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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지구의 관리자로 스카웃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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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7.12 22:45
최근연재일 :
2024.07.22 19: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263
추천수 :
50
글자수 :
70,221

작성
24.07.12 22:50
조회
135
추천
4
글자
12쪽

나만의 임무

DUMMY

당황의 연속이다.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앨비스의 대답에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농담? 아니면 나를 시험하는 걸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내가 파악하고 있는 앨비스의 성격상 이런 것으로 농담을 하거나 사기를 칠 인물은 아닌 것 같았다.

진심이자 진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추가로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시 차진우씨는 좌천되게 될 겁니다.”

“좌천이요?”

“위원회가 열리게 되죠. 그런데 차진우씨 같은 경우는 특이 케이스이므로 패널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특이 케이스는 또 뭐죠? 뭐 때문에 제가 패널티를 받아야 하는 겁니까?”


따지듯 묻는다.

그만큼 감정이 격해져 있었다. 하지만 앨비스는 나의 날 선 감정을 가만히 지켜 볼 뿐이었다.


“잠시 따라오십시오.”


앨비스가 갑자기 몸을 돌린다. 방 안에 있던 또다른 문을 향하는 그를 보며 나도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를 따라나섰다.


그래. 일단 한 번··· 이건 또 뭐야>


끝을 알 수 없는 새하얀 공간이 가득 차 있는 모습.

뭐라고 할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마치 한 만화에 나오는 시간과 정신의 방을 보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놀랄 힘도 없다.

애초에 이해할 생각을 바란 게 잘못이었다.


여긴 현세가 아니다.


신계다.


생각을 달리 할 필요를 느끼며 앨비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는 또 뭐죠?”

“지구의 축소판입니다.”

“···.”

“저는 권한이 없으니, 차진우씨가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뭐를요?”

“바닥에 손을 가져다 대시겠습니까?”


바닥?


의문을 가지면서 우선 앨비스가 말하는 대로 움직였다.


부웅.


바닥에 손을 대자마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바닥에서 갑자기 불빛이 생성되며 공간이 변하기 시작했다.

도화지 같던 공간이 가지각색의 색으로 변한다. 더불어 변한 공간은 어느덧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의 모양새가 되었다.


허허. 미쳤네.


이 이상 놀랄 힘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곳에 온 이후로 가장 많이 놀란 것 같다.


“여기서 지구의 상황 및 영웅들을 지켜보실 수 있습니다. 아, 지구에서는 영웅들을 각성한 헌터라고 부르던가요?”

“각성자요?”

“예. 신계에서는 그들을 영웅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신들은 그들을 관리하고 각자가 맡은 차원을 지켜야 하죠.”


지구를 지켜달라는 게 이런 거였어?


침을 삼키며 바닥에 보이는 지구를 바라본다.

사진이나 영상 속에서만 봤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름답다.

처음 든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지구가 나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울렁거렸다.


“왜 저죠?”

“아리아님의 선택이었습니다.”

“아리아라는 분이 제가 오기 전 지구를 관리하셨던 분이죠?”

“그렇습니다.”

“그래요. 그 사람이··· 아니, 사람이라고 불러도 되나? 여하튼 그분이 저한테서 뭘 보고 이런 중대한 업무를 맡기신 거죠?”

“저도 의문이군요. 다른 선택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차진우씨를 꼭 짚어서 이야기하시더군요.”


고개를 저으며 답하는 앨비스의 모습에 나는 신음을 삼켰다.


선택지도 많았다면서 왜 하필 나인 거지?


앨비스도 모르는 걸 나라고 알 방도가 없었다.


“그래도 이 말씀을 하시더군요. ‘기억력이 좋고, 응용력이 탁월하다.’라고 말이죠.”

“아리아라는 분이요?”

“네. 딱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내가 그랬던가?


앨비스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억력이 좋은 건 인정. 한 번 보거나 들은 건 쉽게 까먹지 않는 선천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 그래서 내가 헌터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반대를 했고, 오히려 그들을 뒤에서 조력하는 연구원이나 되는 것을 추천하며 강요했다.


그런데 응용력은 잘 모르겠단 말이지.


아리아라는 사람(?)이 도대체 나에게서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약간 의문이 드는 평가였다.


“평가가 좀 의외이기는 하지만 우선 좋게 봐주신 바람에 제가 여기에 있다는 건 알겠네요.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이런 중대 상황을 맡기는 게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여기까지 온 이상 이 모든 상황이 거짓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일단 순응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다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딱 봐도 쉽지 않은 일이고, 이걸 내가 잘해나갈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없다는 표정이 지어진다. 하지만 앨비스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나왔다.


“괜찮습니다. 아리아님이 워낙 기반을 잘 다져 놓으셔서 당분간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겁니다. 차진우씨는 그동안 시간을 벌면서 아리아님이 만들어 놓은 토대를 이용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시면 됩니다.”


아리아라는 인물의 신뢰도가 상당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자부심까지 느껴지는 앨비스의 대답에 괜히 내가 쫄린다. 그리고 문득 여기에 오기 전 루트가 우리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퍽이나. 아리아가 워낙 잘했어야지. 너희는 본전만 쳐도 손해야]


압박감이 상당하다. 선임자인 아리아가 얼마나 일을 잘했으면 이런 말을 오고 가겠는가?


이거 괜히 미끄러졌다가 난리 나겠는데.


긴장감이 감돈다.

나는 바닥에 보이는 지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제가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51웨이브. 모든 차원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시련입니다. 그리고 아까 제가 말한 대로 지금 지구는 18웨이브가 진행된 상황이고, 19웨이브까지 2일 10시간 23분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각성한 헌터라 불리는 영웅들을 이용해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앨비스의 설명을 들으니 머리에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게임 하나가 있었다.


디펜스 게임 같은 건가?


표현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보다 탁월한 비유도 없을 터다.

정해진 시간에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걸 캐릭터를 이용해 막는다.


디펜스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이다.


다만 해당 장소가 지구라는 것과 캐릭터가 지구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시선이 밑으로 향한다.


손에 있던 종이뭉치.


여기에 단서가 있을 터다.


“그걸 보시기 전에 이걸 먼저 보시죠.”


나의 시선을 확인한 앨비스가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행동을 제재하며 바닥을 가리켰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닥을 쳐다본다. 뒤이어 앨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고 싶은 곳을 말해주시겠습니까?”

“아무 곳이나요?”

“네. 상관없습니다.”


갑자기 왜 저러지?


그래도 속는 셈 치고 머릿속으로 떠오른 장소를 내뱉었다.


“서울.”


대답과 동시에 공간이 또 변하기 시작한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고 있던 공간이 하늘에서 지구로 바뀌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마치 실시간 위성 사진 및 동영상을 보는 기분이다.


“구체적인 장소까지 말해보시죠.”


이어지는 앨비스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광화문.”


공간이 다시 변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변화의 차이가 있었다.

지금껏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방식의 형태로 공간이 변했다면, 이번에는 마치 내가 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로 앞에 있는 조금 전에 말했던 광화문이 보였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들도 보인다.

실시간 거리뷰를 보는 기분. 그것도 4D로 말이다.


이거 대박이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에 집회한다고 하는데 너도 참가할 거야?]

[아, 이번에 장민우한테 억울하게 죽은 헌터 말이지? 참 그 사람도 안됐어. 그냥 구경하고 있다가 날벼락 맞은 꼴 아니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주제가 심상치 않다.


이거 내 이야기 아니야?


눈이 절로 크게 떠졌다.

이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진짜로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는 걸 내가 코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거다.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앨비스를 쳐다봤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설명을 이어갔다.


“이 공간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이걸 활용해서 지구의 상황을 지켜보시면 됩니다.”

“실시간인거죠?”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앨비스를 보며 나는 신기하듯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보이지 않는지 각자 자기 갈 길을 가며 움직이고 있는 모습.


“지구에 지금 몇 명의 영웅이 있는지 아십니까?”


그때 이어지는 앨비스의 질문.

다시 시선을 돌려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각성한 헌터를 말 하시는 거면 지금 31명 있죠.”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다.

확신에 찬 대답.

그만큼 평소에 헌터를 동경했던 나였고, 특히나 각성한 헌터 같은 경우는 취미나 특기가 무엇인지 줄줄이 말할 정도로 푹 빠져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보니 완전 덕후였네.


괜히 창피해진다. 하지만 창피함도 잠시 이어지는 앨비스의 대답은 너무나도 의외였다.


“틀렸습니다. 지금 지구에 존재하는 영웅은 총 35명입니다.”

“예? 31명이 아니고요?”


그럴 리가. 분명 31명 맞는데?


“아닙니다. 아리아님이 관리하고 있던 영웅은 총 35명입니다. 그리고 차진우씨가 모르시는 영웅이 누군지도 대충 짐작이 되는군요.”

“설마 미등록자?”

“지구에서는 그렇게 부르기도 하더군요.”


와. 헌터로 등록 안 한 각성자가 있다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케이스다. 헌터는 많은 사람이 동경하는 대상.

부와 명예. 많은 것들을 손에 쥘 수 있었고, 이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헌터를 꿈꾸며 헌터가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의심이 없었다.

각성자는 헌터일 것이라 안일하게 단정 짓고 있었다.


잠깐. 그러면 숨은 의인이나 얼굴 모르는 해결사가 이런 사람들 아니야?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이야기다.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앨비스를 바라봤다.


“그러면 제가 미등록자 각성자··· 아니, 영웅들을 확인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추가로 다른 영웅들의 정보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지구의 관리자는 차진우씨니까요.”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나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지금껏 미지로 남아 있던 인물들을 알 수 있다는 것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아리아님이 관리하던 영웅은 이걸 보시면 쉽게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앨비스가 허공에 손짓하자 새로운 종이 뭉치가 나타나더니 그걸 나에게 건넨다. 마법과도 같은 현상이다. 하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


하도 이상한 걸 지금껏 봐서 그런지 이제는 저런 것도 그러려니 하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나는 앨비스가 건네는 종이를 그 자리에서 훑어봤고, 내가 파악하고 있던 익숙한 이름들이 즐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 이건 뭐야?


“그런데 이건 백지인데요?”


영웅들의 정보를 가볍게 훑던 중 가장 앞서 다른 것과 마지막 종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가 있었다.

내가 백지를 가볍게 흔들자 앨비스는 나와 종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차진우씨가 채워 넣으시면 됩니다.”

“제가요?”


눈을 깜빡이며 묻자 앨비스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고, 신계에 올라온 이후 나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업무이자 임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차진우씨가 원하는 36번째 영웅이 그 페이지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영웅은 신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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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관리자로 스카웃 당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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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건의 발생 24.07.21 2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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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영웅의 탄생 24.07.15 80 4 13쪽
6 영웅의 탄생 24.07.14 100 6 11쪽
5 영웅의 탄생 24.07.13 118 4 11쪽
» 나만의 임무 24.07.12 136 4 12쪽
3 나만의 임무 24.07.12 154 5 12쪽
2 Yes or Yes 24.07.12 170 2 12쪽
1 프롤로그 24.07.12 212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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