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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지구의 관리자로 스카웃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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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7.12 22:45
최근연재일 :
2024.07.22 19: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262
추천수 :
50
글자수 :
70,221

작성
24.07.17 21:20
조회
59
추천
5
글자
12쪽

웨이브

DUMMY

루트와의 만남을 뒤로하며 중간 관리자님과의 면담을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앨비스. 하나 물어볼게요.”


그 와중에 나는 아까부터 가슴속에 담고 있던 의구심을 풀기 위해 앞서 걸어가는 앨비스를 불렀고, 그는 몸을 흠칫거릴 뿐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


“네. 말씀하십시오.”

“아리아라는 분은 왜 공격적인 능력만 골라서 영웅들을 선별했던 거죠?”


아무렇지 않게 걷고 있던 앨비스의 움직임이 멈춘다. 나도 그를 따라 발걸음을 멈췄고, 앨비스는 뒤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 무슨 의도로 질문하시는 거죠?”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런 거예요. 전 몰랐는데 서포팅 능력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저희가 데리고 있는 영웅들은 공격적인 능력만 있어서요.”

“···.”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죠?”


대답이 없다.

생각이 필요한 걸까?

나는 가만히 앨비스의 눈을 쳐다봤고, 앨비스도 나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있다.


“죄송합니다. 저도 자세한 이유는 모릅니다.”


들려오는 앨비스의 대답은 실망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래도 아리아님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얼추 짐작은 됩니다.”

“그게 뭐죠?”

“아리아님은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었거든요.”


강박증?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갸웃거렸다.


“선두. 항상 1등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런 고통을 왜 가지고 계신 건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이런 강박증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공격적인 능력만 사용했다? 이게 더 효율이 좋은 것 같아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지만 앨비스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였다.

단,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서포팅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지구에 있을 피해를 조금이나마 예방 및 방지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인 걸까?


“이 부분에 대해서 미리 말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그때 앨비스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사과를 한다.

뜬금없는 행동이었다. 더군다나 지금껏 그가 보이지 않던 행동이었기에 나는 심히 당황하며 그저 두 눈을 깜빡이며 앨비스를 바라봤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의문도 잠시 앨비스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차진우씨가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압니다. 서포팅 능력이 있는 영웅이 있었다면 분명 피해를 줄였을 수도 있습니다.”


··· 진짜 독심술을 익혔나?


이런 경우를 몇 번 겪긴 했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 생각을 제대로 간파한 앨비스를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기를, 그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생각의 차이라고 봅니다. 아리아님은 공격적으로 움직여 클리어 시간을 앞당기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앨비스는 어떤데요? 진짜 이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세요?”

“···.”


말이 없다.

자신이 생각해도 애매하다는 거다.

나는 앨비스의 반응을 보며 옅게 미소를 지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앨비스를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던 아리아라는 분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방금 앨비스가 말한 대로 강박증이라는 것 때문에 이런 결정을 만약 내린 거라면··· 솔직히 화가 좀 날 것 같네요.”

“그건 아··· 닐 겁니다.”


머뭇거리는 앨비스의 대답.


여전히 애매한 반응.


그도 지금 확신을 못 하고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내가 이 이상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나는 아리아라는 인물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앨비스를 통해, 혹은 소문과 온갖 기록들을 통해 들었을 뿐이다.


천재. 항상 클리어 타임 1등을 놓치지 않는 인물.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닐 터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직접 곁에서 보좌했던 앨비스가 잘 알 것이었다.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하겠지.


하지만 여기서 확실히 할 게 있었다.


“그런데 이거 하나만 확실하게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말씀하시죠.”

“저는 이거 사용할 거예요.”


루트가 나에게 준 특수 능력 계약서를 가볍게 흔들었다.


예지.


공격적인 능력이 아닌 서포팅 능력.


“아리아라는 분은 공격적인 능력만 사용했겠지만 저는 굳이 그럴 생각 없어요. 이렇게 제 손에 오는 서포팅 능력이라던지 다른 서포팅 능력이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구해서 사용할 생각이에요.”

“가리지 않겠다는 건가요?”

“네. 아리아라는 분의 방식이 있는 것처럼, 저도 저만의 방식이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다행히 반발은 없다.


아니, 오히려 쉽게 나의 발언을 수긍하는 앨비스였다.


조금 의외이기는 하지만 뭐, 괜찮겠지.


가볍지 않던 이야기를 적정선에서 잘 끊은 우리는 다시 움직였다.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더 이상의 시간 지체는 없어야 했다.


그렇게 앨비스의 안내에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앨비스가 한 방문 앞에 멈춰 서며 노크를 했다.


“들어와!”


노크를 하자마자 안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앨비스는 익숙하게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왔네? 얼른 들어와.”


대기하고 있었는지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나와 앨비스를 반긴다.

주름이 옅게 있는 중년의 여인.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기는 했지만 젊었을 적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의 고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신도 나이를 먹나?


속으로 의문을 가진 채 눈앞의 중년 여인을 조심히 살펴보고 있기를, 그녀가 문득 나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 중간 관리자 아델이야.”

“차진우라고 합니다.”

“그래. 반가워. 그런데 편하게 말해도 되는 거지?”

“그럼요! 말 편하게 하십시오.”


손을 맞잡으며 아델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그녀를 따라 나도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며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처럼 굴었다.


한국에서 겪었던 서열 사회가 낳은 괴물이라고 할까?


나의 행동에 옅게 미소를 머금은 아델은 곁눈질로 앨비스를 쳐다봤다.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눈치 백단이다.

아무런 말도 없이 눈빛 한 번이 전부였는데 앨비스는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방을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 이거 너무 부담되는데.


방 안에 나와 아델이 전부다.

더군다나 아델은 중간 관리자다.


나와 같은 차원 관리자를 통솔하는 상급자.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일단 앉아.”


손으로 방 안에 있는 소파를 가리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델이 가리키는 좌석에 조심스레 몸을 맡겼다.


“뭐 마시고 싶은 음료 같은 거 있어?”


상석에 앉은 아델이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말했다.


“어떤 게 있죠?”

“뭐, 많지. 31차원에 있는 인간들이 주로 마시는 커피도 있고, 84차원의 인간들이 자주 마시는 전통차도 있고.”


31차원이면 지구다.

그나마 제일 익숙한 커피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해 보였다.


“커피 마셔도 괜찮을까요?”

“마셔. 그러고 보니 네가 31차원 출신이구나.”


싱긋 웃은 아델이 곧장 허공에 손짓한다.

허공에서 익숙한 커피 믹스와 찻잔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놓인다.


“타는 방법은 알지?”

“그럼요.”


모를 리가.


살아 있을 때 지겹도록 마셨던 커피 믹스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위에 있는 커피 믹스를 집은 후, 익숙하게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힘든 건 없고?”


나와 같이 익숙하게 커피 믹스를 타던 아델이 갑자기 질문을 던진다.

나는 국룰과도 같은 커피 믹스 봉지로 커피를 휘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당장은 딱히 힘든 건 없네요.”

“그래? 앨비스가 잘 해주나 봐?”

“네. 뭐, 잘해주죠. 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자 아델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자기가 탄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여유가 돋보이는 모습.

나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기를, 아델이 마시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너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뭐일 것 같아?”

“···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음. 그러면 네가 특이 케이스인 건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네가 왜 특이 케이스로 뽑힌 줄은 알아?”

“제 선임자였던 아리아라는 분이 저를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아. 아리아가 부득이하게 특수부로 빠지게 되면서 다른 관리자가 필요하게 됐는데 그걸 네가 꿰차게 됐지. 쉽게 말하면 낙하산이야.”


낙하산도 낙하산 나름이다.

나는 이 자리를 원해서 온 게 아니다.

거의 반강제적으로 온 자리였고, 방금 아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자리도 자리였고, 상관인 그녀에게 나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순 없었다.

곧장 표정을 풀며 이어지는 아델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었다.


“원래라면 그 자리를 밑에 있는 애들이 꿰차야 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었어. 그리고 1순위는 앨비스였는데 앨비스가 극구 반대를 하더라고.”

“앨비··· 스요?”

“그래. 그런데 반응 보니까 앨비스가 따로 말 안 했나 보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델이 추측대로 앨비스한테 따로 들은 기억이 없다.


왜?


물론, 이유는 많을 터다. 괜히 나를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까먹은 걸 수도 있다.

이유는 많다.


“뭐, 이거 관련해서는 나중에 직접 한 번 물어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앨비스를 제외하고도 밑에 애들이 많단 말이지. 밑에서 차곡차곡 올라오던 애들도 있고, 아니면 근신이나 좌천당했던 애들도 있었어. 그런데 앨비스가 이 자리를 거부하니까 아리아가 밑에 있던 애들 다 무시하고 너를 딱 추천했어. 영웅 출신의 반신도 아니야. 그렇다고 해서 영웅도 아니지. 그냥 자기가 맡고 있던 차원의 일반인.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뭐라고 대답한 줄 알아?”

“기억력이 좋고, 응용력이 탁월하다.”

“이건 앨비스한테 들었나 보네. 그래. 맞아. 딱 그 소리를 하더라고. 그런데 난 아무리 봐도 이유가 부실하단 말이야. 분명 더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이야.”

“그러면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저를 부르신 건가요?”


충분히 납득 할 만한 이야기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왜 이런 자리를 맡게 됐는지 이해가 안 되거든.

하지만 아델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이어지는 아델의 대답은 나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아니, 그건 부수적인 이유야.”

“··· 그럼 어떤 이유로 부르신 거죠?”

“일단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하면 난 네가 그 자리에 오는 거 반대했어. 그런데 윗선에서는 그냥 통과를 시키더라고. 이런 전례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성과가 항상 좋았다면서 말이지.”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뭘까?

당최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를 부른 다른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아무리 봐도 머리에 확 꽂히는 건 없다.


“그런데 이런 윗선의 결과를 밑에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느냐··· 그건 또 아니라는 거야. 온갖 항의가 들어왔고, 이걸 본 윗선들이 제안을 하나 했어.”

“그게 뭐죠?”


나의 물음에 아델은 손가락 2개를 펼치며 말했다.


“평가를 두 가지로 나눈다.”


두 가지?


하지만 뒤이어지는 아델의 대답에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었다.


“클리어 타임. 그리고 피해의 정도.”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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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24.07.17 60 5 12쪽
8 웨이브 24.07.16 69 4 14쪽
7 영웅의 탄생 24.07.15 80 4 13쪽
6 영웅의 탄생 24.07.14 100 6 11쪽
5 영웅의 탄생 24.07.13 118 4 11쪽
4 나만의 임무 24.07.12 135 4 12쪽
3 나만의 임무 24.07.12 154 5 12쪽
2 Yes or Yes 24.07.12 170 2 12쪽
1 프롤로그 24.07.12 212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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