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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천재 각색작가의 캐릭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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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9.01 23:55
최근연재일 :
2024.09.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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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427

작성
24.09.0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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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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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비즈니스

DUMMY

자세를 고쳐 잡으며 이난도를 지그시 쳐다본다. 살짝 당황한 눈치다. 이렇게 바로 핵심을 찌를 줄 몰랐던 모양. 그래도 빠르게 표정 관리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티가 많이 났나요?”

“조금은요?”

“하하. 이거, 참. 그런데 잘 됐습니다. 빠르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혹시 괜찮으시면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그럼요. 천천히 말씀하세요.”


듣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궁금하기도 했다. 어떤 작업을 원하는 건지.


“혹시 [북부 대공의 설계사]라는 작품을 아시나요?”

“아! 예전에 만화로 접한 적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웹소설 원작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이야기가 이어진다. 귀를 기울이며 내용을 하나둘씩 정리한다.


[북부 대공의 설계사]


내가 처음으로 각색을 맡은 [와이파이 대마법사]와 마찬가지로 웹소설 원작인 작품. 하지만 지금은 오랫동안 휴재에 들어간 상태였다.


말이 좋아 휴재지, 이 정도면 연중인 것 같은데.


1년이 훌쩍 넘었다. 기다리고 있던 독자들도 지쳐서 떠나가도 말릴 수 없을 정도. 더군다나 원작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던 모양이다. 큰 문제 없이 연재되던 원작도 급하게 완결이 난 것이었다.


부정적인 내용이 휘몰아친다. 그리고 이런 결과의 원인을 굳이 찾자면 각색가의 부재를 논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일거리. 반면에 각색가는 한정적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욕심을 부렸다고 본다. 본인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것저것 전부 소화하려다가 옆구리가 제대로 터진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을 나랑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거지?


봉합한다. 기존에 같이 작업하던 각색가만 바꿔서 연재하는 걸 바라는 눈빛이었다.


“그런데 이걸 제가 맡아도 되나요?”


흘러가는 분위기나 이야기는 대충 알겠다. 하지만 이게 작업 관련으로 넘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안 그래도 정리 중이기는 합니다. 이야기는 잘 되어가고 있어요.”


다행히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나에게 제안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를 가볍게 매만졌다.


이걸 내가 맡아도 되려나.


여러모로 걸리는 게 많은 작품이다. 악조건이 상당히 많다. 내가 처음으로 이쪽 분야에 발을 들였을 때도 큰 도전이었는데, 지금도 거기에 못지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이미 한 번 손발을 맞춘 스튜디오와 팀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고민 좀 해볼게요.”


지금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 어쨌거나 이것도 비즈니스의 일환이었다. 감정에 휩쓸리는 건 하수였다.


“그럼요. 너무 급하게 결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게 우선순위는 아니니까요. 마무리를 먼저 짓는 게 먼저이기도 하고요.”


맞는 말이다. 지금 내가 각색을 맡은 [와이파이 대마법사]가 끝난 게 아니었다. 당장은 여기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 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작업하시는 비결 같은 게 있으신가요?”


그때 이난도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를 빤히 쳐다보며 대화에 참여했다.


“비결이요?”

“네. 이런 각색은 이번에 처음 하시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아아. 맞아요. 그렇기는 해요.”

“그래서 신기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궁금하더라고요. 쉬워 보여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서요.”


고개를 끄덕인다. 이난도가 말한 것처럼 쉽게 볼 만한 작업은 결코 아니었다. 단지 대상이 나였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을 뿐.


“뭐, 별다른 건 없고. 제 눈에 캐릭터가 보이더라고요.”


지금 나에게 벌어지는 특수한 현상을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솔직하게 밝힌다.


“하하. 농담도 참. 그런데 틀린 말은 아니네요. 상우씨가 각색하신 건 정말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처음에 디자인하신 걸 봤을 때는 충격을 많이 받기도 했어요.”


다만, 이난도는 내가 던진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뭐, 이게 당연한 반응이지.


예상했다. 이렇기에 나에게 벌어지는 현상을 솔직하게 말한다고 믿는 사람 하나 없었고, 혹시나 더 깊게 파고들면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질 게 뻔했기에 나도 굳이 밝히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구도도 정말 좋아지셨더라고요.”


뒤이어 이난도가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 들었고, 나는 옅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던가요?”

“그럼요. 물론, 처음에도 정말 좋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다양해진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이건 저보다 그림 그리는 친구들이 잘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실력이 더 느신 것 같다면서 말이죠.”

“아! 진짜요?”

“네. 칭찬이 자자해요. 오늘 이렇게 자리 만든 것도 그 친구들 의견이 많이 들어간 것도 있어요.”


이건 몰랐던 사실이다. 그리고 나를 좋게 봐준다는 말은 나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보다 좀 아쉽게 됐네. 작업을 여기서 마무리하면 단계나 이런 걸 더 못 올리려나?


삼촌과 대화를 나눴을 때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지금 나에게 특수한 환경을 이제 놓칠 수 있다는 것이 여러모로 아쉬웠다.


아니야.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


마음을 다잡는다. 말 그대로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더 길게 이어가지 못할 뿐, 나에게 남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실행하며 최선을 다 하면 그만이었다.


***


“최근에 작업할 거 많다면서요?”


공태화는 술자리를 함께한 동료 작가의 질문에 눈앞에 놓인 마른안주를 입에 집어넣으며 어깨를 활짝 폈다.


“장난 아니죠. 엄청 많이 들어와요.”


콧대가 높아진다. 예전과 다르다. 최근 들어 일거리가 쏟아지는 상황이었고, 주변의 인식도 많이 달라진 상태였다.


각색가.


공태화는 주로 웹소설을 기반으로 제작하는 웹툰을 각색하는 일을 오래전부터 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이런 기반의 제작이 많아졌다. 그 덕분에 본업으로 삼던 공태화는 때아닌 수혜를 받기 시작했다.


“와. 엄청 부러워요.”


옆에 있던 미모의 여성이 공태화에게 바짝 달라붙는다. 근처에 있는 사내들의 부럼의 시선은 덤이다.


“나도 각색 쪽으로 눈을 좀 돌려볼까?”

“그러게요. 태화씨가 봤을 때는 어때요? 지금도 자리 많은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공태화는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관심. 어쩌다 보니, 모임의 주인공이 됐다. 공태화는 이 순간을 즐기며 떠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을 너무 크게 벌이는 거 아닌가요?”


그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한 여인의 목소리.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말을 꺼낸 대상이 대상인지라 주변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갑자기 왜 그러시죠?”


공태화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피부에 긴 생머리. 무엇보다 오늘 모임에 참석한 그 어떠한 여성보다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고,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주고는 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 이상으로 도도했다. 평소 이런 자리를 함께한 적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 때문인지,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던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런 그녀가 대화에 참여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본인 역량에 안 맞게 이것저것 다 손대시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하나만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말이죠.”


말에 뼈가 있다. 표정 변화 하나 없는 여성의 모습에 공태화는 혀를 차며 발뺌했다.


“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제가 뭘 했다고 그러시는 거죠?”

“너무 문어발이신 것 같아서요.”

“그건 어쩔 수 없었어요. 여기저기서 사정하며 부탁하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그리고 이것도 최소한으로 받은 거예요. 만약 다 받았으면 저 여기에 있지도 못해요. 아니다. 오늘도 겨우 시간 내서 온 거라고요.”


있는 그대로 말한다. 그리고 공태화의 말에 주변이 잠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와. 진짜 바쁘신가 보네.”

“그러니까요. 생각하는 것보다 일이 많이 들어오나 봐요.”

“보니까 요새 이런 쪽으로 수요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담당자 이야기 들어보니까 사이즈가 더 커질 수도 있다던데요?”


어깨가 절로 올라간다. 부러움의 시선이 가시지 않는다. 마치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편인 것만 같았다.


“그러면 맡은 거라도 책임감 있게 하시지 그랬어요?”


하지만 여인은 굴하지 않았다. 싸늘한 눈빛으로 공태화를 쳐다봤고, 그는 눈을 한껏 찡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왜 끝까지 못하시는 거예요?”

“··· 네?”

“제대로 마무리 지은 작품 하나라도 있으세요?”


공태화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흠칫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최대한 태연하게 행동했다.


“다, 당연히 있죠. [S급 헌터의 기사식당]이랑 또···.”


여러 작품을 읊기 시작한다. 지금 말하는 것처럼 공태화는 적지 않은 작품을 마무리한 적 있었다.


깔끔하지 않았을 뿐.


뒷맛이 쓰기는 했지만, 거짓 하나 없는 공태화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여인은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렇네요. 그게 당신 대답인 거죠?”


한숨을 푹 내쉰다. 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입을 열지 않았다.


서로 피곤해진다.


공태화의 입장을 확인한 여인은 더 볼 일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짐을 챙겼다. 어쩌다 가끔 참석하는 모임. 그런데 더 있을 가치가 없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갑자기 머리가 좀 아프네요.”


말도 안 되는 변명과 함께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든다. 계산은 확실하게. 마지막으로 공태화를 쳐다본 후, 여인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

다들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고, 공태화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자. 다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잠시 의견 좀 교환한 것뿐이에요. 심각한 내용 아니에요.”


동시에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눈을 굴리던 사람들도 빠르게 탑승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그래요. 간 사람은 잊고 저희끼리 잘 놀아 봐요.”

“맞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맙시다. 유라씨도 최근에 스트레스 받아서 그러신 것 같으니까요.”

“그러게요. 저도 저런 모습 처음 보기는 해요.”

“그런데 진짜 스트레스 받고는 있을 걸요? 듣기로 유라씨도 본인 작품 각색 관련으로 골치를 좀 앓는 것 같더라고요.”

“아! 진짜요?”


다행히 분위기가 빠르게 풀어졌다. 다시 시끌벅적한 자리가 만들어졌고, 사건의 중심이었던 공태화는 한숨을 푹 내쉬며 시원한 물 한 잔을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얼마 전 나눴던 한 담당자와의 대화가 갑자기 떠오른다.


[지금 맡고 계시는 작품이 너무 많으신 것 같은데, 괜찮으시면 다른 분한테 작업을 넘기실 생각은 없으실까요?]


일 년 넘게 손을 놓고 있었던 [북부 대공의 설계사]라는 작품 담당자의 제안. 그동안 여러 작품을 맡으며 위와 같은 이야기를 자주 나눈 적이 있었기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 본 작품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로 한 상황이었다.


‘짜증 나네.’


잊고 있었던 기억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조금 전 들었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제대로 마무리 지은 작품 하나라도 있으세요?]


도대체 무슨 대답이 듣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공태화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았다.


‘틀린 대답은 아니었잖아. 그리고 나만큼 결과 내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어?’


해당 질문은 앞서 대답했던 것처럼 여러모로 떳떳한 입장이었다. 물론, 뒤로 갈수록 힘이 많이 빠진다는 의견과 단조롭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결과를 내놓았다고 본다. 그 증거로 본인을 찾는 사람이 오히려 늘어가고 있었다.


‘[북부 대공의 설계사]는 조금 아쉽게 됐지만 말이야.’


1년이 넘도록 손을 놓고 있었던 작품. 그런데 어쩔 수 없었다. 더 좋은 조건의 작품이 꾸준히 들어오는 걸 무시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1부를 마무리한 시점으로 원작에서도 문제가 생긴 상태였다.


빠르게 무너졌다. 더 나아가 급하게 완결을 지으며 독자들에게 온갖 질타를 받고 있었다.


수명을 다했다. 안 그래도 눈길이 안 가던 작품이었는데, 상태가 썩 좋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담당을 바꾼다는 건 공태화의 입장에서는 큰 호재였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한 번 잘해보라고.’


독이 든 성배도 아니다. 그냥 독이었고, 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달을 것이다. 손가락질하며 질타하던 대상의 소중함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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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도약 24.09.10 157 10 13쪽
10 경우의 수 24.09.09 161 12 11쪽
9 경우의 수 24.09.08 162 11 12쪽
» 비즈니스 24.09.07 167 12 13쪽
7 비즈니스 +1 24.09.06 165 13 12쪽
6 비즈니스 24.09.05 177 10 13쪽
5 변화와 도약 24.09.04 188 11 14쪽
4 변화와 도약 24.09.03 194 12 11쪽
3 새로운 도전 24.09.02 204 8 11쪽
2 새로운 도전 24.09.02 23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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