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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수

각성한 정육점 사장에게 던전은 고기 창고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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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랑
작품등록일 :
2023.05.14 06:22
최근연재일 :
2023.06.03 07:27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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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7
추천수 :
79
글자수 :
13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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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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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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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신시대의 영웅

DUMMY

‘아마 그쯤이었을 거다. 내가 다시 회귀했을 때는.’


“야 너 남은 일주일 뭐할 거냐? 나는 말이야. 끄윽. 이 통에다가 숙취제랑 술을 같이 섞어서 남은 일주일을 아주 천천히 취해 갈 거다. 끄윽. 돈? 내가 큰돈을 만져 봐서 아는데··· 나는 이제 이 빌어먹을 출근도 때려칠 거다. 집에서 술만 먹다 뒈져버릴 거야. 이 지구와 함께. 크하하하하. 끄윽. 이봐. 너 사장이 얘기하는데 딴짓을 하고 있어? 아 내가 권리를 양도했으니 이제 니가 사장님이네 크하하하.”


건한이 정신을 차려보니 지구 멸망 7일 전, 다시 정육점이었다.


‘어떻게 된거야?’


“크하하하. 재밌다. 재밌어.”


가게 문밖 도로에서 사장이 돈더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분명 지구 멸망 직전 포르투갈이었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회귀라는 건가?’


“크하하하. 돈이라는 게 참 우습네. 이 우스운 거 때문에 그리도 개같이 살았단 말이지. 끄억.”

“정말 회귀란 말이야?”


「우웅. 우웅.」


무언가 진동하는 소리에 건한이 바라보니 보랏빛의 쏘드가 벽에 세워져 있었다.

캐롤의 거실에 세워져 있던 중세시대의 쏘드였다.


“진짜라고?”


- 세상 멸망 좆같네. 이제야 이렇게 부자가 됐는데 말이지 끄억. 크하하하.


가게 밖에서는 사장의 웃음 섞인 한탄과 울음 섞인 웃음이 번갈아 가며 들려왔다.


「우웅. 우웅.」


건한이 쏘드에 다가가 유심히 살폈다.

길고 두꺼운 칼자루 위에 매끄럽고 날렵하게 그리고 길게 빠져 끝은 둥글게 말린 크로스가드, 무엇보다도 단단하고 곧게 뻗어있는 양날의 칼이 흡사 근세의 롱쏘드처럼 보였다.


“이거이거 진짜라면···?”


건한이 정육용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칼자루를 감싸 쥐었다.


「우웅. 우웅.」


보랏빛의 빛무리가 쏘드를 감싸 휘돌고는 건한의 전신을 타고 다시 주변을 맴돌았다.


- 크하하하. 덤빌 테면 덤벼 보라지. 세상 멸망 직전 그 무엇도 놀랄 게 없고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단 말이야. 제기랄 끄윽.


『쨍그랑-』


건한이 유리 깨지는 소리에 놀라 밖을 바라보니 게임이나 영화 속에서나 보던 오크가 건한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래 회귀 좋지. 각성 좋지!’


거의 2층 높이의 오크가 한 손으로 사장을 들어 올리고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돈더미로 던져버렸다.


“크아아악! 크하하.”


불 속에 던져진 사장이 비명을 지르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뒹굴렀다.


“어이 비계! 너는 떡은 큰데 고객 컴플레인 걸리기 딱 좋게 생겼다.”


건한은 왠지 모를 자신감과 기백이 몸 안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기분을 느꼈다.


“쿠오오오.”


오크가 건한의 외침에 반응했다.

오크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데 멀쩡하던 유리창과 스테인레스 기둥이 와장창 박살이 났다.


“비계야 경고하는데, 더 이상 난동 부리면 곤란해. 이제 여기는 내 가게거든.”


건한이 쏘드를 들며 말했다.


‘손에 착 붙는 게 생각보다 가벼운데.’


「우웅. 우웅.」


쏘드에서 작은 축포들이 터지듯 연이어 보랏빛 빛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오크가 고개를 숙여 한쪽 발과 어깨를 가게 안으로 들이미는 순간

건한이 무의식적으로, 매우 본능적으로 오크에게 달려갔다.

건한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건한이 순식간에 진열장을 뛰어넘어 매우 빠르고 우아하게 한 바퀴를 돌며 쏘드를 휘둘렀고 오크의 나무 기둥처럼 두꺼운 정강이는 관절 부위가 예리하게 잘려나가며 오크는 그대로 가게 안으로 고꾸라졌다.


“쿠오오오올!”


오크가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야, 야 아픈 건 알겠는데 이런 식은 곤란하다고 했지?”


건한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오크는 본 체도 하지 않고 그저 신기한 표정으로 쏘드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알바만 하던 내가 사장이 되고, 죽은 고기만 썰던 내가 살아있는 오크를 베어 버리다니. 세상 멸망 만세다. 만세.”

“야 너 알바, 제기랄. 나 좀 어떻게 좀 해보라고. 끄윽.”

“아 참.”


건한이 사장을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갔다.


“자 일어나세요.”

“끄윽. 제기랄. 시발! 시발! 시발! 근데 너 그 칼은 뭐냐? 아 놀라서 물어본 건 아니야. 세상이 망하는 데 그 무엇도, 그 어떤 것도 놀랍거나 무섭진 않다고. 끄윽.”

“아 이건···.”

“끄악!”


건한이 대답하려는 순간 날개가 달린 두 마리의 고블린이 사장을 낚아채 가 버렸다.

독수리가 사냥감을 낚아채 듯, 거구의 사장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버렸는데

두 마리의 고블린이 먹잇감을 두고 싸우듯 사장을 잡고 서로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건한의 기억 속 사장은 그게 정말 마지막 모습이었다.


「우웅. 우웅.」


쏘드가 경고를 하듯 진동했다.


“쿠오오오”


쓰러졌던 오크가 두 손으로 땅을 짚고선 한 발로 일어나 건한의 머리 위로 덮쳐왔다.

예기치 못한 거대한 오크의 공격에 건한은 오크에게 그대로 깔려 버렸다.

하지만 잠시 후 오크의 등 위로 건한의 보랏빛 쏘드가 반짝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크가 덮치는 순간 쏘드의 진동으로 낌새를 눈치챈 건한이 자신의 머리 위를 덮치는 오크의 심장에 쏘드를 박아 넣은 것이었다.


“쿠오오옥···”


오크는 더 이상의 소리도 움직임도 없었다.


「쿵.」


건한이 머리 위 오크를 옆으로 밀어내고 오크의 심장에 박힌 쏘드를 뽑아냈다.

오크의 초록색 피가 보랏빛을 내는 건한의 쏘드를 타고 흐르며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죽이는데.”

“끄아악! 살려줘!”


건한이 길 건너편을 바라보니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남성이 꼬마 고블린 세 마리와 힘겹게 대치하고 있었다.

건한은 망설임 없이 길을 건너갔다.


“쿠겔겔. 쿠겔겔.”


남자를 잡고 있던 꼬마 고블린들이 건한을 보고 남자를 놓자 남자는 건한은 아는 체도 안하고 헐레벌떡 도망가 버렸다.

꼬마 고블린들은 오크와 달리 움직임이 매우 빨랐는데 건한이 미처 쏘드를 들기도 전에 개중 하나가 건한의 머리 위로 뛰어들었다.


“정육 기술 「육절肉切」”

“쿠에엑!”


건한이 크게 휘두른 쏘드에 머리 위로 뛰어든 꼬마 고블린의 한쪽 귀가 잘려져 나갔다.


“오 빠른데? 못 피했으면 머리가 두 동강 났을 텐데.”


귀가 잘린 꼬마 고블린이 괴로움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 버렸다.

나머지 두 마리의 꼬마 고블린이 뒤로 주춤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너희도 도망가는 게 낫지 않을까?”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듯 경계하며 뒤로 물러서던 꼬마 고블린 두 마리가 뒤로 돌아 재빨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건한이 휘두른 쏘드의 보랏빛 광선이 두 꼬마 고블린의 시신경을 자극함과 동시에 두 몬스터의 목이 댕강 잘려 버렸다.


“신시대의 영웅이 이렇게 탄생이 돼 버린 것인가···!”


건한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쿵. 쿵. 쿵.」


멀리서 커다란 울림이 들려왔다.


“큰 거 온다.”


건한은 망설이지 않고 지척을 울리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몬스터를 향해 달려갔다.

사거리 슈퍼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보니 처음 정육점을 작살 냈던 오크보다 거의 5배는 큰 자이언트 오크 하나가 비좁아 보이는 거리를 걸어오고 있었다.

자신의 발보다 작은 자동차들을 닥치는 대로 밟고 차고 주먹을 휘두르며 건물들을 박살 내고 있었다.


“끄아아악! 저 괴물은 뭐야!”

“112에 신고해! 얼른!”


사람들이 자이언트 오크를 피해 건물에서 거리로 뛰쳐 나와 대피했다.


“어우야. 저건 진짜 큰 건데.”


건한이 코너에 몸을 숨기고 자이언트 오크가 다가오길 잠자코 기다렸다.


「끼이이익 쾅」


자이언트 오크가 걷어찬 화물 트레일러 한 대가 사거리 앞까지 쭉 밀려왔다.


「쿵. 쿵. 쿵.」


건한은 반대편 사거리 은행의 유리창을 보고 자이언트 오크가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건한은 이 거대한 자이언트 오크가 아까 전 정육점을 습격한 오크와 크기만 다를 뿐 약점은 같다고 생각했다.


“튜토리얼은 끝났고···.”

“쿠오오올”


자이언트 오크가 사거리 교차로를 지나 가는 그 순간,

건한이 은밀히 먹잇감을 덮치는 맹수처럼 자이언트 오크의 뒤로 바짝 붙어 들어갔다.

그리고 자이언트 오크의 오금을 향해 쏘드를 크게 휘둘렀다.


“정육기술 「발골拔骨」”


건한이 휘두른 쏘드의 위력이 어찌나 강력했던지 자이언트 오크의 다리는 물론이거니와 주변 건물들의 창문도 그 충격파로 와장창 깨져 나갔다.


“쿠오오올···”


자이언트 오크가 중심을 잃으며 은행 건물에 쓰러지자 커다란 굉음과 함께 길거리에 엄청난 먼지가 쏟아져 시야를 가렸다.


“쿨럭. 쿨럭.”


먼지와 연기가 걷히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서히 시야가 들어오고 자이언트 오크는 기절한 듯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건물에 기대 쓰러져 있었다.


“쿨럭. 쿨럭. 에에취-! 와아. 진짜 어마어마하게 크네. 이거 족히 십만 근은 나오겠다.”


건한이 자이언트 오크의 거대함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찰칵. 찰칵. 찰칵.」


건한을 향해 카메라 플래쉬가 수차례 터졌다.

건한이 뒤돌아 보자 한 남성이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찍고 있었다.

그 남성은 건한이 자이언트 오크를 맞이하기 위해 사거리 코너에서 대기할 때부터 남성 역시 반대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처음에 남성은 자이언트 오크만을 향해 카메라를 찍어 댔는데 쏘드를 든 건한의 모습을 보고는 그 대상을 건한으로 바꿔 버렸다.

건한이 그를 바라보자,


“봉오 신문사 기자 윤일보입니다.”

“아니 너무 대놓고 찍으시는 거 아니에요? 부담스럽게.”

“갑자기 세상이 왜 이렇게 된 거죠? 그쪽 분은 왠지 알고 계실 거 같은데요. 혹시 저 괴물과 연관되어 있으신 건가요?”

“저도 이런 세상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정육점 알바였거든요. 아 이제는 사장이지만···”

“포즈 한 번 취해주세요. 자 여기서.”

“이··· 이렇게 하면 되나요?”

“예 좋습니다. 자 갑니다. 하이~ 큐.”


「번쩍.」


그렇게 두 세차례 포즈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을 때,

멀리서 앰뷸런스 소리가 들려왔다.


「삐융- 삐융- 삐융-」


곧 앰뷸런스가 사거리로 급히 진입하고, 뒤이어 경찰차 7~8대가 도착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는 탱크와 장갑차, 무장한 군인들이 사거리를 둘러쌌다.


「삐이익-」


장갑차에서 내린 군복 차림의 남성이 확성기에 대고 말했다.


“훅. 훅. 현장에 계신 시민 여러분 얼른 이쪽으로 대피하십시오-!”


“쿠오오올.”


찢어지는 듯한 확성기 소음 때문이었는지 잠잠했던 자이언트 오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른 이쪽으로 대피하십시오!”


기자가 장갑차 쪽으로 대피하면서도 건한을 향한 플래쉬를 지속적으로 터트렸다.


“아, 소란스러운 건 딱 질색인데.”

“어이 이봐! 거기 너! 이리로 당장 오라고! 내 말 안 들려? 훅- 훅- 이리로 당장 오지 못해? 니 뒤에 지금!! 흐익-! 발포. 발포하라!”


「두두두둥. 두둥.」

「휘이익- 펑!」


군인들의 총탄과 탱크의 포탄 소리가 도심 전체를 울렸다.

자이언트 오크는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그 엄청난 화력을 받고서도 다시 일어나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먼지가 부옇게 사거리를 가득 채웠다.


“어어어-! 퇴각. 퇴각. 뒤로 퇴각하라!”


자이언트 오크가 절뚝이며 군인들을 향해 다가가자 지휘자가 퇴각 명령을 내렸다.


“요란하기만 하고 못 봐주겠네. 정말.”


「우웅. 우웅.」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먼지 속에서 건한의 보랏빛 쏘드가 심장이 박동하는 것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찰칵. 찰칵.」


자이언트 오크는 건한을 보지 못했는지 분노에 찬 괴성을 질러대며 군인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먼지가 서서히 걷히며 쏘드를 든 건한의 모습이 드러났고


「찰칵. 찰칵.」


건한이 자이언트 오크에게 뛰어 올라 쏘드를 휘둘렀다.


“정육기술 「육절肉切」”


“크옥!”


자이언트 오크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멈춰섰다.

이어서 하체와 갈라진 상체 절반이 하체에서 미끄러지며 옆으로 떨어졌다.

건물만한 크기의 자이언트 오크가 반으로 잘리며 쓰러진 것이었다.


건한이 주위를 둘러봤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반파되어 비상 경적이 어지럽게 울리고, 건물에서는 불이 나고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도망 다니기 바빴다.

세상은 혼돈 그 자체였다.

건한이 각성하여 회귀한 그 날, 카오스가 시작된 세상에서 미소 짓는 사람은 건한 단 한 사람 뿐이었다.


「찰칵. 찰칵.」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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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초록색 호박 23.05.28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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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섹션2, 버려진 사원 23.05.26 35 1 12쪽
15 검은 늑대단 +2 23.05.25 41 3 13쪽
14 악당은 몬스터가 된다 23.05.24 44 2 12쪽
13 국가헌터연구원 23.05.23 42 2 12쪽
12 벽돌무늬 나방의 영역 23.05.22 48 2 12쪽
11 극복해야 할 것(2) +2 23.05.21 57 4 12쪽
10 극복해야 할 것 23.05.21 57 3 12쪽
9 S급 몬스터, 청룡(2) 23.05.20 76 2 12쪽
8 S급 몬스터, 청룡 23.05.19 84 3 12쪽
7 스톤골렘의 성지 23.05.18 89 4 12쪽
6 세나 23.05.17 108 5 11쪽
5 위성규 23.05.16 130 5 12쪽
4 노란 프레리독 23.05.15 173 5 12쪽
» 신시대의 영웅 23.05.14 253 8 13쪽
2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23.05.14 295 9 14쪽
1 어느날 거대 녹색 행성이 다가왔다 23.05.14 386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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