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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천재 각색작가의 캐릭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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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5
최근연재일 :
2024.09.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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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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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글자수 :
104,427

작성
24.09.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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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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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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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즈니스

DUMMY

“결렬이야.”


이난도가 들고 온 소식에 김사희는 하고 있던 작업을 잠시 멈추며 대화에 참여했다.


“결국 그렇게 됐어요?”

“응. 최대한 맞춰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더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이난도의 모습에 김사희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우리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잘해줬으면 잘해줬지. 당장 인기를 봐요. 저게 어디 쉬운 거예요?”


[와이파이 대마법사]


웹소설 원작으로 이번에 웹툰으로 제작된 작품은 어느덧 입소문을 타며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 한 컬러 스튜디오의 재계약 소식은 불발된 것 같았다.


“나도 이해가 잘 안 돼. 그런데 어쩌겠어. 다른 쪽에서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들고 왔다잖아.”


이난도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한탄했고, 목소리를 높이던 김사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열 받네, 진짜.”


머리가 뜨거워진다. 그동안 무탈 없이 작업하며 동시에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었던 게 이런 결과를 가져다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억울하다.

잘못한 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작품보다 빠른 작업 속도를 선보이며 열정을 내비친 게 전부였다. 그런데 끝 맛이 영 좋지 않았다.


“이야기는 더 못 하겠죠?”

“응. 이제 끝이야. 더는 못 해.”

“휴우. 진짜.”


열을 조금씩 가라앉힌다. 이야기의 경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김사희였기에 이제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었다.


말도 안 되는 조건.


감정에 앞서서 목소리를 높이기는 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상대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지독하네요.”

“뭐, 어쩔 수 없지. 그냥 자연재해 맞았다고 생각하는 게 여러모로 편해.”

“그래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그러죠.”


괜히 현타가 온다. 한숨 섞인 김사희의 목소리에 이난도도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아! 맞다. 각색가님도 같이 안 하시는 것 같더라.”


그 와중에 이난도는 잊고 있었던 소식을 떠올리며 말했고, 김사희도 죽어가던 눈빛을 다시 살리며 이난도를 쳐다봤다.


“진짜요?”

“응.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바로 거절하셨다고 하는 것 같더라.”

“협상도 안 하고요?”

“응. 바로 컷.”


목을 긋는 시늉을 선보이는 이난도의 모습에 김사희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살짝 벌렸다.

그동안 함께 합을 맞췄던 각색가.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지만, 이쪽 일을 처음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협상 없이 바로 거절이라고?


괜히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난도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도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면 그쪽에서 각색도 다 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미쳤네. 거기가 어디라고 했죠? 레인보우?”

“맞아. 레인보우.”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니에요? 우리도 우리지만,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니에요? 각색은 또 다른 이야기인데.”


김사희는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녀가 내뱉는 말은 전부 진심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진실의 파편을 깨닫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이런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도 각색가님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는데 말이야.”


이난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사희의 의견에 동의한다. 둘은 산증인이었다. 각색가의 부재에 골머리를 앓았던 것이 엊그제였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수준급의 실력자가 나타나며 일거리가 쏟아졌다.

몸은 힘들었지만,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연재를 시작한 이후에 우상향하는 작품과 독자들의 호평은 없던 힘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재계약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회와 비즈니스는 차갑게 운영되는 법이었다.


“그러면 각색가님도 지금 저희랑 상황 비슷하다는 거죠?”


그때 김사희는 문득 머릿속으로 무언가 스쳐 지나갔는지, 찡그리고 있던 표정을 풀며 이난도를 쳐다봤다. 시선이 마주친 이난도는 턱을 가볍게 매만지며 말했다.


“흠. 일단은 그렇지 않을까? 그런데 상황이 마냥 똑같지는 않을 거야. 우리야 이게 본업이지만, 그분은 아닌 걸로 알거든.”

“번역 같은 거 하신다고 했죠? 프리랜서로 말이에요.”

“맞아. 그래서 머리 아프게 협상을 안 한 것도 있지 않을까··· 라는 개인적인 생각이야.”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김사희도 처음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 이난도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을 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미팅 한 번 해보시면 안 돼요?”

“미팅? 무슨 미팅?”


이난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사희가 말하고자 하는 걸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 김사희는 어느덧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지금 손 놓고 있는 작품 있잖아요.”

“손 놓고 있는 작품? 설마··· [북부 대공의 설계사] 말하는 거야?”


눈을 크게 뜨며 묻는 이난도를 향해 김사희는 웃는 얼굴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리고 이난도는 팔짱을 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북부 대공의 설계사]


해당 작품도 웹소설 원작으로 일찌감치 웹툰으로 선보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해당 작품을 맡았던 팀이 바로 김사희의 팀이었다.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다. 그래도 1부라는 명목하에 어느 정도 마무리하며 휴재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2부 연재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각색가의 부재.


기존에 각색을 맡았던 각색가의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 그렇게 벌써 일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고, 스튜디오 차원에서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눈길을 돌려 맡은 작품이 새로운 각색가와 함께 한 [와이파이 대마법사]라는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사희 네 말은 [북부 대공의 설계사] 2부 연재를 기존에 같이 작업하던 각색가님이 아니라 배상우 각색가님으로 바꿔보는 건 어떠냐는 거지?”


이난도는 팔짱을 풀며 정확한 진실을 요구한다. 그리고 김사희는 부정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최대한 빠르게 2부 연재를 들어가겠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은 줄 알아요?”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었어. 이쪽 일이 갑자기 많아져서 각색가님이 맡은 작품이 한두 개가 아닌 걸로 알아.”

“그건 그쪽 사정이고요. 희망 고문만 계속 있었잖아요.”


변명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히 기다려줬다고 봐도 무방했다.

목소리에 날이 서 있는 김사희의 모습에 이난도도 더는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속으로 신임을 삼키며 최대한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가고자 했다.


“일단 알았어. 나도 말이 그런 거지, 머리 아픈 건 매한가지야. 진작 2부 들어갔어도 이상하지 않을 작품이었으니까.”

“그러니까요. 그리고 1부 연재하는 동안 분위기가 그렇게 좋았냐? 그건 또 아니었잖아요.”

“뒤로 갈수록 많이 갈리기는 했지.”


처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디가 어긋나기 시작했고, 독자들도 몸소 느낄 정도였다.

1부라는 명목하에 휴재를 들어가게 된 가장 큰 이유.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별 탈 없이 연재를 이어가던 원작도 갑자기 무너지며 급하게 완결이 난 것이었다.


“원작자님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모르겠네.”


이난도는 턱 주변을 매만지며 중얼거린다. 상황이 많이 복잡하다. 얽힌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한 번 이야기라도 나눠 보세요.”


그 와중에 김사희는 이난도를 가만히 쳐다보며 다시 한 번 제안한다. 집착이 상당하다. 그만큼 이번에 같이 작업한 것이 정말 좋았다는 방증이기도 했기에 이난도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


“하하. 마음에 엄청 들었나 보네.”

“그럼요. 얼마나 편했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각색이 뭐가 그렇게 크게 어렵냐··· 이런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저번에 한 번 시도해보려다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몸소 깨달았다니까요.”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게 많다. 그렇기에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다시 압박을 넣는 김사희의 모습에 이난도는 결국 두 손을 들며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다, 알았어. 일단 한 번 정리해볼게.”

“진짜죠?”

“그래. 그런데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냉정하게 봤을 때 성공할 가능성은 크게 없다고 본다. 한두 사람이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은 길어질 것이었고, 괜한 헛바람을 채워주는 건 좋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난도는 아직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그건 싫어요. 전 어떻게든 쭉 같이 했으면 하거든요.”


한 번 맛본 달콤함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중독된다는 것을.


***


“배상우라고 합니다.”

“이난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공손하게 손을 맞잡으며 소개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본인을 이난도라고 소개한 사내를 빠르게 훑었다.

깔끔하면서도 편안한 옷차림. 스튜디오 분위기가 자유분방한다는 걸 볼 수 있었고, 반면에 안경 사이로 돋보이는 눈 밑 다크서클이 일이 고된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앉으시죠.”


그 와중에 이난도는 빈자리를 가리켰고, 나는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움직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작업은 잘되어가고 있으신가요?”

“하하. 그럼요. 덕분에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이난도의 모습에 나도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내가 위치한 이곳은 [와이파이 대마법사]라는 작품을 함께 작업한 컬러 스튜디오의 회의실로 나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했다.


갑자기 왜 만나자고 하신 거지?


처음이었다. 그동안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조차도 작업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런데 얼마 전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을 받은 참이었다.


작품 때문에 그런가?


짐작이 가는 곳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다. 나도 삼촌을 통해 들은 소식이 있는 만큼, 스튜디오에서도 들은 게 있을 터.


“이야기 들었습니다. 각색가님도 2부를 작업 안 하신다면서요?”


예상대로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본론으로 들어올 줄 몰랐기에 나도 모르게 살짝 흠칫했다. 그래도 겉으로는 크게 티를 내지 않으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됐네요. 그런데 서로 이해관계가 안 맞아서 그런 거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 안 하셔도 됩니다.”


상대가 다르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만약 삼촌이었다면 태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 군요.”


다만, 나의 대답에 이난도는 말끝을 살짝 흐리며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니겠는가?


왜 그러시지?


나도 모르게 고개가 옆으로 기운다. 그리고 이난도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더니, 이내 재밌는 주제를 꺼내 들었다.


“혹시 다음 작품 정해놓으신 거 있으신가요?”

“다음 작품이요?”

“네. 이미 알고 계실 것 같지만, 저희도 2부 작업을 함께 못하는 상황이라 조금 붕 뜨는 상황이거든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위로 슬며시 올라간다. 이난도가 말하고 싶은 게 입 밖으로 제대로 나온 건 아니지만, 이런 쪽으로는 나도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


“저랑 같이 작업하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 보군요?”


어디 한 번 이야기나 들어 봅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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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경우의 수 24.09.09 162 12 11쪽
9 경우의 수 24.09.08 162 11 12쪽
8 비즈니스 24.09.07 167 12 13쪽
» 비즈니스 +1 24.09.06 166 13 12쪽
6 비즈니스 24.09.05 177 10 13쪽
5 변화와 도약 24.09.04 188 11 14쪽
4 변화와 도약 24.09.03 195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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