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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천재 각색작가의 캐릭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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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5
최근연재일 :
2024.09.18 17:30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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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1
추천수 :
206
글자수 :
104,427

작성
24.09.13 21:25
조회
146
추천
11
글자
11쪽

출사표

DUMMY

“뜨겁다. 뜨거워.”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나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북부 대공의 설계사 2부]


1년 넘게 숨어있던 작품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연재를 바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앞서 선보였던 1부를 정리하며 조만간 2부를 연재하겠다는 예고편이 전부였다.


- 헐? 이거 실화?

- 이게 나와? 나는 더 안 나올 줄 알았는데.

- 기대 ㄴㄴ 원작도 마무리 이상하게 됐어요.

- 솔직히 큰 기대는 안 되네요. 위에 있는 댓글처럼 원작 완결이 이상하게 난 것도 있고, 기존에 연재하던 것도 솔직히 기대 이하였거든요.

- 저는 그래도 마무리는 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긍정적으로 봅니다.

- 또 이상하게 질질 끌고 그러는 거 아니겠지?

- 제발. 이번에는 제대로 합시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우면서도 차가웠다. 이유는 많다. 그리고 전부 이해될 만한 내용이기도 했다.


“작가님 또 떨고 계시겠네.”


문득 [북부 대공의 설계사]의 원작자인 김가민이 떠오른다. 처음 2부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그렇고, 그동안 작업 관련 이야기를 나눌 때도 불안감을 내비치지 않았던가?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이제는 받아들여야지.


어리광도 여기까지다. 아무리 많은 상처를 받았어도 언제까지 외면할 수 없는 법이었다.


나도 한때 그랬었고.


크게 걱정은 안 된다. 여러 번 불안감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는 더더욱 마음을 굳게 먹어야 했다.


욕은 무조건 먹는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그동안 보여준 과정이 썩 좋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더 욕먹을 거야.”


무난하게 가지 않는다.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시도해야 했다. 나에게 이런 자리를 제안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계속해서 살폈다. 어떻게든 수를 찾고자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망했던 1부를 오히려 하나의 장치로 이용한다.


작가들은 본인도 모르게 작품 속에 떡밥을 남겨놓기 마련이었다. 이걸 추후에 이용하는 건 작가의 몫이자 역량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숨은 장치를 이용해 새로운 이야기로 표현하는 걸 좋아했다.


2차 창작이 딱 이런 느낌이니까.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노하우를 제대로 적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건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선택의 기로.


원작자의 의견도 중요했다. 적절한 선이 필요했다. 일과 취미는 다른 법이었다.

결정은 생각보다 빨랐다. 나의 의견에 동의했고, 나는 곧장 작업에 착수했다. 더불어 원작자인 김가민과 대화를 꾸준히 이어갔다. 그만큼 서로가 진심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웃음이 지어졌다.


어디 한 번 보자고.


쓴 맛 뒤에 삼켜지는 사탕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


“아우. 허리야.”


김사희는 허리를 가볍게 두들기며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찌뿌둥한 몸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진다.


“이거 마셔.”


그때 김사희에게 다가온 이난도가 커피를 내민다. 김사희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이것도 뇌물이야. 앞으로 더 열심히 해.”

“예예. 암요.”


흐름은 매번 비슷하다. 이제는 익숙해진 김사희는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며 이난도가 준 커피를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신다.

상쾌하다. 그리고 기존과 다르게 이난도는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반응은 봤어?”

“반응이요? 봤죠.”


김사희는 커피에 꽂힌 빨대를 괜히 휘적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고, 이난도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살벌하지?”

“그러게요. 예상은 했었는데, 생각보다 더하더라고요.”


[북부 대공의 설계사]의 2부 예고편은 생각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다.


안 좋은 쪽으로.


예상은 했다. 악조건이 너무 많았으니까. 하지만 1부에 이어서 2부도 함께하게 된 김사희는 크게 걱정이 없었다.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살펴보면 참 웃길 것 같아요.”

“하하. 실패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구나?”

“그럼요. 아마 처음에는 욕을 좀 많이 먹겠지만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만큼 지금의 방향성이 김사희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뒤이어 이난도도 고개를 끄덕이며 김사희와 비슷한 입장을 내비쳤다.


“신기해. 앞서 보여줬던 모습도 의외였는데, 이번에도 신선하단 말이지.”

“그러니까요. 그런데 신선한 만큼 조금 낯선 것도 있고요.”

“불안한 건 아니고?”

“불안이라···.”


이어지는 이난도의 질문에 김사희는 말끝을 흐리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불안감?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안 그래도 원작의 방향성과 어긋나있던 1부였다. 그런데 이런 1부를 배상우는 묻어두기보다 오히려 살리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었다.


[혹시 작화 조정도 조금 가능하신가요?]


오죽하면 위와 같은 제안이 들어왔을 정도였다.


“없으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설명 들으니까 다 납득되더라고요. 오히려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팀장님도 안 그래요?”


설득 당할 수밖에 없었다. 언뜻 보기에는 배팅을 크게 한 도박판 같았지만, 알고 보면 배팅을 한 돈을 전부 얻어갈 수 있는 딜러의 입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그건 그래. 나도 처음 이야기 들었을 때 너무 매력적이었거든.”


이난도도 고개를 끄덕이며 비슷한 의견을 내비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으며 음흉하게 미소를 짓는 이난도였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처음 나한테 추천한 게 이런 그림을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

“에이. 설마요.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그동안 보여주신 것도 있고, 손발 맞춘 것도 있으니까 쭉 같이 했으면 했죠. 이건 팀장님도 동의하잖아요.”

“당연하지. 얼마 만에 나온 인재인데.”


이건 부정할 생각이 없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입에서 이야기되는 각색가 배상우의 존재는 예고 없이 뚝 떨어진 동아줄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작업하시는 분 없죠?”


그 와중에 김사희가 위와 같이 질문했고, 이난도는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아주 없지는 않지. 특히 대작이라면 원작자의 의견이 안 들어갈 수 없는 법이고.”

“그건 대작이잖아요.”

“그렇지? 그리고 이건 경우가 다르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저 이렇게 작업하는 사람 처음 봐요. 그리고 원래 이렇게까지 안 하셨다면서요?”

“맞아. 그냥 본인이 알아서 척척하신 것 같던데? 그런데 이번에는 원작자님까지 직접 만나면서 의견 조율하는 것 같더라.”

“지금도 그러시죠?”

“응. 그런 걸로 알아. 그래서 속도가 늦으시는 것도 있고.”

“이게 늦는 거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데 틀린 말은 아니다. [와이파이 대마법사]를 작업했을 때와 비교하면 이 정도는 정말 새 발의 피였다. 물론, 그럼에도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빠른 속도라고 볼 수 있었다.


“아, 맞다. 그런데 2차 창작 그거 재밌더라.”


그때 이난도가 무언가가 떠오르는지 위와 같이 말했고, 김사희는 그가 말하는 걸 한 번에 알아들으며 크게 반색했다.


“오! 보셨어요?”

“응. 저번에 이야기한 게 생각나서 시간 날 때 한 번 찾아봤거든. 재밌던데?”

“그렇죠? 저도 처음 봤을 때 꽤 충격이었다니까요.”


김사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이난도가 말하는 내용은 얼마 전 그녀가 한 사이트에 올린 2차 창작물을 말하는 것이었고, 해당 작품의 주인은 다름 아닌 이번에도 각색을 맡은 배상의 손에서 태어난 것들이었다.


“그런데 상우씨는 별말씀 없으셔?”


뒤이어 이난도는 김사희에게 물었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크게 관심 없으신 것 같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는 사이트에 올린 거 확인도 안 하셨을 걸요?”

“진짜?”

“아마도요. 제가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제외하고는 따로 대화 나눈 적이 없거든요.”


깔끔하게 손을 턴 것 같은 배상우의 태도였다.


“신기하네. 나였으면 엄청 신경 쓰였을 것 같은데.”

“저도 그랬을 걸요? 그런데 진짜 관심이 없으신 것 같더라고요. 아니면 지금 하시는 작업 때문에 일부러 신경을 안 쓰고 계신 걸 수도 있고요.”

“아아. 그럴 수도 있겠네.”


이난도는 짧게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작자와 직접 만나는 등 기존의 작업 방식과 다르게 움직이는 배상우였다. 김사희가 말한 대로 일부러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며 차단하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그보다 다다음주에 끝나는 거죠?”


그때 김사희가 손에 있는 커피를 근처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묻는다. 이난도는 그녀를 쳐다보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응. [와이파이 대마법사] 말하는 거 맞지?”

“네. 작업은 진즉 끝났고, 이제 다른 작품에 집중하고는 있어도 아무래도 손을 한 번 거쳐 갔던 작품이니까 신경이 계속 쓰여서요.”


방금 말한 것처럼 손을 한 번 거쳐 간 작품이다. 비록 1부이기는 하지만, 마무리는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해는 해. 그런데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이제부터는 맡은 작품에만 신경 써야지.”

“··· 그래야죠.”


김사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난도의 말이 전부 맞다. 한 번 손을 거쳐 간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마음을 둘 필요는 없었다. 정확히는 매몰되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다른 작품 바로 들어가서 그나마 다행인가?’


이게 아니었다면 분명 회의감에 빠져 머리가 매우 아팠을 것 같다.


“그런데 그건 있는 것 같더라.”


그때 이난도는 새로운 소식을 김사희에게 전달하고자 했고, 그녀는 상념에서 빠져나와 시선을 고정했다.


“어떤 거요?”

“원작자님 불만이 좀 있는 것 같더라고.”

“아.”


짧은 탄식이 나온다. 뒤이어 김사희의 표정은 괜히 어두워졌다.


“조금 찝찝하네요.”

“뭐, 그건 나도 그래. 그런데 어쩌겠어. 이쪽 업계가 다 이런 식으로 굴러가는데.”


다 같은 사람이다. 김사희도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는 만큼, 다른 곳에서도 여러 감정이 교차가 되어도 이상할 건 전혀 없었다.


워낙 잘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승승장구였다. 사람들의 호평은 끊이지 않았고, 더 나아가 원작으로 넘어가는 유입도 적지 않았다. 더군다나 1부도 정말 깔끔하게 마무리됐고, 2부에 대한 기대감도 제대로 심어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환경이 달라져야 한다는 걸 원작자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그리고 이왕 이야기 나온 김에 말하는 건데, 타이밍이 좀 웃기게 됐어.”


이야기는 마무리되지 않는다. 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정보가 또 떠올랐는지, 이난도는 고개를 돌려 근처에 있는 달력을 쳐다보며 말을 덧붙였다.


“거의 같이 들어가겠더라.”

“네? 뭐를요?”


뜬금없는 소식에 김사희의 고개가 옆으로 저절로 기울여졌다. 이난도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달력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 그런데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하나?”


김사희의 시선이 이난도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향한다.


[D-Day]


지금 준비하는 [북부 대공의 설계사]가 제대로 공개되는 날.


“이날 동시에 공개될 것 같더라.”


정면 승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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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경우의 수 24.09.08 16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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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비즈니스 +1 24.09.06 165 13 12쪽
6 비즈니스 24.09.05 177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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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변화와 도약 24.09.03 194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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