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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지구의 관리자로 스카웃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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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7.12 22:45
최근연재일 :
2024.07.22 19: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268
추천수 :
50
글자수 :
70,221

작성
24.07.15 15:20
조회
80
추천
4
글자
13쪽

영웅의 탄생

DUMMY

“사,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한 여성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지금 바깥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갑자기 몰려드는 몬스터. 그리고 혼비백산하는 사람들.


주변을 둘러볼 상황이 아니었다.

다들 각자의 안위에만 신경 쓰며 도망치기 바빴다.


“제발! 도와주세요!”

“비켜요!”


여성이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으며 사정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매몰찬 거절이다.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제자리에 쓰러진 여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며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발 머리가 힘차게 흩날린다.

저녁 반찬거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게 잘못이었다.


같이 가면 안 되겠냐는 어린 남동생의 말이 머리에 계속해서 맴돈다.


집이 풍비박산이 났다.


[크레바스]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곧장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늦은 것이다.


“누··· 나. 난 괜찮··· 으니까 누나라도 도망쳐.”

“하민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할까?


집이 풍비박산이 나기는 했지만, 아직 하민이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것뿐이지 언제 목숨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조그마한 몸이 내려앉은 주택 천장에 깔려 있었다.


심지어 복부 근처에 무언가에 찔렸는지 피도 흥건하다.


숨을 힘겹게 내쉬며 얼굴에 핏기도 사라지고 있었다.


“누나가··· 누나가 구해줄게. 누나가 구해 줄 테니까···.”


10살 넘게 차이 나는 하민이 누나이자 이 집의 가장인 유하는 눈물, 콧물 다 흘려가며 자신의 남동생을 깔고 있는 철제를 떼놓기 위해 온 힘을 줬다.

하지만 역시나 역부족이다.


“제발! 제발!”


긴박감이 흐른다. 아무리 힘을 줘도 움직이지 않았다.


쾅! 쿠르릉!


주변에 있던 건물들이 무너지는 소리를 포함하여 여지 저기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뒤이어 사람들의 비명까지 합치며 유하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분명 몬스터들이 한 번 휩쓸고 간 상황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몬스터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았다.


“왜! 왜 여기서 이러는 건데!”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크레바스’라는 것을 TV나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두 눈으로 겪는 건 처음이었다.


안일했다.


자신의 주변에서 이런 일을 벌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조심했어야 했다.

이런 일이 주변에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했었다.


쿵! 쿵!


사람들의 비명에 겹치는 엄청난 굉음이 들려온다.


몬스터의 발걸음 소리.


심장 소리가 점점 커졌다.

시간이 없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누나··· 빨리··· 빨리 가.”


하민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유하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하민을 쳐다봤다. 하민은 그 와중에 유하에게 죄책감을 주기 싫은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 원망··· 안 해. 아니, 오히려··· 여기서··· 나 구하려다··· 같이 죽으면··· 그때는 진짜··· 가만 안 있을 거야.”


10살 넘게 차이 나는 남동생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중학생이 된다며 들떠 있던 동생이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 없이 유하의 말을 따라주며 일찍이 또래들과 달리 일찍이 철이 들었던 동생이었다.

눈물이 미친 듯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뻔히 보이는 절망적인 결말을 이대로 지켜보기 힘들었다.


“정유하!”


그 순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 듣는 목소리다. 그런데 이상하게 뭔가 익숙하다.

유하는 여전히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목소리가 들린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정신이 도망치고 있는 모습.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하지만 웃긴 건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아주 여유로운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거다.


“선··· 배?”


유하는 몸을 살짝 떨었다.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호칭이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 ‘선배’라는 단어가 낯설지가 않았다. 그리고 유하에게서 ‘선배’라는 대답을 들은 남성은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번에도 도망갈 거야?”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유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성을 쳐다봤고, 남성은 짧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유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유하. 한 번이면 족하잖아.”

“무, 무슨 소리를···.”

“이번에는 동생 살려야지.”


유하의 눈이 저절로 커졌다.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유하는 곧장 고개를 돌려 하민을 쳐다봤다.

어느덧 정신을 잃고 눈을 감고 있는 하민의 모습이 들어왔다.


“하민아! 하민아! 정···.”


머리가 순간 지끈거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이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앞을 봐!”


남성의 외침이 들려온다.


유하는 여전히 전해지는 고통을 애써 참으며 힘겹게 눈을 뜨며 남성을 바라봤다.

쌍커풀이 없는 눈에 범생이 같은 얼굴.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선택해. 이대로 또 도망칠 거야?”

“아까부터 무슨··· 으윽!”


유하는 미칠 것 같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이 아까부터 괴롭히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앞에 있는 남성은 이런 유하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으며 계속해서 그녀를 몰아놓고 있었다.


“이번에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요!”


유하는 고통을 애써 참아내며 소리를 질렀다.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도망친다니? 뭐를?


그런데 이상했다. 남성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도 머리지만 가슴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울렁거린다.


가슴 깊숙이 있던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퉁.


그때 무언가가 유하의 앞에 떨어졌다.


“껴.”


단호한 남성의 목소리에 이끌리듯 유하는 떨어진 물건을 쳐다봤다.


은색으로 되어 있는 장갑이다.


정확히는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마력석’을 이용해 만든 특수 건틀렛이었다.

처음 보는 물건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이어서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손을 움직여 장갑을 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방금까지 유하를 괴롭히고 있던 두통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거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유하는 눈을 크게 뜬 채 자신의 손과 앞에 있는 남성을 번갈아 쳐다봤다. 지금껏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던 남성이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자. 이제 움직여야지.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맞서는 거야.”


유하는 흐르고 있던 눈물을 변형된 장갑으로 억지로 닦아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피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거다.


“제가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약해지고 있던 두통이 어느덧 사라졌다. 지금은 오로지 투쟁만이 머리에 가득 차 있는 상태다.

유하가 질문을 던지자 남성은 앞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앞에 뭐가 보여?”

“··· 몬스터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처음 보는 형체의 여러 몬스터들이 날뛰며 가까워지고 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쿵쾅거리고 있던 심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이유인지 일정한 심박 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맞서 싸우는 거야. 피하지 않고 이겨내. 그리고 네 걸로 만들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 남성이다.


유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앞으로 걸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몬스터와의 거리를 오히려 더 가깝게 만들고 있었다.


어느덧 조금 떨어져 있던 남성을 지나쳐 준비 자체를 취했다.


나도 모르게 취한 자세다. 그런데 전혀 낯설지 않다. 몇 년이나 이런 행동을 해온 것 같은 편안함마저 들었다.


“유하야. 넌 잘할 거야.”


그때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대답.

별거 아니었지만 유하의 심장을 송곳으로 찌르는 기분이었다.


몸을 돌렸다.


방금까지 있었던 남성이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


“차··· 진우 선배?”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그의 이름이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

다만, 유하는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크아아악!


어느덧 코앞까지 몬스터가 엄청난 콧김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유하는 다시 준비 자세를 취하며 손에 힘을 줬다.


그렇게 다가오고 있던 몬스터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기를, 몸에 커다란 점이 보였다.


이상하게 눈에 확 들어오는 까만 점.


목표가 생겼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곳만 노리자.


저기만 미친 듯이 가격하는 거다.


쾅!


단 두 번.


주먹 두 방에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며 몬스터가 힘없이 쓰러졌다.


***


“성공했네.”


나는 화면에 보이는 광경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꿈속에서 깨지 못한 정유하가 각성한 자신의 능력으로 몬스터를 학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흐뭇했다.


물론, 처음에는 화들짝 놀랐다.


[크리티컬]이라는 특수 능력이 이 정도로 큰 위력을 발휘할지 몰랐다.


단순 치명타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그냥 병기잖아.


주먹에 폭탄을 심어 놓은 것 같았다. 내가 따로 몬스터 처단용 건틀렛을 주기는 했지만, 파괴력이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괜히 각성자, 각성자 하는 게 아니라니까.


혀를 가볍게 차며 자신의 능력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정유하를 쳐다봤다.

꿈이기는 하지만, 저 정도로 익숙하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으니 꿈에서 깨어나도 어렵지 않게 자신의 능력을 발현할 수 있을 터다.


“이런 연출을 하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앨비스가 묻는다.

그를 힐끗 쳐다보자 여전히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말투를 보아하니 다른 의도보다는 순수하게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말했다.


“극적이니까.”

“극적이다고요?”

“맞아요. 이러면 머리에 확실하게 남거든요.”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들군요. 상처를 끄집어내는 연출 아닌가요? 오히려 역효과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오? 이건 또 의외잖아?


처음 겪는 일이다.

항상 내가 의문을 가지며 질문은 던지며 앨비스가 대답을 해주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앨비스가 질문을 던지며 내가 답하는 식이었다.


이상하게 감정이 벅찼다.


그래도 굳이 티를 내지 않았다.

뿌듯한 감정은 속으로 담으며 겉으로는 태연하게 대응했다.


“맞아요. 충분히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일로 질 친구가 아니거든요.”

“··· 그게 무슨 소리죠?”

“쟤가 여기 하나는 강한 친구거든요.”


나는 심장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처음 만난 정유하는 폐인 그 자체였다. 동생을 두고 도망치며 목숨을 건재한 그녀는 그때의 상황을 전부 자기 잘못이라 단정 지으며 스스로 옭아매고 있었다. 더군다나 동생을 두고 도망친 것도 모자라 두 다리가 잘리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더 죄책감이 크겠는가?


동생을 버리고 도망까지 쳤는데 온몸이 건사한 것도 아니다.


나였어도 제정신이 아닐 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유하의 잘못은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그 당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고, 그에 따른 결과가 나빴을 뿐이다.


아니, 애초에 좋은 결과가 따를 수 없는 선택지가 주어졌을 뿐이었다.


안타까웠다. 나는 그녀가 이겨내기를 원했다. 그래서 딱 ‘한 번’ 상담을 했는데 이게 전환점이 되었다.


[헌터가 되고 싶어요.]


눈에 불을 켜며 내뱉던 정유하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향수에 잠겼다.


“···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군요.”

“뭐, 사람··· 아니, 인간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닐까요? 이성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게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죠?”

“글쎄요. 저도 제가 무슨 소리를 한 건지 모르겠네요. 그냥 얼마 전까지 인간이었던 작자의 헛소리라고 생각해 주세요. 하하.”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앨비스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손사래를 쳤다.


그것보다 이건 내가 자주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첫 시도였지만 생각보다 성과가 좋다.


꿈을 이용한 강림.


처음이기에 결코 익숙한 건 아니지만 꽤 느낌이 좋다. 몇 번 더 시도해보면 감이 확실히 잡을 수 있는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들었다.

방금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며 나는 문득 고개를 돌려 방에 있던 시간을 확인했다.


[0일, 00:28:21]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끝났다.

웨이브.

지구에서는 크레바스라 불리는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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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웅의 탄생 24.07.13 118 4 11쪽
4 나만의 임무 24.07.12 136 4 12쪽
3 나만의 임무 24.07.12 154 5 12쪽
2 Yes or Yes 24.07.12 171 2 12쪽
1 프롤로그 24.07.12 213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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