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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지구의 관리자로 스카웃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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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7.12 22:45
최근연재일 :
2024.07.22 19: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266
추천수 :
50
글자수 :
70,221

작성
24.07.12 22:50
조회
170
추천
2
글자
12쪽

Yes or Yes

DUMMY


나는 죽었다.


아주 어이없는 죽음. 헌터의 기합 한 방에 머리가 터져서 죽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말 그대로 개죽음.

정말 웃기는 상황이었다. 나도 나름 잘 나가는 B급 헌터였었다. 하지만 각성을 한 S급 헌터에게는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초보나 마찬가지였다.

비각성자 헌터의 비애.

차라리 몬스터와의 전투중에 전사를 했더라면, 억울하지는 않았을 터.


쓰레기 자식. 거기서 그걸 왜 던져서!


시작은 미약했다.

한국에 3명밖에 없는 S급 헌터들이 동시에 회동한다는 소식에 나는 그들을 보기 위해 협회 근처에서 대기하며 기다렸다. 평소에 그들을 동경하던 나였기에 기다림의 시간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약속의 시간이 다가왔다.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3명의 남녀. 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멀리서 영접을 한 게 다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심장이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졌을 정도였다.


협회로 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그런데 여기서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런 씨발! 눈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근육질 몸매의 남성이 청소하고 있던 아주머니와 부딪쳤고, 옷에 무언가가 튀었는지 욕설을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지만, 그의 눈에는 뵈는 게 없었다. 아주머니가 들고 있던 빗자루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바닥에 던지기 시작한 것.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S급 헌터 장민우.

그는 집는 물건마다 무기가 되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각성자였다. 그런데 그가 빗자루를 집어 던졌다? 빗자루가 아니라 쇳덩이가 바닥에 튕기기 시작했고, 어느덧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까지 온 빗자루··· 아니, 무기였다.

피할 수 없었다. 아니,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냥 멍한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고, 빗자루로 둔갑한 쇳덩이 무기는 그대로 나의 머리에 직격 했다.


빡!


기억의 끝.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것보다 어이없는 죽음도 없을 거다.


인성이 개차반이라는 소문이 있기는 해도 나는 그걸 옹호하면서 응원했는데··· 진짜 개쓰레기 자식이었잖아.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장민우 헌터에 대해서 온갖 커뮤니티 및 언론들이 평가는 최악이었다. 그의 인성을 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 정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헌터였다. 그래도 나는 그를 믿었다. 응원했다. 그런데 그 소문이 진짜였다. 눈앞에서 쓰레기짓을 하는 것을 지켜봤으니 이미 말 다 한 거였다.

다만, 문제는 너무 깨달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영혼 번호 8282번.”


그때 상념을 깨트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손에 들고 있던 접수표를 확인하자 ‘8282번’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네! 여기 있습니다!”


나는 곧장 손을 들며 나를 부른 접수원을 향해 다가갔다.


“8282번 맞으세요?”

“네. 여기 접수표.”

“잠시만요.”


접수원 앞에 다가선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말은 되게 부드러워도 접수원의 행색이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검은 양복에 차가운 눈빛 그리고 창백한 표정.


지옥이 이렇게 생겼을 줄은 몰랐는데.


내가 상상하던 지옥과는 전혀 딴판으로 생겼다. 물론, 여기가 완전한 지옥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조금 전 나를 여기로 안내한 ‘저승사자’의 말로는 이곳은 지옥으로 가기 전 죄목을 따지는 경계선이라고 했다.

즉, 아직은 지옥이 아니라 지옥으로 가기 전의 간이 대기실 정도로 보면 되는 거였다.


“어···? 선배님. 이거 좀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때 내 앞에서 내 접수표를 받은 접수원이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뜨며 누군가를 찾기 시작한다.


뭐지? 갑자기 왜 이래? 나 죄 없이 살았는데. 아··· 아니다. 어렸을 적에 공중화실에 휴지 빼서 들고 튄 적이 있긴 한데··· 아! 또 있다.


덩달아 나도 당황하며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죄를 지었는지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이거 보세요. 뭔가 이상해서요.”


근처에 있던 선배가 다가와 접수원이 가리키는 화면을 쳐다보더니, 그도 접수원을 따라 당황하며 말까지 더듬었다.


“어···? 이거 왜 이래? 너 제대로 입력한 거 맞아?”

“맞아요. 접수 번호 8282번. 그리고 사진이랑 일치하잖아요.”

“끄응. 그렇긴 한데··· 이봐요.”

“···.”

“이봐요!”

“죄, 죄송합니다!”

“··· 네?”


순간 정적이 찾아온다.

나는 뒤늦게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달으며 빠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몇 가지만 좀 물어보려고요.”

“··· 마, 마음껏 물어보시면 됩니다.”


올 게 왔다.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손바닥을 허벅지 위에 쓸어내리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름이 차진우 맞아요?”

“어··· 그, 그렇죠. 맞아요.”

“국적은 한국이고. 나이는 97년생?”

“네. 맞습니다.”

“봤죠? 이상 없죠?”

“그렇네. 그런데 이게 갑자기 왜 이러지?”


내 대답에 접수원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선배라 불린 사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낀다.


··· 뭐지?


어리둥절하다.

살아생전 있었던 죄목 같은 것에 관해서 물을 줄 알고 손바닥에 땀까지 흘리며 긴장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되게 허무할 정도로 질의응답이 끝났다.


“있어 봐. 내가 윗선에 연락 좀 해볼게.”


그때 선배라고 불린 접수원이 자리를 비운다.

어색한 기류가 감돈다.

나는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몰라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비웠던 남성이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표정이 이상하다.


“V, VIP다.”

“VIP요?”

“신계 손님이야. 지금 안에서 염라대왕님이랑 신계 쪽 담당자 한 명 기다리고 있어.”

“헉! 그럼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하더라. 차진우씨 일단 저 따라오시겠어요?”

“저요?”

“네. 설명은 나중에 들으시고 일단 저 따라오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하는 그의 모습에 홀린 듯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묻고 싶은 건 엄청나게 많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염라대왕이라는 이름과 신계라는 소리가 주는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앞에 있는 접수원들의 표정도 가관이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

지금은 그들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는 게 최선이며 탈이 없을 터였다.

군말없이 따라 나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 하나를 앞에 두고 발걸음을 멈췄다.


똑똑.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는지 안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장 문이 열렸다.


와. 미쳤다. 진짜 잘생겼네.


크지 않은 집무실을 마주한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아주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한 남성이었다.

티끌 하나 없는 새하얀 백발에 이국적으로 생긴 남성.

화면으로 숱하게 봤던 연예인들이 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외모의 소유자였다.


반면에 이 사람은 조금 무섭네.


시선을 돌린다. 혼자가 아니었다. 잘생긴 사내의 옆에는 멋들어진 수염과 배가 툭 튀어나온 게 아저씨가 있었다. 눈빛도 꽤 무섭다. 그런데 재밌는 건 첫인상이 전부였지만, 염라대왕과 신계에서 온 담당자가 누구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오. 그래. 이 친구가 이번에 온 차진우라는 친구?”

“네. 염라대왕님. 영혼 번호 8282번 맞습니다.”


역시나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나를 호기심 깊은 얼굴로 쳐다보며 묻는 염라대왕이었고, 나와 같이 이곳에 온 선배 접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을 시켜준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염라대왕을 쳐다봤다. 그는 고개를 돌려 앞에 있던 잘생긴 사내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 친구 맞습니까?”

“맞습니다. 제대로 데리고 오신 것 같군요.”

“하하. 다행이네요. 그럼 넌 그만 돌아가 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염라대왕이 나를 데리고 온 선배 접수원을 향해 손을 휙휙 젓는다.

돌아가라는 신호.

그는 허리를 숙이며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이런 와중에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그의 눈빛이 수많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안쓰러움. 불쌍함 등.


아, 안 돼!


쾅.


유일하게 내 편(?)이었던 자가 떠나갔다.

나는 닫힌 문을 절망 어린 시선으로 멍하니 바라봤다.


“거기 멀뚱멀뚱 서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앉아.”


이런 와중에 염라대왕이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건드리며 권유한다. 나는 정신을 바짝차리며 그가 권유한 자리에 다가가 앉았다.


거절하면 어떻게 될 줄 몰라.


빠르게 움직일 필요성을 느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자자. 간단하게 인사부터 할까? 반가워. 난 염라야.”

“바, 반갑습니다. 최진우라고 합니다.”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두툼한 손길이 온몸의 털을 쭈뼛하게 만든다.

염라대왕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사내를 가리켰다.


“그리고 여기는 신계에서 온 앨비스 담당관님.”

“반갑습니다. 앨비스입니다.”

“··· 최진우라고 합니다.”


앨비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신계 담당자가 나를 향해 목례한다.

차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그 때문인지, 나는 괜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내 앞에 두툼한 종이뭉치가 툭 튀어나왔다.


“사설은 짧게 하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 예?”

“지금부터 최진우씨는 저를 따라 신계로 가시게 될 겁니다.”

“···.”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신계에서 지켜야 하는 항목이니 앞으로 숙지해서 어기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만약 어기게 되면 제가 되게 귀찮아지거든요.”

“아, 아니 잠시만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신계는 또 뭐고, 제가 거기는 왜 가야 하는 거죠?”


당황스럽다. 이유 같은 건 설명 하나 없이 다짜고짜 신계니 뭐니 떠들며 숙지하라고 한다. 당황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앨리스라는 작자를 쳐다보며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찻잔을 가볍게 들이키며 태연하게 말을 내뱉었다.


“신계는 신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그리고 최진우씨가 신계에 가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추천서가 있었거든요.”

“추천서요?”

“지구를 관리하는 신이 계셨는데 그분이 갑작스레 특수부 쪽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최진우씨를 추천하더군요. 자신을 대신할 후임자가 최진우씨였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그분은 누구시죠?”

“들으면 아십니까?”


신음을 삼키며 입맛을 다신다.

그래도 돌아가는 꼬락서니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원래 담당자가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자리를 채울 후임자가 필요한 것. 그리고 내가 그 후임자의 자리에 추천을 받았다는 것.

하지만 그거 아는가?

추천은 추천일 뿐 거부권은 당사자가 들고 있다는 거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이런 건 당장 거부를 해야···.


“거부권은 없습니다.”

“예?”


죽고 난 이후로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마 ‘예?’일 거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당황하는 나와 다르게 아주 평온하게 나를 쳐다보던 앨비스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도 만약 거부하신다면 저는 여기서 당신을 바로 기절시켜서 신계로 데리고 갈 예정입니다. 그러니 잘 생각하고 답하시길 바랍니다.”


그가 원하는 대답은 하나다.


Yes or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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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영웅의 탄생 24.07.15 80 4 13쪽
6 영웅의 탄생 24.07.14 101 6 11쪽
5 영웅의 탄생 24.07.13 11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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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만의 임무 24.07.12 154 5 12쪽
» Yes or Yes 24.07.12 171 2 12쪽
1 프롤로그 24.07.12 213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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