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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천재 각색작가의 캐릭터 모음집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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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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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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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0,076

작성
24.09.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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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추천
10
글자
11쪽

뜨겁지만 차갑다

DUMMY

“오! 드라마요? 잘 됐네요.”


뱐가운 소식이다. 갑자기 이야기를 왜 꺼내는가 싶었더니, 이런 이야기라면 나였어도 입이 근질거렸을 터.

순수하게 축하 인사를 건넨다. 삼촌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그런데 내가 축하 인사를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좋은 게 좋은 거죠. 그것보다 저한테 묻고 싶은 게 있으신 거 아니에요?”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삼촌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알았어?”

“제가 삼촌을 얼마나 봤는데요. 딱 티가 나던데요?”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하게 말한다. 말 그대로다. 내가 그동안 삼촌을 본 세월이 얼마인가? 과장 보태서 말하자면, 부모님보다 더 편한 게 삼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하. 이거, 참. 못 당하겠네. 맞아. 의견을 묻고 싶은 게 좀 있어서 말이야.”


삼촌은 빠르게 항복한다. 그리고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작품은 다 읽어 봤다고 했지?”

“그럼요. 다 읽었죠. 재밌게 봤어요.”

“그래서 어때?”

“··· 뭐가요?”

“드라마화 잘 될 것 같아?”


굉장히 직설적이다.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는 삼촌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래도 크게 티를 내지 않으며 솔직한 내 생각을 밝혔다.


“각색만 잘 되면 괜찮지 않을까요?”

“아. 각색··· 말이지?”

“네. 삼촌도 알고 계시겠지만, 웹소설이나 만화 원작으로 제작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망가지는 경우가 정말 많잖아요.”


웹툰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원작이 가진 힘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보다 깎아 먹는 게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이런 문제가 한두 번이 드러난 것이 아니었기에 각색의 중요성을 정말 잘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었다.


영상은 달라.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함부로 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그렇지. 그래서 걱정이야. 이게 과연 잘 될지 말이야.”


나의 의견에 동의하는 삼촌. 미소를 짓고는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숨은 감정이 어떤 건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잘 안 될 것 같으세요?”


빙빙 돌리지 않는다. 바로 핵심을 찔렀고, 아마 삼촌도 이걸 원해서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일 터.


“모르겠네.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리고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거야.”

“고집이요?”

“그래. 각색을 본인이 직접 하려고 하더라.”


나도 모르게 두 눈이 찌푸려진다. 아직 삼촌이 정확한 대상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것만 들었어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작가님이요? 그러니까 원작자님?”

“맞아. 신유라 작가.”


신유라 작가.


[작두]의 원작자. 그리고 삼촌은 이런 오리지널 웹툰 작가들을 여럿 담당하는 편집자 중에서도 힘이 좀 있는 위치인 걸로 안다. 그리고 신유라 작가가 아마 이들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런데 직접 한다고?


왜?


의문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뒤이어 들려오는 대답에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했다.


“뭐라더라? 작품 망가지는 걸 볼 수 없다던가?”

“아.”

“그래서 미치겠어. 이게 설득이 잘 안 되네.”


짧은 탄식이 나온다. 삼촌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동안 삼촌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좋은 소식인데, 표정이 왜 그런가 싶었더만.


여러 감정이 든다. 그런데 원작자인 신유라 작가의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당사자니까.


그동안 지켜보며 들은 게 많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들이 본인의 작품을 아끼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물론, 아닌 사람도 간혹 있기는 하다만.


아무튼, 작가 대부분은 작품이 망가지는 걸 바라지 않을 터. 신유라 작가도 그 중 하나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강수를 둔 것 같았고, 그게 바로 본인이 직접 각색에 참여한 것이리라.


그런데 함부로 뛰어들어 갈 수준의 그건 아닐 텐데.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결코 쉬운 작업이 결코 아닐 터. 당연히 신유라 작가도 쉽게 보고 참여한 건 아닐 거다. 본인의 작품에 애증이 있기에 도전한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어때요?”

“어떻기는. 막막하지.”


역시나.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삼촌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세부적인 원인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지금이라도 손 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안 돼.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왔어.”

“그래도 하려면 할 수 있지 않아요?”

“그렇기야 하지. 그런데 힘들어. 의지가 너무 강해서.”


단호하게 말하는 삼촌의 모습에 입맛을 다셨다. 합의점을 찾기도 영 쉽지 않은 모양이다.


“각색은 처음 하시는 거죠?”


그래도 계속해서 삼촌의 말동무가 되어준다. 그동안 삼촌에게 도움을 받은 게 워낙 많았고, 대화를 통해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법이었다.


“맞아. 처음이야. 그래도 주변에서 도움 많이 주고도 있고, 열심히 하고는 있어.”

“그래도 쉽지 않죠?”

“그렇지. 쉽지 않아. 열심히 하는 거랑 결과는 또 다른 이야기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삼촌이 말한 것처럼 과정이랑 결과가 똑같이 나온다면 그 누구 하나 슬퍼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터.


이상하게 쓰게 느껴지는 침을 삼키며 삼촌을 쳐다봤고, 시선이 마주친 삼촌은 갑자기 옅게 미소를 지었다.


“너는 어때?”

“저요?”

“응. 아까 각색만 잘 된다면 드라마화는 잘 될 것 같다고 했잖아. 그건 진심이야?”


뭔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나는 삼촌의 질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있는 그대로 나의 생각을 밝혔다.


“그럼요. 작품은 워낙 좋으니까요. 드라마로 삼기에도 소재도 훌륭하고요.”


꿇리는 건 전혀 없다고 본다. 그만큼 탐나는 아이템이었다. 다만, 뒤이어 들려오는 삼촌의 목소리는 여러 의도가 듬뿍 담겨 있었다.


“한 번 볼래?”

“예?”


나도 모르게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만큼 뜬금없는 제안이었고, 어리둥절한 나의 표정에 삼촌은 미소를 잃지 않으며 말을 덧붙였다.


“일단 오해는 마. 상우 너에게 각색을 맡기겠다··· 뭐, 이런 이야기는 절대 아니야. 애초에 맡길 수도 없어. 이미 이야기 다 됐으니까.”

“그러면 이야기는 왜 꺼내신 거예요?”

“있는 그대로야. 한 번 볼 생각 없냐 이거지. 지금까지 해놓은 각색을 말이야.”


삼촌을 지그시 쳐다본다. 표정 변화 하나 없는 삼촌의 얼굴.


하긴··· 이런 걸로 나를 속여 먹을 생각은 아니실 거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삼촌이다. 그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건 삼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른 의도는 없다. 정말 순수하게 나에게 제안하는 것이었고, 한편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건 가능해요?”

“괜찮아. 물론, 비밀은 엄수지만.”


이어지는 질문에 삼촌은 입에 검지를 가볍게 갖다 댄다. 괜히 웃음이 나온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는 있지만, 평소와 확연히 다른 삼촌의 모습.


“뭐, 알았어요. 문제없는 거라면 한 번 볼게요.”

“오! 진짜?”


큰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나를 보며 삼촌이 크게 반색한다.


한 번 보는 것 정도야.


문제만 없다면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각색.


최근 들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번역가의 생활보다 어쩌다가 각색가의 위치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이상하게 관심이 간다.


직접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사람 일이라는 게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었다. 그리고 이뿐만이 아니었다.


혹시 또 모르니까.


지금은 웹소설의 한해서 홀로그램처럼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스템이 나타났지만, 이번 기회에 새로운 환경을 마주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우연은 언제나 운명처럼 다가오는 법이었다.


***


“편집자님. 진짜 어떻게 안 되나요?”


최무진은 휴대폰을 양손으로 꽉 쥔 채 하소연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건 희망을 완전히 꺾어버리는 절망이었다.


[죄송합니다. 이게 제가 참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요]

“아.”

[그래도 최대한 어필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작가님도 마음 굳게 먹으시고 연재 부탁드립니다. 원작은 잘 진행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이게 끝이다. 통화는 정말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잘 진행이 되어가고 있다고?”


최무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주변은 엉망이었고, 몰골은 창백함 그 자체였다.


언제부터였을까? 억지로 컴퓨터 앞에 앉으며 키보드에 손을 올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가락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머리도 마찬가지다.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던 머리도 어느덧 굳어 있었다.


“미치겠네.”


너무나도 답답하다. 원인은 확실하다. 최무진의 작품인 [와이파이 대마법사]의 웹툰이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이 그를 제대로 압박하고 있었다.

최악이다. 최대한 원작에 영향을 끼치기 싫어서 어느 순간부터 웹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최무진이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안 좋은 생각이 났고, 작업에는 점점 차질이 생겼다.


“글이 너무 안 써져.”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사람이라는 게 아무리 신경을 안 쓰고 싶어도 본인과 관련된 일이라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최무진의 상황이 딱 그러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신나서 글을 쓰던 것이 엊그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글을 쓰는 것이 너무나도 괴로워졌다.

원인은 확실했다. 아직 연재 중인 [와이파이 대마법사]의 2부 웹툰이 총체적 난국인 것이 최무진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점점 진행될수록 이상해졌고, 결국 무너져내렸다.


“이상하게 계속 불안하다 싶었어.”


다시 한 번 입술을 꽉 깨문다. 2부에 들어가기 전 들었던 하나의 소식.


스튜디오와 각색가가 달라질 것이다.


이유가 궁금했다. 불만을 여러 번 표현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건 자세한 사정을 말해 줄 수 없다는 게 전부였다. 원작자의 의견은 통하지 않은 세계였다.


그래도 믿었다. 아니, 믿고 기다리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꽝이었다.


“왜 하필 나한테도 이런 일이···.”


다른 작가분들한테도 여러 번 소식을 들은 바 있었다. 그런데 일을 직접 겪는 건 생각보다 더 치명상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이미 한 번 달콤함을 맛본 탓인지, 상처가 배로 찾아왔다.


“그래도 써야 돼.”


그럼에도 억지로 컴퓨터 앞에 마주했다. 웹툰은 웹툰일 뿐이었다. 최무진의 작품 [와이파이 대마법사]는 여전히 웹소설로 연재 중이었고, 원작을 찾아오는 독자들만큼이라도 만족하게 하며 어떻게든 이끌어가야 했다.


써야 한다. 억지로라도 써야 한다. 마음을 굳게 먹는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쓰는 글은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범하기 마련이었고, 오랜 기간 쌓아 온 성은 외부의 압력에 짓눌려졌다.


악순환이 계속된다.


원작까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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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경우의 수 24.09.08 170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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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비즈니스 24.09.05 187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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