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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지구의 관리자로 스카웃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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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이아
작품등록일 :
2024.07.12 22:45
최근연재일 :
2024.07.22 19: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260
추천수 :
50
글자수 :
70,221

작성
24.07.12 22:50
조회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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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나만의 임무

DUMMY

나는 신음을 삼키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협박이다. 그런데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앨비스라는 담당관이 주는 압박감이나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눈치를 보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순순히 저를 따라 신계로 가시겠습니까?”


앨비스가 다시 묻는다.

입맛을 다시며 눈치를 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염라대왕이 손을 들며 중재에 나섰다.


“흠. 지금 위 쪽 상황이 급한 건 알겠는데, 그래도 설명 정도는 하고 데리고 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그냥 데리고 가서 반발심이 일어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되지 않을까요?”


오··· 오오! 내 편이 나타났다.


염라대왕의 수염이 이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나는 존경의 눈빛으로 염라대왕을 쳐다보며 다시 앨비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염라대왕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하하. 돕고 돕는 사회 아니겠습니까. 자자. 그러면 전 이만 여기서 빠질 테니 이야기 잘 나누시고 부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깥으로 향한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염라대왕이 나가는 걸 지켜보고 있기를, 그는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래! 이렇게 가면 안 되는 거 아니겠어?


“고생해.”

“··· 네?”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의 어깨를 두들기는 염라대왕의 두툼한 손이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졌다.


안 돼! 어디 가는 거야!? 그리고 뭘 고생하라는 건데!


이렇게 또다시 내 편(?)이 떠나간다. 망연자실. 눈빛이 떨렸고, 나도 모르게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차진우씨.”


감정 하나 담겨 있지 않은 앨비스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나는 힘이 잔뜩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 네.”

“너무 상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차진우씨한테는 이게 더 좋은 길일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이대로 있다가는 온갖 죄목을 붙여가며 고통을 받을 예정이었으니까요.”

“전 그렇게 많은 죄를 짓지 않았어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옥이라는 게 원래 그렇습니다. 기억 속에 없던 죄도 끄집어내고, 조그마한 죄도 잡아내는 곳이거든요.”

“···.”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랑 같이 신계에 가셔서 맡으신 일을 제대로 이행하시면 보상도 따라오게 될 거고요.”

“보상이요?”

“차진우씨가 원하는 것. 일명 소원권이 생기게 될 겁니다.”

“소, 소원권이요?”


목소리가 떨린다.


진심일까, 거짓일까?


상당히 의심스럽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소원권이라는 게 아무거나 다 되는 건가요? 환생이나 뭐 이런 것도 전부?”

“네. 다 됩니다.”

“진짜요?”

“지금 저희가 가는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신계.


갑자기 이해가 확 된다. 신빙성이 없던 이야기도 한순간에 신뢰가 생긴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여기에 있으면 평생 지었던 조그마한 죄도 찾아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신계에 가면 고통은 뒤로하고, 오히려 나한테 맡은 임무만 완수하면 소원권을 받게 된다.


이거 당연히 신계에 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왜 이렇게 느낌이 안 좋지?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몸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거절할 명분이 없다. 아니, 오히려 지금 이 상황에서 거절하는 게 바보였다.


결정했다.


“알겠어요. 따라갈게요.”

“좋은 선택이십니다.”


처음으로 앨비스가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나는 이 미소가 왜 이렇게 섬뜩해 보일까?

몸이 살짝 떨리는 걸 감추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저는 뭘 하면 되는 거죠?”

“자세한 이야기는 신계에 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일단 그거 잘 챙기시고요.”


테이블 위에 있던 종이 뭉치를 가리키는 앨비스.

신계에서 지켜야 하는 항목 같은 걸 정리한 거라고 했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뭉치를 챙겼고, 앨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럼 움직이겠습니다.”


반응할 틈도 없었다.

눈을 크게 뜨며 다가오는 앨비스를 멍하니 지켜보기를, 그는 어느덧 가까이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조그맣게 외쳤다.


“전송.”


***


“··· 말도 안 돼.”


나는 지금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입을 쩍 벌린 채 두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눈을 비벼도 바뀌는 건 없었다.

도시다.

내가 죽기 전 평상시에 수없이 봐왔던 건물들이 즐비하고 있는 모습. 공원도 있고, 집도 있고, 각종 편의시설도 있다.


여기가 진짜 신계?


얼떨떨한 눈빛으로 앨비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여기 진짜 신계 맞아요?”

“맞습니다. 왜 그러시죠?”

“제가 생각하던 신계 느낌이랑은 너무 달라서요. 진짜 신계 맞긴 한 거죠?”

“전 거짓말 안 합니다.”


앨비스가 단호하게 대답한다. 확실히 거짓말을 할 인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 이게 누구야? 앨비스 맞지?”


그때 저 멀리서 앨비스를 부르며 다가오는 한 사내의 모습이 보인다.

금발 머리에 잘생긴 미청년.

가까이 다가온 그의 눈에는 장난스러움이 듬뿍 담겨 있었다.


“반갑습니다. 루트님.”

“워워, 우리끼리 너무 예의 차리지 말자.”


앨비스가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차리자 루트라는 사내가 손사래를 친다.

고개가 이리저리 돌아가고 있던 나도 어느덧 루트에게 시선이 고정됐고, 그도 나의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나를 쳐다보며 눈웃음을 짓는다.


“이야. 이 친구가 이번에 아리아 대신해서 온 친구?”

“아리아?”

“응? 뭐야 아무것도 안 듣고 왔어?”


눈을 크게 뜬 루트가 앨비스를 쳐다본다. 앨비스는 루트의 시선에 당황하지 않은 채 오히려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집무실에 들어가서 자세하게 설명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래도 간략한 것 정도는 설명하고 데리고 오는 게 좋지 않았을까? 아니다. 네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담당관이 떡하니 있는데 내가 참견하는 것도 웃기고.”


머리를 긁적거리던 루트가 다시 나를 쳐다보며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 친구 무뚝뚝해 보여도 일 하나는 잘해. 오죽하면 아리아가 특수부 쪽으로 넘어갈 때 같이 데리고 가려고 했거든.”

“루트님.”

“알았어, 알았어. 빡빡하기는. 아무튼 신계에 온 걸 환영한다.”


루트가 손을 내민다. 나는 얼른 그의 손을 맞잡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차진우라고 합니다.”

“반가워. 루트라고 해. 그런데 아쉽네. 특이 케이스라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내가 지금 밑에 잠시 내려가야 할 일이 있어서 시간이 없네. 다음에 시간 날 때 한 번 다시 보자.”

“웨이브 얼마 안 남았는데 지금 내려가십니까?”


앨비스의 물음에 루트는 그를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내젓는다.


“어쩔 수가 없어. 지금 한 명이 영 말썽이라 내려가서 손을 좀 봐야 할 것 같거든. 이 친구가 이번에 핵심이라 선택권이 없네. 뭐, 아무튼 다음에 보자. 너도 준비 잘하고.”

“저희는 문제없습니다.”

“퍽이나. 아리아가 워낙 잘했어야지. 너희는 본전만 쳐도 손해야.”


악담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손을 가볍게 흔든 루트가 바쁘기는 정말 바쁜 모양인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리아는 누구고? 웨이브는 또 뭐지?


순식간에 내가 알지 못한 정보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마치 꿈속에 온 것 같은 기분.


“다시 움직이겠습니다.”


여전히 무뚝뚝한 앨비스의 목소리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자세한 설명을 해줄 법도 하지만, 그저 앞장서서 걸어가는 앨비스였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나서며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집무실인가 가면 자세히 말해준다고 한 것 같으니까 일단 기다리자.


루트와 이야기하던 앨비스가 말한 걸 기억해내며 잠자코 그를 따라나섰다.


“도착했습니다.”


발걸음이 멈춰진다. 고개를 올려다보자 아주 큰 높이의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앞으로 차진우씨가 머물 집무실이 있는 곳입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앨비스는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고, 나는 그걸 받으며 물건을 살폈다.


[31차원 지구 담당 차진우]


“··· 이게 뭐죠?”

“출입증입니다.”

“출입증이요?”

“앞으로 여기에 올 때마다 이걸 여기에 찍으시고 안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선 앨비스가 앞을 막고 있던 출입구의 자신의 출입증을 갖다 대며 건물 안쪽으로 들어간다.


낯설지는 않다.


살아 있을 때 이런 출입증을 이용해 안으로 들어간 적도 있고, 옆에서 지켜본 것도 많았다.

다만, 신계라는 곳에서 지구의 최신식 문화를 쓰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기에 충격은 상당했다.


이상하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단 말이야.


괜한 의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촉이라는 게 있다. 여기에 뭔가 있다는 촉. 그렇지만 방법이 없다. 지금은 의심만 들 뿐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다음에 기회 되면 한 번 물어나 봐야겠다.


질문에는 비용이 없다. 물론, 응답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질문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앨비스를 따라 출입증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앨비스는 내가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더니 이내 다시 발걸음을 움직이며 계단을 이용해 위로 올라갔다.


나도 얼른 앨비스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할까? 움직이는 동안 단 한 명의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는 거다.


휴우. 다행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딪치면 괜히 피곤해질 것 같았는데 잘 됐어.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앨비스가 있기는 했어도 괜히 신경이 쓰였었다.


“여기가 앞으로 차진우씨가 사용할 집무실입니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아무런 문패가 없는 문.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침을 삼킨다. 반면에 앨비스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나를 안내한다.


··· 이게 집무실?


집무실이라 소개한 방 안으로 들어선 나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너무 휑하다. 문 바로 옆에 있는 책장과 누군가가 쓴 것으로 판단되는 책상과 의자가 전부였다.


“여기가 집무실 맞아요?”


당황한 눈빛으로 앨비스를 쳐다보며 묻자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지구를 지켜주시면 됩니다.”

“아니, 아무것도 없는 여기서 어떻··· 네? 자, 잠시만요. 뭘 지켜달라고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집무실이 너무 휑한 것을 떠나 방금 앨비스의 입에서 터져 나온 대답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뭐를 지켜달라고?


눈동자가 떨린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앨비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목을 쳐다보더니 무언가를 읊기 시작했다.


“차진우씨가 맡은 구역은 31차원 지구. 진행 상황 51 웨이브에서 총 18 웨이브 진행. 2일 10시간 23분 이후 19 웨이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만약 웨이브를 막지 못할 시···.”


손목을 내린 앨비스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지구는 소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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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영웅의 탄생 24.07.15 8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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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웅의 탄생 24.07.13 118 4 11쪽
4 나만의 임무 24.07.12 135 4 12쪽
» 나만의 임무 24.07.12 154 5 12쪽
2 Yes or Yes 24.07.12 170 2 12쪽
1 프롤로그 24.07.12 211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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