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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수

각성한 정육점 사장에게 던전은 고기 창고일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우피랑
작품등록일 :
2023.05.14 06:22
최근연재일 :
2023.06.03 07:27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983
추천수 :
79
글자수 :
131,281

작성
23.05.17 07:20
조회
99
추천
5
글자
11쪽

세나

DUMMY

「이 허접들아.」


“어우 열 받아!”


TV를 보던 건한이 화면을 껐다.

지난밤 드래곤의 출현과 위성규의 몬스터 사냥, 그러니까 위성규가 A급 몬스터로부터 도심에 질서를 되찾아준 그 사건에 대한 속보가 하루종일 이어지고 있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 역시 온통 위성규의 사냥 장면이나 위성규가 보유한 몬스터 도감에 대한 이야기 뿐이었다.


「그리고 이건 A급이 아니고 A-급이야.」


‘그래 A-급.’


세상의 포털이 열린 그 날, 그러니까 건한이 각성한 바로 그 날 건한이 처음으로 물리친 자이언트 오크가 A-급이었다.


“A-급은 좆도 아닌데. 쳇.”


「딸랑 딸랑」


정육점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이 냉장 쇼케이스를 살펴본다.


- 자이언트 오크 엉덩이 살/ 가격 100g당 13,000원 《Sold out》

- 블랙 고블린 날갯살/ 가격 100g당 3,5000원 《Sold out》

- 거대 뱀의 이맛살/ 가격 100g당 <싯가, 문의 주세요.> 《Sold out》

- 고대 잉어의 지느러미살/ 가격 100g당 5,5000원


“아니 다 품절이야. 여기 혹시 카레용으로 쓸만한 오크 넓적다리 살이나 그린 고블린 날개살 좀 없어요?”

“아, 예 잠시만요. 확인 좀 해볼게요.”


건한이 가게 뒤 냉장 창고로 들어갔다.

어제 잡아 온, 정확히 말하면 강성규가 잡고 건한이 거저 주워 온 그린 고블린이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창고가 거의 텅텅 비어 있다.

건한이 그린 고블린을 꺼냈다가 다시 내려놓고 창고 더 안쪽에 있는 냉동 창고 문을 열었다.


“그래. 우리 가게가 전국 유일, 자이언트 오크 전문 취급점인데. 오크 넓적다리 살을 줘야지.”


건한이 문을 열자 창고 안이 휑하다.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거대한 눈알.

사람 손가락만큼 굵은 속눈썹이 달린 자이언트 오크의 눈알이다.


“뭐야 자이언트 오크 벌써 다 쓴 거야? 그 큰걸? 그래도 조금은 남아있을 줄 알았더니···”


하긴 벌써 1년이 지나 있었다.

자이언트 오크 한 마리로 건한은 큰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자이언트 오크를 사냥하고 정부에서 그 뒤처리를 고민할 때 건한은 몬스터 사체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마땅히 폐기하기도 꺼림칙한 정부로서도 연구용 샘플 몇 점을 빼고는 모두 건한의 소유권을 인정해주며 직접 자이언트 오크 사체의 운송을 도와줬다.

마침 진귀한 구경거리를 홍보하고 싶었던 지자체에서도 인근의 초대형 냉동 창고를 건한에게 돈도 받지 않고 임대 해주었다.

건한도 처음에 이 무쓸모의 처치 곤란 사체를 굳이 떠안는다는 게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했지만 건한은 정육점을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이거 잘 하면 육고기로 되겠는데···’


오크의 입에서 나오는 검붉은 피가 건한의 눈에는 쫀듯한 선지로 보였다.

사업가로서 또 정육 장인으로서 건한의 예상은 멋있게 들어맞았다.

처음엔 이색적인 고기맛을 보기 위해 소수의 사람들이 용기를 내었지만 그게 소문이 나며 나중에는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줄을 서서 고기를 찾았다.

그렇게 몇 날 며칠, 수개월을 사냥도 다니지 않고 건한은 자이언트 오크 단 한 마리만 팔았다.

수 만명의 사람들이 먹을 만큼 자이언트 오크의 크기가 그만큼 엄청나게 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건한은 사업가로서 또 정육 장인으로서의 예상은 보기 좋게 성공했지만, 헌터로서의 미래는 건한의 생각이나 바람과 같지 않았다.

창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오크의 고기가 줄어들수록 건한의 마음은 다급해졌고 창고가 거의 비워진 최근에서야 뒤늦게 새로운 고깃감을 얻기 위해 사냥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오크를 파는 1년 동안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사냥한 경험이 전무한 데다 그러한 등급의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각성자들의 실력과 경험은 훨씬 더 풍부해졌다.

그러는 동안 건한의 실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제 A- 등급의 몬스터는 정말 희귀한 구경거리가 되어 있었다.


“손님 여기 그린 고블린 날갯살 있습니다.”

“어머 잘됐네. 아들이 카레가 꼭 먹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냥 아무 고블린이나 넣으면 되지 꼭 그린 고블린만 콕 집어서 그거 찾아다니느냐고 애 좀 먹었어. 아이구 우리 아들 좋아하겠네. 수고하세요.”


「딸랑 딸랑」


건한이 정육점을 나선 유리창 너머 들뜬 표정의 고객이 멀리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봤다.


“엄마···?”


* * *


녹색 거대 행성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밤.

건한이 정육점 셔터를 내리고 나왔다.

역시 등에는 보랏빛 쏘드가 매달려 있다.


‘이대로는 가게가 망하게 생겼어. 더이상 쇼케이스에 내놓을 고기가 없어.’


건한이 며칠 전 노란 프레리독을 만났던 교차로에 다다르자 괜히 하수구 틈을 한 번씩 들여다 봤다.

하지만 프레리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건한이 마침 생각이 난 듯 쏘드를 뽑아 들었다.

크로스가드에 박혀있는 노란색 호박이 행성의 빛을 받아 동그랗게 빛을 발산했다.


“그래. 어디든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날 안내해줘라. A급 이상으로만.”


건한이 인적이 드물고 조명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벽면에 쏘드를 쑤욱 꽂아 넣는 건한.

벽면에 포털의 틈이 벌어졌다.

건한이 쏘드를 다시 등에 매고 두 손으로 우악스럽게 틈을 벌렸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건한이 과감하게 머리를 쓱 집어넣자 보이는 어딘가 익숙한 광경.

여자들이 나체로 돌아다니는··· 여탕이었다.


“꺄아아아악!”

“으어어억!”


건한과 눈을 마주친 뽀글 머리의 세신사가 손님의 등을 밀다 말고 뒤로 자빠졌다.

여탕의 소금방과 편백나무방 사이 그쯤에서 사람의 머리가 나오니 놀랄 수밖에.

그것도 검은 더벅머리의 남자의 얼굴이.

동시에 화들짝 놀란 건한 역시 뒤로 자빠지고는 서둘러 벽면의 틈을 억지로 이어 붙였다.

그리고 잠시 후 벽면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이! 이게 뭐냐고! 아니 왜 선량한 사람을 변태로 만들어! 아 진짜. 이번에도 그러면 너 가만 안 둔다. 나 말했어. 분명히! 어? 진짜 어이가 없어서.”


건한이 괜히 주변을 살피며 쏘드를 보고 나무랐다.

그리고 다시 침을 삼키고.


「써억 쓱」


벽면의 틈이 다시 벌어지고 건한이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고는 틈으로 머리를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건한이 안쪽을 들여다보는데 우주처럼 어둡고 광막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건한아! 아들!”

“어!”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음성이 들려오자 건한이 여기저기 고개를 돌리며 자신을 부르는 사람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다.


“아들 많이 보고 싶었어.”


‘포털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다.’


건한이 고개를 빼고 바깥으로 나와 보니 골목에 서 있는 자신의 아버지가 보였다.


“아··· 아빠···!”

“그래 건한아 아빠야. 그동안 잘 지냈지? 엄마는 아빠랑 잘 있어.”

“거짓말···”

“아니야 정말이다. 아빠가 말했잖아. 엄마는 아빠가 지켜준다고. 아빠가 데리고 간다고. 넌 혼자 남아 잘살아 보라고.”

“시발! 가만 안 둔다고!”


건한이 소리를 지르며 쏘드를 꺼내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휘둘렀다.

건한 앞에 서 있던 건한의 아버지가 싸구려 게임의 조악한 픽셀처럼 전신이 갈라지더니 이내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헉. 헉.”

“짝짝짝.”


한 젊은 여성이 입으로 박수치는 소리를 내며 호흡을 고르는 건한에게 다가왔다.


“오 포털 각성자!”


여성의 인상착의는 강한 개성을 풍기고 있었다.

긴 가죽 장화에 옷의 반은 찢어진 짧은 핫팬츠,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흰 티셔츠, 짧은 단발 머리 그리고··· 온몸에 그려져 있는 타투.


“누··· 누구세요?”

“지나가던 사람인데요. 골목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서 혹시 누가 이 시간에 공공장소에서 야스나 뭐 이상한 거 하나 구경 온 거예요. 와 근데 포털 각성자를 만나다니. 좋은 구경 잘 했네.”

“아, 예. 뭐 이상한 사람은 아니구요···. 제가 아직···”

“혹시 포털 틈 벌리는 거 한 번만 더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아뇨. 지금은 네. 오늘은 더 안 합니다.”

“뭐 각성자들이 그렇죠. 능력 쓰는 게 돈 도는 것도 아닌데. 꼭들 그러더라고.”

“예? 뭘요?”

“아니에요. 안녕히 계세여.”

“아뇨 저도 이제 갈려구요.”


건한이 어색하게 손에 쥐고 있던 쏘드를 등에 매고 골목을 나섰다.


“그 포털 이동이라는 게 말이에요. 보통은 각성자 의식 속 깊은 곳,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 선상에 있는 그러니까 지구로 치면 내핵과 외핵 사이에 그 어디 쯤에 표류하는 그러니까 그··· 각성자의 기억과 욕망 등을 표현한단 말이 있더라구요.”

“그게 무슨 말이죠? 아직도 저한테 볼 일이 남으신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닌데 알려 드릴려구요. 자꾸 엄한데 들여다 보시는 거 같아서. 그래야 선의의 피해자들도 안 생기죠.”


건한의 옆에서 걷던 여자가 두 손으로 자신의 몸, 중요부위들을 가린다.


“아니 지금 누가 뭘 봤다고!”

“전 다 봤거든요.”

“하. 이제 그만 하시죠? 가뜩이나 심란한데. 재수 없게.”

“네. 안 그래도 이제 가려구요. 안녕히 계세여.”


여자가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임에도 억지로 차들을 멈춰 세우며 반대편 인도로 건너갔다.

여기저기서 경적 소리와 욕설이 들렸다.

여자는 자신에게 욕설을 뱉는 운전자들에게 일일이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며 욕을 맞받아쳤다.


“뭐 저런 또라이가 다 있어···”


건한이 신기하게 쳐다보다 갈 길을 가는데,


“저기요!”


반대편에서 걷던 여자가 건한을 불렀다.

건한이 쳐다보자,


“혹시 변태세요?”


여자의 큰 외침에 도로를 걷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건한에게 쏠렸다.


“저 이 시발!”


건한은 너무나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을 재촉해 자신의 정육점으로 도망치듯 서둘러 걸어갔다.


「딸랑 딸랑」


“아니 뭐 저런 또라이가 다 있어. 변태는 누가 변태야. 내가 그럴려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각성자의 기억과 욕망 등을 표현한단 말이 있더라구요.」


“···진짜 그런가?”


괜히 머쓱해진 건한이 가게 입구에 있는 거울을 바라봤다.

발그랗게 상기된 얼굴.


“스읍. 난 지금 그냥 몬스터가 보고 싶은 거라고··· A급 이상 몬스터가.”


그때,


“건한아!”


거울에 비친 건한의 뒤로 또다시 건한의 아버지가 나타났다.


“엄마를 죽인 건 아빠가 아니라 그날 밤 그 강도의 짓이야. 그놈 때문에 행복했던 우리 집이, 내 아내가··· 그놈이 너의 엄마를 죽인 거야.”


「우웅. 우웅.」


건한이 쥔 쏘드에서 보라색의 빛무리가 폭죽 터지듯 터져 사방에 날렸다.


“으아아악!”


건한이 거울에 대고 쏘드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거울에 비친 아버지의 얼굴에 틈이 벌어졌다.

거울에 생긴 포털의 틈에서 약간의 습기와 열기가 새어 나왔다.

거울에 비친 건한의 분노한 표정이 틈에서 나오는 증기로 일렁였다.


「쿠오오오어」


포털의 틈 안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분명 몬스터의 소리였다.

어느새 건한이 포털의 틈을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건한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포털의 틈으로 들어갔다.


“내가 보고 싶은 건 A급 이상의 몬스터 뿐이라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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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초록색 호박 23.05.28 25 1 11쪽
17 다크우드 23.05.27 29 1 12쪽
16 섹션2, 버려진 사원 23.05.26 28 1 12쪽
15 검은 늑대단 +2 23.05.25 38 3 13쪽
14 악당은 몬스터가 된다 23.05.24 38 2 12쪽
13 국가헌터연구원 23.05.23 37 2 12쪽
12 벽돌무늬 나방의 영역 23.05.22 45 2 12쪽
11 극복해야 할 것(2) +2 23.05.21 53 4 12쪽
10 극복해야 할 것 23.05.21 53 3 12쪽
9 S급 몬스터, 청룡(2) 23.05.20 69 2 12쪽
8 S급 몬스터, 청룡 23.05.19 81 3 12쪽
7 스톤골렘의 성지 23.05.18 87 4 12쪽
» 세나 23.05.17 100 5 11쪽
5 위성규 23.05.16 125 5 12쪽
4 노란 프레리독 23.05.15 165 5 12쪽
3 신시대의 영웅 23.05.14 240 8 13쪽
2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23.05.14 283 9 14쪽
1 어느날 거대 녹색 행성이 다가왔다 23.05.14 357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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