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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수

각성한 정육점 사장에게 던전은 고기 창고일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우피랑
작품등록일 :
2023.05.14 06:22
최근연재일 :
2023.06.03 07:27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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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79
글자수 :
13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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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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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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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상점(3)

DUMMY

「두들」


세나가 흥분해 미쳐 날뛰려는 지훈에게 방진을 걸었다.


-후옥 후우-! 후오옥!


지훈이 자신의 뜻대로 몸이 움직이질 않자 분노에 찬 괴성을 질렀다.


“그 입도 가만있어 줘야겠어. 「두들」”


-훅!


“오 지훈아···!”


사장은 지훈에게 달려가 근육질의 다리를 부둥켜 안으며 지훈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훈이 입마저 묶이고 흥분이 가라앉던 찰나,


-콰앙-!


셔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상점의 유리창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비가 들이닥치며 어두운 바깥 모습이 드러났다.

얼굴에 두꺼운 철가면을 쓴 사람 두 명이 검은색의 거대한 말을 타고 상점 앞에 서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기다란 칼을 차고 있었고 상점을 박살 낸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하나는 기다란 창끝에 뾰족한 가시들이 달린 둥근 철구를 매달고 있는 무기를 들고 있었다.


-후읍! 흡흡!


“안 돼! 너희들에게 내 아들을 뺏길 수는 없어! 당장 꺼져··· 쿨럭. 쿨럭. 꺼져 버리라고오···!”


-히이이잉!


철가면이 타고 있는 흑마가 앞발을 높게 구르며 소리를 냈다.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세나가 립스틱 아랫부분을 돌리며 말했다.


“잠깐만.”


건한이 신중을 기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두 명의 철가면도 말없이 상점 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쏴아아아


빗줄기가 더욱 두꺼워졌다.


“이보게들, 이러지 말고 그냥 가주시게나···. 내 셔터랑 유리값 받지 않음세. 그리고 이··· 이 아이하고 나는 차라리 견고한 곡창지대에 가서 조용히 살겠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게···.”


사장이 깨진 유리창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모으고 더듬거리며 애원했다.

그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는 철가면.


-쏴아아아


사장이 안경에 맺힌 물방울을 닦기 위해 안경을 벗는 순간,

커다란 호박 크기만한 철구가 사장의 얼굴 앞으로 날아왔다.


「우웅. 우웅.」


-채애앵-! 콰아앙!!


아무도 눈치 못 챈 틈에 건한이 튀어나가며 철구를 바깥으로 강하게 쳐냈다.

주황색의 불꽃이 튀며 철구가 콘크리트 계단에 박혔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자못 놀랐는지 건한을 쳐다보는 철가면 속의 눈빛이 번득였다.


“어어 이 사람들 보게요. 그렇게 무시무시한 걸로 사람을 그것도 선량한 사람을 보자마자 공격을 하면 어떡해요옷-! 「이레즈미, 도깨비 불놀이」”


-촤아아악

-히이이잉-!


흑마가 서 있는 바닥에 불꽃이 일더니 사방에서 도깨비 모양의 불인형이 나타나 철가면 두 사람에게 포개졌다.


-화르르륵


두 마리의 말이 앞발을 크게 구르자 철퇴를 든 자가 말에서 떨어졌고 놀란 말은 그대로 골목 어귀로 도망가 버렸다.


-훅. 훅.


철퇴를 든 자가 바닥에서 일어나 몸에 붙은 불을 아무렇지 않게 꺼버렸다.

대검을 찬 철가면 역시 자신과 말에 붙은 불을 꺼버리고 말을 달래고 있었다.


“아직 화력이 좀 부족하단 말이지···.”


세나가 괜히 빨간 립스틱을 의자에 짓이기며 말했다.


후오옥!


지훈이 세나의 방진을 끊어내며 철퇴를 든 철가면에게 달려들었다.

지훈의 묵직한 방망이가 바람을 가르며 철가면의 옆구리를 타격했다.

그 충격에 철가면이 옆으로 휘청였지만 이내 지훈의 방망이를 팔로 감싸 옆구리에 낀 채 철퇴를 휘둘렀다.


-퍼억


“지훈아!”


철퇴가 그대로 지훈의 팔을 가격했다.

지훈의 팔이 부러지며 지훈은 팔을 가누지 못했다.

하지만 지훈은 두려움을 느끼는 기색 하나 없이 나머지 한 손으로 철가면의 얼굴을, 그러니까 철가면을 향해 주먹질을 퍼부었다.

그 순간 지훈의 기백이 압도적이었기에 철가면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큼직한 지훈의 주먹이 철가면을 내려칠 때마다 가면의 모양은 조금씩 찌그러지며 변형되어 갔다.

철가면이 기절을 한 듯 스르륵 손에서 철퇴가 떨어졌다.

철가면의 반항이 멈추자 지훈이 아래턱에서 솟아오른 두꺼운 아랫니로 철가면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단 몇 초 만에 벌어졌다.


《번쩍》


대검이 지훈의 목덜미 위에서 번쩍였다.

어느샌가 이 상황을 지켜만 보던 나머지 철가면 하나가 지훈의 뒤로 다가와 대검을 겨누고 있었다.


“엇! 「라인워···!」”


세나가 주문을 미처 외치기 전에 이미 건한의 쏘드가 철기사의 대검을 댕강 잘라냈다.


「정육기술··· 골절骨折」


대검을 찬 철기사가 분노에 휩싸인 채 건한을 뒤돌아 봤다.

건한은 철기사의 그때 그 푸른 눈빛에서 순간 창백한 공포를 느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


철기사는 잘린 대검을 건한에게 휘둘렀다.

건한은 간단하게 공격을 막아냈지만 철기사의 엄청난 완력에 손이 떨릴 정도였다.


“정체가 뭐냐, 너희들···.”

“그만···. 쿨럭. 쿨럭. 그만해···! 이들에게 저항하는 건··· 가장 어리석은 짓이란 말이야···. 이들은···.”


사장이 소리를 쳤지만, 사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빙결, 콜드체인」


건한의 쏘드와 닿은 철가면의 잘린 대검이 얼어붙으며 대검을 든 철가면의 팔의 일부까지 얼어붙었다.


“훗. 인마 너, 걸린 거야. 「정육기술 연육臠肉」”


건한의 쏘드가 보랏빛을 뿜으며 철가면의 대검과 그 대검을 쥐고 있던 팔을 산산조각냈다.


-후으윽


한 마디도 없던 철가면이 고통을 느낀 건지 화가 난 건지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어? 너 소리도 낼 줄 아는구나. 그렇지. 아프고 분한데 속으로 삼키면 그거 병 된다? 한 방 더 간다. 「정육기술 발골拔骨」”


건한은 철가면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건한의 쏘드가 철가면의 얼굴로 향했다.

철가면이 간신히 건한의 공격을 피했지만 스치는 것만으로도 건한의 공격은 성공이었다.

철가면이 벌어지며 가면을 쓴 자의 얼굴이 달빛 아래 드러났다.


“어···? 너···!”


철가면 아래 드러난 얼굴은 오크의 얼굴이었다.

초록색 피부와 툭 불거진 아래턱과 입술, 그리고 달빛에 번득이는 두꺼운 송곳니.

건한과 세나가 입이 떡 벌어져 놀라고 있는데,


-다각. 다각. 다각.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철기사들이오. 쿨럭. 오크 기사단이지···. 서두르는 게 좋아. 도망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군. 아니···, 도망도 힘들 거야. 다 틀렸어. 이들이 벌써 다가왔다고···. 지훈아! 이리로 오렴! 얼른··· 부디 이 애비의 말을 들어줘···.”


사장의 말에 철기사를 물어뜯던 지훈이 진정하고 사장의 곁으로 돌아갔다.

철퇴를 들고 있던 철기사의 철가면이 반은 찢어져 있었고, 바깥으로 드러난 얼굴 역시 지훈에게 물어 뜯겨 크게 상해 있었다.


-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한쪽 팔이 잘린 철기사가 다른 팔로 잘린 대검을 주워들었다.


「우웅. 우웅.」


그러나 철기사는 건한의 위력에 덤벼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골목 어귀에서 흑마를 탄 철기사 다섯 명이 빠르게 다가왔다.


-히이이이잉


각기 검과 창 등을 든 철기사들이 상황을 보더니 건한 일행에게 달려들려던 찰나 팔이 잘린 철기사가 낮은 음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철기사들이 일제히 하려던 동작을 멈추었다.

뒤에 있던 두 명의 철기사는 지훈에게 얼굴이 뜯긴 철기사의 발목에 두꺼운 밧줄을 매고 다시 흑마에 올라탔다.

팔이 잘린 철기사가 건한을 노려봤다.

푸른 눈빛이 서늘했다.

그렇게 한동안 대치하던 둘은 팔이 잘린 철기사가 두터운 엄지와 검지를 입안으로 넣어 휘파람 소리를 내며 끝이 났다.


-히이이잉-!


도망갔던 흑마가 팔이 잘린 철기사 옆으로 다가왔다.

철기사가 흑마에 올라타고 입에 물린 재갈을 힘껏 당겨 그들이 왔던 골목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나머지 철기사들이 그 뒤를 따랐고 마지막으로 발에 밧줄이 묶인 철기사 역시 두 마리의 흑마에게 끌려 빠르게 사라졌다.


“절대 이 일을 잊지 않을 거야···. 쿨럭. 저들은 절대 잊는 법이 없지···.”

“아니 쟤네 오크예요? 몬스터? 아차차 그 뭐라 해야 하나···. 그러니까 나쁜놈들이에요?”


세나가 사장과 지훈을 보고 말했다.


“거대한 권력이 저들 뒤에 있지···. 저들은 그 권력의 수하인들이야···. 저들이 하는 일은 괴물들을 잡으러 다니는 거지. 야심한 밤에만 말이야···.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리거든.”

“아니 근데 쟤들도 오크인데 누가 누굴 잡는다는 거예요? 이해가 안 되네.”

“그 거대한 권력이란 게 누구죠? 정부보다도 위에요?”


건한이 세나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


“그것까지는 나도 잘···. 우리는 서둘러야 해. 이렇게 된 이상··· 섹션5, 견고한 곡창지대로 들어가야 할 것 같네···. 아무래도 스테이지 안이 눈에 띄지도 않고 좋을 거야.”

“예, 그래야 할 것 같네요. 길을 아시나요?”

“길이라면 내가 잘 알지. 같이 갈 텐가?”

“같이 가겠습니다.”

“아니 K님 우리 섹션2 클로징한 지가 언젠데 벌써 또 다른 스테이지로 간다니요?”

“이분들을 그냥 놔두고 갈 수는 없어. 세나 너는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도 좋아.”

“말 한 번 섭하게 하시네. 좋아요. 저는 그럼 돌아갈게요. 현생이 바빠서.”


건한이 계단참에 포털의 틈을 만든다.

틈이 벌어지고.


“그래. 말리지 않을게. 고생했다. 세나야.”


세나가 틈으로 들어가려다가 진열대 뒤편의 건한과 가지고 온 스톤 포대를 힘겹게 등에 짊어진다.


“치이···.”


그리고는 세나가 건한을 한번 흘끔 보고 포털의 틈으로 들어갔다.

틈이 닫히고.


“오 자네,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군···.”

“네, 뭐 운 좋게도···. 여러모로 쓸모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 처자의 마음을 자네가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좋을 때지. 좋은 능력이야.”

“네?”

“지훈아 가자, 더 지체하면 위험하다···. 잠깐만, 잠깐. 나도 내 물건들을 좀 챙겨야지.”


사장이 진열대 뒤편으로 돌아가 서랍을 열어 여러 가지 물건들을 챙긴다.

스톤, 마나스 그리고 반짝이는 수정석 등.


“이제 진짜로 갑세. 여길 떠나는 거야.”


사장이 가방을 들쳐 매고 지팡이를 따각이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지훈이 숨을 훅훅 몰아쉬며 사장의 뒤를 쫓았다.


“제가 좀 들어드릴까요?”

“아니, 자네는 철기사나 몬스터가 나오면 자유롭게 싸워야 할 것 아닌가···. 그들이 예고하고 나오지는 않을 거야···.”


건한이 주변을 경계하며 사장과 아들의 뒤를 따라갔다.

좁은 골목, 인근 상점들의 문틈과 창틀에서 건한 일행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사장님 이곳 위치는 정확히 말하면 지하던전 인거죠?”

“그렇지. 이곳은··· 말하자면 진짜 세상과는 동떨어진 이세계異世界인 것이지. 저기 하늘을 보게. 그 역겨운 거대 녹색 행성이 보이는가?”


건한이 하늘을 바라보자 샛노란 달빛이 이들이 가는 길에 은은한 빛을 뿌려주고 있었다.


“현실을 좇다가 현실에 쫓겨난 많은 이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네···. 이곳은 그런 곳이라네. 다만, 이곳은 이곳 나름의 법과 질서가 있을 뿐이지···.”


건한은 문득 달빛에 비친 지훈의 뒷모습을 봤다.

왠지 모르게 처연한 모습.

그렇게 셋이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가는데,


- 다그닥 다그닥


멀리 건한 일행이 걸어온 곳으로부터 여러 마리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 후오옥


지훈이 뒤를 돌아보자 달빛 아래 송곳니가 희번득했다.


“냄새를 맡은 모양이야···. 저들은 후각이 발달한 게 특징이지. 예상보다 훨씬 빠르군···.”


- 후욱후욱


흥분에 휩싸인 지훈의 몸에서 열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사장이 짐을 내리고 가방에서 물약을 꺼냈다.

달달 떨리는 손을 다른 한 손으로 부여잡고 간신히 물약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우욱.”


사장의 몸집이 거대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뼈대가 굵어지고 근육이 부풀며 거의 지훈만한 크기로 변해 버렸다.


“별 수 없네. 준비를 해야지.”


「우웅. 우웅.」


건한의 쏘드도 보라색의 빛무리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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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철기사 23.06.03 22 1 12쪽
» 상점(3) 23.06.02 19 1 12쪽
22 상점(2) +2 23.06.01 29 2 12쪽
21 상점 23.05.31 26 1 12쪽
20 국가헌터연구원(2) 23.05.30 27 1 12쪽
19 섹션2, 버려진 사원은 클로징 된다 23.05.29 26 1 12쪽
18 초록색 호박 23.05.28 32 1 11쪽
17 다크우드 23.05.27 29 1 12쪽
16 섹션2, 버려진 사원 23.05.26 35 1 12쪽
15 검은 늑대단 +2 23.05.25 41 3 13쪽
14 악당은 몬스터가 된다 23.05.24 44 2 12쪽
13 국가헌터연구원 23.05.23 42 2 12쪽
12 벽돌무늬 나방의 영역 23.05.22 48 2 12쪽
11 극복해야 할 것(2) +2 23.05.21 57 4 12쪽
10 극복해야 할 것 23.05.21 57 3 12쪽
9 S급 몬스터, 청룡(2) 23.05.20 76 2 12쪽
8 S급 몬스터, 청룡 23.05.19 84 3 12쪽
7 스톤골렘의 성지 23.05.18 89 4 12쪽
6 세나 23.05.17 108 5 11쪽
5 위성규 23.05.16 129 5 12쪽
4 노란 프레리독 23.05.15 173 5 12쪽
3 신시대의 영웅 23.05.14 252 8 13쪽
2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23.05.14 295 9 14쪽
1 어느날 거대 녹색 행성이 다가왔다 23.05.14 386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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