했지?”


나의 사정을 이해하는 삼촌을 보며 나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컬러 스튜디오.


[북부 대공의 설계사]의 그림을 맡았던 스튜디오. 심지어 스튜디오에서도 여러 팀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는데, 나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팀이 이번에도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마음이 한결 놓인다. 최근 들어 각색이 정말 중요했고, [북부 대공의 설계사]도 이 때문에 빠르게 무너지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그림 및 작화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요소. 그리고 작품이 연재되는 동안 작화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오히려 그림이 아깝다는 등. 호평만 있었을 뿐.


“그래도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아놓은 건 없어?”


삼촌의 질문이 이어진다. 나를 쳐다보는 삼촌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나는 솔직한 내 생각을 밝혔다.


“없지는 않죠.”

“오! 역시. 어떤 식으로 하려고?”

“여러 가지 생각 중이기는 해요. 일단 원작이 이상한 건 아니거든요.”

“하긴. 나도 익히 아는 작품인데, 원작은 정말 좋았던 걸로 알아. 아니다. 웹툰도 처음에는 잘 나가지 않았었나?”

“처음에는 그랬던 걸로 알아요.”

“그래. 그런데 어느 순간 서서히 무너졌었지? 원작도 여기에 영향을 받아서 망가졌고.”


기존에 알고 있었던 소식인지, 아니면 나 때문에 따로 알아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더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삼촌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그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삼촌에게 한 번 물어보고자 한다. 삼촌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뭔데? 말해 봐.”

“보니까 2부가 연재될 때 작화나 각색이 바뀌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있더라고요.”

“그렇지?”

“인기가 갑자기 많아지거나 그런 경우는 없나요?”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삼촌은 팔짱을 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글쎄. 없지는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진짜 소수야. 그리고 이것도 어느 정도 바탕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야.”

“바탕이요?”

“1부 과정을 살펴봐야지.”


나도 모르게 눈살이 살짝 찌푸려진다. 삼촌이 말하고자 하는 걸 한 번에 알아들었다. 그리고 삼촌도 나의 표정을 보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 소식 들었을 때 잘못들은 건가 싶었어. 최근에 잘 보면 1부라는 명목하에 휴재나 연중에 들어가는 작품이 정말 많거든. 그런데 갑자기 2부? 여러모로 신기하더라.”


틀린 말은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웹소설 원작의 웹툰이나 만화는 생각보다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절차가 있었고, 그 기간동안 망가지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번에 [북부 대공의 설계사]가 이런 경우이기도 하고.


그런데 2부 기획이 잡힌 것이다. 삼촌으로서는 신기함을 넘어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없지는 않다는 거죠?”


그럼에도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했다. 팔짱을 끼고 있던 삼촌을 나를 지그시 쳐다봤고, 이내 손을 풀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뭐, 아주 없지는 않지. 그런데 앞서 말했지만, 가능성은 낮아. [북부 대공의 설계사] 같은 경우면 더더욱 말이야.”


제대로 정곡을 찌른다. 괜한 희망찬 대답을 남기지 않는 삼촌이었다. 오히려 좋다. 이렇게 확실하게 말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되는 법.

나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며 눈앞에 놓인 차가운 물을 그대로 입에 가져가며 열을 삼켰다.


시원하다.


입가에 묻은 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가볍게 털어낸다.


“알겠어요. 어디 한 번 제대로 해볼게요.”

“··· 이상하네. 왜 갑자기 불타오르는 거야?”


헛웃음을 터트리는 삼촌의 모습에 나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어려운 길인 건 맞다.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돌파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제대로 구성하며 구상하는 게 나의 몫이었다.


“길고 짧은 건 두고 봐야 하는 거니까요.”

“그렇긴 한데··· 아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 보니까 뭔가 있겠지.”


말을 아끼는 삼촌. 나를 전적으로 믿는 모습. 그럼에도 눈빛은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삼촌. 리모델링에 대해서 잘 알고 계세요?”


그 와중에 나는 엉뚱한 소리를 내뱉었다. 괜히 불안해하는 삼촌에게 조금이나마 힌트를 주고자 했고,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모델링? 그건 갑자기 왜?”

“그냥 지금 제 상황이 딱 리모델링하는 업체인 것 같아서 말이죠.”


낡은 건물을 고치는 일.


“그리고 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점 하나를 실수로 잘못 찍었는데, 오히려 이걸 파리로 승화시키며 그림을 완성한 이야기 말이에요.”

“아아. 그거? 나도 알고는 있지.”


유명한 일화다. 고개를 끄덕이는 삼촌을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기존의 골자를 오히려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 그게 무슨 소리야?”


삼촌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으며 자신 있게 출사표를 내던졌다.


“버리는 물건인 줄만 알았는데, 잘 살펴보니까 쓸만한 물건들이 꽤 보였거든요.”


개똥도 상황에 따라 약으로 쓰기 마련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각색작가의 캐릭터 모음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방향성 NEW +1 8시간 전 70 7 13쪽
18 뜨겁지만 차갑다 +1 24.09.17 104 10 11쪽
17 뜨겁지만 차갑다 24.09.16 117 11 13쪽
16 뜨겁지만 차갑다 +2 24.09.15 126 10 15쪽
15 출사표 +1 24.09.14 138 14 12쪽
14 출사표 24.09.13 147 11 11쪽
13 이건 어떠세요? +2 24.09.12 152 12 11쪽
12 이건 어떠세요? (수정) +1 24.09.11 154 10 13쪽
» 도약 24.09.10 158 10 13쪽
10 경우의 수 24.09.09 161 12 11쪽
9 경우의 수 24.09.08 162 11 12쪽
8 비즈니스 24.09.07 167 12 13쪽
7 비즈니스 +1 24.09.06 165 13 12쪽
6 비즈니스 24.09.05 177 10 13쪽
5 변화와 도약 24.09.04 188 11 14쪽
4 변화와 도약 24.09.03 194 12 11쪽
3 새로운 도전 24.09.02 204 8 11쪽
2 새로운 도전 24.09.02 230 9 12쪽
1 새로운 도전 +2 24.09.01 384 1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