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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지구의 관리자로 스카웃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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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7.12 22:45
최근연재일 :
2024.07.22 19:2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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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1
추천수 :
50
글자수 :
70,221

작성
24.07.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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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웨이브

DUMMY

조건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심지어 조건도 나에게 불리하다.


피해의 정도.

자세한 설명은 아직 없었지만, 아델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는 곧장 파악할 수 있었다.


분명 각자가 맡은 차원의 피해 수준을 말하는 거겠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지금까지는 나와 같은 차원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신들의 성과와 평가는 오로지 웨이브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모든 몬스터를 처단하는 클리어 시간을 목표로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선임자인 아리아도 다른 건 전부 제쳐두고 클리어 시간만 생각하며 판을 짰을 터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조건을 단다고?


불합리하다.

나는 이 상황을 결코 수긍할 수 없었다.


“표정이 안 좋네?”


아델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한다. 아무래도 내 감정이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난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며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당황스럽네요. 황당하기도 하고요. 더 솔직하게 말하면 불합리하다고도 생각합니다.”

“뭐 때문에?”

“전 반강제적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된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원래 지구를 맡고 있던 아리아라는 분을 대신해서 지구를 맡게 됐고요.”

“그런데?”

“지금 지구 상황이 어떤지 아십니까? 아니, 정확하게는 저한테 주어진 판이, 세팅이 지금 아델님이 말한 부분과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조금 전까지 아델에게 굽히며 사회적인 면모를 보였던 나였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이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괜히 여기서 아델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아부를 떨었다가는 차후에 분명 발목을 붙잡을 터였다.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내가 눈을 냉정한 표정으로 아델을 쳐다보자,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래서 이런 조건을 내민 거야.”

“··· 그게 무슨 소리죠?”

“아리아가 어떤 식으로 31차원을 관리해 왔는지 안다는 뜻이야. 그리고 그 방식으로 항상 선두를 놓치지 않고, 그걸 인정받아서 이번에 특수부로 자리를 옮긴 거고. 그런데 이게 왜?”

“하고 싶으신 말이 뭐죠?”

“하나는 확실히 보장되어 있잖아. 클리어 시간. 지금 넌 불만을 가질 게 아니라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다른 애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시작하는 거야.”


이런 씨···.


순간적으로 나올 뻔한 욕설을 애써 참아내며 표정을 관리했다.

아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안다. 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었다.


우선 나와 아리아는 다른 인물이다.

아리아는 아리아만의 방식이 있고, 나는 나만의 방식이 있는 거다. 아무리 아리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엘리트 소리를 들었겠지만, 내가 이걸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더 크지.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순간 아델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그리고 지금 당장 위 조건을 이행하자는 건 아니야.”

“그러면 언제부터죠?”

“2달 후.”


정확히 21웨이브부터 라는 것이다.


그나마 좀 낫다.


특히 다음 웨이브는 20웨이브로 엘리트 보스가 나타나는 시점이었는데, 다행히 윗선의 배려··· 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큰 위기는 겪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아니다.


이것만으로 위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물론, 여기서 내가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땡강을 부려도 들어 먹지도 않을 것 같긴 한데.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고 두 손을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핸디캡을 좀 더 주세요.”

“흠.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역시 만만치 않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여유를 부리는 아델이다. 그런데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약간 흥미가 생기는 모양이다.

한번 말해보라는 그녀의 태도에 나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어필했다.


“우선 아까 말한 것처럼 전 원래 맡고 있던 분의 업무와 임무를 물려받은 겁니다. 아직 전 이 일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상태예요. 좀 더 알아보고 공부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래. 그래서 2달이라는 유예 기간을 주잖아.”

“그렇죠. 그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래의 방법이다.

우선 칭찬으로 시작해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다.

핵심은 이 뒤부터다.


“하지만 전 일개 인간이었습니다.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죠. 솔직히 말해서 2달이라는 시간도 저한테 짧다고 봅니다.”

“그래서 시간을 조금 더 늘려 달라고? 미안하지만 그건 힘···.”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아델의 말을 가차 없이 끊어 버린다.

불쾌할 법도 하지만 아델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지 계속 말해보라는 듯 눈짓을 줬고, 나는 그녀가 딴소리하기 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시간은 괜찮습니다. 2달이라는 기간도 최대한 배려하신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전 바통을 이어받은 거예요. 토대가 잡혀 있으면 뭐합니까? 최소한 그걸 이용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특히 그 흔하다는 아바타도 전 없습니다.”


조금 오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없는 말을 한 건 아니다.

방금 말한 대로 내가 지금 활용할 수 없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정확히는 웨이브가 시작되는 초장기에 신력을 통해 개방하거나 밀 이행해야 할 것들이 부득이하게 아리아가 자리를 옮기면서 전부 사라진 상태다.


즉, 내가 처음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무려 19웨이브가 지난 시점에서 말이다.


아델이 팔짱을 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녀가 봐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터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선택을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델이 팔짱을 풀며 입을 열었다.


“좋아. 네가 원하는 게 뭔데?”


좋아.


1부 능선을 넘었다.

여기서부터는 생각을 잘해야 했다. 너무 터무니없는 걸 제안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도움도 안 되는 걸 말해서도 안 된다.


적절하게.


선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말을 꺼내야 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갖춰있어야 할 시스템부터 배치한다.


“우선 아바타를 아무 조건 없이 생성하고 싶습니다.”

“또?”

“그리고 제가 있는 집무실을···”


처음은 간단하게.

논란 없이 아델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조건을 천천히 읊으며 타당성을 논의했고, 아델도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또 없어?”


어느덧 마지막이다.

많은 걸 요청했고 아델은 단 한 번도 거절의 빛을 띄우지 않았다.


앞서 말한 건 전부 들어준다는 뜻이겠지?


그만큼 어려운 걸 말한 게 아니었고 지금쯤 누구나 전부 사용하고 있을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번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걸 조심스레 요구할 차례다.


“제가 관리하는 영웅 2, 3명 정도를 해제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

“안 돼.”


처음으로 거절 의사가 튀어나왔다.

눈빛도 조금 살벌하다.

‘감히 네 따위가 그런 걸 논해?’라는 뜻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표정을 유지한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이유가 필요할까?”

“··· 죄송합니다.”

“지금은 그냥 넘어갈 거야. 특이 케이스라서 몰랐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다음번에는 그냥 안 넘어가. 방금 네가 한 말은 나보고 부정행위를 눈감아 달라는 거나 마찬가지야.”


한 소리 들었다.


크흠. 안 될 것 같기는 했는데 역시 안 되네.


혹시나 해서 말한 거였는데 생각보다 반발이 심하다.

조금 골치가 아프긴 하다.

보아하니 경우를 벗어나는 게 있으면 칼같이 끊을 생각인 것 같은데 지금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왠지 통과가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일단 해보자.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니까.


머릿속을 정리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차원 무덤에 한 번 가게 해주십시오.”

“차원 무덤?”


아델이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머리를 갸웃거린다.


차원 무덤.


흔히 웨이브가 발생한 시점 몬스터들을 처단하지 못하여 방어에 실패한 멸망한 차원들의 무덤이다.


정확히는 멸망한 차원에 있던 영웅들의 능력이 묻어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해가 안 되는데. 차원 무덤은 신력만 있으면 갈 수 있잖아. 아, 설마 신력이 모자란 건가?”


아델이 묻는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차원 무덤에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신력만 있다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게 차원 무덤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입성 여부가 아니다.


“아닙니다. 차원 무덤이야 아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일정 신력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으니까 문제가 안 됩니다. 하지만 차원 무덤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신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사라지기 마련이죠.”

“그렇지. 그런데?”

“제가 원하는 능력이 차원 무덤 어느 위치에 있는지만 알려주십시오.”


아델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진다.

제대로 박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바로 거절하지는 않았다. 희망이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숨기며 기대감을 애써 숨긴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결과를 기다렸다.

시간이 길어진다.

긴 침묵 속에 방 안에 있던 시계의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만 들려온다.


“애매해.”


그 순간 아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애매하다니?

속으로 의문을 가진 채 아델을 쳐다보니 그녀를 팔짱을 낀 채 혼잣말을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 혼자 결정이 안 되겠는데? 위치 정도야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이게 과연 경우를 벗어나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러면 어떻게···.”

“일단 보류. 나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니야.”


시원한 대답은 아니다.

그래도 완전한 거절 의사는 아니니 기대감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가능성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능력이 뭐야?”

“그건 나중에 완전히 결정이 나면 말해드리겠습니다.”

“당돌하네? 뭐, 좋아. 네 말대로 완전히 결정이 난 이후에 말해도 늦진 않지.”


무사히 넘어간다.

이어서 아델이 팔짱을 풀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다른 건 없지?”

“네. 이제 없습니다.”

“됐어. 그럼 나가 봐. 다음에 내가 다시 부를 테니까 그때 이야기 다시 하자.”


손을 휙휙 저으며 말하는 아델이었고,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리를 숙여 예의를 차린 후 방을 벗어났다.

이어서 내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델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을 닫히는 문틈 사이로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방금 내가 제안한 핸디캡에 대해서 다른 인물들과 논의하기 위해 움직이는 걸 터다.


타악.


문이 닫히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우. 나 실수한 건 없겠지?


손이 땀으로 축축하다.

처음에는 얼마나 황당했는가?

나의 존재를 부정하던 다른 인물들로 인해 윗선이 결정한 조건이자 제안.

까딱했으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다.

그래도 기지를 발휘하여 아무런 힘도 못 쓴 채 실패할 수도 있을 상황을 제 선상으로 북구 시켰다.


“끝나셨습니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앨비스가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델이 있는 방문을 힐끗 쳐다봤다.

중간 관리자.

협상 아닌 협상은 무사히 끝났다고 볼 수 있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사항이 남아 있기도 했다.

결과를 기다리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정상화 시켜야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일하러 갑시다.”


두 달 안에 지구를 내 손안에 주무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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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건의 발생 24.07.21 2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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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바타 24.07.19 4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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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웨이브 24.07.17 60 5 12쪽
8 웨이브 24.07.16 70 4 14쪽
7 영웅의 탄생 24.07.15 81 4 13쪽
6 영웅의 탄생 24.07.14 101 6 11쪽
5 영웅의 탄생 24.07.13 118 4 11쪽
4 나만의 임무 24.07.12 136 4 12쪽
3 나만의 임무 24.07.12 154 5 12쪽
2 Yes or Yes 24.07.12 171 2 12쪽
1 프롤로그 24.07.12 213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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